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illain Bought the Female Lead RAW novel - Chapter (90)
악역이 여주인공을 구입했다-90화(90/350)
찍찍이를 뒤르테문드의 곳곳에 뿌려 두고 난 후, 우리는 프릭칸리스크의 흔적 찾기를 이어 갔다.
그러나, 수색 반경을 좁히면서까지 밀도를 높였음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꼬리는 좀처럼 보일 기미가 없었다.
결국 날이 어두워졌고, 우리는 헤일리온 조와 헤어진 채 먼저 숙소로 돌아가기로 했다.
그들은 도시를 돌아다니며 경비 활동을 잇는다.
최근 며칠 동안 교대제로 해서 이와 같은 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나와 핀은 제외 대상이었으니 그나마 밤에는 제약이 없었지만, 용사들은 쉬는 시간도 거의 없이 바빴다.
그렇게 가온, 야닉과 함께 숙소에 도착했다.
“전 저녁 생각이 없어서 올라가서 잠시 쉬고 있을게요….”
곧바로 쓰러질 것 같은 몰골을 한 가온은 가볍게 인사를 하더니 서둘러 올라갔다.
요 며칠 동안 잠을 잘 때를 제외하고는 그의 마력은 상시 감지를 위해 방출 중이었다.
용사라고 해도 지치기 마련. 아마 돌아가면 바로 침대에 누워 곯아떨어질 것이다.
“바르간. 어떻게 할 생각인가.”
“숟가락을 뜨지 못할 정도로 지치진 않았습니다.”
“오, 잘됐네. 혼자 먹기는 심심했는데 그럼 같이 먹으면 되겠어.”
우리가 묵고 있는 숙소의 1층은 주점이자 음식점으로 되어 있어 밥을 먹는 게 가능했다.
꽤 늦은 시간이었음에도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이곳은 누가 봐도 ‘먹고 떠들기 좋은 술집’이라는 이미지를 풍긴다.
마침 구석 한편에 자리가 비어 있어서 그쪽에 앉았다. 야닉은 덩치가 커서 그런지 그저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꽉 찬 느낌을 주었다.
음식을 시키고 나오기 전까지의 시간.
주변의 소음이 유독 크게 들리는 순간이다.
“술은 안 드시는군요.”
“거나하게 서너 병은 마실 것 같은데 안 마셔서 신기한 건가?”
내가 생긴 건 이래도 임무 중에 술을 먹지는 않아. 라며 야닉은 이빨을 보이며 웃었고 그게 물꼬를 트게 된 계기가 되었다.
“오늘 하루 정말 수고 많이 했다. 아직 아카데미아 학생인데도 이미 용사로 활동해도 될 정도로 능력이 출중하더군.”
“슈겐하르츠의 이름을 달고서 이 정도는 해야 마땅할 테니까요.”
“아, 그러고 보니까 그랬지. 슈겐하르츠가라. 역시 명문가가 다르긴 다르군.”
그는 술 대신 커다란 맥주잔에 담겨 있는 시원한 물을 벌컥벌컥 들이켰다. 목구멍도 저 굵은 목처럼 커다란지 500cc는 담겨 있던 게 순식간에 사라진다.
그는 시원하다며 감탄하는 일 없이 잔을 내렸다.
눈을 보니 어떤 주제에 대해서 말을 꺼내려는 모양이다. 그의 과거와 연관된 이야기인 것 같기도 하다.
“크라인의 멘티 제안은 거절했다고 들었다.”
“헤일리온 님을 거절하고 택하기에는 무리가 있었죠.”
“크하하. 역시 솔직하군. 그래, 크라인이 제법 사역마 쪽에서는 알아준다고 해도 헤일리온의 위광에 비할 바는 못 되긴 하지.”
그 사실이 약간은 쓸쓸해 보이기도 했으나, 크게 티가 나지는 않는다.
야닉은 크라인과 같은 팀으로서 활동한 적이 있었던 남자.
나도 이것을 알기에 지금의 자리를 마련했던 것인데, 제가 알아서 던져 주니 모양새가 이상하지 않게 꼬리를 물 수 있게 되었다.
“그와는 친밀한 관계인 겁니까?”
“크라인 말인가. 흐음… 과장을 보태도 친하다고 말하기에는 뭐하고 그저 팀원이어서 말을 주고받던 사이 정도겠지. 그래도 그와 나는 뒤르테문드에 배치된 세월이 가장 길다 보니까 서로 웬만한 건 다 알게 됐지만 말이야.”
이 역시 알고 있었다. 말하는 것으로 봐선 기존과 달라진 점도 없어 보인다.
조금 더 이야기를 진행해야겠다.
“사실 크라인 님에게는 죄송할 따름입니다. 몇 번이나 아카데미아에 찾아와 주시기도 했고, 편지도 열 통을 넘게 보냈으니까요.”
“대충은 들어 알고 있었지만, 정말 과장이 아니었나 보군. 하하하. 그 정도로 자네가 마음에 들었다는 소리였겠지.”
“아마 제가 사역마를 사용하는 데서 공통점을 느낀 듯합니다. 사역마라는 게 매력적인 아이들이긴 하지요. 저도 충분히 이해합니다.”
그래서 말인데, 궁금한 게 있습니다.
그렇게 말하며 본격적으로 파고들 준비를 마쳤다.
“크라인 님의 사역마는 단 한 마리라는 말을 들었는데 이게 사실입니까? 사실이라면 저로서는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라서 말이죠.”
어깨를 으쓱하며 가볍게 뱉었다.
물론 하나의 사역마만 집중해서 키우는 용사가 있기는 하겠으나, 그 효용성과 사역마라는 분야 자체를 놓고 본다면 절대 합리적이라고 말할 수 없다.
“아, 사역마… 그래. 한 마리만 있지… 그런데 그게… 식사 전에 할 이야기는 아니지만, 좀 기괴해.”
설정에 적혀 있어서 알고 있다.
바르간과는 다른 방면으로 사역마에 미친 인간이니까. 원작의 바르간도 그의 이러한 부분은 이해하지 못했다.
나는 모르쇠를 일관하며 물었다.
“그렇다는 말씀은요?”
야닉은 이야기를 하기 명백하게 꺼리는 기색을 보였지만, 내가 궁금해하는 티를 잔뜩 내자 불기 시작했다.
며칠 동안 그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 줬던 효과가 여기서 나타났다.
“비밀도 아니지만 알고만 있게. 여신교 대주교 중에 「글라샬라볼라스」라는 녀석이 있는데 여러 생물을 합친 듯한… 키메라의 모습을 한 짐승이지. 크라인이 그 녀석을 보고 난 이후에 감명받은 것처럼 살짝 맛이 가기 시작해서 말이야.”
“네.”
야닉은 목소리를 줄였다.
유쾌한 이야기가 아닌 탓이었다.
“그 이후로 크라인은 자신의 모든 사역마를 하나로 융합시키기 시작했어.”
“사역마를 말이죠….”
역시 듣기 좋은 말은 아니다.
바르간의 성격을 그대로 물려받아 가만히 있어도 사역마에 대한 애정이 샘솟는 나에게는 더욱이.
“자네도 알겠지만. 융합이라는 게 어려운 일이지 않은가. 두 마리까지는 기존 마법 술식으로도 가능했지만 세 마리부터는 난항을 겪었었지.”
당연한 일이다.
본래 생물이란 고유성을 유지하기 마련이라 그렇게 가볍게 섞을 수 있는 것도 아닐뿐더러, 합한 상태에서 새롭게 탄생한 정신을 유지하는 것 또한 주의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두 마리를 넘어 세 마리라면 그 어려움이 세 배는 가뜬히 넘어간다.
“말을 할지 말지 고민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사역마를 어떻게 하든 소유자의 권한에 따른 일이라 법의 심판을 받지 않으니까요.”
여기는 내가 살던 세계와는 다르다.
현세로 치면 일종의 동물 취급받는 사역마이지만 동물을 보호하는 친절한 법은 없고 오로지 사람의 감정을 충족시키거나, 갖가지에 이용하는 대상에 지나지 않는다.
“…그래. 대충 짐작은 한 것 같으니 그냥 말하겠네.”
야닉은 탐탁지 않다는 톤으로 말한다.
“크라인은 ‘물리적’으로 키메라를 생성하기 시작했어.”
“물리적으로요?”
“당연히 마법이 들어가긴 했지만, 그 모습을 보면… 직접 손발을 잘라 내서 붙이거나, 가죽을 벗겨 억지로 투구를 입힌 꼴이라서 말이야…. 자연스러운 융합이라고는 절대 말할 수 없어.”
이야기가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그래, 크라인의 키메라에 대한 정보를 불었으면 곧이다.
나는 원작에서도 나오지 않았던, 당시의 바르간이 알고 있었을 정보를 알고 싶다.
“현재까지도 그 키메라 연구를 진행하는 중인 겁니까?”
“팀이 달라지고 나서 마주할 일은 거의 없었으니 확실하진 않지만 그런 거 같더군…. 그가 재료로 사용할 새로운 사역마를 데려오는 며칠 동안은 항상 기쁜 듯이 입꼬리가 잔뜩 올라가 있으니까. 3주일쯤 전에도 그랬던 걸 보면, 확실히 지금도 하는 거 같긴 하지.”
“그렇군요….”
“아, 드디어 음식이 나왔군.”
이야기를 가로지르듯 제공되는 요리들.
구운 고기와 채소들의 감미로운 냄새가 코를 자극했지만 나는 그 맛을 제대로 느끼지 못했다.
그 이후로 야닉은 나에게 몇 가지의 대화 주제를 던졌고 나는 적당히 받아 주었지만, 영양가가 있다고는 말하기 힘들었다.
지금 나에게는 음식의 맛보다도, 이까짓 시시껄렁한 담화보다도 깊이 생각할 게 있었으니.
…짧지만 길게 느껴졌던 식사가 끝이 났다.
야닉은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기 전에 뒤돌아보며 말을 건넨다.
“용사가 된다면 꼭 뒤르테문드에 지원해 보게. 자네 같은 인재는 언제나 환영이니까.”
아무래도 그는 내가 상당히 마음에 든 모양이다. 곰 같은 남자이지만 표정에 제법 티가 난다.
나는 싱긋 웃으며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지껄였다.
“염두에 두겠습니다.”
***
뒤르테문드의 늦은 밤거리 불빛이 대부분 잠들어 있다.
도로나 길거리에 중간중간 가로등 역할의 마석이 빛을 발하곤 있으나, 건물의 창문에서 내뿜는 빛은 몇 없다.
거리가 한적하다.
사람도, 쥐도, 까마귀도 모두 각자의 집으로 돌아갔다.
고요한 뒤르테문드의 밤거리.
타박⎯.
바르간은 그 거리를 걷고 있다.
그가 가는 곳은 정해져 있었다.
그가 얻고자 하는 것 또한 명확했고.
그가 만나고자 하는 인물도 지정되어 있다.
걸으면서 끝나지 않은 상념의 연쇄를 이어 간다.
프릭칸리스크가 이 도시 안에 있다는 사실은 다시금 확인했다. 그녀는 명확한 목적이 있고, 추정하건대 도시를 전복시키기 위함은 아니다.
그렇다면 무엇 때문일까.
이야기를 한번 종합해 보자.
그녀는 인간 용사와 사랑에 빠졌었다고 했다.
그 용사, 아인테른의 이름은 이 주변 사람들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해진 인물이다.
항설에 의하면 그는 프릭칸리스크와 사랑을 나누었으나, 몇 년 지나지 않아 그녀의 변덕에 의해 죽음을 맞이한 첫 번째 희생자라고 한다.
그래서 얼간이라는 별명으로 사람들의 입으로 전해지는 것이고.
십이신수인 프릭칸리스크가 미쳤다?
그럴 수 있다. 원작에서도 별다른 언급이 없었고 교회에서도 그렇게 주장하고 있지 않은가.
다만, 미래에 알려질 추가적인 정보를 가진 나는 순전히 받아들일 수 없는 노릇.
흐름만 봐서는 별개의 이야기로 보이지만, 아니 그렇게 주장하려는 듯하지만.
지금 이 시기의 대주교 아미가 이 근처의 마을에서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런데 아미의 행적은 전혀 알려지지 않고 있으며 오히려 프릭칸리스크의 악평만이 늘어나고 있다.
아미가 정확히 어떤 마을들을 침략했는지 소설에 나와 있었다면 대조해서 알아볼 수 있었을 텐데 그렇지는 않았기에 비교할 수는 없었다.
교회가, 정확히는 교회의 뒤르테문드 지부가 아미를 ‘감추고 있다’라는 느낌을 도저히 지울 수 없다.
대체 어떤 연이 있단 말인가.
그렇게 뒤르테문드와 관련된 모든 정보를 종합하고 있던 와중, 바르간의 기존 멘토였던 크라인의 사역마에 대한 외관 묘사를 빗대어 보았다.
⎯그것은 키메라였다. 사자의 얼굴을 하고, 말의 다리를 가졌으며, 와이번의 날개를 펼쳤다. 꼬리는 뱀으로 되어 자유롭게 움직여졌고, 피부는 갑옷과 같이 단단하였으며, 겨울을 담은 푸른 두 뿔이 반짝거렸다.
겨울을 닮았거나 담았다는 묘사가 프릭칸리스크를 제외하면 소설에 자주 등장했던 표현은 아니었는데 그 사역마에게는 두 뿔이 그렇다고 적혀 있었다.
겨울을 닮았다.
겨울을 담았다.
프릭칸리스크와의 연이 없다고 볼 수 있을까.
사역마에 미쳐 있는 크라인. 500년 정도의 긴 세월을 트로아 제국 북부에 터전을 마련하며 살아온 프릭칸리스크. 새롭게 들여온 크라인의 사역마.
짐작은 가나 확증이 없다.
해서 나는 지금 그것을 알아보려 향하는 중이다.
모든 것을 확실하게 하기 위해서.
똑똑.
낡은 주택 앞에서 바르간은 문을 두드렸다. 과거 주점이었던 건물을 개조한 것으로 곳곳에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안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누구세요?”
“거래인.”
“목적은요?”
“둘 다.”
⎯끼이익.
답을 하자 문이 열렸다.
그를 맞이한 건 지극히 평범해 보이는 젊은 여성이었다. 그녀는 실제로 특별한 힘이나 비밀이랄 게 없는 일반 시민이었다.
“따라오세요.”
문 앞에 펼쳐진 건 복도나 방이 아닌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이었다. 여인은 등불을 든 채 바르간을 안내한다.
바르간의 신원은 확인하지 않았다. 그녀가 할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지하로 내려가자 그 깊이와 크기가 실감이 나기 시작한다. 마치 개미굴처럼 곳곳에 방이 연결되어 있으며, 방 하나당 한 명을 받았다.
방의 입구는 전부 닫혀 있고 특수한 마법으로 처리까지 해 두어 소리가 새지 않도록 하고 있다.
이를 뚫어 엿듣기 위해 저주 마법을 사용한다면 들을 수는 있겠으나, 곧 이상을 느낀 보호 체계가 가동되어 사람들이 몰려올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자, 안내하던 여자는 말했다.
“이 방이에요.”
그녀는 간단하게 고개를 숙이고 물러났다.
그 어떤 상대가 들어오더라도 그녀는 지금과 같이 일관적인 모습을 보일 터였다.
바르간은 손잡이를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손잡이를 돌린 순간 느껴졌다.
바르간의 생체 정보가 이곳에 각인되었다는 것을.
과연, 만일을 대비하기 위한 안전장치였다.
“어서 오십시오.”
방 안은 어두웠고, 붉은 커튼으로 이곳저곳이 가려져 있다.
오로지 대화를 나누기 위한 장소처럼. 바르간의 앞에는 탁자 하나를 사이에 두고 풍채가 좋은 중년의 여성이 앉아 있었다.
바르간은 손님용 의자에 앉아 그녀를 마주했다.
“무엇을 거래하고자 이곳에⎯”
“네가 아니다.”
바르간은 중년 여성을 말을 끊고 담담하게 행동했다. 지금 눈앞에 있는 인물과는 대화해도 의미가 없었다.
“정확하게 이야기해 주셔야 저희 ‘테라리움’에서 더욱 확실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중년 여성은 고압적이고 무례한 태도에 당황하지 않으며 말을 이어 나갔다.
다만, 눈은 살짝 가늘어져 손님을 기억하려, 혹은 파악하려 드는 것 같다.
“「22번째 손님이 문을 두드렸다.」 이것으로 알아들었겠지.”
그건 특수한 사람들을 대접하기 위한.
그들만의 일차적인 암호 같은 것이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중년 여성은 몸을 일으켜 커튼 뒤로 빠져나갔다. 바르간이 들어온 문이 유일한 문이 아닌, 뒷문이 있던 것이다.
그러곤 얼마 지나지 않아.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옛 영국 신사가 쓸 법한 긴 탑햇을 쓴 남자가 들어왔다. 그는 바르간을 보며 길게 웃었고, 말했다.
“22번째 손님. 어떤 용무로 저를 찾아오셨는지요.”
이곳은 대도시에는 하나씩 숨어 있다고 전해지는 지하 거래장.
테라리움.
세상의 모든 정보가 이곳에서 사고 팔리며, 그 정확도와 중요도에 따라 값이 하늘과 땅 차이로 매겨진다.
이곳에는 한 가지 비밀이 있었는데.
“「벨레드」 님의 영광을 따르러 왔다.”
“그렇군요….”
바로 여신교가 테라리움에 깊게 관련되어 있다는 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