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illain Bought the Female Lead RAW novel - Chapter (67)
악역이 여주인공을 구입했다-67화(67/350)
아카데미아에도 주말이 있다.
일주일에 하루는, 안식일이라 하여 아무런 수업도 진행되지 않는다.
대부분의 학생은 이 황금 같은 휴일을 통해 평소 부족한 잠을 채우거나, 동기들과 놀러 간다거나, 온전히 공부에 전념하거나 한다.
현실 세계에서와 마찬가지라는 이야기이다.
그리고 나는, 꼭두새벽에 일어나 현재 3시간째 방 안에서 나만의 시간을 마음껏 탐닉하는 중이었다.
모처럼 아무런 제한을 받지 않고 시간을 쓸 수 있는 날이다. 이런 날 시간을 ‘제대로’ 쓰지 않으면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즈으응?!
아무런 이물질이 존재하지 않도록 순수한 마력을 뽑아내어 그 형체를 구체화한다. 지름 1m의 구체. 손을 가져다 대 내부를 조정한다.
이대로 가만히 두면 구체는 오래 지속되지 못하고 공기 중으로 확산하여 버릴 것이다.
마력과 마력의 입자 사이에 특수한 인력을 발동하도록 설정하고, 현재 큰 무리 없이 할 수 있는 최대치까지 거리를 줄여 구체를 축소화시킨다.
식의 변형에 구체의 크기가 점차 줄어든다. 강도와 경도는 높아지고, 표면은 더욱 매끄럽게 변한다.
그렇게 완성된, 조금의 굴곡도 없는 완벽한 구슬. 지름 5cm의 구슬은 유리로 만들어진 것처럼 책상에 올리자 고유의 소리를 데구르르 굴러간다.
그 구슬이 멋대로 움직이지 않도록 잡아 조심스레 옮긴다.
미리 만든 구슬 네 개가 일렬로 책상 위에 서 있다. 따닥따닥 붙어 각자가 책상 위에 올려 있는 게 아니다. 그래프로 따지면, x축이 아니라, y축을 따라 선을 그리는 모양새이다.
구슬 탑 위에 새롭게 만든 구슬 올리기를 시도한다. 아주 조심스럽고 섬세하게.
누가 보면 그저 놀면서 시간을 때운다고 착각하기 쉬우나, 나는 지금 최대한의 집중력을 발휘하며 효과적으로 마력을 단련하는 중이었다.
헤일리온이 준 유물로 인해 마력의 출력과 세기를 조절하는 게 상당히 난해하며 소모가 심하다.
그런 몸뚱이로 이토록 순수한 마력의 결정을 만드는 것만 하더라도 쉬운 일이 아닌데, 그걸 압축시켜 고체화를 통해 형태의 유지. 심지어는 표면에서 빛이 날 정도로 완벽한 형태의 구슬을 만든다.
자랑하는 건 아니지만, 아니 자랑이지만.
유물의 통제를 당하는 상태에서, 여기까지만 하더라도 어지간히 이름난 이들조차 마력 회로가 과열되어 어지럼증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나는 거기에서 멈추지 않았다. 아주 조금이라도 어긋나거나, 불안정한 구슬을 올리거나 하면 곧바로 무너질 이 구슬을 탑을 천천히 쌓아 올리고 있다.
내가 만든 이 마력의 구슬은 순수한 마력의 결정체이며 다른 어떠한 성향도 섞여 있지 않다.
따라서, 다른 마력의 결정체와 부딪힐 경우, 별도의 조처를 하지 않는 이상 유지되고 있던 식이 충돌하게 되고 혼합되어 새로운 형태가 만들어지거나 튕겨 나간다.
쉽게 말하면 뭉개지거나 무너지거나 한다는 말이다.
비교한다는 거 자체가 웃긴 일이긴 하지만, 일반적인 구슬 위에 다른 구슬 올리는 일보다 몇십 배… 아니, 마력을 다루는 점을 고려하면 몇백 배는 어려운 기술이다.
“……!”
지금.
나는 드디어 5번째 구슬을 위에 올리는 데 성공했다.
역사적인 순간이다.
처음 이 단련을 시작했을 때는 지름 5cm의 구슬로 4개까지가 최대치였거늘. 지금은 이렇게 발전하여 무려 5개를…!
“아.”
데구르르.
옥구슬 굴러가는 소리와 함께 공든 탑은 무너지고. 구슬은 각자의 갈 길을 떠나 책상 위를 배회한다.
이렇게 허무하게 무너져 버린 구슬 탑의 역사를 돌이키며 나는 한탄의 숨을 뱉었다.
“후우….”
짧은 영광의 순간에 대한 애달픔의 표현이다. 결코 빡쳤(?)다거나 하는 치졸한 악감정이 아니라.
“…….”
나는 미간을 짚은 채 잠깐의 애도를 마치고 곧바로 새로운 구슬을 만들기 위한 마력을 뽑아냈다.
구슬을 만들어 내는 것도 엄연한 단련의 일부이므로, 한번 만들어 내어 사용한 구슬은 파기한다.
지금은 1m의 구체를 5cm로 압축시키는 선에서 과정을 이어 가고 있으나, 나중에는 좀 더 작은 구체로 더욱 작은 구슬을 만들어야 한다.
밀도가 낮으면 낮을수록 안정적인 형태를 유지하기 힘들기 때문에 심화 버전인 셈이다.
또다시 완성된 순수 마력의 구슬.
나는 조금 전에 했던 과정을 반복하며 방 안에서 황금 같은 휴일을 보냈다. 현 상태에서 마나 총량을 확대하는 최고의 방법으로.
“아….”
데구르르.
참으로 유익한 시간이 아닐 수 없다.
***
똑똑.
알리시아는 바르간의 방문 앞에 서서 문을 두드렸다.
“도련님, 알리시아입니다. 들어가도 괜찮겠습니까?”
문 너머에서 답신이 오질 않는다.
알리시아는 고개를 갸웃하며 한 번 더 문을 두드리며 물었다. 그러나, 여전히 아무런 소리도 되돌아오지 않는다.
“으음….”
특정하게 지시된 날이 아니고서야, 항상 같은 시각에 방문하여 검사받던 그녀였기에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다.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던 그녀는 다시 한번 노크를 하며 살며시 손잡이를 돌렸다.
전에 한번, 이런 경우가 발생하면 문이 열렸는지를 확인하고 열려 있다면 들어오고, 닫혀 있다면 돌아가라고 들었던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손잡이가 돌아간다.
들어가도 된다는 의미였다.
“실례하겠습니다….”
어둑한 방의 기운이 틈새에서부터 새어 나온다. 그의 방은 아무런 불도 켜지지 않은 채 어둠만이 가득했다.
“어…?”
알리시아는 바닥에 둥그스름한 무언가가 사방에 널려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어둠만으로 가득한 줄 알았던 그 공간은 빛이 바랜 구슬 천지였다.
한눈에 다 담기지 않을 정도로 수가 상당하다.
항상 깔끔하고 깨끗하게 정돈되어 있던 바르간의 방이다.
이상 상황임을 느낀 알리시아는 구슬 사이사이로 지나가며 바르간을 찾았다.
그는 넓은 책상에 우두커니 앉아 있었다.
“도련님…!”
바르간을 발견하자, 자기도 모르게 미소를 보인 알리시아는 천천히 그에게 다가갔다.
자세히 보니, 그의 책상에는 바닥에 깔린 구슬들과 같은 형태의 무언가가 하나같이 꼿꼿이 서 있었다.
그 형태는 실로 완벽하여.
일체의 미동도 없었다.
“도련님… 이게….”
바로 옆까지 그녀가 오고 나서야, 바르간은 고개를 돌렸다. 그의 눈은 깊게 파여 있었으며, 평소보다 이지적이었다.
“아, 벌써 시간이 그리되었나.”
알리시아가 오고 나서야 바르간의 시간이 흘러가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녀는 그와 책상에 올려 있는 어떤 것을 반복해서 보았고 바르간은 설명해 준다.
“내가 쌓아 올린 ‘구체 5층 마탑’들이다. 겨우 안정적으로 대량생산하는 게 가능하게 되었지.”
5층으로 된 구슬의 탑이 그의 책상 위에 한가득하다. 모든 구체의 크기며 색이 일관되었으며, 어떻게 저렇게 서 있는지 의문이 들 정도로 반듯하게 서 있다.
“도련님, 설마 오늘 온종일 이걸….”
“알리시아, 검사받기 전에 말이다.”
가볍게 몸을 풀던 바르간은 말한다.
“방 청소부터 하자꾸나.”
그가 만든 구슬들은 견고하여 쉽게 승화되지 않았다.
***
알리시아는 신속히 방의 불을 켜며 청소를 시작했고, 그녀의 바쁜 손놀림으로 잔뜩 어질러져 있던 방은 순식간에 원래의 모습을 되찾을 수 있었다.
나는 의자에 앉으며 알리시아를 바라본다. 오늘은 최대치까지 마력을 쥐어짜 내서 그녀에게 무언가를 전수해 줄 순 없다. 마력 회로가 잔뜩 뜨거워져 더 건드리게 되면 이상이 발생할 수 있다.
흠… 오늘은 말 그대로 정말 성장을 검사하거나 이론을 전하는 것 정도로 하자.
아, 그 전에 확인해야 하는 게 있지.
“알리시아, 과제는 전부 했느냐.”
“예, 전부 완료하였습니다. 어떤 과목이든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결과를 냈다고 자부합니다.”
“오, 그래. 그럼 되었다.”
이 정도까지 말하는 걸 보면, 정말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아부었을 터이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알리시아의 일이니.
이제 과제 시즌도 끝이 나는구나.
1학기에 발생하는 대부분의 사건이 완료되어 가고 있다.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줄거리의 감회에 젖어 가고 있자, 돌연 루이사의 과제가 생각났다. 주제가 분명… 죽기 전에 이루고 싶은 것을 명시하시오. 이거였는데.
그녀가 어떤 답을 어떤 방식으로 적었는지 궁금증이 솟았다.
“루이사의 과제에는 뭐라 답을 했지?”
“…….”
알리시아가 눈을 끔뻑거리며 그 입술을 벌렸다 오물거리기를 반복한다.
“명시라 하였으니… 활자의 나열만을 의미하는 건 아니었다. 마법을 사용해서 무언가를 형상화해도 되고, 아니면 남들이 따라 할 수 없는 기상천외한 방법을 써도 괜찮았지.”
자유도가 매우 높은 과제였으니.
“아, 맞습니다.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는… 그런 과제….”
알리시아의 반응이 묘하다.
내 눈을 피하려 들고, 모아 있는 손가락을 꼼지락거린다. 저건, 무언가를 숨기려 하는 알리시아의 대표적인 특징이다.
최선의 결과를 냈다고 자부한다고 말했으면서 루이사의 과제는 대충 넘어간 건가?
…그러지는 않았을 거 같은데.
“알리시아.”
“아… 예! 도련님.”
“나는 아직 너의 답을 듣지 못했다.”
왜 이러는 거야?
주제를 이상한 걸 잡은 건가. 남들에게 말하긴 힘든 그런 거. 나한테까지 말하기 힘든 걸 적었단 말인가?
미간을 좁히기 시작하자, 내 심기가 나빠지고 있는 걸 알아차린 알리시아는 더욱 당황해하며 난색을 표한다.
그러나, 어차피 숨길 수 없다는 걸 인지했는지 입을 열었다.
“그, 그것이….”
“그것이?”
“그것이….”
“…….”
“아…!”
알리시아가 고개를 내리며 얼굴을 감추려 들기에 손을 확 잡아끌었다. 아무리 끝까지 머리를 내린다고 해도 표정을 숨길 수 없다.
그녀는 잔뜩 붉어진 얼굴로 진실을 뱉어 낸다. 갑작스레 그녀를 끄는 데 놀라 터져 나온 것처럼 여겨진다.
자, 죽기 전에 이루고 싶은 것. 알리시아, 너는 그 답으로 무얼 명시했지?
“가, ‘가족’을…!!”
그녀는 두 눈을 질끈 감으며 말을 이었다.
“제가 꿈꾸는 가족의 모습을… 환각으로 담아 제출했습니다….”
아, 가족… 가족이라.
잡고 있던 그녀의 손을 놓고, 깊은 상념에 잠겼다. 그래, 그녀라면 충분히 적을 답이다.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로 인해 가족에 대한 결핍이 상당하니까. 그래, 그럴 수 있어….
알리시아는 내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자, 힐끔힐끔 눈을 올리며 나를 살폈다.
나는 눈을 지그시 감으며 낮게 말한다.
“알리시아.”
“예, 예 도련님…!”
“당분간 검사는 하지 않겠다. 밤중에 찾아올 필요 없다.”
“…예?”
나는 긴 한숨을 내쉬었다.
“아침에 마중을 나오지 않아도 된다. 너는 편하게 네 할 일을 하면 되는 게다.”
“…도련님? 어찌하여… 아, 아아…! 도, 도련님 결코 그런 의미가 아니오라…!!”
고개를 저으며 그녀의 말을 끊어 낸다.
“오늘도 이만하면 되었다. 그만 돌아가거라.”
“도련님 정말 오해이십니다…! 저는 단지…!!”
“참, 난처하게 되었군. 에리카에게는 뭐라고 말을 해야….”
그렇게 한동안 알리시아를 놀리며 오늘 쌓인 스트레스를 풀었다. 최근에 느끼는 건데, 어쩌면 이게 내 일종의 취미 생활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적어도 머리를 가볍게 하는 데에는 효과가 괜찮다.
만약 알리시아 같은 시종을 두고 있다면 적극적으로 추천하는 바이다.
***
같은 시각, 아카데미아 내부에 위치한 연무장.
다양한 형태의 허수아비와 인공 구조물이 배치되어 있는 이곳에서는 늦은 밤이라는 사실을 잊었는지 단련에 매진하고 있는 소수의 학생들이 있다.
“하하하! 좋구나, 좋아! 지치지 않고 임하는 단련이야말로 강함의 원천! 아주 훌륭한 끈기다 벨!”
“아, 아파요! 진짜 이러다 멍들어요! 멍든다니까요! 그리고 목소리 좀 제발 줄이세요. 다른 사람들한테 민폐예요!”
3반의 학생인 레온과 벨도 그중 일부였는데, 벨은 레온의 솥뚜껑 같은 손에 몰매를 당하고 있었다.
레온은 뭐가 그렇게 좋은 건지 웃어 대기 바쁘다.
피로에 지친 벨의 눈매에서 글썽글썽 눈물이 올라왔다.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 자신의 모습은 너무나 불쌍했기 때문이다.
“애초에 저는 이런 늦은 시간까지 몸을 혹사하고 싶지 않은데, 왜 매번 저를 방에서 끄집어내서는 강제로 훈련을 시키시는 건데요! 제발 저 좀 방으로 돌려보내 주세요!”
벨은 진정성을 가득 담아 오열하듯 말했다.
하지만, 이는 레온에게 닿지 못한다.
“벨! 네 진심은 이미 충분히 알고 있다! 이렇게 약한 모습을 보이는 건 네가 쑥스러워하기 때문이지! 그 쑥스러움조차 단련으로 극복해 보자꾸나!”
“아, 진짜…! 누가 이 사람 좀 말려 줘!”
“하하하??!”
그렇게 한참을 웃어 대던 레온은 시야 한편에 보이는 남자에게 시선을 돌렸다.
묵묵히 검을 휘두르고 있는 한 남자가 있다.
그는 최근 연무장에 가장 일찍 도착해 가장 늦게 나가는 인물이었다.
?탁!
그는 조금의 휴식도 없이 검을 움직인다.
기계가 된 것처럼 오러를 두른 검으로 허수아비를 노린다.
?탁!
“흠….”
레온은 그 남자를 바라보며 턱을 매만졌다. 훈련에 미쳐 사는 레온이었지만, 그는 정도가 지나치다. 몸을 혹사시키며 치유 마법으로 그 명맥을 이어 나가려 든다.
?탁!
지나치게 약해서 꺼질 듯한 오러의 빛이 허수아비와 부딪힌다.
벨은 레온이 다른 대상에 관심을 돌렸다는 걸 알아차리고 마찬가지로 그의 고개를 따른다.
허수아비와 씨름을 하고 있는 인물은 1반의 학생인 토이렌 트로아 핀이다.
“음!”
레온은 고민을 마쳤다.
“…이번엔 또 뭐 하시려고요?”
클래스전을 통해서 레온에 대한 믿음이 완전히 사라진 벨은 그가 어떤 행동을 하든지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레온은 호방하게 대답한다.
“벨! 합동 훈련이다.”
“아, 진짜 고막 터질 거 같네. …네? 잠시만요. 갑자기 합동 훈련이라뇨 그게 무슨….”
“너와 자웅을 겨룰 상대를 찾았다!”
레온은 성큼성큼 핀을 향해 걸어간다.
뭔가 귀찮은 일이 벌어질 것을 감지한 벨은 그를 막으려 하다가 그만두었다. 이미 정한 건 끝까지 밀어붙이는 사람이다. 아무리 잡고 막아도 돌진하겠지.
“하아… 제발 좀 자게 내버려 둬 주세요.”
벨은 탄식의 한숨을 뱉으면서도 레온의 뒤를 따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