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illain Bought the Female Lead RAW novel - Chapter (99)
악역이 여주인공을 구입했다-99화(99/350)
부대를 세 개로 나뉘어서 진격한 아미의 판단은 결과적으로 나쁘지 않은 결과를 초래했다.
헤일리온의 대규모 고유 마법.
하늘로부터 내려온 그 찬란한 빛에 가장 앞서 있던 부대가 사실상 전멸했으니 말이다.
그 범위가 상당히 넓어, 만약 부대와 부대 사이가 조금만 더 좁았더라면 사제급 알티프는 전멸했을 터이다.
쿠웅쿠웅⎯!
그들의 진이 무너지고 성벽 바로 앞까지 도달한 아미의 군세는 용사들과 맞붙기 시작했다.
성벽 위에서 활과 마법을 쏘아 대는 용사들은 각자의 화력을 총동원하여 이들을 저지하려 들고.
검과 창 등을 사용하는 근거리형 용사들은 성벽의 앞에서 직접적으로 알티프의 심장에 날붙이를 밀어 넣는다.
붉은 괴물들의 몸에서 시뻘건 피가 홍수처럼 쏟아진다.
이를 맞은 용사들은 누가 알티프인지 사람인지 구분하기 힘들게 변모해 간다.
전장은 피비린내와 역겨운 내장 냄새로 가득하고.
그들의 뜨거운 열기와 함성으로 대기를 포화 상태로 만들었다.
“크아아아⎯⎯!”
어느 종족이라고 할 것 없이 각자의 비명을 지른다.
그들의 목적은 달랐으나, 이는 상태를 고취시킨다. 터질 듯한 근육을 움직이며 날카롭게 적을 노린다.
남은 알티프의 세력은 대주교 1. 주교 8. 사제 2,000.
그에 반해, 성을 지키는 인원들은 전부 해서 31.
용사가 아닌, 뒤르테문드의 일반 병사들은 참전하지 않는다.
사제급의 가장 귀찮은 점이 사람을 모체로 하여 번식이 가능하다는 점인데 일반 병사들이 줄지어 있다가는 도리어 방해만 되거나, 적의 개체를 늘리는 악수가 되기 때문이다.
결국, 용사 한 명은 단순히 수로만 따져도 일당 50 이상은 해야 한다는 말.
【크에에에엑⎯⎯⎯!】
토이렌 트로아 핀.
아카데미아 꼴등이라는 화려한 전적으로 입학한 그는 거대한 성벽의 앞에서 하나씩 사제급을 처리해 가고 있었다.
핀은 자신의 실력이 이곳에 있는 그 누구보다도 떨어진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무리하지 않고 상대할 수 있는 사제급에게 검을 꽂아 넣었다.
한 번쯤은 자신도 주교급과 전투를 벌여 보고 싶다는, 용사들에게 커다란 도움이 되고 싶다는 욕망이 피어오르기도 했으나, 접는다.
자신이 실책으로 다른 이에게 피해가 갈 수도 있는 노릇이기에.
본인들의 임무는 단순히 알티프를 죽이는 데 지나지 않고 뒤르테문드를 수호하는 것이기에.
⎯서걱.
사제급 알티프의 목을 벤다.
이를 반복한다.
그러나, 인생이란 뜻대로만 흘러가지 않는 법.
특이체.
그중에서도 말과 인간을 합친, 켄타우로스를 형상화하는 특이체가 본인의 팔을 창으로 만든 뒤 그에게 돌격한다.
특이체는 사제급에 속하지만, 일반적인 형태에 비하면 그 파워는 몇 배로 강하다.
이제 걸음마를 뗄까 하는 핀에게는 결코 만만치 않은 상대.
핀은 침착하게 검을 올려 들었다.
“…….”
주변의 소음이 들리지 않게 된다.
오로지 핀과 다가오는 기병만이 남은 것처럼 고요하다.
핀의 오러와 힘만으로는 적을 단번에 꿰뚫기 힘들다.
본능적으로 알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도망치지 않는다.
자신의 능력으로 부족하다면 그가 달려오는 힘을 역이용하면 된다. 상대의 공격이 위협적일수록 이는 이용하기 좋은 무기가 된다.
다그닥⎯!
바로 앞까지 다가온 특이체.
그 창끝이 핀에게 닿으려는 순간.
핀은 신속히 발을 놀렸고 상대의 일격을 피한 뒤 검을 휘두른다. 노리는 곳은 멀리 떨어진 상대의 목이 아니라. 말의 부위에 해당하는 다리.
핀이 녀석의 앞다리 양쪽을 잘라 버리자.
그것은 균형을 유지하지 못한 채 바닥에 쓰러졌다.
성공했다!
이제 목을 베기만 하면 승리….
“X신이. 특이체 하나 잡았다고 좋아하기는.”
핀의 검에 의해 특이체의 머리가 떨어지자, 주변에서 알티프를 학살하고 있던 남자의 목소리가 핀을 조롱했다.
그는 이 전장에서 헤일리온 다음가는 무력을 자랑하는 용사, 크샤놀이었다.
그의 주변에는 깔끔하게 베인 수많은 특이체들의 사체로 가득하다. 더럽고 번잡한 전장과는 다소 대비되는 모습이다.
핀은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고 전투를 이어 갔다.
그를 무시하려고 하는 게 아니라. 크샤놀이 핀에게 관심을 주지 않고 사제급을 도륙 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용사들 중 가장 실력이 부족한 핀은 2인자인 크샤놀의 옆에 배치되었다. 전장에 구멍을 내지 않기 위한 대책이었다.
핀과 크샤놀이 위치한 곳은 전장의 우익.
아직까지 그 전선이 무너지지 않은 채 유지되고 있다.
“허억… 허억.”
잠시 전장을 바라보고 있자, 핀은 자신의 상태가 생각보다 많이 지쳐 있음을 깨달았다.
아드레날린의 과한 분비로 인해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숨이 거칠다.
핀은 이를 악다물며 동작의 효율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가만히 멈춰 있을 수 있을 정도로 여유로운 전장이 아니라 쉴 수는 없다.
겉시야로 조금씩 보이는 크샤놀의 움직임을 눈에 들어온다.
그는 정말 깔끔했다.
무도(舞蹈)도 아니건만, 크샤놀의 동작은 하나하나가 아름답다고 느껴졌다.
또한 효과적이고.
파괴적이다.
그의 검이 내쳐져짐과 동시에 말했다.
“야, 얼간이. 여긴 전장이야. 방금처럼 한 놈에게만 집중하기를 반복했다가는 얼마 지나지 않아 네 모가지가 바닥을 굴러다닐 거다.”
크샤놀은 못마땅하다는 듯 혀를 찼다. 비난을 이어 간다.
“쯧. 이런 것도 몰라서 뭘 어쩌겠다는 거야. X발.”
거리를 벌리며 적들을 썰어 가는 크샤놀. 핀은 그의 말을 귀담아들었다.
그의 말이 전적으로 옳았다.
특이체를 하나 잡았다고 기뻐할 때가 아니다. 전장에는 이와 같은 적들이 널려 있다.
방금 전 전투에서 핀은 오로지 한 녀석에게만 순간적으로 ‘몰입’했고. 주변의 상황은 파악되질 않았다.
이는 잘못이다.
처음으로 특이체를 잡았다고 좋아할 게 아니라 비관적으로 봐야 한다.
이론은 알고 있었지만, 실전에서 적용하지 못했다.
그의 말대로 얼간이가 따로 없다.
“……!”
그런 자책 속에서 고독한 전투를 이어 가고 있자. 거대한 두 마나가 격돌함을 느꼈다.
극도로 불길한 마나와.
지나치게 깨끗한 마나.
완전히 상반된 두 거센 기운이 맞부딪힌다.
헤일리온과 대주교 아미의 것임이 틀림없다. 이들 말고 이 전장에서 이 정도의 박력을 뿜어내는 이는 존재하지 않으니까 말이다.
전장의 가운데에서 둘만의 결투가 벌어지고 있다.
그들의 기운에 비하면 주변의 참혹은 배경에 불과한 듯 여겨지기도 한다.
“크윽⎯!”
검을 휘두르던 핀의 어깻죽지를 사제급 알티프 하나가 물어 버렸다. 다행히 곧바로 녀석의 눈에 검을 찔러 넣어 벗어날 수 있었지만, 피가 철철 흐른다.
핀이 입고 있던 사슬 갑옷에 구멍이 뚫렸다.
응급조치로 스스로에게 치유 마법을 걸어 피를 막는다.
온전히 치료가 되지는 못했지만, 검을 휘두르는 데 방해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크륵, 크르륵!】
핀의 기세가 조금 떨어졌다는 걸 느낀 건지 그를 노리를 사제급의 무리가 세를 더했다.
핀은 아프다는 내색도 없이, 곧바로 자세를 고쳐 잡았다.
지켜야 한다.
반드시 지켜야 한다.
본인 한 명의 문제가 아니다.
여기서 당해 버린다면 우익의 진형이, 더 나아가 뒤르테문드에 알티프가 도래하게 된다. 녀석들은 순식간에 세를 불려 나가겠지.
이는 곧 끔찍한 재앙과도 같다.
막는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막는다…!
약해지려는 마음을 검과 함께 꽉 잡아 휘두른다.
점차 지쳐 감과 동시에 크고 작은 상처가 늘어날지라도.
자신과 마찬가지로 반대편인 좌익을 지키고 있을 바르간을 한 구석에 떠올리며, 연약한 오러를 불태운다.
***
핀의 반대편에 위치한 좌익.
이곳에서 바르간은 전장을 흐름을 살피며 전투를 이어 가고 있었다. 연속해서 높은 격의 마법을 사용하고 있지만, 조금의 지친 기색도 없다.
한 점의 살점이나 피도 튀기지 않고 고고하게 적들을 처치해 간다.
‘전장의 양상이 나쁘지 않군.’
바르간은 두 전장을 비교한다.
소설로 언급되었던 상황과 지금의 전장은 그 모습이 아주 다르다고 할 수 있다.
프릭칸리스크를 돕지 않고, 토벌을 택했던 원작에서는 진퇴양난이라고 봐도 좋은 상황이었을 것이다.
뒤르테문드의 내부에서는 자신의 아들을 되찾으려는 프릭칸리스크가 날뛰었으며, 외부에서는 아미의 군세가 들이닥치는 형국.
이 때문에 교회에서는 프릭칸리스크와 아미가 손을 잡았다고 거짓으로 사건을 정리했지만, 실은 그렇지 않았다.
프릭칸리스크가 용사 크라인과 아미의 덫에 걸려 내부에서 관심을 끄는 틈을 타 아미가 쳐들어온 것이다.
당연히, 안 그래도 부족한 용사들이 두 그룹으로 나뉘어져 상황을 모면하려 들었을 것이며 헤일리온 일행이 무리를 하게 되었겠지.
그러니, 천하무쌍인 헤일리온이 자신의 팀원 중 하나인 가온을 지키지 못하고 죽게 만들어 버렸던 것이고.
이 점만 하더라도, 전쟁은 크게 유리하게 뒤바뀌었다고 말할 수 있다. 용사들의 전력이 온전하게 수성에만 집중할 수 있다는 것으로도 이토록 안정적이게 되었으니.
하지만.
바르간이 지금의 양상이 나쁘지 않다고 말하는 근거는 이에 끝나지 않았다.
고개를 조금 돌려 크게 날갯짓하며 주변의 모든 알티프를 얼려 버리고 있는 신수를 바라본다.
드래곤의 모습 그대로, 위용을 보이며 모든 것들을 내려다보는 신수, 프릭칸리스크. 그 드래곤의 주변은 유독 차갑다.
그녀는 「추기경 계약서」의 조건에 의해 이번 전쟁에서 뒤르테문드를 지키게 되었다. …정확히 말해서 바르간을 지켜야 하는 것이었지만, 같은 말이나 다름없다.
프릭칸리스크는 든든한 아군이자, 보험.
이번 전쟁은 승리로 이끌어지는 게 당연한 일이니까.
바르간이 노리는 것은 단순한 승리가 아니라, 완벽한 승리였다. 그녀가 없다고 하더라도 이대로 진행된다면 아무런 피해 없이 이야기를 진행할 수도 있다.
하나, 아직 이번 에피소드가 끝난 게 아니다.
변수가 발생할 수 있다.
바르간은 이를 예측했고, 강한 힘을 가지고 있는 프릭칸리스크와의 계약에 해당 사항을 명시했다. 그 대가로 교회로부터 막대한 보상을 요구할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그토록 고고한 십이신수가 인간을 도운 것인데 당연히 어떤 콩고물이라도 떨어지지 않겠는가.
그런 생각을 하던 때.
자신을 향해서 급강하하는 존재를 목격한 바르간.
쿠웅⎯!
돌풍을 일으키며 지면에 그대로 내려꽂히듯 들이박은 생물체. 성난 멧돼지와도 같은 그것은 온몸이 단단한 근육으로 잔뜩 부풀어져 있다.
바르간은 그를 처음 보았지만, 그가 어떤 존재인지 짐작이 갔다.
주교급. 그중에서도 중간 이상은 가는 놈.
그는 일반적인 사제급의 진화 형태를 연상케 했다.
전신은 시뻘겠으며, 얼굴만이 하얗다.
가죽으로 만든 것 같은 날개가 달려 있다는 점이 다르긴 하나, 다른 주교들이 비교적 사람과 유사한 점을 생각하면 이자의 외관은 사제급과 닮았다고 볼 수 있다.
아미의 수하 중 하나.
주교, 그뢰펜.
바르간은 가만히 그뢰펜의 앞에 서 있다. 그 우락부락한 존재를 보며 말한다.
전혀 다급하지 않다.
평온하게.
“아직까지 변화수는 없는 건가.”
그는 그뢰펜을 변화수라고 칭하지 않았다. 그 정도에 속할 정도로 대단한 괴물이라고 보지 않는 것이다.
『날 원망하지 말거라 인간. 이건, 전부 아미 님의 심기를 건드린 네 잘못이니⎯!』
바르간이 자신에 대해 어떤 평가를 매겼는지 알 겨를이 없는 그뢰펜. 그의 목숨에는 시간제한이 걸려 있어 한시가 바쁜 상황이다.
레이스용 자동차 배기음을 방불케 하는 소음을 낸다. 안 그래도 울퉁불퉁한 그의 몸이 더욱 크기를 키우곤.
곧바로 거대한 주먹을 내리꽂는다.
그 압력과 크기는 곰을 떠올리게 하는 용사 야닉보다 거대하고 빠르다.
쾅⎯!
주변에 쌓여 있던 눈이 먼지와 같이 터져 나간다. 바르간의 형체는 그 흰색의 먼지들로 가려져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상대를 짓눌렀다는 느낌이 없었다. 피한 듯하다.
그의 귀에 바르간의 음성이 들린다.
“위력도, 속도도 나쁘지 않군. 신입 용사라고 해도 일격에 즉사시킬 정도구나.”
바르간은 여전히 그뢰펜에 대한 분석을 이어 가고 있었다. 아직 제대로 보이지 않지만, 피해가 전혀 없는 듯하다. 어디에 있는 거지?
그뢰펜이 그런 사고를 이어 나가자 뒤에서 인기척을 느꼈다. 쾌속으로 주먹을 뒤로 휘둘러 치며 몸을 돌린다.
『없어…?』
그러나, 없다.
바르간이라는 목표물은커녕 아무것도 없다.
그러자 들리는 차가운 음성. 천천히 죽음을 부르는 듯 잔인하다.
“하지만, 그게 전부다. 귀찮게 하지 말고 사라져라.”
바르간은 뒤가 아닌, 그의 정면에 있었다.
언제부터? 라는 말은 중요하지 않다. 바르간이 뻗은 손이 닿은 부위. 그뢰펜의 가슴팍에 보이는 변화는 그에게 말한다.
“부패란 참으로 끔찍하구나.”
그뢰펜은 비명을 지르지 못했다.
그런 틈새가 없었다.
그의 가슴 정중앙에 떨어진 부패의 저주는 바르간과 그뢰펜의 차이를 입증하듯 순식간에 그의 전신을 집어삼켰고, 앗아 갔다.
남은 건 그뢰펜이 아닌, 썩어 버린 사체.
바르간은 아미의 권능을 모방하여 처음으로 시전해 본 저주 마법의 효력을 확인하더니 고개를 돌린다. 그에게 있어 이번 전장은 좋은 실험대.
“다음은 무엇으로 한다….”
싱싱한 실험 재료들을 얻을 수 있는 자리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