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illain is Too Good at Broadcasting RAW novel - Chapter (10)
3. 게임이 너무 쉬움 (3)
6.
동수 형의 방송은 실시간 1위를 아주 당연하다는 듯이 먹어 치웠다.
원래도 사람이 많이 보는 대기업 스트리머였지만, 내가 이번 방송에서 보여 줬던 플레이들이 빠른 속도로 곳곳으로 수출이 되었다.
시기도 좋았다.
AOA가 출시된 지 얼마 안 된 시기라서 여전히 많은 스트리머들이 AOA를 플레이하고 있었고, AOA의 제작사인 장비소프트에서도 적극적인 프로모션을 진행 중이었다.
그 덕분에 전 세계의 시청자들이 몰려들었다.
실시간 시청자 10만 명.
한국에서 단일 방송으로는 쉽게 깨어지지 않을 기록이었음에도, 동수 형의 시청자 숫자는 10만을 돌파하고서도 끊임없이 증가 중이었다.
-장비소프트 코리아 홈페이지에 실시간으로 공지 뜸.
-안녕하세요, 장비소프트 코리아입니다.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스트리머 ‘칸’ 님의 방송에 대한 긴급 공지입니다. 방송에서 ‘샤’ 님께서 보여 주신 플레이는 치트나 버그 등의 부정행위를 일절 사용하지 않은 플레이임을 확인했습니다. 차후 저희 장비소프트 코리아에서는…….
-도대체 몇 줄?
-채팅창 전세 냈냐 ㅆㅂ련아!
-하지만 착한 복붙충은 ㅇㅈ이야
-이거 1년은 우려먹을 듯.
-해외 레딧에서도 한국인이 한국인 했다면서 제대로 난리 났음.
-국위선양 제대로 했네.
‘까마구’ 님께서 10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혹시 아까 보여 주셨던 거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어떻게 한 건지 진짜 궁금한데. 해 주시면 10만 원 더 쏨.]‘해명해’ 님께서 5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절. 대. 해. 명. 해]‘방구석어쌔신’ 님께서…….
채팅은 물론이고 후원 화력도 내가 봤던 것 중에서 가장 뜨겁게 타오르고 있었다.
진혁이의 방송에서도 후원이 많이 터졌지만, 지금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것이다.
동수 형이 공유해 준 대시 보드를 통해서 확인되는 후원 내역도 이미 500만 원을 넘겼다.
“좋아.”
동수 형은 두뇌 회전이 아주 괜찮은 사람이다.
눈치도 빠르고, 방송 감각도 뛰어나다.
게임 실력은 실력파 스트리머에 비해서 손색이 있다. 옛날에는 정말 누구나 인정하는 실력파였지만, 지금의 동수 형은 차라리 실력보다는 예능에 가까운 사람이었다.
아마 동수 형이라면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 지 본능적으로 깨닫고 있을 것이다.
“찬식아, 에피소드 1로 넘어가기 전에 튜토리얼 녹화한 거 한번 보고 갈까?”
수많은 시청자들이 방송에 들어온 이유.
스트리머는 그 가려운 부분을 잘 긁어 줘야만 높은 곳으로 올라갈 수 있는 법이다.
기존의 컨텐츠대로라면 에피소드로 넘어가는 거였지만, 아무래도 동수 형은 이번 이슈를 제대로 뽑아먹을 생각인 듯했다.
나는 동수 형의 질문에 머뭇거림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려운 것도 아닌데요.”
“기다려 봐.”
동수 형은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마자 곧바로 허공에 손짓했다.
그러자 곧 눈앞에 새로운 메시지창 하나가 떠올랐다.
[자동 외국어 자막 기능이 활성화됩니다!]해외 주요 게임 사이트에도 벌써 소문이 퍼져 나가고 있다는 걸 의식한 듯했다.
“솔직히 1단계부터 4단계까지는 노력으로 커버할 수 있으니까 5단계만 어떻게 클리어한 건지 설명해 주자. 다들 인정합니까?”
-노력?
-그래서 님 트라이 몇 번?
-누가 보면 원트에 5단계까지 쉽게 도착한 줄 알겠음.
-아조씨, 아조씨는 좀 빠져 있어요.
-야, 우냐?
-1시간 뒤 칸 : 뭐야, 내 방송 돌려줘요.
“야, 니들이 내 시청자들이냐? 어?”
-굳건좌 설명이나 빨리 듣게 해 주셈.
-구독 해지했습니다.
-야 ㅋㅋ 누가 우리 새 주인님 좀 빨리 데려와 봐. 여기서 이상한 아저씨가 술도 안 마시고 술주정 부리는데?
-그런데 맞는 말임. 5단계가 워낙 쇼킹했으니까 5단계만 맛보자. 솔직히 나머지 과정도 예술이긴 했는데, 5단계가 너무 지렸음
-ㄱㄱ
나는 가만히 채팅창을 바라보다가 피식 웃으면서 앞으로 나아갔다.
동수 형은 한숨을 연신 내뱉은 다음, 내 눈앞에 영상 하나를 띄웠다.
내 시점에서 녹화된 아주 따끈따끈한 영상이었다.
영상이 시작되자마자 단말마의 비명이 들리면서 암살자 한 명이 바닥에 쓰러졌다.
내가 비도를 이용해서 가장 먼저 처리했던 암살자였다.
동수 형은 검게 물들어 있는 화면을 바라보면서 나에게 물었다.
“뭐가 보였어? 혹시 사플? 아무 소리도 안 들렸는데.”
“아, 사플은 아니에요. 그냥 예상했다고 해야 하나?”
“예상?”
“제가 어젯밤에 튜토리얼 분석 영상을 좀 봤거든요. 친절하게도 암살자 9명의 패턴이 잘 촬영되어 있었어요.”
“음, 그런데 그거랑 이거랑 무슨 연관성이 있는 거야?”
동수 형이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그 말에 아주 당연하다는 듯이 대답했다.
“1번 암살자는 튜토리얼이 시작된 지 정확히 1.2초 만에 플레이어를 향해 비도를 던져요.”
“그런데?”
“2번 암살자는 튜토리얼이 시작되자마자 플레이어를 향해 쇄도해요. 그러니까 동선을 2번 암살자와 겹치게 만든 후, 1번 암살자의 비도 공격을 일부러 유도했어요. 그리고 그 비도를 피하기 위해 1.2초 뒤에 고개를 숙였고요.”
-도대체 무슨 말하고 있는 거냐?
-한국어 맞지?
-교수님! 진도가 너무 빠릅니다!
-일부러 공격 유도해서 2번 암살자 죽였다는 거 아님. 그게 뭐 대단한 거라고 존나 과몰입하네. 저건 나도 쉽게 하겠다.
-ㅋㅋㅋㅋ그럼 니가 직접 하든가, 병신아. 5단계 시작하자마자 푹찍 당할 새끼가ㅋㅋ
-그런데 어떤 변태 새끼가 저거 일일이 분석했음?
-모름. 외국 스트리머라던데.
채팅창의 반응은 여전히 이해 못 한 사람이 절반을 넘기고 있는 상태였다.
동수 형도 내 설명이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 모양이다.
미간을 살짝 찌푸리더니 계속 질문을 이어 갔다.
“두 번째도 그렇게 보낸 거고?”
“예, 4번 암살자가 있을 위치로 유도를 했어요. 4번 암살자만 잡으면 나머지 암살자도 쉽게 정리할 수 있거든요.”
“아니, 그 난전 속에서 어떻게 일일이 위치를 기억해?”
“……예?”
“전투 중에 암살자들이 가만히 있는 게 아니잖아. 그곳에 4번 암살자가 있을 거란 걸 어떻게 안 거야?”
진짜 답답해 미치겠다.
나는 동수 형을 바라보면서 한숨을 연신 내뱉은 후, 차근차근 말했다.
“암살자마다 행동 패턴이 있어요. 4번 암살자가 게임 시작 6.2초 후에 있을 위치에 비도를 유도하면…….”
“야.”
“예.”
“그러니까 네 말은 전부 계산된 플레이다, 이거지?”
“맞아요. 알고 보면 진짜 쉽다니까요.”
“……그래, 계속해 봐.”
방금 전까지만 해도 얼굴을 일그러뜨리고 있던 동수 형의 얼굴이 어느새 평화를 되찾았다.
그건 이해했다는 의미가 아니었다.
이해를 포기했다는 의미지.
“아니, 형, 포기할 게 아니라 진짜 쉽다니까요? 머릿속에 각 암살자마다 시간에 따른 패턴 변화만 숙지하고 움직이면 쉬워요.”
“한마디만 하자.”
“뭔데요?”
“미친 새끼.”
“……예?”
동수 형은 주먹을 부르르 떨면서 나를 쳐다보았다. 그러더니 어이가 없다는 듯이 소리쳤다.
“누가 게임 그렇게 하냐고! 재밌으려고 게임하는 건데, 그렇게 게임 하면 스트레스 안 받냐? 어?”
“계속 죽으면서 깨는 것보단 이쪽이 멋있잖아요.”
“너, 너.”
“솔직히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따라 할 수 있어요. 진짜라니까요. 이렇게 알려 주는데 못 따라 하는 게 이상한 거지. 안 그래요?”
내 말에 채팅창이 다시 한번 폭주했다.
-대놓고 조롱하누 ㅋㅋㅋㅋ
-사탄 : 응, 엄마…… 아니, 그냥…… 생각나서 전화했어…… 잘 지내고 있지? 아, 응. 나도 잘 지내지……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나중에 또 전화할게…… 사랑해 엄마…….
-마늘과 쑥 사러 감. 씨바. 내가 아직 사람 새끼가 아니라서 못 따라 하는 거였네.
-굳건좌 일부러 비호감 컨셉 잡네.
-와ㅋㅋ 근데 표정 리얼한 거 봐. 진짜 내가 칸이었으면 캡슐에 가 둬서 아사시켰다.
-이래서 재능충들이란 ㅉㅉ
인터넷 방송계에서 인지도를 쌓기 위해서는 어그로를 끄는 것만큼 좋은 게 없었다.
가능한 최대한 자극적으로 말이다.
나는 채팅창을 바라보면서 슬쩍 웃음을 지었다.
모든 계획이 순탄하게 흘러가는 중이었다.
7.
동수 형과 나의 합동 방송은 아주 성황리에 끝났다.
최고 시청자 13만 명.
동수 형조차도 기겁했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숫자였고, 심지어 방송 트래픽이 한계를 초과하면서 방송 자체가 버퍼링이 심하게 걸릴 정도였다.
애초에 개인 방송이 감당할 수 있는 숫자를 훌쩍 뛰어넘었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라고 볼 수 있었다.
그 덕분에 12시에 예정되어 있던 방송 종료는 2시간 빠른 10시에 이루어졌다.
사실 12시까지도 추가로 진행할 수 있었지만 모든 건 동수 형의 판단이었다.
“원래 방종은 시청자가 많을 때 해야 되거든. 그래야 파급력이 곳곳으로 퍼져.”
동수 형은 방송이 끝나자마자 캔 맥주를 한 모금 들이켜면서 나에게 말했다.
나는 형이 건네주는 캔 맥주를 받아 든 다음, 기분 좋게 들이켰다.
4시간의 방송 동안 너무 많은 일이 벌어져서 기분이 얼떨떨하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대박이다, 대박. 와, 찬식아, 너 덕분에 형 기록 깼다?”
“축하드려요.”
오늘 터진 총 후원 금액은 무려 1,200만 원.
어마어마한 시청자 숫자에 비하면 초라한 금액일지도 모르나, 오늘 시청자의 대부분은 유입이었다.
솔직히 게임만 했는데 1,200만 원은 굉장한 금액인 게 틀림없었다.
“동수 형.”
“넌 정말 미친놈이야! 원래는 후원받은 금액 적당히 분배하려고 했는데, 오늘 방송 후원은 네가 다 가져가라. 너 때문에 받은 건데 내가 뭘 달라 그러겠냐?”
와.
1,200만 원이 누구 집 개 이름도 아니고.
이렇게 대인배의 면목을 보여 준다고?
나는 갑작스러운 경사에 표정을 숨길 수 없었다.
하지만 원래 이럴 때는 한 발자국 물러서야 한다.
저 정도 금액을 준다고 덥석 받아먹는다면 탈이 나기 마련이다.
“형이 만들어 준 기회 아니었으면 이렇게까지 후원 안 터졌을걸요.”
그러자 동수 형이 씨익 웃음을 짓더니, 내 등을 몇 번 두드린다. 그리고 호쾌한 웃음과 함께 고개를 가로저었다.
“형이 주면 그냥 받아! 전부 네가 번 돈이야.”
“그래도…….”
“방송에서는 거침없이 욕 박더니. 야, 너 컨셉 진짜 잘 잡더라. 지금까지 왜 방송 안 했는지 궁금할 정도라니까? 내가 너였으면…… 크으, 말을 말자.”
오늘 방송의 성과가 얼마나 마음에 들었는지, 동수 형의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지지가 않는다.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내가 다 기분이 좋았다.
동수 형은 맥주를 한 모금 더 마시더니, 나를 바라보면서 웃음을 지었다.
“아까 전에 나 바라보면서 ‘사람이라면 다 할 수 있잖아요.’라고 말했잖아. 크으, 원래 훈수는 내 역할인데, 그렇게 훈수를 둘 줄은 몰랐다. 방송 감 제대로 살아 있었어. 컨셉 좋아. 이대로만 계속 밀고 나가자!”
……어,
그건 컨셉이 아니라 진심이었는데?
뭐, 저렇게 좋아하니 그냥 넘어가도록 하자.
“찬식아.”
“예, 형.”
“나 어제 너 방송하는 거 처음 볼 때부터 느낌이 왔었어. 크으, 이 쉐끼, 물건이다. 딱 느낌이 오더라고.”
동수 형은 원래 생각이 많아지면 말도 함께 많아지는 스타일이다.
[가이아 온라인> 때도 그랬는데, 아마 지금도 여전한 듯했다.얼마나 신이 났는지, 열심히 혼자서 계속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나는 맥주를 기분 좋게 마시면서 그의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오래된 방송인답게 오디오가 비지를 않는다.
“맞다. 너 이번 주 토요일 날 시간 괜찮냐?”
“저녁에 알바 면접 있는 거 빼고는 딱히 약속은 없네요. 왜요?”
“혹시 방송할 마음 생겼으면 도와주려고 그러지. 네 생각은 어때? 여전히 방송하기 싫어?”
그걸 굳이 말을 해야 아나.
나는 대답 대신 씨익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고, 동수 형은 기다렸다는 듯이 나에게 말했다.
“내가 장담하는데, 너 대성한다. 아마 빌어먹을 시아 새끼가 방송하면 딱 네 느낌이었을 거야.”
이걸 동수 형의 감이 좋다고 해야 할지, 나쁘다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내 이야기를 다른 사람 이야기처럼 듣는 것도 꽤 묘한 기분이다.
“그 새끼가 배신만 안 때렸어도 방송 데뷔해서 잘 먹고 잘 살았을 텐데……. 아니다. 사실, 뭘 해도 먹고살 놈이었지. 아, 자꾸 옛날이야기해서 미안하다.”
날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구나.
동수 형은 남은 맥주를 전부 들이켜더니, 씁쓸히 웃으면서 말을 맺었다.
“그나저나 그 새낀 진짜 뭐 하고 지내려나. 얼굴이나 한번 제대로 보고 싶네. 어떻게 생긴 놈일까?”
콰드드득.
형이 손에 쥐고 있던 맥주 캔을 사정없이 구겼다.
더운가?
왜 이렇게 땀이 흐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