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illain Bought the Female Lead RAW novel - Chapter (81)
악역이 여주인공을 구입했다-81화(81/350)
“이쪽이에요! 모두 이쪽으로 오시면 돼요!”
둥지 초입의 상황은 긴박하게 흘러갔다.
성녀 디피엘리아는 이곳에 남아, 모두를 보호하며 통솔하는 역을 맡았다. 방금 두 번째로 동굴에 들어갔던 조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제 남은 조는 첫 번째 조를 제외하고 두 조가 되었다.
아카데미아의 학생들은 군말 없이 성녀가 지시내린 대로 진을 유지했다. 속한 반과는 상관없이 그들의 능력과 전투 방식에 따른 효율적인 형태였다.
상처를 입은 이가 발생하면 신속히 뒤로 빼내 응급조치 팀의 치유 마법을 받는다.
도착한 조원 중 오른팔을 다쳐 길게 피를 흘리는 이가 있었고, 신속히 이를 치료한다.
디피엘리아는 커다란 나무 위에 우뚝 서 상황을 지휘한다. 언제나처럼 앉아 있던 나무로 된 휠체어는 현재 그녀가 서 있는 나무였으며 그녀의 다리 역할을 대신했다.
【크르르륵!】
디피엘리아의 손이 공중을 유영하자, 거대한 나무줄기가 달려드는 사제급 알티프 세력의 앞길을 막았다.
곧이어 나무줄기의 모든 면에서 ⎯차자작! 가시들이 튀어나왔고, 이들을 공격한다.
‘이대로만 간다면 괜찮아.’
디피엘리아의 말이 맞았다.
아직 병아리라고는 하나, 아카데미아의 1학년들로 이루어진 둥지 초입의 진형은 견고하여, 달려드는 사제급들을 모두 다진 고기로 만들어 버렸다.
문제는 여기가 아니라, 내부.
그중에서도 바르간이 모두를 이끌고 간 곳이었다.
【크리이이이익!】
멀리서 도망쳐 오는 또 다른 조원들과 이를 뒤따르는 알티프들. 디피엘리아는 마나를 힘껏 발산하면서 생각한다.
‘맡긴 대로 이곳의 수호는 철저하게 할게요. 절대로 어느 하나 죽는 이 없도록 할 거예요. 그러니 우리 걱정은 말고 그곳에 있는 모두….’
무사히 돌아와요.
성녀는 간절히 기도한다.
***
본 제단을 기습한 인원은 다섯.
오셀 뷔 아르텔리온.
오셀 반테올로 레온.
포트레트 트로아 에리카.
알리시아.
그리고, 슈겐하르츠 트로아 바르간.
입학성적에서도 최상위권, 아카데미아의 주목을 독차지하는 이들로 이루어진 급조된 팀은, 마치 오래전부터 함께해 온 것처럼 합이 잘 맞았다.
서로의 기술, 수준을 파악하고 있는 건지 마치 자기 손발인 듯 움직였다.
그렇기에 이 공간을 지배하고 있던 자간이 저렇게 피해를 당한 채 벽에 꽂혀질 수 있었다.
『꺄르르르륵! 재밌네. 재밌어. 이제야 좀 제대로 놀 만한 장난감들이 나오는구나.』
먼지 돌풍을 일으키며 사라졌던 자간이, 내벽에서 빠져나와 길게 웃으며 지금의 상황을 기뻐했다.
그러나, 그녀의 눈은 좀 전과 같이 온전한 즐거움만이 있는 건 아니었다.
가로로 길게 찢긴 동공에서는 스멀스멀 적의가 올라온다. 그녀는 진지하게 지금의 상황에 임하려고 든다.
자간의 가느다란 손에 두꺼운 무언가가 쥐어져 있다.
그건 좀 전까지는 분명 없었던 것으로. 자간의 몸에서 빠져나온 듯했다.
“오! 저게 심판무구(審判武具)라는 건가! 제법 독특하게 생겼군!”
레온은 책이나 구전으로만 들었던 물건을 실제로 보게 되어 신기하다는 듯이 말했다. 두려움 따윈 없이 당당하다.
“왜 좋아하는 거야?”
“우리의 현 상태를 제대로 확인해 볼 수 있지 않은가!”
무기의 생김새도 생김새고, 안 그래도 강한 상대가 이빨을 세웠다는 말인데 기뻐하다니. 에리카는 그의 태도가 이해가 되질 않는다.
이단을 심판한다고 하여 붙은 명칭 심판무구.
여신교 대주교 이상의 급이 가지는 두 가지 특징 중 하나로 사실상 신체의 일부와 같아 언제든지 꺼내 쓸 수 있다.
붉은 오러에 베여 복구하려면 시간이 걸리는 왼팔을 제외하고는 자간의 모든 부위의 수복이 완료되었다.
그녀의 오른팔에는 상체보다도 훨씬 큰 낫이 걸려 있다.
낫은 알 수 없는 뼈들의 조합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그 모양새가 가히 기괴하여 보는 것만으로도 불쾌감을 주었다.
『묵혀 있던 걸 꺼내는 거니까 기뻐해도 돼. 그만큼 너희가 오랜만에 발견한 질 좋은 장난감이라는 거⎯』
⎯아 기다려 주지 않겠다는 말이구나? 좋네, 그래야지.
사방에서 어린 용사들이 달려든다.
고속으로 진행되는 상황에서. 자간은 정세를 읽는다.
붉은 오러를 쓰는 남자 하나와, 바람의 마나가 깃든 하얀 머리가 최전방.
그 뒤에 마법사로 추정되는 인물 둘. 권사 하나.
저 여자 마법사는 워프 마법을 사용했다. 아마 이번에도 측면이나 후면을 노릴 확률이 높다. 그렇다면.
콰가가가가각!
자간은 낫을 가로로 들어 아르텔리온과 알리시아의 검을 동시에 막았다.
둘의 힘을 합했더라도 심판무구를 든 자간은 이를 막아 낼 수 있다.
그리고.
약속이라도 한 듯, 자간의 양 측면의 공간이 일그러진다.
이럴 거 같았다.
빙그레.
자간은 길게 웃었다.
그녀의 상공에 두 개의 구체가 형성된다.
불길한 보랏빛을 빛내는 마력의 집합체. 강철로 만든 두꺼운 합판도 쉽게 뚫어 버리는 마력포의 준비 과정이다.
일그러진 공간 속에서 각자 사람의 형체가 나오기 시작하자, 그 압축된 질량을 직선으로 뻗어 내보낼 태세를 갖추는 도중.
『…!』
바로 옆에 형성된 새로운 마력의 구체와 충돌하여 공중으로 흩어졌다. 폭발하지도 않은 채.
다른 압도적인 농도의 마나가 마력포를 방해한 것이다.
누구지?
자간은 멀리서 유독 가만히 지켜보고 있는 남자와 눈이 마주친다. 혼자 여유롭게 관망하고 있는 저 녀석.
저 녀석이 대기의 마력에 간섭해 마력포의 방출을 막았다. 정밀도가 상당하다. 아니, 단순히 상당한 정도가 아니야. 이건 이해를 넘어선 경지의 근처….
그렇게 발생한 빈틈.
이 틈을 노리는.
⎯지잉.
자간의 양옆에서 모습을 드러낸 에리카와 레온.
그리고 전방의 아르텔리온과 알리시아.
위기의 상황. 전개가 제법 흥미롭게 흘러가자, 자간은 이빨이 전부 드러나게 길게 웃었다.
그녀의 입안에는 좀 전과 같은 보랏빛의 마력구가 작게 형성되어 있었다.
크기는 작아도 밀도는 더욱 높았다.
모든 공격이 자간의 몸에 닿기 전에.
아그작.
그 구체를 씹는다.
““…!””
자간을 제외한 모든 인물이 충격파를 고스란히 받았고 물방울이 땅에 떨어져 퍼져 나가듯 사방으로 날아갔다.
레온은 벽에 처박히는 와중에도 호방하게 외쳤다.
“하하하하! 과연 괴물이군!”
자간은 주변에 시선을 두지 않는다.
곧바로, 한 남자를 향해 달려든다. 바닥을 돌아다니는 먹잇감을 노리듯 날카롭다.
낫을 길게 빼 둔다. 이 녀석은 나중에 다소 곤란할 수 있으니 미리 목을 베어 둬야 한다.
공간을 접어 들어가듯 가까워지는 거리.
녀석의 건방진 눈매가 제대로 담기자. 시야의 한편에서, 붉은 오러가 반짝인다.
『대단하네.』
자간의 겉 시야에서 그 적색의 빛이 그녀의 목을 노린다는 걸 볼 수 있다.
자간은 시간이 멈춘 것처럼 느리게 흘러가는 일직선의 공간을 읽는다.
황금의 기사.
나가떨어지게 된 줄 알았는데 뒤편에 얼음벽이 깨져 있는 걸 보면 마법사 여자가 막은 모양이다.
이들은 오랜 합이 맞는 용사 팀과 같이 협력을 통해 싸우고 있다.
『재밌어, 재밌어…!』
츄와악⎯.
자간의 잘렸던 팔의 단면에서 세포들이 솟아 올라와 순식간에 원상태로 돌아왔다.
마나가 소비가 큰 대책이었지만, 이번 장난감들에게는 써도 괜찮을 듯하다.
바닥에 다리를 심듯 박으며 움직임을 멈춘 자간.
꾸드득. 그대로 몸을 꺾어, 인간의 몸으로는 보일 수 없는 관절의 움직임으로 날아드는 아르텔리온의 붉은 검신을 잡는다.
포유류로서 불가능한 동작.
자간의 손은 타들어 갔지만 마치 일회용품으로 사용하듯 대범하다.
아르텔리온과 잠시 공투를 벌이다 그의 검에 충격을 흘려보낸다. 장기를 찌르는 고통에 아르텔리온이 잠시 멈추게 되었을 때.
자간은 그를 내버려 두고 바르간에게 달려든다.
우선은 바르간이라는 녀석을 잡아야 한다. 그래야 도미노처럼 순서대로 잡기 편하다.
바르간의 목을 노리는 낫.
그는 피할 생각이 없는 건지, 불가능한 건지 움직이지 않는다. 눈 하나 깜빡이지 않는 게 자간의 심기를 건드린다.
그러나, 바르간에게 다다르려 하자.
카앙⎯!
태풍처럼 나타난, 살기를 가득 띤 하얀 머리의 여인에 의해 제지당하곤 튕겨 나간다. 힘을 온전히 실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방해를…!’
다시금 시야에 들어온 하얀 여인.
비로소 알리시아의 얼굴을 제대로 눈에 담은 자간.
전투를 이어 가는 와중. 눈 사이의 틈을 좁히며 하얀 머리칼의 그녀를 자세히 바라본다.
『어? 너는… 아닌가? 아니… 맞는 거 같은데.』
분명히 맞는 것 같은데.
아닌 거 같기도 하고 애매하다.
생김새는 어딘가 닮았는데 분위기가 너무 다른 느낌.
『아, 모르겠다. 나중에 시체 들고 가서 확인하면 되겠지. 그렇게 중요한 것도 아니니까.』
하얀 머리의 여인이 신경 쓰이지만 나중의 일이다.
전투를 이어 갈수록 제어하기 힘든 자세가 연이어지자, 우선은 재정립을 위해 거리를 벌릴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자간.
연이어지는 공격을 기괴하게 피한 뒤.
그대로 땅을 박차고 올라 제단에 선 채 말했다.
이는 바르간을 비꼬는 문장이었다.
『단단히 보호받고 있구나?』
구태여 겁쟁이라는 말과 함께 뱉지는 않았으나, 이 문장은 바르간의 심기를 건들곤 움직이게 하여, 직업의 구체적인 속성을 파악하려는 까닭이었다.
저 녀석에게는 최소 1체의 주교를 살해한 자의 냄새가 난다.
어떤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 유일하게 파악되지 않은 인간이다.
철퇴를 휘둘렀던 걸 보면 근접 위주인 것 같기도 하지만, 마나의 질과 양으로 봤을 때는 무조건 마법사 계열이다.
그것도 ‘상당한 수준’의.
아직 「해방」을 하지 않았고, 대기 중이었다고는 해도 대주교인 자신의 마력포를 통제할 수 있을 정도의 마나다.
이 정도 마나의 압력을 가진 용사는 몇백 년 동안 양손으로 셀 수 있을 정도밖엔 못 봤다.
여기에 있는 모든 이들은 잠재적으로 여신교의 위협이 될 수 있는 것들이기는 하나, 저 녀석은 특히 위험하다.
더 크기 전에 죽여야 한다.
놀이를 끝내는 건 아쉽지만, 이제 슬슬 끝내야 할 때다.
장난은 여기서 끝이다.
자간의 작은 몸이 들썩이며 기운이 바뀌려 한다. 전신의 근육이 살아 있는 벌레처럼 꿈틀거리며 골격은 뒤바뀌어진다.
그건 대주교부터 가지고 있는 능력 중 하나.
심판무구를 능가하는 본래의 힘.
「권능해방」
지금까지의 자간은 억눌려 있는 형태, 불완전한 단계에 불과했다. 해방을 통해 완벽해진 자간이 본래의 대주교의 힘으로 모두를 압살하는 건 아주 쉬운 일이다.
이는 상황이 아무리 불리해져도 웃음과 장난기를 잃지 않을 수 있는 원천이기도 했다.
그렇게 자간의 몸은 변화를 일으키며…
…어? 뭐야 이거 왜.
권능해방을 통해 잠가 두었던 힘의 제한을 풀려던 자간은 그제야 현 상황을 제대로 확인하기 시작했다.
해방이 되질 않는다. 체내 마나의 흐름이 어색하다.
어색? 아니, 마나의 흐름은 느껴진다. 분명 해방은 할 수 있다. 본능적으로 가능한 일이다.
다만 시간이 걸린다. 짧으면 2분 30초에서 길면 3분 정도.
…그렇게나 오래 걸린다고?
그럴 리가 없는데.
감각의 이상을 감지한 자간의 눈에 검은 머리칼의 남자가 다시금 비쳤다. 그의 입에는 웃음이 걸려 있었다.
자간의 꼴이 우습다는 듯이.
『아… 그래. 저주 계열이었구나.』
멀리 떨어져 있던 그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아니었다. 오히려 가장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다른 동료들을 이용해 자신을 정신없게 만든 뒤, 하나씩 저주를 걸었다.
구렁이 같은 인간이다.
투홧⎯!
주변에서 검을 든 두 검사가 거센 풍압을 일으키며 돌진한다.
그 거리는 금세 좁혀졌고 자간은 귀 끝까지 이빨을 길게 보이며 빠득 물었다.
즐겁다.
하나, 동시에 짜증이 난다.
대주교인 자신이 이런 상황에 봉착하다니.
냉정하게 생각해 봤을 때. 심판무구만을 든 채, 해방을 하지 않은 상태라면 이들의 전력과 엇비슷하다.
본래라면 이런 상황에선 시간이 지날수록 마력이 넘쳐 나는 자신이 유리했겠으나, 저쪽에도 마력의 샘 역할을 하는 이가 있으니….
해방까지 최대 3분.
그전에는 이 장난감들을 상대하며 시기를 기다린다.
해방만 되면 이런 것들은 순식간에 먹어 치울 수 있다. 때가 오면 가볍게 사냥하면 된다.
자간은 혀를 내둘렀다.
오랜만에 제대로 만찬을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그 전까지 신나게 놀아 보자!』
아르텔리온과 알리시아. 보랏빛의 마나를 끄집어내는 자간. 두 검과 자간의 낫이 닿으려는 그때.
⎯쿠구궁!
천장이 무너진다.
정확히는 가운데가 동그랗게 파이며 그 무더기가 바닥으로 떨어진다.
무더기 속에서 날쌘 몸을 던지는 이들이 있다. 이들 중 하나가 총알처럼 튀어 왔고, 곧 자간과 바로 앞에서 마주한다.
분노에 가득 차 번들거리는 눈동자.
오랜 단련으로 군살 하나 없는 몸.
“놀긴 뭘 놀아, 이 괴물 새끼야.”
콰앙⎯⎯!
폭발이 일어난 것처럼 거대한 충격을 일으킨 장본인은 루이사. 1반의 담당 교수인 루이사다.
‘…이제 정리가 되겠군.’
그 폭음을 듣던 바르간은 생각했다.
자간이 해방을 한 상태라면 모르겠으나, 그 전이라면 절대 현 세력을 감당할 수 없다.
바르간이 1학년들 중 엘리트를 모아서 하고자 했던 것은 자간을 죽이는 게 아닌 시간 벌이. 루이사 일행이 와서 사건을 종결시킬 때까지 기다리기 위함이었다.
…완전하지 않은 둥지라고는 하나, 설마 천장을 뚫고 올지는 몰랐지만.
⎯⎯!
마력장이 깔리며 몸을 압박한다.
자간에게만 건 마법이었으나, 그 위력은 주변인들도 체감할 정도였다.
바르간의 순수 마력과는 다른 구체적인 성질을 지닌 마력장. 그 마력장에서 상대를 끔찍하게 살해하기로 유명한 루이사.
02 : 55
바르간이 자간에게 건 저주가 해제되기까지 앞으로 약 2분 55초.
그 정도의 시간이면 충분하다.
먼지 속에서 눈을 부라리는 루이사가 말한다.
“넌 뒤졌다.”
그녀는 한 마리의 짐승처럼 이빨을 갈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