The Villain Bought the Female Lead RAW novel - Chapter (340)
악역이 여주인공을 구입했다-340화(340/350)
바엘이 죽었다.
그건 말이 되지 않는 문장이었다.
있어서는 안 되며 세상의 법칙을 거스르는 현상이라고 봐도 무방했다.
‘…바르간. 당신은 대체.’
벨레드에게 된통 당한 채 멱살을 잡혀 있는 아몬.
그녀는 현실을 부정하고 싶었지만 이미 사건은 일어나 버렸다.
더는 돌이킬 수도, 해결할 수 있는 방안도 없다.
『이제부터 이 세상은 우리 강경파의 것이다.』
벨레드의 한마디는 독한 벌레와도 같았다.
실시간으로 모든 장기를 손상시키고 있는 지독한 벌레.
잠시 한눈을 판 사이에 모든 생명 활동을 멈추게 할 끔찍한 충(蟲).
아몬은 고통을 호소하듯 인상을 찌푸렸다.
『벨레드… 당신… 어디까지 눈이 먼 건가요…….』
『내 눈이 멀었다고? 하하하! 아몬. 눈이 먼 건 내가 아니라 피칠갑이 된 네가 아니느냐?』
『정세를 읽지 못하고…. 광적인 믿음에 휩싸여 있는 당신은 추기경의 자격이 없어요….』
『…추기경의 자격이 없다라. 아무래도 눈이 멀어 버린 건 정말로 네년인 듯하구나.』
꽈악—.
벨레드는 아몬의 목을 더욱 강하게 졸랐다.
마약과도 같은 감정에 취해 있는 벨레드는 자신의 판단과 사고를 의심하지 않았다.
『흐려져 가는 시야로 똑똑히 봐라. 난 추기경이 아니라 교황이다! 정식으로 의식을 통해 인정받은 새로운 교황! 전대 교황이던 바엘이 죽어 버렸고 걸리적거리던 네년이 그 뒤를 따를 테니 더 이상 흔들릴 리 없는 확고한 권력 그 자체란 말이다!』
『제발 정신 차려요……! 정말로 저를… 온건파를 없애는 게 옳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그 정도로 판단력이 서지 않게 된 거냐고요…!』
『앞으로 도망친 성제만 잡으면 인류의 희망은 뿌리째 뽑힌다. 남아 있는 용사들은 멸절할 것이고, 인간들은 가축화된다. 이번 전쟁으로 인해 죽어 버린 알티프들은 충분하고도 남을 정도로 보충할 수 있게 되는 것이지.』
『…….』
아몬은 말을 하려다 말았다.
그 어떤 말을 하든 의미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미 벨레드는 바르간이라는 인간을 깊게 신뢰하고 있고, 자신의 감정에 잔뜩 취해 있다.
훤히 드러나는 현 사태의 문제가 무엇인지도 알 수 없을 정도로, 벨레드는 광기에 휩싸였다.
그럼에도, 아몬은 마지막 희망을 걸어 보고 싶었다.
『…벨레드. 우리의 길었던 세월과 여신교의 앞날을 생각해 마지막으로 한마디만 할게요.』
아몬은 현재 자신이 뱉고 있는 말이 유언이 되리란 걸 잘 알았다.
곧 벨레드가 자신의 숨통을 완전히 틀어 버리곤 전장을 정리한 채 바르간을 만나러 가겠지.
벨레드는 대꾸하지 않았으나, 아몬은 입술을 움직이며 진실로 여신교를 위한 마지막 조언을 했다.
『어서 가서… 바엘 님과의 전투로 약화된 바르간을 죽이세요. 그것만이 여신교가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끄득—.
아몬의 목이 비틀어졌다.
불쾌함에 마음껏 떠들어 대는 아몬의 말을 끝까지 들을 수 없었던 벨레드. 이어서 심장을 꿰뚫은 채 존재하고 있던 핵을 깨부쉈다.
지겹도록 긴 삶을 살아 왔던 추기경이었으나 다른 건 없었다.
죽음은 너무나 쉽게 찾아오고 목숨이란 한순간에 꺼지는 촛불과 같다.
시체가 되어 버린 아몬의 목을 잘라 낸 벨레드. 그녀는 성이 풀리지 않다는 눈으로 머리통을 바라보다가 이를 불태워 버렸다.
그러자 때마침 임무를 완수한 시클라멘과 블뤼란스가 찾아왔다.
『베, 벨레드 님! 남아 있던 온건파 대주교들의 목을 모조리 잘라 내었습니다!』
『잘했구나, 시클라멘. 블뤼란스. 푸르푸르. 역시 내 아이들이다.』
『여, 여여 영광입니다!』
『영광입니다.』
『영광입니다.』
시클라멘과 블뤼란스, 그리고 푸르푸르는 무릎을 꿇으며 충심을 보였다.
이어서 푸르푸르가 시클라멘의 뒤를 이어 남은 보고를 올렸다.
『벨레드 님께서 아몬에게 승기를 잡으신 이후. 온건파의 주교 대다수가 투항했습니다. 이미 바엘에게 걸렸던 정신 지배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으며 순수한 그들의 의지로 보입니다.』
『투항하지 않은 자들의 비율은 어떻게 되지?』
『온건파의 약 4할…. 수로 따지면…….』
『대다수가 투항했다더니 절반이 조금 넘을 뿐인가. 뭐, 상관없겠지. 투항하지 않는 자들은 모조리 죽이거라. 투항하는 자들 역시 검열을 통해 그 수를 줄일 것이다.』
『예, 그리 명을 내려 두겠습니다.』
벨레드는 빠르게 결단을 내렸다. 그녀의 시선이 향하는 곳은 이제 막 열기가 식은 전장이 아니라 바르간이 있는 중앙교회다.
『푸르푸르에게 이곳의 뒤처리를 맡긴다. 난 한시라도 빨리 저곳으로 가야겠다.』
바르간의 무력은 벨레드도 인정을 할 정도였으나 상대가 상대였다.
분명 커다란 상처를 입었을 터.
그 증거로 느껴지는 바르간의 마나가 불안하기 짝이 없다.
『저와 시클라멘도 동행하겠습니다.』
『네, 네네…! 맞습니다! 저희도 집행관님의 용태가 걱정됩니다!』
임무를 맡은 푸르푸르를 제외하고 블뤼란스와 시클라멘 역시 바르간이 있는 곳으로 향하게 되었다.
벨레드는 곧장 권능을 사용했다.
뛰어갈 수도 있는 거리였으나 조금이라도 빨리 자랑스러운 아이의 상태를 확인하고 싶었다. 무언가에 쫓기듯 마음이 급하기까지 했다.
쩌어억—.
그렇게 방어막이 완전히 부서진 중앙교회의 안으로 이동한 셋.
그곳에는 바르간과 몇 년 전부터 준비해 온 그의 세력, 그리고 무수한 시체가 있다.
바엘과의 전투는 치열했고 그 결과는 고스란히 남게 되었다.
『아이야…!』
바르간을 발견한 벨레드는 크게 놀라 황급히 다가갔다.
척 보기에도 바르간의 상태가 좋지 않다. 팔 한쪽은 어디로 사라진 것인지 없어졌고, 구멍이란 구멍에서는 검붉은 피가 흘러내렸다.
게다가 속 사정은 더욱 심각했다.
멀리서부터 느꼈던 마나의 불안정성은 말할 필요도 없으며, 대부분의 장기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듯 보였다.
살아 있는 게 신기한 정도.
바르간은 그 정도로 무리를 했던 것이다.
『어서 제대로 된 치료를 해야만…! 사역마를 착마하기도 힘든 상황인 것이냐?』
원래대로였다면 다른 사람이 말하기도 전 자신의 상태를 살펴 유니를 착마했을 바르간.
하지만, 지금의 그는 어떤 사역마도 착마하고 있지 않다.
정확히는 해선 안 됐다.
이미 가열될 대로 가열된 바르간의 마나 회로는 더 이상의 자극을 거부했다.
이를 무시하고 강제로 착마를 하거나 스스로에게 치유 마법을 걸면 높은 확률로 죽거나 마나관이 터져 나갈 수 있었다.
“저는 괜찮습니다. 벨레드 님….”
바르간은 자신을 돌보려는 벨레드의 손길을 멈추며 말했다.
이미 그를 둘러싼 사역마들을 이용해 치유를 이어 가는 중이다. 바엘의 지독한 권능 탓에 효과는 미비하지만 아주 느리게나마 바르간의 상처가 옅어지고는 있다.
『그 팔은….』
벨레드의 시선이 사라진 바르간의 오른팔 부근에 정체했다.
다른 상처들과는 달리, 저 부위는 회복될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
벨레드는 그 부위에서 끔찍할 정도로 진한 죽음의 기운을 느꼈고, 다신 원 상태로 돌아갈 수 없음을 알았다.
바르간 역시 이를 알고 있는 눈치였다.
“전대 교황을 죽였는데… 이 정도면 크게 남는 장사입니다.”
바르간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어깨를 으쓱했다.
그는 자신의 몸을 망가트리면서까지, 죽음을 각오한 채로 바엘과 맞서 싸웠고 결국 승리했다.
‘이런 충의를 보이는 아이를 경계하곤 죽이려 하다니. 역시 아몬 그년이 뱉은 망언은 죽기 전 혓바닥을 놀린 것에 불과하구나.’
원래부터 자신의 아이들, 즉 세력원들에게 깊은 애심을 품고 있는 벨레드는 바르간에게 남다른 애정을 느꼈다.
그는 인간의 몸으로 태어났으나 세상을 등지고 벨레드의 밑으로 들어왔다.
뿐만 아니라 대단한 업적을 계속해서 이뤄 나가며 그 대부분의 공을 벨레드에게로 돌렸다.
항시 무시당하던 강경파의 숙원을 해결해 준 것도 그.
추기경에 머물러야만 했던 벨레드를 교황위에 올려 준 것도 바르간의 공이다.
게다가 ‘앞으로 평생 동안 마법을 다루기 힘들 정도’로 몸을 혹사하여 바엘을 죽여 벨레드를 유일한 교황으로 만들었다.
한데 어찌 그를 의심하며 죽일 수 있겠냔 말인가.
“…그나저나 벨레드 님께서 다른 대주교들을 데리고 오셨다는 건… 온건파의 주요 세력들이 전부 숙청당했다는 뜻으로 봐도 되겠습니까?”
바르간은 숨을 고르면서 입을 열었다.
벨레드는 전투 모드로 돌입했던 권능 해방을 풀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더는 이 세상에 온건파는 존재하지 않는단다. 아몬도, 아몬을 따르던 대주교들도 전부 죽어 땅으로 돌아갔으니 말이다.』
“그렇군요…. 그건 참 잘되었습니다.”
희미한 미소를 짓다가 돌연 얼굴을 찌푸리는 바르간. 바닥을 보며 떡 벌어진 입에서부터 진한 핏물이 뿜어 나왔다.
과다출혈로 죽는 게 아닌가 걱정이 될 정도의 양.
교황 벨레드는 자신의 아이를 위해 직접 몸을 부축해 주었다. 그러곤 마나를 움직여 제법 세밀하게 몸 상태를 살피는데 짐작했던 대로였다.
『…아이야. 앞으로 절대 마법이나 권능을 사용하지 말거라.』
“…….”
『시간이 지나면 거동하는 데 문제가 없을 정도로 몸 상태가 돌아오긴 하겠으나, 그 이상은 네 수명을 갉아 먹는 행위가 될 것이다.』
“…벨레드 님이 보시기에도 그렇습니까?”
체념한 듯한 바르간의 어투.
지극히 오만하여 콧대가 하늘을 찌를 듯 높던 그의 모습들을 비교하자면 유약해 보이기까지 하다.
『하나, 걱정하지 말거라. 너는 내 소중한 아이다. 나는 네 모든 공로를 잊지 않을 것이며 네 위치 또한 지켜 줄 것이다.』
“…….”
“어디 위치뿐이겠느냐. 평생을 누려도 다 쓰기 힘들 정도의 부를 줄 것이며 가축화된 인류를 뜻대로 다룰 수 있는 권한을 줄 것이다. 내가 있는 한 그 누구도 네게 대들 거나 모욕할 수 없다. 만약 그러는 자가 있다면 극한의 형벌을 내릴 것을 약속하마.”
자신을 위해 무력을 사용할 수 없게 된 대신 다른 모든 것들을 제공해 주겠다.
벨레드는 그렇게 말하며 바르간에게 평생의 안위를 약속했다.
바르간은 그 정도의 보상을 받을 만한 공을 세웠다.
“…벨레드 님께서 직접 그리 말씀해 주시니 황송할 따름입니다. 은혜로우신 교황님 덕에 제 노후는 보장된 것이나 마찬가지군요.”
『그 외에도 네 부탁이라면 뭐든 들어주겠다. 어려워하지 말고 뭐든 말해도 좋다.』
벨레드의 말에 바르간은 고민하는 반응을 보였다.
아직 머리에 제대로 피가 돌지 않아 어지러운 듯했으나 여린 웃음이 걸려 있다.
“그렇군요…. 그럼 벨레드 님. 실례를 무릅쓰고 한 가지 청을 올려도 괜찮겠습니까?”
바르간의 물음에 벨레드는 입가를 올리며 긍정했다.
지금의 심정이라면 바르간을 위해 하늘에 떠 있는 별도 따다 줄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바르간은 그런 벨레드를 바라보며 말했다.
“역겨우니까 어머니 행세는 그 정도로 하시죠.”
『…뭐?』
와그작—!
마치 해수면 위에 떠 있던 갈매기를 잡아먹는 고래와도 같이, 지면에서 튀어 오른 바르간의 세 번째 고유술식 허무(虛無).
너무나도 갑자기, 빠르게 나타나 권능 해방을 도로 할 틈도 없이 벨레드를 집어 삼켜 버렸다.
바르간은 도로 검붉은 피를 흘리며 입가를 비틀었다.
몸은 그만하라고 비명을 지르고 있지만, 바르간은 아직 해야 할 일이 남아 있었다.
“벨레드. 내가 언제까지 너의 같잖은 가족 놀이에 어울려 줄 줄 알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