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illain Bought the Female Lead RAW novel - Chapter (77)
악역이 여주인공을 구입했다-77화(77/350)
바글바글한 1학년들.
현재, 교수들을 제외한 몇몇 관계자들과 모든 1학년은 둥지의 입구에 들어와 대기하고 있다.
처음으로 목격한 둥지를 보고 흥미를 감추지 못하는 이들은 직접 내벽을 만져 보거나 눌러 본다.
생물의 장기와 비슷한 촉감인 그것은 누른 그대로 푹 들어가곤 금세 푸딩처럼 튕겨 나온다.
그 모습이 우습다며 깔깔거리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어떤 구조로 이루어져 있는지 심도 있는 탐구를 하는 이들도 있고, 앞으로 알티프와 조우하리라는 사실에 굳어 있는 학생들도 있다.
동굴처럼 생긴 둥지의 초입은 다중으로 마법적 장치가 되어 있어 침입자를 공격하고 싶어도 하지 못한다. 벽에서 촉수를 꺼내서 쏘기는커녕, 약간의 꿈틀거림조차 어렵다.
이 둥지의 주인이 제3 위험군, 주교급이었으며 현재 주인이 없는 상태였기에 가능한 조치였다.
나는 그들을 바라보고 있는 하얀 머리칼의 여인을 보았다. 그녀의 눈은 굳세지도, 흔들리지도 않은 평온이었다.
“꽤 침착하구나.”
알리시아가 알티프에 품고 있는 감정은 극도로 험하다고 봐도 된다.
그녀의 모든 것을 앗아 간 존재가 그들이었기에, 비록 사육되는 알티프라 해도 긴장하거나 분노의 편린을 보일 줄 알았는데, 의외라면 의외의 반응이다.
“둥지에 들어오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마음이 싱숭생숭하여 다스리기 힘들었는데, 신기하게도 들어오고 나니 차분해졌습니다.”
“뭐, 좋다. 어지러운 감정에 이끌려 실수를 범하는 것보다야 침착하게 상황을 판단하고 분석하는 게 당연히 나으니.”
알리시아는 고개를 돌리어 나를 올려다봤다. 호수와 같은 새파란 눈동자다.
“여쭙겠습니다만, 저번에 말씀하신 일반적이지 않은 상황은 여전히 2할의 확률로 도래할 것으로 보십니까?”
“확률로는 그러하다. 하지만… 녀석들이 움직인다 한들,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니 어떻다고 짚어 줄 순 없구나.”
그녀는 질문에 응해 주어 감사하다는 말과 함께 덧붙인다.
“어떤 상황을 마주하게 되어도, 저는 도련님의 명을 따를 것입니다.”
멀리서 별도로 활동하고 있는 브람을 떠올릴 정도로 충직한 자세.
실로 믿음직스러운 발언과 태도라고 볼 수 있으나, 사실 이번의 주인공은 알리시아가 아니며 그녀가 이렇게까지 굳게 다짐을 보일 필요는 없다.
?지금부터 둥지의 출입을 허용하겠습니다. 미리 공지한 순대로, 차례가 다가올 조는 미리 준비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둥지의 물컹거리는 벽에 설치된 스피커와 같은 마도구에서 음성이 실려 나왔다. 학생들의 웅성거림이 잦아든다.
?첫 번째 조, 1반 3조. ‘리암, 해리아나, 루카이엘, 라반 카롤 오필리아, 니켈라.’는 지금 바로 출발 선상에 서 주시기 바랍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립니다. 첫 번째….
한편에서 리암과 그 일행이 움직이는 장면이 포착된다. 많은 이들이 그들을 응원하거나 흥미 어린 시선으로 바라본다.
그런 와중, 조장인 리암과 시선이 마주쳤다.
그는 뭔가를 굳게 결심한 듯 제법 강단 있는 모습을 하고 있다. 시선과 교차는 오래 지속되지 않고 금방 끝이 났다.
“흠….”
짧은 순간 전해졌던 리암의 정신 상태와 감정을 녀석의 행동반경에 대입하여 고려한다.
상정한 우려의 상황이 발생할 확률보다 그렇지 않을 확률이 몇 배는 더 높지만…. 어쩌면.
리암의 첫 번째 각성이 2학년 초반에 있을 아카데미아의 비극이 아니라, 이번일 수도 있겠다?그런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
【케에에에엑????!】
둥지에 가득한 알티프의 끔찍한 비명,
듣기만 해도 소름 끼치지는 그들의 울음소리를 들으며 리암 일행은 전투를 이어 나가고 있다.
“오필리아! 1시 방향, 100m 알티프 1체!”
쉐악??!!
공기를 꿰뚫는 오필리아의 활. 근육을 접어 뛰어서 날아들려 하는 사제급 1체의 다리를 정확히 노렸다. 녀석은 다리를 잃어 바닥에 쓰러진다.
“루카이엘! 3시 방향 1체. 해리아나는 6시의 2체에 원소 마법을 날려 줘!”
“명령하지 않아도 할 거였어!”
“네, 알겠어요!”
리암의 지시에, 늑대인간 루카이엘은 오러를 두른 맹수의 손톱으로 두꺼운 알티프의 가죽을 그대로 뚫어 버렸다.
해리아나는 공중에 번개를 얇은 지팡이처럼 형상화하더니 그대로 날려 그들의 까맣게 태워 버린다.
그러나, 한 녀석에 가해진 힘이 약했는지 다시금 돌진하는 알티프 1체.
해리아나는 다급히 마나를 모으며 마법을 사용하려 들지만, 돌연 내벽에서 튀어나온 날카로운 촉수에 의해 방해를 받는다.
“해리아나??!”
루카이엘의 외침.
징그러운 미소를 지으며 달려드는 알티프. 그렇게 해리아나의 얼굴이 공포로 물들어 갈 때쯤.
쿵?!
니켈라가 소환한 바람의 정령이 알티프와 부딪쳐 행동을 저지했고. 그사이의 틈을 놓치지 않는 리암이 쏜살같이 달려들어 괴물의 목을 벤다.
파지직.
리암이 검의 지나간 자리에는 허전한 목과 그을림, 약간의 전류만이 남았다. 뒤늦게 붉은 피가 터져 나온다.
이로써 이번 전투도 끝이 났다.
리암은 그 피의 분출을 피하며 모두를 살폈다.
황급히 해리아나에게 달려들어 상태를 확인하는 루카이엘. 놀라기는 했어도 큰 문제는 없어 보였다. 자기는 괜찮다며 어색한 미소를 보인다.
이를 걱정스러워하는 루카이엘 또한 멀쩡했다.
오필리아는 조금 지쳐 보이기는 했으나, 아직은 전투를 이어 나가는 데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
동굴 형태의 구조에서는 활을 사용하는 그녀가 활약하기에 불편함이 많아, 다른데 마나가 많이 소모되었다.
“리암… 피.”
“아.”
니켈라는 손수건을 꺼내 리암의 얼굴에 묻은 알티프의 피를 닦아 주었다.
되도록 피한다고 해도 전투 중에 피가 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곧 다시 더러워질 테지만, 니켈라의 성의를 거절하는 건 예의가 아니다.
“다 됐다….”
피를 닦아 낸 니켈라는 만족스럽게 미소를 짓더니 곧 자기가 한 행동을 떠올렸고, 머리를 감싸고 있는 후드를 잡고 내려 표정을 숨겼다.
그 모습이 마치 껍데기로 들어간 소라게를 보는 듯했다.
“리암, 슬슬 네가 말한 구역에 다 온 거 아니야?”
해리아나와 함께 다가온 루카이엘이 물었다. 전투를 끝낸 그의 손톱은 도로 짧아져 있다.
리암은 원작의 정보를 통해 직접 작성한 꾸깃꾸깃한 지도를 꺼내 보였고 주변을 둘러보며 비교한다.
현재까지 확인한 구역 대부분이 지도와 일치했다.
제법 상세히 적혀 있던 소설의 묘사라고 해도 전부가 적혀 있었던 것은 아닌지라, 비어 있는 구간이 있었고 이를 허수라 생각해 제외하면 전부 같았다.
지도를 보던 리암은 고개를 끄덕인다.
“이제 거의 다 왔어. 곧 여섯 번째 갈림길이 나올 거야.”
리암은 상황을 정리했다.
내부로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그들을 방해하는 함정이 많았다.
벽에서 촉수가 튀어나오는 건 기본이고, 벽 자체가 그대로 이들을 가격하는 때도 있었으며, 심지어는 발을 디디고 있는 바닥이 솟아올라 천장과 부딪히는 일도 있었다.
함정만 있다면 또 모르겠는데 사제급 알티프와 협공을 시도하니 여간 골치 아픈 게 아니었다.
“잠깐 쉬고 갈까?”
“뭔 개소리야. 급한 거 아니었어?”
“각 조의 출발 간격이 길어서. 아직은 괜찮아.”
알리시아 일행이 출발하기까지에는 아직 여유가 있다.
아카데미아 측에서도 선발대가 쓰러트린 알티프의 사체나 보급을 이루어야 하기에 시간이 필요하다.
리암은 물통을 꺼내 루카이엘에게 던졌다. 그는 별말 없이 공중에서 이를 받아 내곤 옆에 있던 해리아나에게 건넨다.
벌써 이들 일행은 세 차례나 알티프와의 전투를 벌였다. 조금은 쉬어야 이후의 진행이 완만할 터이다.
조원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잠깐의 휴식에 들어간다.
리암은 적당량의 물로 입을 충분히 적신 뒤,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정도로 소량의 물을 목구멍 뒤로 넘겼다.
그러는 사이 다시 생각은 깊어져 간다.
본래의 시험대로라면 여섯 번째 갈림길이란 시험에 없었다. 일직선으로 들어가는 코스이지 다른 통로는 없다.
…정확히 말해, 인식되지 않는다.
다중 마법 술식이 발동하는 비밀의 통로는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찾아낼 수 없다.
그 끝에 실제 제단이 위치하는 방이 있었기에 시험을 치르던 학생들이 헷갈려서, 혹은 외부의 침입을 막기 위해 만들어 둔 장치다.
그러나, 리암 일행이 노리는 건 시험의 통과가 아니라 붕괴.
리암은 여섯 번째 갈림길이 존재한다는 사실과 그 위치, 걸린 마법의 종류까지 알고 있다. 마법으로 모습을 감춘다 한들 파훼법을 알고 있는 이상 문제는 없다.
지금까지는 순조롭다.
운 좋게 바람의 흐름이 따라 주는 날에 배를 타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이만 다시 가 보자.”
리암이 뱉은 한마디의 말에 모두가 분주히 움직인다.
설령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이들과 함께라면 극복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솟아 올라온다.
이들은 처음부터 소꿉친구였던 에밀리 같은 경우를 제외하곤, 빙의된 리암이 처음으로 긴밀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던 사람들.
그 친우이자 동료인 이들과 함께 둥지의 더욱 깊은 곳으로 나아간다.
***
둥지 밖에 마련되어 있는 교수들과 관계자들의 집합소.
아쉽게도 현재 마법과 기술력으로는 초입을 제외한 둥지 내부의 직접적인 통신이 불가한지라, 클래스전과 같이 모든 학생을 살필 수 없다.
시험장으로 개조를 거쳤다고 해도, 마력의 흐름이 비정상적인 둥지의 내부에서는 사역마의 힘으로도 마법으로도 한 번에 파악되지 않는다.
따라서 둥지 안에 배치된 관계자들의 사역마의 직접적인 이동을 통해 외부에 있는 집합소에 소식을 전하는 식이다.
“이상하군.”
“갑자기 왜? 배라도 아파? 화장실이라면 비공정 안에…아야야!”
루이사는 파울라의 입을 잡아당겼다. 그녀의 볼을 잡은 손가락과 맞닿은 부위가 지문처럼 붉어진다. 쭉 늘어나는 파울라의 입
“으함… 그함, 그만! …아이! 아파 이년아!”
루이사의 꼬집기에서 벗어난 파울라는 눈물을 글썽거렸고, 쓰라린 볼을 감싼 손을 떼지 못했다.
그런 파울라의 반응을 무시하며 루이사는 자기 턱을 매만졌다. 다른 한 손으로는 작성된 정기 기록표를 보고 있다.
“뭐야, 왜 그러는데? 왜 혼자 심각해지는 거야.”
“실제 제단을 지키고 있는 인원들로부터 오늘치 보고에 누락이 있어. 6시간 주기로 올리게 되어 있으니까…. 2분 전에는 왔어야 하는데.”
“2분 가지고 너무 깐깐하게 구는 거 아니야? 그거 뭣 좀 하다가 늦을 수도 있지.”
“매일같이 교대로 이 일을 반복하는 사람들이야. 앞선 기록을 봐도 단 1초의 오차도 없이 정시에 사역마가 도착했었어. 그런데 갑자기 2분이 넘게 연락이 안 되는 상황….”
“음… 아… 그러게? 듣고 보니 좀 이상한 거 같기도 하네. 마치?”
“?문제가 발생한 것처럼.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루이사와 파울라의 대화에 난입한 남자. 그는 2반의 담당 교수인 루센이었다.
며칠 잠을 자지 못하고 있는 사람처럼 항시 퀭한 눈과 짙은 눈그늘을 지닌 그는, 늘어지게 하품을 하더니 아무런 거리낌 없이 말을 이어 갔다.
“본래 제단 담당인 관측자들의 사역마에게는 시간이 새겨져 있어, 특이 사항이 없을 때는 자동으로 미리 지정해 둔 보고를 올리는 구조이지요. 그런데도 오지 않았다는 건… 갑작스러운 변화가 발생했거나, 혹은….”
루센의 퀭한 눈에서 날카로운 빛이 스쳤다.
“사역마의 주인이 사망했거나.”
“에, 에이… 그건 너무 말이 안 되잖아요. 아무리 방심했다고 해도 제3 위험군에게 당할 사람들도 아니고…. 그렇지 루이사?”
“…….”
루이사의 표정이 변화한다.
뾰족하게 찢어져 사나운 눈매에 음각이 발생한다.
그리고 이유 모를 소름이 돋는 그 순간.
『와, 먹이가 한가득 있어.』
사람의 언어를 흉내 내는 이질적인 목소리.
루이사의 동공이 확대되며 급히 체내의 마력을 끌어올린다. 순식간에 전투준비를 마친 그녀?.
?콰가가가가가가가각!
“루이사????!!”
갑자기 돌격해서는 그대로 루이사를 들이받은 채 날아가는 정체불명의 무언가.
파울라는 지팡이를 들고는 마법을 시전한다. 루셀과 주변에 있던 교수 두 명도 황급히 각자의 무기를 들어 적을 겨냥한다.
방금 루이사와 함께 날아간 개체를 포함하면 파악된 적은 다섯.
『저 녀석은 성격이 너무 급해서 탈이라니까. 제일 강해 보이는 놈을 가져간 것도 마음에 안 들어.』
『내버려 둬. 한두 번이야?』
분명 사람의 형상을 하고 있으나, 이들은 생명체라고 부르기에는 지나치게 변질되어 있다.
그중 가운데 서 있는, 영화 속에서 영국 신사가 쓸 법한 높은 탑햇을 쓰고 있는 어떤 이가 말한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아카데미아의 교수 여러분. 저희는 이번에 여신교에서 당신들을 처리하기 위해 파견된 신자들입니다.』
그는 사람의 예의를 갖추었다.
모자를 들쳐 보인 이마에는 또 하나의 눈이 있었다.
『초면에 이런 말씀 드리기는 죄송하지만… 이 또한 여신님의 뜻. 당신들의 죄를 사하기 위해, 여신교의 번영을 위해.』
남자의 형태를 한 그의 눈은 초승달 모양이다.
『그 더러운 피를 제단에 바쳐 주시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