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illain Bought the Female Lead RAW novel - Chapter (59)
악역이 여주인공을 구입했다-59화(59/350)
“우으…….”
오전 수업을 마치고 연구실로 향하는 알리시아.
그녀는 잔뜩 부어오른 이마를 움켜쥐며 눈물을 글썽이고 있었다. 평소였으면 다음 날에는 말짱해졌는데 이번에는 정도가 심하다. 욱신거림이 멈추지 않는다.
진통이 올 때마다, 어젯밤의 기억이 떠오른다.
알리시아는 그가 만족할 때까지 자신을 긍정하는 말을 뱉어 내야 했다. 조금이라도 우울한 기색을 보이거나, 머뭇거리면 가차 없이 딱밤이라는 무시무시한 벌이 내려졌다.
…이 정도로 연속으로 맞은 건 처음이었다.
그런 그녀를 등을 살며시 건드는 한 사람.
화들짝 놀란 알리시아의 몸은 반사적으로 움직였다.
“저, 저는 잘났습니다…! 세상 누구보다도 우월하고 아름답습니다!!”
“알리시…아?”
“…에, 에밀리 씨?”
자신을 터치한 인물이 에밀리라는 사실을 인지한 알리시아는 깊은 안도의 한숨을 쉬더니 곧, 퐁? 하고 얼굴을 붉혔다. 정처 없이 열린 입이 꾸물거리기를 반복한다.
바르간에게는 익숙한 알리시아의 면모였으나, 에밀리는 그녀의 이런 모습을 보는 게 처음이었다.
뭔가 이상함을 감지한 에밀리는 알리시아의 이마를 들췄다.
“이, 이게 뭐야…?! 대왕 말벌에게라도 물린 거야?!”
대체 얼마나 큰 벌이 쏘았으면 이렇게 되는 거지? 라는 말을 덧붙이며 에밀리가 알리시아를 걱정한다.
“아, 괜찮아요…! 아무렇지도 않아요, 에밀리 씨.”
“괜찮기는, 피멍이 들었는데! …설마 바르간이 이런 거야? 진짜인가 보네?! 미친 거 아니야?! 어떻게 이렇게 될 때까지?읍!”
그녀가 커다랗게 떠들기 시작하자, 알리시아는 빠르게 주변을 살폈고, 에밀리의 입을 막았다.
“정말 괜찮아요…! 다 제가 잘못한 거니까! 제발 조용히… 연구실 근처잖아요!”
알리시아는 겁에 잔뜩 질린 아이처럼 고개를 저었다. 에밀리는 이런 알리시아의 모습도 처음 봤다.
입이 막힌 에밀리는 숨 쉬는 것이 어려웠고, 이를 뒤늦게 알아차린 알리시아가 다급히 손을 뗀다.
에밀리는 콜록거리며 목을 매만진다.
“미, 미안해요 에밀리 씨…! 일부러 그런 건 아니었는데… 아아, 이걸 어떻게 해야….”
알리시아가 허둥지둥하며 에밀리에게 치유 마법을 걸었다. 알리시아는 필사적이었지만, 실질적으로 다치거나 한 건 아니라 효과는 없었다.
푸, 프흡? 에밀리의 몸이 떨린다.
알리시아는 더욱 놀라, 치유 마법의 강도를 높인다.
“아하하하?! 그만, 그만해도 돼 알리시아!”
“예? 하, 하지만…!”
“이 정도로 누가 치유 마법을 걸어. 과잉보호에도 정도가 있지.”
그제야 알리시아는 치유 마법을 거두었다. 에밀리는 웃음 때문에 나온 눈물을 닦으며 말한다.
“아, 정말… 너도 이렇게 당황하고 어수룩한 모습을 보이기도 하는구나. 와, 진짜 신기한 거 봤네.”
“무슨 말씀이신지….”
“항상 빈틈없고 완벽하게 행동하기에 무슨 초인이라도 되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어. 하기야, 바르간이랑 있을 때는 자주 부끄러워했으니까.”
“으으….”
터지다 못해 귀까지 새빨개진 알리시아는 고개를 숙이며 창피함을 감추려 들었다. 에밀리는 새로운 알리시아의 반응이 놀라우면서도 귀여워 웃음이 나왔다.
“이렇게 깜찍하면서 지금까지 어떻게 숨기고 다녔는지 몰라.”
“…놀리지 말아 주세요. 에밀리 씨.”
두 손으로 얼굴을 숨기며, 어쩔 줄을 몰라 하는 알리시아를 보던 에밀리는 놀림을 멈추고 감탄을 이어 갔다.
“와… 예쁜 사람이 애교까지 있으면 이렇게 무서운 거구나. 바르간이 왜 그렇게 알리시아를 다뤘는지 조금은 알 것 같기도… 아, 그래도 이번에는 너무했어. 회복 마법 걸어 줄까?”
알리시아는 고개를 저었고, 침착하려 애썼다.
명문 슈겐하르츠의 시종이 되는 몸이다.
이런 여린 모습을 외부에 보여선 안 된다.
알리시아는 숨을 골랐고 진정할 수 있었다.
“…그동안 그런 방식으로 감춰 왔던 거구나.”
“…….”
“회복 마법은 정말 필요 없어? 오래 갈 거 같은데.”
“…괜찮아요. 도련님을 염려하게 한 저 스스로에 대한 벌로서 남긴 거예요.”
“가뿐히 갸륵한 수준을 뛰어넘은 것 같은데… 아무튼, 알리시아가 그렇게까지 말하는데 할 말은 없지. 알겠어, 그럼….”
잠시 고민하며 대화 주제를 변경하려던 에밀리는 적당한 소재거리를 떠올려 냈다.
“맞다, 과제는 어떻게 할 생각이야?”
아카데미아의 1학기와 2학기에는 한 번씩 산더미 같은 과제 폭탄이 내려지는 시즌이 있다.
이때가 되면 각 과목의 교수들은 개성 넘치는 과제를 내며 이를 평가한다. 물론, 성적에 따라 카티아를 받을 수 있다.
“어떤 과제 말씀이시죠?”
“우리 담당 교수님 것 말이야. 엄청 쉽게 내셨는데, 오히려 너무 쉬워서 고민된단 말이지.”
1반의 담당 교수인 루이사가 낸 과제는 이랬다.
“「죽기 전에 이루고 싶은 걸 명시하시오.」였죠?”
“그래, 그거! 분량도 알아서, 양식도 알아서, 심지어는 용사와 관련되지 않은 주제라니…. 분명 학생마다 답이 다를 텐데 평가 기준은 어떻게 하려고 내신 건지 모르겠어.”
“아직 기간이 있으니까요. 천천히 고민해도 괜찮다고 생각해요.”
“그건 그렇지만, 명확하지 않아서 참… 음?”
연구실로 향하던 두 사람은 걸음을 멈췄다. 전에 있던 좁은 방이 아니라 새롭게 배정받은 넓은 방의 앞이었는데, 들어가지 못하고 주춤거렸다.
엄청난 수의 학생들.
연구회 신입들인가?? 하고 살펴봤지만, 수가 지나치게 많았고, 아는 얼굴도 없었다. 신입 회원들은 아닌 듯하다.
웅성거림이 들린다.
?1학년이 제3 위험군을 잡았다면서?!
?듣자 하니, 약혼녀와 함께 쓰러트렸대!
?아니야. 약혼녀는 당해서 쓰러져 있었고 1학년 수석이 혼자서 죽였다는데?
?지금 그게 중요하냐. 무려 지성체야! 지성체를 잡은 1학년은 지금까지 들어 본 적도 없어!
…….
“확실히 나도 놀랐고, 이슈가 될 거라곤 생각했는데… 우리 말이야.”
“네….”
“여길 어떻게 들어가지?”
***
소문이란 참으로 빠르다.
오늘, 아카데미아는 두 개의 사건으로 뜨거워져 있다.
하나는 내가 중심인 ‘주교, 칼리쿨레아 토벌’.
아침에 아카데미아에 들어가고부터 끈질기게 달라붙는 인파를 떼어 내는 데 고생깨나 했다. 에리카도 마찬가지였다. 나와 그녀는 오전 수업 대신 조사를 받았다.
칼리쿨레아는 어떤 녀석이었는지.
녀석이 그곳에 숨어 있는 걸 알았던 건지.
왜 거기에 간 건지 등.
꼬치꼬치 캐물어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니었다. 물론, 나는 계획했다는 걸 밝히지 않았고, 이들이 보기에도 알고 움직였다기에는 물증도 없었고, 까닭도 없었다. 조사받는 주원인이 그게 아니기도 했고. 무사히 넘어갔다.
아니, 무사히는 아니네.
온종일 사람들의 잡음으로 귀가 어지러우니.
참고로 나와 에리카는 1학기 동안의 외출 금지를 받았다.
다른 하나는 리암과 관련된 사건이다.
기특하게도, 리암은 에밀리 없이 기존의 스토리를 따라 움직여 줬다. 클래스전 이후로 녀석은 조원인 정령술사의 부탁으로 연구회에 들어가 그곳의 비밀을 알게 된다.
그 연구회는 글자를 읽고 쓸 줄 모르는 평민들을 위한다는 걸 명목으로, 내부에선 그들을 착취하고 있었다. 계약서를 작성해 마력을 불어 넣고, 쌍방의 동의를 얻은 인장을 찍었다.
당연히 그 계약은 불평등 계약으로 글자를 모르는 멍청한 녀석들이 칠렐레팔렐레 낚여 들어가, 저당잡힌 것이다.
리암은 이를 알게 되고 암수에서 벗어나 공론화에 성공했다. 이 경험을 통해서 경험치적으로 한층 성장했겠지.
뭐, 나와 시기가 겹쳐 다소 리암의 공론화가 묻히기는 했어도 해결한 건 맞으니 됐다.
지금은 그보다….
『입을 다물고 비켜라.』
복도를 가득 채우고 있던 소음과 학생들은 입을 싹 다물곤 가운데 길을 튼다.
이 장면만 봐도 알 수 있다.
소문에 관심이 많고 가볍게 움직이는 녀석들은 이렇듯, 간단한 저주도 파훼하지 못하는 얼간이들로 가득하다는 걸.
나는 뻥 뚫린 길을 걸어가 연구회의 문을 열고는 들어갔다. 문을 닫을 때 방음과 봉쇄가 철저히 되도록 추가로 마력을 부었다.
문을 닫기 전까지 멍청한 놈들의 눈이 보인다. 마음 같아서는 쓰레기처럼 쓸어 담아 버리고 싶다.
드르륵?.
문을 닫히고 고요가 찾아온다.
내 뒤에서 예순네 개의 눈동자가 바라보고 있음이 느껴진다. 다행히도 선발된 인원인 이들은 인내할 줄을 알았다. 내가 먼저 앞에서 첫마디를 뱉을 때를 기다린다.
나는 그대로 움직였다.
발을 디딜 때마다, 걸음 소리가 방 안에 울려 퍼진다. 일정한 간격으로 격조 있게 울린다.
그리고.
중앙 탁상에 도착하여.
“이렇게 다시 보게 되어 반갑다. 알다시피 나는 아르볼 프루탈의 장, 슈겐하르츠 트로아 바르간이다. 우선 축하한다고 말하도록 하지.”
눈앞에 앉아 있는 선별된 인재들을 보며 미소 지었다.
“너희는 선택받았다.”
***
간단한 연설과 아르볼 프루탈에 대한 이념 설명을 마치고, 우리는 각자의 그룹에 맞게 따로 앉았다.
본래라면 뿌리인 간부들끼리 모이는 게 맞았으나, 오늘은 첫날이라 설명을 해 줄 겸 책임자들도 각자 맡은 그룹에 속했다.
나는 현재 ‘목대’의 인원들과 함께 있다.
“…해서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아르볼 프루탈에 들어오신 이상 정기적으로 할당된 시간과 과업을 채우셔야 합니다. 선배라고 해서 눈감아 주는 일 또한 없습니다. 다른 궁금하신 사항은 있으신지요.”
“우와… 되게 닮았다. 눈매 같은 건 아예 빼다 박았네?”
저기 가까이에서 봐도 돼??와 같은 맹랑한 말과 함께 얼굴을 들이미는 알렉세리아. 뒤에서는 그의 약혼자인 브락키움이 손을 잡고 도로 앉힌다.
행동을 제지당한 알렉세리아는 볼을 빵빵하게 불리며 불만을 표했다.
“왜 그래. 라인이랑 닮아서 자세히 보고 싶었을 뿐인데.”
“가만히 앉아 있어. 지금 건 무례한 행동이다.”
“나는 선배인데?”
“그는 연구회장이다.”
알렉세리아가 고개를 홱 돌리며 착석한다. 일부러 삐진 기색을 강조한다.
믿기지 않겠지만, 저 알렉세리아라는 여성은 재작년 학생회장이며 휴학까지 하다 온 4학년이다.
참고로, ‘라인’은 현 학생회장인 라인카르벤을 부르는 명칭인 듯하다. 그나마 라임이라고 부르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해야 하는 건지 원.
알렉세리아는 금세 기운을 차리고 묻는다. 지나치게 환해서 눈이 멀어 버릴 것 같다.
“처음 들어왔을 때는 반말로 하더니, 여기서는 존칭을 쓰던데 특별한 이유라도 있는 거야?”
“…….”
내가 꺼리는 타입 중 하나다.
왜 쓸 만한 놈들은 하나 같이 머리에 나사가 하나씩 빠져 있는 거지?
“…궁금한 사항이 없다면 이만 간담회를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아, 무시당했어~!”
“…….”
그렇게 목대의 자리에서 벗어나려고 하자, 가만히 듣고만 있던 2학년 프란체스카가 입을 열었다. 그녀의 침전된 눈동자가 나를 향한다.
“…슈겐하르츠 트로아 바르간, 어린 시절부터 그 이름이 왕국에까지 퍼질 정도로 절세의 천재라 칭송받았지.”
“저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으신 모양이군요.”
프란체스카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대화가 원활하게 통할 수 있는 상대라 자리에 앉아 마주한다.
“어떤 게 궁금하신지요.”
“그런 네 행적은 13세를 마지막으로 더는 퍼지지 않았어. 이따금, 아주 가끔 들리는 말은 칭송에서 멀어진 악평에 가까웠지.”
“이 정도의 관심을 받는 줄은 몰랐는데, 영광입니다.”
달그락.
그녀가 찻잔을 든다. 아직 온기가 남아 있는 차를 한 모금 마시고 나선 묻는다.
“그동안 조용히 지내다가 다시 활발하게 움직이는 이유가 뭐지?”
바르간은 13세를 기점으로 완전히 성격이 변해 버린다. 사교계와 세간의 관심을 받던 그는 종적을 감추듯 조용히 살아간다.
여기서 조용히 살아간다는 건, 소문이 나지 않도록 장치해 두며 못된 짓을 하고 살았다는 걸 의미한다.
그가 포트레트가의 시종을 죽였다는 소문도, 마법에 관한 연구를 멈추다시피 했다는 항설도 외부로는 거의 퍼지지 않았다.
그러다, 갑자기 아카데미아에 출현하여 다시 소문을 몰고 다니기 시작한 것이다. 국가가 다르다곤 해도, 귀족계에서 일평생을 살아온 프란체스카는 바르간에 대해 꽤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었다.
“아니면… 그래야 하는 이유라도 생긴 건가.”
차를 마시며, 혼잣말하듯 무심하게 뱉은 그녀의 말은 절반 정도 확신을 담고 있었다.
그녀가 눈을 지그시 돌리며 나를 마주한다.
“…함부로 말씀드리기 어렵지만. 간소하게 말해 보자면.”
나는 눈웃음을 지었다.
누가 봐도 선량한 사람의 눈매임을 자부할 수 있다.
“세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서. 라고 줄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