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illain Bought the Female Lead RAW novel - Chapter (82)
악역이 여주인공을 구입했다-82화(82/350)
루이사가 단검으로 맹공을 퍼붓기 시작하고, 다른 두 교수인 파울라와 루센은 그녀를 지원했다.
해방을 하지 못한 자간은 밀리게 되어 시간이 지날수록 상처가 늘어난다.
루이사의 검신에는 붉은 오러가 깃들어 있다.
잘못해서 크게 베이기라도 한다면 회복에 오랜 시간이 걸린다. 피해는 최소한으로 해야 했다.
아르텔리온과 알리시아 그리고 레온은 처음에 그들의 싸움에 끼어드려고 했었으나, 경계 태세만을 유지할 뿐 직접적인 전투에서는 한 발자국 물러났다.
낄 수 없었다.
본 실력을 보인 루이사의 성취는 두 눈에 담기 바빴고, 이를 도와줄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들지 않았다.
그것은 미친 천재인 알리시아도, 훗날 검제라고 불릴 아르텔리온도, 아무 생각 없이 맹돌진하는 레온조차도 확실하게 느끼고 있다.
이들은 아직 너무 젊었다.
괜히 들어갔다가는 방해만 되는 꼴이 되어 버린다.
질척질척. 루이사 일행의 일격으로 조각난 내벽의 잔해들은 살아 있는 벌레처럼 꿈틀거리며 천장으로 기어 올라갔다.
휑하니 둥그렇게 뚫려 있던 천장은 도로 수복되어 원래의 모습을 갖췄다.
자신의 필요성이 떨어졌다는 걸 알아차린 알리시아는 급히 주변에 누운 채 가쁜 호흡을 쉬고 있는 니켈라에게 다가 치유 마법을 걸었다.
주변에서 리암이 치유 마법을 걸고 있었지만, 리암의 상태도 말이 아니라 출력이 떨어졌다.
바르간은 다소 떨어진 곳에서 이를 보고 있었다.
그녀의 외관으로도 쉽게 파악되는 상황. 니켈라는 심각한 마나 결핍 증세를 보인다.
응급처치를 잘 받으면 목숨은 건질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부작용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리암은 정신이 나간 사람처럼 눈동자가 텅 비어 있었다.
니켈라의 손을 꼭 잡은 채 그녀를 위해 나름대로 노력을 하는 듯 보이나, 다른 방면에서 보면 저건 자기 자신을 위함이었다.
여기서 니켈라마저 죽음에 이르게 된다면 리암은 다신 회생하기 힘들 정도로 무너지게 될 것이다.
이미 리암이 지고 있는 어깨의 무게는 이곳에 들어오기 전과는 달랐다.
주변에 시체가 되어 버린 옛 동료들이 허무하게 널브러져 있다. 오필리아, 루카이엘, 해리아나. 이들은 좀 전만 하더라도 멀쩡히 살아 있었으며 미래를 꿈꾸었다.
니켈라의 생존만이 그의 유일한 동아줄인 셈이다.
쿠웅⎯!
루이사의 검이 자간의 낫과 부딪히며 커다란 굉음을 낸다. 마나가 불꽃 튀기듯이 터지며 사방으로 여파를 울린다.
해방까지 남은 시간은.
대략 1분 30초.
자간의 낯빛이 어두워져 간다.
이를 빠득거리며 눈가에 잔 핏줄이 올라올 정도로 힘을 쏟아 내고 있다. 멈추지 않는 교수들의 협공.
자간은 오른팔이 잘려 나갔다.
삭사삭⎯!
한쪽 팔이 잘리자 간신히 맞추고 있던 균형은 순식간에 깨져 버린다.
자간은 나머지 금세 팔도 잘려 나갔고, 목이 노려진다.
이를 보던 바르간은 끼고 있던 붉은 보석의 반지의 힘을 한계까지 끄집어낸다.
해당 반지는 슈겐하르츠의 창고에 있던 유물로 3품이라는 꽤 높은 등급이었음에도 일회용이었다.
효력은 일시적인 마나의 증폭.
바르간은 유물들의 힘을 이용해서 일시적으로 마나 총량을 증폭시킬 필요가 있었다.
오로지 바르간만이 지금의 상황에서 대비하고 있다.
소설에서 자간이 지금과 같이 목숨이 위험했던 것을 봤던 적이 있다. 리암이라면 알고 있으나, 지금 그는 다른 데 신경을 쓸 정신이라는 개념이 없었다.
“…….”
바르간의 주변에 서 있던 에리카는 그가 유물의 힘을 극한으로 끄집어내기 시작하자, 이를 알아차렸다.
다른 말은 하지 않는다. 눈가를 더욱 예리하게 하곤 그를 살필 뿐이다.
그렇게 자간의 목이 루이사의 핏빛 칼날에 베이기 직전.
쩌어억⎯.
자간의 뒤편.
에리카의 워프 마법 때와 비슷하게 공간이 뒤틀림이 발생한다. 그러나 형태가 괴이하다. 어떤 생물의 입인 것처럼 쩍 벌려진 그것에는 이빨이 나 있었다.
『아직 더 할 수 있었는데! 난 저런 것들에게 지지 않았다고!』
수백의 새하얀 손이 아이처럼 생떼를 부리는 자간을 감싸며 입 속으로 끌어당긴다.
말하는 바와는 달리 자간은 이를 거부하지 않는다.
에리카는 지금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판단하며 해당 소행이 누구의 짓인지를 분별하려 했다.
“…워프 마법? 아니, 그럴 리가. 둥지 외부와 내부는 단절되어 있어. 내부만에서라면 몰라도 외부에서의 접촉은 불가능할 텐데!”
그리고 이에 답하듯 모든 일행의 몸을 자간의 상황과 비슷하게 검은 손들이 감싼다.
땅에서부터 문신처럼 발현된 그건, 다리를 타고 쭉 올라오더니 목을 조르듯 움직임을 완벽히 통제한다.
자간을 흠씬 패고 있던 루이사조차 이 검은 손에서 벗어나지 못하며 외친다.
“한심하게 도망치는 거냐!”
루이사는 지금이 어떤 상황인지를 파악했다.
자간이 속한 집단 ‘상위 개체’ 권능의 일부인 것이다.
살기가 가득 담긴 그 눈으로 입처럼 벌어진 어두운 공간의 내부를 향해 외친다.
루이사는 분명 자간을 향해 말하고 있었으나, 그 눈은 좀 더 깊은 곳을 노리고 있다.
“끄으으으아⎯⎯!”
루이사는 속에서 천불이 끓었다.
근육이 터질 듯이 힘을 주고 마나 회로가 뜨겁게 달궈질 정도로 쥐어짜 내어도.
그녀의 입을 제외하고는 모든 신체 부위가 마비된 것처럼 뇌의 지시를 따르지 않는다.
다 잡은 대주교를 놓치게 생겼다.
이래서는 목숨을 잃은 학생들의 한을 풀지 못한다!
⎯꽈드드, 드득.
그녀의 근육과 살갗이 찢어지기 시작한다.
압박을 그대로 받아 내며 억지로 몸을 움직이려는 탓이었다.
『완전히 미쳤구나? 그대로 가면 모든 신체가 구부러져 공이 되고 말 텐데.』
자간은 비웃듯이 가벼운 어투로 말했다.
이렇게까지 몰린 데 있어 분하기도 했으나, 다음 기회를 잡아 몰살하면 된다.
시간은 자간의 편이다.
그럴 일은 없겠지만, 만약 이들이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성장한다면 이들이 노쇠했을 때. 쇠약해지는 때를 노리면 된다.
히죽.
자간은 웃었다.
『이대론 아쉽지만. 우리, 나중에 또 보자. 여기에 있는 모든 사람을 기억했어. 내가 반드시 너희의 모든 신체를 먹어 줄게.』
그건 자간이 이들에게 내리는 저주이자 흔적과 같은 말이었다.
자신을 이 꼴로 만든 녀석들을 이대로 두지는 않겠다는 의지. 언제 맞이할지 모르는 죽음을 걱정하며 앞으로 평생을 두려움에 떨라고 주입하고 있다.
그녀에게 있어 모든 일은 유흥이고 사람은 장난감이다. 해방을 한 그녀의 힘은 절대적이다.
자간은 가로로 찢어진 동공으로 자신을 몰아붙이는 데 크게 일조한 남자를 찾는다.
이번 일처럼 어처구니없이 해방을 하지 못하는 일만 없더라면 문제가 생길 일은…
“알리시아, 나이아스를 빌리겠다.”
“도련님…?”
터벅.
처음이었다. 자간이 이토록 진심으로 놀란다는 감정을 눈에 담을 수 있었던 것은.
아무리 태어나면서부터 방대한 마력을 가지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아직 새파랗게 어린 꼬마에 불과한 인간.
이곳에서 가장 강한 저 근육질의 여자 교수도.
마법 면에서 가장 여러 가지 지식을 가지고 있을 저 큰 모자를 쓰고 있는 여교수도.
꼼짝 못 한 채 입만 뻐끔거리고 있다.
그럴 수밖에.
무려, ‘추기경’의 힘이다.
여신교의 실질적인 기둥이라고 할 수 있는 분 중 한 분의 권능이다.
아무리 강한 용사라고 하더라도 추기경의 앞에서는 한낱 어린아이로 변한다.
작은 손짓에 수많은 생명이 흙으로 돌아가고, 산은 평지가 되어 버릴 정도로 강대한 힘이란 말이다.
『동일한 추기경급 마력은 되어야 가능할…!』
그가 푸른 검을 들자, 붉은 보석 반지와 함께 공명하듯 광명이 뿜어져 나왔다.
그의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짙은 푸른 연기가 변모한다.
강한 푸른빛을 띠었던 연기는 종적을 감추듯 투명해진다.
자간은 저 모습을 단 한 번 본 적 있었다.
지금으로부터 40년 전.
현 아카데미아 총장이라고 불리는 남자가 마법을 쓰는 순간을 포착했을 때. 그때도 지금과 같은 감각이 피부를 경각시켰다.
무색무취.
하나, 확실한 존재감만이 그곳에 자리매김한다.
저 경지를 무어라 부르는지 알고 있다.
전장에 있던 다른 대주교들이 그 남자의 성취를 보고 말했다.
⎯마나가 초월의 계위를 달성한 인간이다. 저놈은 위험하다.
터벅.
그 불길한 발걸음이 둥지에 퍼져 나간다.
남자가 몸을 움직일 때마다, 피부가 짓눌리거나, 꼬집듯 잡혀 들어간다. 손가락이 뒤로 꺾이기도 한다.
자간이 경악하고 있는 건, 저런 통증을 겪고서도 움직일 수 있다는 점이 아니다.
그저 움직일 수 있다는 사실. 그 자체와.
터벅⎯.
‘고작 저 정도의 피해’만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것이다.
남자가 입꼬리를 길게 올린다.
험상궂기는커녕, 귀족적이기까지 한 그의 표정에서 흉악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고작 장난감 따위가. 한 마리의 인간족이.
고개를 조아릴지언정, 대주교를 보고 저런 모습을 보인다고…?
순리에 맞지 않잖아…!
이건… 이건 아닌 거잖아.
『자, 잠깐만… 거기서 잠깐만 기다려 봐.』
자간은 ‘다급하다’는 목소리를 낼 수 있었다.
어느 순간부터 내고 있었다.
그녀의 팔은 모두 잘려 나가 심판무구를 들 수 없다.
마력포도 불가능하다. 이미 해방하기 전까지 가지고 있던 마나를 모두 소모했다. 재생도 불가능한 와중인데 마력포를 쓸 정도의 여력은 없다.
다리로 저항하려고 해도 끌어당기고 있는 하얀 손들이 움직임을 막는다. 빠져나가기 위한 수단이 동시에 걸림돌이 되고 말았다.
『멈춰… 멈춰… 멈추라고!』
남자는 발걸음을 멈추지 않는다.
바로 앞까지 다가온 그는 높이 검을 들었다.
여전히 아무런 마나의 흐름도 보이지 않지만 막대한 양의 마나가 그곳에 있었다.
그의 입이 뻥긋거린다.
소리를 내진 않았으나 그 모양을 읽을 수 있었다.
⎯아몬의 부하를 이렇게 하나 보내는구나.
왜 네가 추기경의 이름을….
그분의 성함을 아는 인간은 없을 텐데.
자간의 몸에 두려움이 새겨진다.
이대로 죽는다고?
내가? 대주교인 내가 죽는다고?
고작 이런 곳에서? 내가? …내가?
『사, 사…』
자간의 입에서 수도 없이 들었던 단어가 빠져나온다. 그 단어는 자간이 가장 좋아했던, 질릴 정도로 익숙한 말이었다.
그 미천한 이들이 공포로 일그러진 표정을 음미하는 것을 즐기며 비웃던 자간은.
『살려 주세요….』
이젠, 그녀 자신이 그 미천한 존재가 되어 있었다.
서걱⎯!
검을 내리찍어지고.
붉은 반지가 깨진다.
00 : 02
자간의 권능해방이 가능하기 2초 전.
비로소 완전히 모든 상황이 정리된다.
“…….”
자간의 목이 땅으로 꺼지자 입을 벌리고 있던 공간이 다물어지며 하얀 손은 모조리 그 안으로 돌아간다.
바르간은 그 안에서 모든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눈동자를 마주했다. 그 눈은 바르간을 직시하고 있다.
흥미를 느낀 것인지. 이내, 거꾸로 뒤집힌 초승달이 되어.
그에게 인사한다.
***
모든 일이 종결되고 아카데미아로 복귀하는 비공정의 밤.
나는 병실에서 안정을 취하고 있다.
반지와 나이아스의 힘을 빌려 일시적으로 마나가 초월의 계위에 올랐다고는 하나, 추기경 벨레드의 권능은 막강했다.
나중에 보니 온몸에 피멍은 당연했고, 살이 찢겨 나간 부위도 상당했다. 혈관은 터져 나가고 엉키기까지 했다.
아직 성취가 부족한 상태에서 억지로 초월급의 마력으로 버티려다 보니 흔적이 남은 것이다.
이를 보고 호들갑스럽게 엉엉 우는 알리시아를 뒤로한 채 치료를 받으며 지금에 이른다. 온종일 붙어 있던 알리시아를 거의 내쫓다시피 해 방으로 돌려보냈다.
…그러고 보니, 에리카가 싫어도 약혼자라고 병문안 비슷한 그런 걸 왔었다. 설마 에리카의 그런 면모를 보게 될 줄이야.
다른 이들도 왔었지만, 가장 인상적인 건 이 두 사람이었다.
교수들에게 들어 보니 탑햇을 쓰고 있는 주교급 1체를 제외하고는 모든 4체의 육신이 터져 나갔다고 한다.
유일하게 도망친 녀석은 워낙 줄행랑이 빠르기도 했고, 둥지 내부의 상황이 급한 터라 놓쳤다고.
암튼, 그건 그렇고.
‘첫 번째 심판무구를 얻게 되었다.’
심판무구란 대주교 이상 알티프들의 신체 일부와 같은 무기로, 그 물건 자체를 그대로 들고 왔다는 개념과는 다소 상이하다.
나는 검게 변한 유물 나이아스를 바라보았다.
평소의 청아하던 색이 탁하게 변했다.
자간의 목을 벨 때, 그녀의 심판무구를 흡수한 것이다.
소설에서 리암이 마지막까지 2품 유물이었던 나이아스를 사용한 이유이기도 하다.
비록 정령은 죽어 위력이 감소하였으나, 대주교를 베곤 이를 상쇄할 정도의 힘을 얻었다.
아쉽게도 자간이 가지고 있던 권능을 쓰거나 하지는 못하지만, 한계치와 위력이 놀라울 정도로 크게 상승한다.
지금쯤이면 검 안이 답답하다며 밖을 노닐 나이아스는 그 안에서 잠자리에 들어 있다.
며칠이 지나면 갑작스럽게 들이닥친 힘이 안정화가 되고 잠에서 깨어날 것이다.
그렇게 앞으로의 계획이나, 이후의 일정을 생각하던 도중.
드르륵⎯!
요란한 소리와 함께 불청객이 침입했다.
전신이 붕대로 감긴 한심한 주인공이었다.
“제법 행동거지가 사나워졌구나.”
리암의 호흡이 불안정하다. 몇 시간을 울어서인지, 그냥 혈관이 터져서 그런 것인지 붉은 눈은 퉁퉁 불어 있다.
그의 눈은 절망 속에서 헤엄을 치고 있었다.
“이렇게 개념 없이 나를 찾아왔다는 건, 어지간히 급한 용무이거나 중요한 사항이라는 것이겠지.”
이번 사건으로 리암은 크게 넘어졌다.
자칫 잘못하면 다신 일어서지 못할 정도로.
“…지?”
그가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는 말은 너무 원형이 뭉개졌고, 그 세기가 작아 알아듣지 못했다.
눈을 찌푸린 채 기다리고 있자 알아서 다시 뱉어 낸다.
“너… 빙의자잖아. …그렇지?”
리암의 말은 어딘가 절실하기까지 했다.
그는 이어서 말했다.
“나와 같은 빙의자인 거잖아! 어서 말해⎯!”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곤 홀로 다급한 그에게 다가갔다. 리암의 몸이 추위에 떠는 것처럼 진정하지 못하고 있다.
나는 크게 한숨을 내쉬며.
“커헉…!”
리암의 복부를 강타했다.
안 그래도 크게 다친 리암이다. 충격을 받곤 바닥에 고꾸라져 꿈틀거린다.
그 미련한 녀석을 향해 말했다.
기존에 상정했던 것보다 빠른 수순이지만 지금 말해야 한다.
“그래.”
더는 이 녀석의 어처구니없는 꼬락서니를 두고만 볼 순 없었기에.
“나는 밖의 세상에서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