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illain Bought the Female Lead RAW novel - Chapter (75)
악역이 여주인공을 구입했다-75화(75/350)
콰각??!
레온의 주먹에 둘린 두꺼운 오러가 핀의 복부를 감싸고 있는 얇은 오러의 막을 그대로 뚫곤 복부를 강타했다.
커헉! 핀은 위액을 뱉어 버렸다. 동공은 확대되고 온몸의 힘이 빠진다.
그럴수록 탈출해 버릴 것 같은 정신을 더욱 꽉 잡는다. 이번에야말로 강력한 유효타를…!
핀은 순간적으로 목검을 잡는 방법을 내리찍는 형태로 바꾸었고 그대로 레온의 팔목을 노린다.
그러나.
퍼억?!
레온의 돌려차기로 안면을 강타당했고 핀은 연무장의 벽에 부딪혀서야 간신히 공중에서 떨어졌다.
딸꾹질하듯 올라온 숨에서 피가 섞여 나왔다. 모르는 사람이 봤을 적에는 단련을 위한 결투가 아닌, 생사결을 치르고 있는 듯하다.
“오, 또 일어나는구나. 대단하다. 핀!”
문제는 그 목숨을 건 승부는 핀 혼자서 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허벅지, 다리, 팔, 얼굴… 핀의 몸은 멍이나 상처로 얼룩져 있다.
부족한 숨을 거칠게 들이마시는데 바쁜 몸뚱이는 더는 움직이고 싶어 하지 않는다.
“다시 한번… 부탁드리겠습니다.”
“음! 심금을 울리는 좋은 말이다.”
그러나 핀은 강제로라도 몸을 일으켜 레온의 단련을 이어 갔다.
레온은 만족한다는 듯 고개를 한 번 끄덕이더니 곧바로 돌진해 가차 없는 주먹을 복부에 꽂았다.
핀은 흔들리는 눈동자를 치켜세우며 이를 읽어 보려 했지만 역부족.
극도의 경도와 강도를 자랑하는 레온의 오러가 다시금 핀의 몸에 지독한 통증을 안겨 준다.
“우읍…!”
주먹을 날린 레온이 몇 걸음 뒤로 빠지며 핀의 상태를 살피자, 핀은 자기 입을 가리며 무언가를 급하게 막으려 했고 실패했다.
핀의 입에서 피와 함께 토사물이 쏟아져 나왔다.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피해가 누적되자 그의 위가 내부에 있는 모든 걸 방출해 버린 것이다.
그 모습을 본 레온은 조금 전과 마찬가지로 고개를 끄덕였고, 주변에서 본인들의 결투를 지켜보던 가지의 멤버 중 아무나 한 명을 짚어 불렀다.
핀의 뒤처리를 부탁한다며 사실상의 종료를 알렸다.
“살살 좀 하지 그래요. 그가 심각할 정도로 무리 중인 건 아시잖아요. 이대로 계속 훈련을 이어 가면 죽을 수도 있어요.”
가지의 멤버와 함께 핀의 뒤처리를 도와주는 벨.
그는 누가 시킨 것도 아니건만, 자진하여 핀이 쏟아 낸 토사물을 걸레로 닦고는 핀을 부축해 일어나도록 도왔다.
그 말을 들은 레온은 가만히 핀을 바라보았다. 위풍당당하게 두 손을 허리춤에 댄 채 핀의 대답을 기다린다.
핀의 부들부들 떨리는 입술에서 여리지만 굳은 의지가 새어 나온다.
“잠시만요… 전… 아직 더 할 수 있어요.”
“말도 안 되는 억지 좀 그만 부려! 네 몸 상태가 어떤 줄 알고서 하는 말이야?”
몇 주 전부터 핀과 함께 훈련해 온 벨은, 그가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얼마나 스스로를 극한으로 몰아넣는지 지켜봤다.
핀은 미쳤다.
제정신이 아니다.
아무리 용사가 되기 위해 단련된 몸이라고 해도 생명체에겐 한계라는 게 있다.
핀은 매일같이 그 선을 넘으며, 단련을 가장한 고문을 자기 자신에게 주고 있다.
심신의 평화와 안정, 이를 위한 계획이 가장 우선인 벨에게 있어 핀의 행동거지는 이해하기 힘든 범주였다.
“이미 짧은 시간 동안 충분할 정도로 빠르게 성장했잖아. 대체 얼마나 더 욕심을 내려는 거야?”
헤일리온이라는 위대한 용사가 준 유물을 통해 핀은 빠르게 성장했다. 그전에는 벨의 상대가 되지 않았지만, 고작 3주간의 기간이 지나고 대등한 대결을 벌일 정도가 되었다.
벨은 스스로의 무력에 대해 자신이 있거나 하지는 않았으며, 실제로 아카데미아에서 평균 정도를 간신히 맴도는 수준이었으나 핀의 입학 성적을 고려하면 믿기 어려울 정도의 발전이었다.
“아직… 아직… 멀었습니다. 이 정도로는… 이 정도로는… 될 수 없습니다.”
핀의 귀에 벨의 음성은 들리지 않았다.
그의 눈동자는 바로 앞에 서 있는 레온, 그 이상을 바라보며 주변으로는 시선을 돌리지 않는다.
핀의 목울대에서 지독한 간절함을 머금은 문장이 나온다.
그의 눈은 시력을 잃은 사람처럼 보일지언정 초점은 또렷하게 목표를 직시했다.
“저는… 인류를 수호하는 용사가 되고 싶습니다.”
레온은 흡족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호방하게 소리 내어 웃었다.
하하하하?! 그의 웃음소리가 얼마나 쩌렁쩌렁한지 연무장에서 단련하던 모든 사람의 주목을 단번에 받을 수 있었다.
항상 큰 목청을 울리던 그였으나, 이번에는 그 세기가 더욱 대단했다.
“핀! 너는 반드시 강한 용사가 될 거다. 이 내가 장담하지!”
쿵?. 레온은 주먹으로 자신의 가슴을 강하게 쳐 보였다. 오러를 두르지도, 마나를 담지도 않은 평범한 주먹이 대기를 진동시킨다.
오셀 반테올로 레온.
그는 자신의 이름을 걸고 핀의 성취를 확언한다.
“너라면 교회에 들어가서도 용사랭킹 10위 안에 안착할 수 있다!”
호언장담하는 레온.
그 이름과 숫자가 짓누르는 거대한 질량과 무게를 알기에 옆에서 바라보던 벨은 눈을 끔뻑거렸다.
솔직히 말해, 핀은 이대로 꾸역꾸역 강해져야만 간신히 용사가 될까 말까 한 수준이다.
그런 그를 보고 용사랭킹 10위권 안에 들어간다고 말한다고?
오랜 시간 동안, 헤일리온을 제외하면 천재라고 불렸던 신인 중 아무도 그 자리에 이름조차 내밀지 못하고 있다. 아무리 힘을 주고 싶어도 너무 허황한 미래를 심어 주는 건 아닌가.
지나치게 현실성 없는 목표는 오히려 역효과….
아.
아니다.
저 확고한 눈을 보면 알 수 있다.
레온은 희망을 심어 주기 위해 이런 말을 하는 게 아니다. …그래, 맞아. 레온이라는 사람은 이런 사람이었지.
“바르간도 너를 믿고 있기에 헤일리온 님의 멘티로 너를 뽑은 게 아니더냐! 하하하?!!”
그는 진심으로.
끈질긴 노력은 재능을 뛰어넘을 수 있다.
이렇게 확신하고 있다.
“다시 한번…. 대련을 부탁드리겠습니다.”
“음! 몇 번이라도 상관없다. 밤을 새워 불태워 보자.”
하하….
아마 진짜로 잠도 안 자고 대련을 이어 가겠지.
참 대단한 사람들이다.
벨은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벨! 너도 들어와라!”
“예?! 저, 저도요? 아… 네… 뭐 그렇게까지 말씀하시면 어쩔 수 없죠.”
연무장의 불은 깊은 밤이 찾아와도 꺼지지 않는다.
***
최근, 알리시아의 검사와 내 훈련을 마치면 매일같이 고대 드래곤의 뼈가 안비되어 있는 고분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프란체스카와 고대 드래곤에 관한 술식을 연구하며 도와주기 위해서이다.
여기에는 원작을 기반으로 한 이유가 있다.
사령술사 프란체스카.
본래의 줄거리에서 고대 드래곤을 어중간하게 부활시켜 이를 복종하게 하지 못하고, 되레 본인의 해골 군세마저 빼앗긴 그녀.
주인공인 리암과 그 일행의 힘으로 이들을 무력화시키려 하지만, 끝도 없는 드래곤의 마력에 병사들은 잠들지 않고 사람들을 공격한다.
축제는 유일하게 용사와 관련 없는 외부인들도 참여하는 자리.
대부분의 교수와 재학생 들은 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정신이 없고, 그마저도 3학년과 4학년의 부재로 수가 부족한 상황.
리암은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건 최초 시전자인 프란체스카밖에는 없다고 판단을 내리고, 간신히 그녀를 찾아내 특기인 설득을 시도했으며 기가 막히게도 이게 먹힌다.
결국은 상황을 타개할 방법을 알아내곤 해결해서 상황 종료.
역시 사람을 구하는 데 도가 튼 사람들이라 그런지, 이런 소란 끝에 사망자는 0명. 정말 잘되었다. 모든 일이 잘 풀린 게 아닌가?는 얼어 죽을.
이후 리암의 히로인 무리에 들어간 프란체스카는 2년 뒤에 자살한다. 에밀리 이후 두 번째 공식적인 히로인의 죽음이었다.
우리의 주인공님께서는 여기서 정신을 놓게 되고. 그때면 한창 알티프의 습격이 빈번한 시기라 그럴 틈도 없는데 말이다.
아무튼, 리암은 좀처럼 믿을 수 없는 수준의 지능과 판단 능력을 갖추고 있으니 내가 대신 나서야지. 어떡하겠는가. 그녀는 그대로 아무것도 안 하고 죽어 버리기에는 너무 아쉬운 인재인데.
아, 당연한 말이지만… 나만의 방식으로. 나에게 이득이 가장 많이 되는 형태로 만들어 간다. 그러지 못할 것이었으면 손을 대지 않았겠지.
“이 술식에서는 사역술에 사용되는 3차 마력식을 적용하면 보다 효과적으로 마나를 공급할 수 있을 것 같군요.”
“확실히… 맞는 말인 거 같네. 직접 계산해 보면… 맞아. 그편이 기존 마나의 흐름을 1.19배 정도 향상할 수 있어.”
계획을 위해.
그녀를 도와 유대감이라 불릴 만한 걸 갖춘 관계를 형성하고, 2학기의 축제 에피소드에서 내가 원하는 대로 조종하기 위해 도우려는 것이었는데, 생각보다도 이 술식 연구가 내 저주나 사역마의 발전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
프란체스카가 가지고 있는 지식에서도 사령술과 마법 술식 체계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상당하여 나도 배움이 있어 쌍방향으로 긍정적인 결과를 초래하고 있는 셈이다.
“아, 그러면 여기에 다차 함수 시간 변환을 이용해서 시간 복잡도를 가질 수 있게 변환할 수 있어.”
“그렇다면, 출력 또한 1.19배 상승합니다. 놀랍군요.”
그렇게 한동안 술식에 대한 토론을 이어 나가다 3시간이 훌쩍 지나 버렸다.
한두 시간만 더 지나면 어둠을 몰아낼 아침의 해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적당한 자리에 앉아 과열된 머리를 식히고 있던 프란체스카는 아직 찬 새벽의 공기를 두 입술 사이로 비집어 넣더니 길게 내뿜었다.
다른 사물이나 현상에 관심이 없는 듯한 무심한 눈.
사령술 관련 연구를 할 때를 제외하면 그녀의 눈에서 이지적인 빛이 발하는 경우가 없다.
그런 그녀가 조금이나마 관심을 보인다.
“어째서 이렇게까지 나를 도와주는 거지.”
같은 연구회라고 해도, 생판 남이 불현듯 자신을 돕겠다고 말하곤 하루도 빼먹지 않고 연구를 도와주고 있다.
게다가, 고대 드래곤의 뼈를 연구하여 부활시키려 한다는 자신의 비밀을 알게 된 경위도 수상한 상황.
그녀가 가지고 있는 건 마땅한 의구심이자 의심이었다.
“처음에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서로의 이득을 위해서라고. 그래도 믿지 못하시는 듯하여 이렇게 서로에게 저주까지 걸었는데도 부족하신 건가요. 첨언하자면, 더는 발을 물려 양보해 드릴 생각이 없습니다.”
“그래….”
새벽에 보는 그녀의 눈은 죽어 있는 듯했다. 주변의 여린 빛을 담으려 하면 그 망막에서 튕겨 나가, 들어오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상관은 없지만.”
그녀의 입에서 맥이 없는 말이 빠져나왔다.
해골을 다루는 프란체스카의 입술에는 죽은 자의 원념처럼 차가운 기운이 묻혀 있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자. 진척도 많이 되었고, 오늘 1학년은 기말고사를 치르러 이동해야 하잖아.”
“그럼, 그러도록 하죠.”
여름방학 중에는 프란체스카를 도와줄 수 없으니 지금까지 했듯 혼자서 연구를 진행해야 한다.
그러나, 어중간하게 할지언정 그녀는 혼자서 고대 드래곤의 뼈에 생명을 불어넣는 게 가능했다.
2학기가 시작되고 나서도 약간의 여유가 있으니 그때 다시 협력해도 늦지 않는다.
주변을 둘러보자 조금씩 날이 밝아질 기미가 보인다.
하늘에 널려 있는 거대한 구름의 색이 변화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
기말고사가 치러질 장소는 비공정을 타고 하루를 날아가야 하는 거리.
모든 아카데미아의 인원들을 수용할 수 있는 거대한 크기의 비공정.
일반적으로 운행되는 모델과는 달리 이렇듯 한 학년 이상의 수가 단체로 이동될 때만 이용되는 대형이다.
이제부터 저 거대한 놈을 타고 하루 동안 하늘을 떠다닐 예정이다.
“핀 님 괜찮으신가요? 상태가 많이 안 좋아 보이시는데….”
“괜찮아 괜찮아. 그냥 훈련하다가 조금 다친 것뿐이야. 걱정해 줘서 고마워 알리시아.”
“하지만…. 조금이 아닌데요….”
“그러니까. 이래서야 내일 기말고사 할 때 방해되는 거 아닌가.”
콕콕. 프리다가 핀의 멍을 손가락으로 찌른다.
그때마다 핀은 오금이 저리는 표정을 지었지만, 최대한 웃어 보이며 아무렇지 않은 연기를 이어 갔다.
입으로는 ‘괜찮긴 한데 그만 만지면 안 될까?’라고 다소의 감정이 담긴 말을 뱉었다.
“그리고 너는 같은 조도, 같은 반도 아니잖아. 왜 여기에 있는 거야?”
“나 반에서 어울리지 못하잖아. 여기 아니면 갈 데가 없어.”
“그런 것치고는 되게 당당한데….”
“내가 반 애들을 따돌리는 거니까. 그리고 여기엔 바르간 님이랑 알리시아도 있고.”
프리다는 알리시아를 껴안으며 얼굴을 비볐다. 그 모습이 마음을 튼 사람에게 몸을 문대는 동물을 보는 듯하다. 주황빛 귀와 꼬리까지 있으니 더욱 그렇다.
“아, 물론 에밀리랑 세레나도.”
“됐네. 이 사람아.”
에밀리는 뒤늦게 자신들을 챙기는 프리다의 말을 튕겨 냈다. 단순히 삐진 까닭은 아니었고 다른 이유가 있었다.
“이제 슬슬 출발할 것 같은데?”
그녀의 말이 씨가 된 건지, 마도구에 의해 증폭된 음성이 귀에 꽂혔다. 장난기 가득하고 익숙한 파울라의 목소리다.
?아아, 말씀드립니다! 지금부터 본 비공정은 목적지인 기말 시험장으로 이동을 위한 이륙을 할 예정이오니. 안내에 따라서 아… 됐다. 안내는 무슨 안내. 빨랑빨랑 타도록 하세요! 곧 출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