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illain Bought the Female Lead RAW novel - Chapter (6)
악역이 여주인공을 구입했다-6화(6/350)
“오~! 알리시아 양이 만든 요리라니 놀랍네요! 때깔 좀 봐, 요리 잘하셨군요?”
“아니에요 선생님. 저는 요리사분의 보조만 했을 뿐인걸요.”
“에이, 도와줄 수 있는 게 어디에요. 전 달걀 껍데기도 제대로 못 깐다고요. 항상 으스러져서 부스러기가 남지 뭐예요. 호호호.”
아침부터 파울라의 입이 요란스럽다.
이 고급 여관에선 가만히 있으면 알아서 제때 음식을 차려 주는데 아침 정도라도 도와주고 싶다며 알리시아가 나선 것이 일의 발단.
어지간한 녀석이다.
용사의 재능을 일깨우는 진도가 느리기라도 하면 말렸을 텐데 신통하게도 내가 기대하는 것 이상의 모습을 계속 보이니 지적하기가 뭐하다.
이 정도면 그냥 알리시아의 천성이라고 봐야겠지. 믿기 힘들지만 남을 도와줌으로써 자신의 스트레스 지수가 낮춰지는 걸 수도 있다.
“도련님, 아침부터 단련하셔서 시장하지 않으십니까? 계란이 신선합니다. 한번 맛이라도 보시는 게….”
혹시 제가 만들어서 드시지 않으시는 겁니까? 하고 말하지는 않지만 알리시아의 긴장된 얼굴에 전부 드러난다. 이 정도면 그냥 말로 해도 되지 않을까.
“먹을 것이니 보채지 말아라. 내가 잠시 바라만 보고 있었던 것은 네가 별난 녀석이라고 새삼스레 느꼈기 때문이다.”
“예… 칭찬 감사합니다…?”
“욕이다. 얼간이 녀석아.”
따악⎯!
손가락이 아프다.
“으으….”
“어째 넌 가면 갈수록 돌머리가 되어 가는 것 같구나. 마력에 그런 효능이 있었나.”
“도련님이 하도 때려서 단련되는 거 아니에요? 그러기에 그만 좀 때리시지… 우와, 이게 다 뭐야 브람 씨 이것도 좀 먹어 봐요. 되게 맛나네요.”
나의 시선을 회피하며 또 브람에게 엉겨 붙는 파울라.
내 언젠가 저년의 피까지 다 빨아먹은 날에는, 천한 주둥이를 잘라 잡벌레의 밥으로 던지리라.
“알리시아 양의 고향에서 만들었던 음식들인가요? 독특한 향이 나네요.”
“아… 네. 고향에 자라나던 풀들이 보여서 만들어 봤어요. 맛이 괜찮으신가요?”
“너무 맛있어요. 알리시아 양은 고향에서 유명했겠네요. 예쁜 데다 요리까지 잘하니 남자들이 줄을 섰겠어요.”
“아뇨, 그렇지는….”
알리시아가 멋쩍게 웃으며 눈길과 함께 대답을 피했다. 적어도 내가 보기에는 그렇게 보였다.
그러나 파울라는 그런 낌새를 눈치챌 정도로 예리하지 않다.
“알리시아 양의 고향 이야기 좀 해 주세요. 과거 이야기라도 좋고요. 우리 앞으로 오래 볼 사인데 서로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잖아요?”
“아… 네… 고향 말이죠….”
“제가 뭔가 건드려선 안 될 걸 건드렸나요…?”
이쯤 되자 아무리 파울라라도 알리시아의 반응이 평소와 다르다는 것을 눈치챌 수 있었다.
알리시아는 난처하다는 기색을 표하며 손가락을 꼼지락거린다. 파울라는 이대로라면 어색한 분위기가 길어질 것 같아 다시 입을 열었다.
“갑자기 생각났는데, 저 도련님한테 궁금한 거 있어요. 저택에 있을 때에는 몰랐는데, 며칠 함께 있다 보니까 눈치챈 거 있죠?”
천연덕스럽게 말을 이어 가는 파울라. 무시할 수도 있으나, 이번 한 번은 너그러운 귀족의 태도로 넘어가 주도록 하자.
“뭘 말이냐.”
“도련님 잠은 주무세요? 마나 다룰 때 말고는 눈을 오랫동안 감고 있는 거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요. 마법에 관한 서적을 읽거나 마나를 단련하시는 건 자주 봤어도.”
“아, 저도 궁금합니다.”
“알리시아 양도 그래요? 아니, 항상 붙어 있는 사람도 그렇게 말할 정도면 심각한 거 아니에요?”
저건 걱정돼서 말하는 사람의 태도가 아니다. 그냥 순수한 호기심으로 묻는 것이지.
그나저나, 질문의 수준이 낮다. 나는 뭐 인간이 아닌가. 당연히 숙면을 취하고 휴식도 취한다. 그러지 않고서는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자 알리시아가 추가로 말을 덧붙였다. 파울라와는 달리 조심스럽고 결이 미묘하게 달랐다.
“…확실히 도련님께서 잠을 제대로 주무시고 계시는지 걱정될 정도로 항상 무언가에 열중하고 계십니다. 노력은 미덕이지만, 혹여나 무리가 되어 몸이 상하시지는 않을까 걱정됩니다.”
“내가 무리를?”
“그렇습니다. 항상 잠이 부족할 정로도 무언가에 매진하고 계시지 않습니까…?”
내가 이상하다는 눈으로 보자 알리시아의 목소리가 잦아들며 자신이 이상한 말을 했는지 되새기기 시작한다.
“무슨 헛소리는 하는 것이냐. 나는 그토록 얼간이가 아니다.”
“예…? 하, 하지만 가장 일찍 일어나시고 뒤늦게 주무시는 분은 도련님….”
“그건 너희가 너무 많이 쉬는 것이지.”
“…그 부분은 저도 도련님을 본받도록 하겠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것도 전부, 도련님께서 누구보다도 열심히 살고 계신다는 방증이 아니겠습니까?”
얘는 아까부터 무슨 말을 하는 거야.
“그 정도도 안 하면 그게 죽어 있는 것과 무엇이 다르단 말이냐.”
순간, 정적이 흐른다.
창 밖에 조잘거리는 새의 울음소리가 들릴 정도로 고요해진다.
경직되어 있던 이들 중 먼저 입을 연 것은 파울라였다.
“와… 도련님 지금 발언 진심이신 거예요? 방금 그 한마디로 이 자리는 물론이고, 전 세계에 있는 대부분의 사람을 죽이신 거나 마찬가지이신 거라고요.”
“한심한 것들 같으니라고. 이 정도도 하지 않고 무언가를 얻기를 바란다면 그건 욕심이라 부르기에도 아깝다.”
“예…? 그럼 뭔가요?”
영문을 모르겠다는 파울라에게 말한다.
“그건 망상이다, 망상.”
절대로 이루어질 일 없는, 아무런 가치도, 희망도 없이 쓸모없는 망상.
자판기에 500원짜리 동전을 하나만을 넣고서는 1,000원짜리 음료가 나오지 않는다고 성을 내며 발길질을 하는 것처럼 어이없는 것.
소설 속이라고 해서, 내 입장이 상당히 유리하다고 해서 절대로 방심해서는 안 된다. 경과가 어쨌든 결국 난 이 세계의 주민으로 살 것이고 그렇다는 말은 이곳이 나의 세상이다.
단언해서 말하자면, 세상만사는 생각대로만 흘러가지 않는다. 아무리 뛰어난 재능, 좋은 환경을 가지고 있다 한들 언제나 순식간에 재로 변할 수 있다.
천재적인 재능을 가지고 태어난 자도 그 재능을 발견하지 못했으면 범인과 다를 바 없다. 좋은 환경에서 태어난 자라 할지라도 그것을 활용하지 못한다면 의미가 없다.
나는 그 사실을 알고 있으며 그러한 사고를 바탕으로 목적을 성취하기 위해 움직인다.
내 목표는 이 소설 세계에서 잘 먹고 잘 사는 것. 그 문장에는 사실 숨어진 단어가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누구보다.
누구보다 잘 먹고 잘 사는 것. 그게 내 도착 지점이다. 그렇다면 그게 1만 원짜리 음료라고 가정했을 때, 당연히 1만 원의 비용을 투자해야 나오지 않겠는가. 500원을 넣고 가만히 바라만 보고 있는 것은 노력하지 않은 것과 다름이 없다. 차라리 그 돈으로 다른 음료를 사 먹지.
따라서 이건 무리하는 것이 아니다. 무리란 1만 원짜리 음료에 1만 2천 원을 투자하는 것과 같은 일이니까. 심지어 잔돈도 안 나오는 자판기에 말이다.
난 효율을 굉장히 중요시하는 사람이다. 과한 노력은 나에게 있어 독과 같다.
“뭔가… 도련님이 생각보다 더욱 특이하신 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거 같아요… 원래는 이렇게까지 독특하시진 않았던 것 같은데.”
그야 그것은 내가 빙의되기 전의 바르간이니까. 그의 사고가 이어진다 한들, 당연히 차이야 있을 수밖에 없다.
“선생, 제자의 목표가 큰 것은 좋은 일이지 않나.”
“그렇죠… 으음. 하긴, 그러네요. 훗날 도련님의 명성이 세상에 알려지면 저의 입지도 높아지는 것이니까요. 호호호.”
“그래, 그런 것이다. 자, 잡담은 이쯤 하고 빨리 아침을 마치자. 아직 목적지 마을에 도착하려면 갈 길이 머니 서둘러야 한다.”
“알겠습니다, 도련님.”
***
쇄액⎯!
한번 갈라진 파공음은 맥을 멈추지 않고 이어진다. 물이 흘러가듯 부드럽고도 자연스럽게.
달이 비추는 하늘을 조명 삼아. 바닥에 깔린 돌들을 무대 삼아.
멀리서 보면 춤사위 같기도 한 그것은 아름다웠지만 무척이나 날카로웠다.
캉, 캉!
철과 철이 부딪치는 경쾌한 소리가 연이어 들린다. 서로 갈고닦은 실력을 제대로 뽐내고 있다. 둘 사이에 살의는 없지만, 한 치의 양보가 없는 치열한 공방이 이어진다.
둘 중 한 명이라도 삐끗한다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 가검이 아닌 날이 번쩍거리는 진검승부다. 둘도 그런 위험은 진작에 알고 있다.
그그극⎯!
그럼에도 검을 맞대고 있는 둘의 눈은 상대를 잡아먹을 것처럼 맹렬했으며 날카로웠다. 잘못해서 무기에 베일 걱정 따위는 안중에도 없어 보인다.
이윽고.
캐앵⎯⎯!
상대의 손목에 힘이 풀린 틈을 놓치지 않은 브람은 알리시아의 검을 위로 쳐 내, 날려 버렸다. 그녀의 검이 달빛에 반사되며 공중에서 몇 바퀴를 돌더니 곧 땅으로 떨어지게 된다.
오, 감탄이로다. 역시 브람, 내 충신답구나.
짝짝.
나는 박수를 치면서 앞으로 나섰다.
“훌륭하다 브람. 너의 검술은 가히 예술이라고 부를 만하구나.”
“감사합니다.”
“알리시아도 수고했다. 고작 며칠 만에 그 정도의 성취라면 훗날이 기대되는구나.”
“감사합니다, 도련님. 아직은 미숙하나 이른 시일 내에 만족하실 만한 결과를 보여 드리겠습니다.”
알리시아와 브람이 내 앞에 나란하게 한쪽 무릎을 꿇은 채로 고개를 숙여 예를 표한다.
문화의 도시 로즈에서 나온 지 이틀째 되는 날. 알리시아가 검에 입문한 지 나흘째의 밤이다. 그녀의 말대로 아직은 미숙한 부분이 많이 있다. 내가 검에 일가견이 있다 자부할 수는 없는 몸이지만 그 정도는 알 수 있다.
하지만 놀라울 정도의 습득력을 보이는 것은 확실하다. 그녀의 마검사로서의 재능이 힘찬 태동을 시작했다.
그래, 일반적인 검술은 확인했고. 나머지는.
“알리시아, 오러의 진척 상황은 어떠하냐.”
“그것이… 죄송합니다. 검에 마력을 흘려보내어 두르는 데까지는 성공하였으나, 유지에는 난항을 겪고 있습니다.”
알라시아가 면목이 없다는 듯 안 그래도 깊게 숙여 있던 머리를 더욱 바닥에 가까이한다. 괜찮다 알리시아. 오러를 벌써 온전히 다루었다면 오히려 내가 너를 의심했을 것이다.
“오러란 지금까지 네가 했던 마법과는 완전히 상이한 난도다. 그리 염려할 필요 없다.”
“저를 생각해 주신 말씀… 감사합니다.”
“그딴 게 아니다.”
알리시아는 유독 입에 발린 말을 할 때 진실 된 표정을 보인다. 그래서 거북하다. 왜 자꾸 나를 그렇게 선한 사람으로 몰아가는 거야. 속 울렁거리게.
“하지만… 목적지인 루비드 마을에 도착할 적에는 거의 완성된 것이 이상적이다. 좀 더 박차를 가할 필요는 있지.”
“반드시 이뤄 내겠습니다.”
“그럼 우선, 오늘부터 수면 시간을 줄여야 하겠구나.”
체내의 마력을 항상 활성화시켜 둔 채, 불순물을 제거하고 활력을 부여한다면 필요한 수면 시간이 비약적으로 감소한다. 이 이상은 사치다.
“네, 최소한의 수면 시간을….”
“4시간.”
“예…?”
처음이라 많이 봐줘서 4시간이다. 이 소설에 들어오기 전에도 난 하루의 4시간에서 5시간을 수면으로 사용했으니까. 이 정도면 무척이나 후하지.
“점차 줄여 나갈 것이나 우선 그 정도면 될 것이다.”
“점차 줄여 나간다 하시면 참고로 몇 시간까지 줄어드는지 여쭈어도 괜찮겠습니까…?”
“2시간.”
“아….”
알리시아가 상당히 여러 가지의 감정이 섞인 듯한 감탄사를 뱉었다. 고개는 끄덕이고 있지만 마지못해 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벌써 시간을 꽤 써 버렸군. 휴식은 끝났다. 어서 마나를 뽑아내라, 알리시아.”
알리시아의 수련은 밤이 찾아와도 끝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