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illain is Too Good at Broadcasting RAW novel - Chapter (102)
34. 진또배기 (2)
3.
“아니…….”
“아마 괜찮을 거야. SD 코퍼레이션의 이름으로 팀 하나 인수하면 여러 가지 효과를 볼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네가 적극적으로 홍보 대사 역할만 맡아 준다면…… 크으. 생각 만해도 좋네. 어때, 내 계획이.”
5분이라는 짧은 시간.
성수 형은 나에게 정말로 원대한 청사진을 제시했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꿈도 못 꿀 만한 스케일.
그러니까 정확하게 말하자면, 게임 구단 하나를 사겠다는 계획이었다.
물론 스폰서가 맞는 표현이겠지만, 이미 봐 둔 팀도 있다고 한다.
“D1 게이밍 알지?”
“알죠.”
유니콘과 비슷하기로 유명한 팀이다.
2부 리그에서 파죽지세로 올라오더니, 단번에 정규 시즌 3위를 달성한 팀.
그 팀 역시 올해 월드 챔피언십에 진출했던 팀이었는데 말이지.
성수 형은 씨익 웃음을 지으면서 말했다.
“거기 팀 스폰서가 나랑 친한 형이야. 어릴 적부터 잘 알던 형인데, 저번에 술을 한잔했어. 그런데 나한테 팀을 인수할 생각 없냐고 물어보더라고?”
이 사람 진심이다.
슬쩍 성수 형을 쳐다보았다.
시선은 운전을 하느라 앞에 집중되어 있었지만 얼굴 표정이 참 좋았다.
기대감으로 가득 찬 표정이라고 해야 할까?
저 형이 저런 눈빛을 하고 있으면 항상 뭔 일이 생기더라.
아까 전에 성신이랑 관련된 일도 그렇고 말이다.
나는 잠시 성수 형의 이야기를 듣다가, 긍정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광고 계약까지 맺어 주셨는데 제가 못 할 것도 없죠.”
“만약 그렇게 되면 전속 모델 계약도 추가로 해야지. 아무튼 형은 그런 미래를 보고 있으니까…… 나중에 기회가 되면 협조해 줘.”
“에이, 형이 부르신다면…….”
“전속 모델 계약 맺으면 돈도 진짜 짭짤하게 챙겨 줄 거니까 걱정 말고.”
지금도 이미 충분히 챙겨 주고 편의도 많이 봐주셨는데 말이야.
어느새 우리는 성수 형이 말한 캡슐방이 있는 건물의 지하에 도착할 수 있었다.
성수 형은 능숙하게 차를 주차한 다음, 내리면서 나에게 말했다.
“적어도 내 선택은 틀린 적이 별로 없었거든. 느낌이 좋으면 전부 성공했는데, 네가 딱 그래, 찬식아.”
누가 들으면 거의 프러포즈처럼 들을지도 모르겠는데.
아니나 다를까, 우리의 뒤를 따라 도착한 동수 형이 눈을 좁히면서 말했다.
“성수 형, 찬식이 자꾸 데려가시려고 그러는데, 그러면 저한테 값을 지불하셔야죠.”
“에이, 우리 사이에 왜 그러냐.”
“찬식이 저랑 계약서도 썼어요.”
“아, 그때 말했던 그거? 그거 얼마면 해결할 수 있냐? 찬식아, 형이 위약금 내 줄 테니까 그냥 계약 해지해. 어때?”
분명 농담이다.
그런데 왜 저 사람이 하면 이렇게 진담처럼 들리는 걸까.
진짜 성수 형의 존재 자체만으로도 능히 치트키라고 부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이런저런 농담을 주고받은 우리 셋은 캡슐방에 입장했다.
그리고 한 3시간 정도를 함께 리그 오브 스톰을 플레이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캡슐방에서 가장 놀라웠던 건 성수 형의 게임 실력이 생각보다 대단했다는 것.
예전에 내 팬 미팅이 있을 때만 해도 게임을 못한다고 내뺐었는데, 아무래도 아니었던 모양이다.
“어, 사실 FPS는 진짜 잼병이라서 그래.”
캡슐방에서 나온 성수 형이 가장 먼저 내뱉은 첫 마디였다.
의심스럽지만 그렇다고 쳐 두자.
아무튼 성공적으로 시간을 죽인 우리들은 곧바로 예약된 식당으로 가서 저녁을 먹었다.
메뉴는 한정식.
저녁도 먹고 그다음으로 술까지 마시고 나서야 그날의 긴 일정이 끝났다.
“다음에 또 보자, 얘들아. 영상 다 만들어지면 가장 먼저 너희틀한테 얘기할 테니까 그렇게 알고…… 들어들가라!”
올 때는 동수 형이 운전해서 왔지만, 갈 때는 대리 운전을 이용할 수밖에.
그렇게 즐거운 술자리가 끝났고, 마침내 집에 돌아온 나는 가볍게 숨을 뱉어 내면서 집으로 들어섰다.
시간은 벌써 새벽 1시.
늦은 시간이라고 할 수도 있었지만…….
“오, 얘들아. 형 왔다. 형, 우리 시청자들한테 인사 좀 해 줘!”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진혁이가 반갑게 나를 맞이했다.
원래라면 캡슐에 들어가서 게임을 하고 있을 녀석인데, 오늘은 뭔가 좀 다르다.
주말을 맞이해서 술 먹방을 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거실에 작은 원 모양의 상을 펴 뒀고, 그 위에는 간단하게 촬영 장비를 세팅해 뒀다.
“뭐야. 술 먹방 중이야? 네가 웬일이냐. 이런 식으로 방송도 다하고.”
“헤헤.”
저거 저거 실없이 웃는 걸 보면 딱 술 취한 것 같은데?
내 예상대로 진혁이는 취기가 상당히 올라와 있었다.
나는 한숨을 내쉬면서 진혁이의 옆에 앉은 다음, 상에 올려 있던 맥주 한 캔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카메라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갑작스럽지만 일단 다들 한 잔씩 하자.”
-샤하
-오빠! 집에 왜 이렇게 늦게 다녀? 오빠 그런 사람이었던 거야? 나 말고 다른 여자 있는 거지?
-ㄹㅇ시아 인싸인 거 일부러 숨기고 있었네.
-오늘 휴방 하지 않았음?
-휴방하고 나영좌랑 데이트한 거 아니냐ㅋㅋ
-ㅋㅋㅋ오늘 나영이는 방송하던데?
내가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시청자의 숫자가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었다.
그리고 시간이 흐를수록 채팅창의 물이 더러워지기 시작한 것이 악질단들이 유입되고 있다는 증거였다.
나는 채팅들을 슬쩍 훑어보면서 이를 부드득 갈았다.
“야, 니들 내가 오늘 광고 찍으러 간다고 했냐, 안 했냐?”
한참 전에 공지도 올려 뒀었는데 저렇게 말하는 걸 보면 진짜…….
후.
악질단 놈들이랑 이야기할 바에 차라리 내가 벽이랑 이야기를 한다.
“혀어어어엉.”
“이 새끼, 왜 이래?”
“형, 진짜아아아…… 내가 형한테 얼마나 고마워하는지 알지이이?”
술도 못 마시는 놈이 왜 이렇게 술을 많이 마신 건지.
그러나 진혁이는 해맑게 웃음을 짓더니, 살짝 또렷해진 목소리로 나에게 물었다.
“맞다, 형. 오늘 광고는 잘 찍고 왔어?”
그러자 평소에 내 방송을 보지 않던 시청자들이 물음표를 치면서 나에게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광고?
-무슨 광고 찍음?
-ㅋㅋㅋㅋ샤알못들 존나 많네ㅋㅋ
-오늘 가이아 틀래식 광고 찍으러 갔다고 했잖아
-와 우리 시아 이제 월드클래스네
-최단기 월드 클래스 ㅇㅈ
동생 방송에 출연한 겸 홍보를 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시청자의 숫자는 현재 3,000명.
처음 내가 오기 전까진 1,000명이었던 거에 비교하면 가파른 상승폭이었다.
“잘 찍고 왔지. 그냥 한 큐에 통과했어.”
“어떤 광고였는데? 형도 막 다른 연예인들처럼 ‘새로운 세상을 즐겨라!’ 이런 거 연기한 거야?”
그건 좀 토 나오는데.
나는 맥주 한 모금을 마신 다음, 피식 웃음을 지으면서 대답했다.
“촬영하러 가니까 거기서 캡슐을 미리 준비해 뒀더라고. [가이아 온라인> 했을 때, 내 캐릭터도 복구시켜 주고. 형 옛날 캐릭터 가지고 촬영했어. 오랜만에 하니까 재밌더라.”
좋아, 조미료도 쳐 놨으니 본격적으로 홍보를 시작해 볼까?
“오늘 찍었던 광고의 티저 영상은 내일 오후 1시, 악튜브에서 공개될 예정이다. 다들 시간 맞춰서 챙겨 봐라.”
마침 진혁이가 방송을 하고 있었으니 홍보도 좀 해 주도록 하자.
나는 만족스럽게 웃음을 지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 자기 전까지는 진혁이랑 같이 술 먹방을 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기도 하다.
얼마 만에 함께 해 보는 형제 합방이야?
가끔은 이런 소소한 여유를 즐기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풀어 놓으면서, 천천히 오늘 하루가 마무리되어 가고 있었다.
4.
[전설의 귀환!] [[가이아 온라인 클래식>의 광고 영상의 티저 공개] [[묵시룡>의 최종장까지 도달했던 전설적인 플레이어 둘, 한때는 원수였던 둘이 보여 준 화려한 액션씬!]악튜브에 올라간 영상이 이렇게까지 인기를 끌 줄은 몰랐다.
오후 1시를 기점으로 동수 형과 내 미튜브를 통해서 공개한 티저 영상은 엄청난 조회 수를 찍어 내면서 곳곳으로 퍼져 나갔다.
게임 전문 언론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메이저 언론들도 관심 있게 다루면서 보도했다.
고작 티저 영상이었다.
그러나 나태석 피디가 절묘하게 편집한 10초는 수많은 플레이어들에게 자극을 주기에 충분했다.
-미쳤다
-저거 묵시룡의 분신인데ㄷㄷ 저거 두 명이서 잡을 수나 있음?
-와…… 진짜 저 둘 모습 다시 보니까 옛날 생각 나네
-님들 제가 학생이라서 그러는데 저거 무슨 게임이에요? 영상미 미쳤다
-빨리 출시되었으면 좋겠다…… 요새 할 게임 하나도 없어서 속상했는데
-풀 버전 어디 감?
-아 감질나 죽겠네
악튜브에 업로드된 동영상의 댓글은 올라온 지 2시간 만에 1,000개를 돌파했다.
폭발적인 인기.
[가이아 온라인>을 경험해 본 적이 없는 어린 학생들조차 분위기에 휩쓸려서 흥분하고 있는 모양새였다. [가이아 온라인>.가상현실 RPG의 시초이자 수많은 전설을 만들어 냈던 게임의 귀환은 사람들을 흥분시키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적절했다.
괜히 메이저 언론들이 적극적으로 보도를 하는 게 아니다.
그 시절 그 게임은, 젊은 세대뿐만 아니라 현재의 기성세대들도 즐겁게 플레이했던 게임이었다.
“와, 진짜 사람들 이 게임 기다리고 있었나 보네. 나는 그 때 병원에 있어서 한 번도 못 했었는데.”
진혁이는 뉴스에서 내 티저 영상을 틀어주는 걸 보면서 감탄사를 내뱉었다.
[가이아 온라인>의 전성기 때는 진혁이가 치료를 받고 있는 중이었지.나는 시리얼을 한 입 집어넣으면서 진혁이에게 말했다.
“저 게임 덕분에 지금의 네가 있는 거다.”
“정확히는 저 게임을 했던 형이 있었기 때문이지.”
“……너 오늘 뭐 잘못 먹었냐?”
“아무튼! 나도 저 게임 나오면 해 볼래. 재미있어?”
“재미야 있지.”
시간을 너무 많이 잡아먹어서 그렇지.
물론 [가이아 온라인 클래식>, 일명 [가클>이 나온다고 하더라도 예전과 비슷하게 흘러가진 않을 것이다.
예전에는 맨땅에 헤딩을 하는 스타일로 게임을 플레이했지만, 지금은 대부분의 공략이 나와 있는 상태.
컨텐츠 소모 속도가 어마어마할 것이다.
따라서 수명이 그리 길지는 않을 거다.
하지만 나에게는 기회가 될 수밖에 없는 컨텐츠이기도 했다.
“나오려면 반년이나 남았다.”
“와…… 그런데 진짜 형 유명했었나 보다. TV에서 형 이름도 나오고.”
응?
내가 슬쩍 귀를 기울이자, 곧 TV 프로그램의 소리가 귓속으로 들어왔다.
[……한때 모든 지탄을 받았던 플레이어 [시아>는 현재 인터넷 방송을 통해서 성공적으로 복귀했는데요. 얼마 전 그는 대중에게 본인의 진실을 고백했습니다.]단순히 [가이아 온라인 클래식>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었다.
초점이 게임이 아니라, 나에게 잡혀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잠시 후.
“푸우우웁!”
나는 먹고 있던 시리얼을 뿜어낼 수밖에 없었다.
[동생을 위해서 악당이 되었던 한 스트리머의 이야기. 최근 저희 JBC에서는 아주 흥미로운 정보를 입수했습니다. 그것은 바로 이 사연의 주인공인 스트리머 [시아> 씨가 광고 계약금으로 받은 금액 전부를 암 치료 재단에 기부했다는 것입니다. 암 치료 재단은 치료비가 없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치료비를 지원해 주는……]성재 씨다.
성재 씨가 아니면 저렇게 언론 플레이를 벌일 사람이 없었다.
나와 함께 TV를 보고 있던 진혁이가 감동 받았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형, 내가…… 여태까지 형을 잘못 생각했나 봐. 형,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띠리리링.
“야, 조용히해 봐.”
진혁이가 주접을 떨려던 찰나에 타이밍 좋게 전화가 울렸다.
발신인은 바로 성재 씨.
성재 씨는 내가 전화를 받자마자 기분이 좋아 보이는 목소리로 말했다.
-좋은 아침입니다.
“성재 씨, 지금 JBC에서 하고 있는 프로그램…….”
-아, 보고 계셨습니까? 하하, 예, 뭐. 그렇게 되었습니다. 저는 기밀을 유지해 달라고 했는데, 기부를 받은 재단 쪽에서 공개를 해 버린 모양이네요. 뭐…… 좋은 게 좋은 거 아니겠습니까?
그때 뭔가 불안하다 했다.
내 딴에는 진짜 순수한 마음으로 기부를 한 건데, 이게 또 이렇게 되나?
성재 씨는 내 반응이 재미있는 모양인지 여전히 밝은 목소리로 나에게 말했다.
-맞다, 인터넷 들어가 보셨어요?
“어떤 거요?”
-전 찬식 씨가 연예인들한테 그렇게 인기가 많을 줄은 몰랐네요.
아니, 그건 또 무슨 소린데.
내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면서 말을 잃자, 성재 씨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말했다.
-TV 좀 더 보시죠?
“……후우.”
그의 말을 듣고 TV로 잠시 눈을 돌렸다.
그리고 잠시 후.
나는 눈을 둥그렇게 뜨면서 입을 벌렸다.
그건 옆에 있던 진혁이도 마찬가지였다.
[스트리머 [시아>의 이런 선행이 공개되자마자, 유명 가수 김해철 씨를 비롯한 수많은 연예인들이 SNS를 통해서 칭찬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데요, 현재 각종 포털 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를 점령할 정도네요. 비운의 빌런 [시아>. 그가 앞으로 보여 줄 행보가 정말 기대가 됩니다!]당황해서 말이 안 나오는데.
잔뜩 벙쩌 있는 내 귓가에, 확신에 가득 찬 성재 씨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사연이 있는 빌런. 거기에 실제로는 착한 일을 많이 하는 방송인. 그림이 예쁘게 그려지지 않습니까?
“아니…….”
-찬식 씨.
그다음 이어진 성재 씨의 말에, 나는 입을 조용히 다물 수밖에 없었다.
-당신의 또 다른 이야기가 이제 막 시작된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