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illain is Too Good at Broadcasting RAW novel - Chapter (104)
35. 유유상종 (1)
1.
“누나.”
방송이 시작되기 전, 나는 세연 누나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원래 내가 계획했던 컨텐츠들이 있었지만, 세연 누나의 의견을 전적으로 따랐다.
“왜?”
“누나, 진짜…… 악질단 애들 생각보다 사납거든요. 진짜 조심하셔야 돼요.”
원래는 세연 누나랑 이것저것 게임을 같이해 보려고 했지만, 1부 계획이 수정되었다.
스튜디오에서 캡슐이 아닌 카메라로 진행되는 토크 방송.
세연 누나야 말솜씨가 워낙 좋기 때문에 자신이 있어 보였지만, 나는 딱히 토크 방송을 좋아하는 편이 아니었다.
하지만 게스트가 저렇게 원한다는데 뭐…….
게다가 첫 방송부터 게임을 하는 것보다 살갑게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여러모로 괜찮을 것 같긴 했다.
“쓸데없는 걱정하네. 걱정하지 말라니까? 누나 멘탈 상당히 강해.”
“정확히는…….”
“정확히는?”
“사고방식이 다르…… 아니에요.”
내 말에 세연 누나는 털털하게 웃더니, 곧 내 등짝을 아주 맵게 때리면서 말했다.
“누나 진짜 네 방송 가끔 본다니까? 채팅 면역이야. 걱정 말라고.”
“……예.”
저러면서 실제로 상대하면 생각이 달라질 것 같다만.
나는 멋쩍게 웃음을 지은 다음, 천천히 방송 세팅을 끝냈다.
오늘 방송 제목은 역시나 간단했다.
[김세연>.방송 제목은 저 세 글자면 충분하다.
이미 인터넷 커뮤니티 곳곳에 내 방송에 세연 누나가 출연한다는 소식이 전파되어 있는 상태.
방송을 켜지 않았음에도 채팅방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상태였다.
트위팟의 구조상, 내 채널에 들어와 있는 사람들은 자유롭게 대화를 나눌 수 있었는데.
-뒤지기 싫으면 빨리 방송 켜라 아 ㅋㅋㅋ
-오늘 지각하면 진짜 죽는다
-이래 놓고 갑자기 오늘 김세연 안 나오는 거 아님?
-아무리 우리악 최근에 선행 많이 했다 해도 시청자 기만은 용납 못 하지ㅋㅋ
-ㄹㅇㅋㅋ 김세연 출연 안 하면 아이디 돌려 가면서 채팅 난장판 만들 거임
-나는 1000원 짤짤이로 후원 잔뜩 밀리기 만들 건데ㅋㅋ
보다시피 악질단들이 벌써 들어와서 난장을 부리는 중이었다.
방송을 켜지 않아 정확한 시청자가 집계되지는 않았지만,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한 화력이었다.
옆에 있던 세연 누나는 그 채팅을 바라보면서 씨익 웃음을 지었다.
“내가 뷔 로그 같은 거 할 때도 이렇게 채팅이 세지는 않았는데.”
“설마요?”
“진짜야, 나 너무 기대 된다! 찬식아, 누나 얼굴에 뭐 묻은 거 없지?”
그러면서 세연 누나는 나에게 얼굴을 가져다 대면서 눈웃음을 지었다.
으음…….
진짜 예쁘긴 하네.
나는 갑작스러운 그녀의 접근에 헛기침을 몇 번 하면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이면서 대답했다.
“예, 아주 상태 좋아요.”
“빨리 시작하자! 재밌을 것 같아.”
시작부터 게스트에게 분위기를 휩쓸리는 건 썩 좋은 게 아닌데.
오늘 합방이 갑자기 걱정되기 시작했다.
세연 누나가 고개를 끄덕이자 성재 씨가 곧 나를 향해서 말했다.
“방송 시작할 게요?”
“그렇게 해 주세요.”
“방송 시작하겠습니다. 오, 사…….”
평소에 집에서 사용하는 저렴한 카메라가 아닌 방송국에서나 사용할 법한 전문 촬영 장비.
사실 MCN 사무실에 스튜디오가 있는 것도 신기한데, 촬영 장비까지 저렇게 전문적일 필요가 있을까.
저런 촬영 장비는 정말 비싼데 말이다.
지난번에 물어봤을 때는 ‘혹시 몰라서 대표님이 사 두라고 하셨습니다.’라는 답변을 들었는데…….
그래도 쓸 일이 생겨서 다행인가?
내가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는 사이에 곧 방송이 시작됐다.
성능이 좋은 촬영 장비 덕분에 카메라는 세연 누나의 미모를 최대한 담아 줬고, 곧 송출이 시작되었다.
나는 그것을 확인하자마자 곧바로 세연 누나의 앞을 가리면서 시청자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반갑다, 얘들아. 오늘은 그래도 정확하게 도착했다. 그렇지?”
오후 6시 정각.
기존에 약속되어 있던 시간에 방송을 켰다.
내 말에 미리 기다리고 있던 시청자들이 빠르게 채팅을 치기 시작했다.
-???
-너 지금 뭐 하고 있냐?
-못생긴 대가리 좀 제발 치우셈…… 뒤에 있는 김세연 보러 왔음
-써글,,,,것! 세연……느님,,, 화면~~~ 가리고…… 있냐!!!
-오늘 너 보러 온 거 아니니까 빨리 대가리 치워 줘라
-아ㅋㅋ 시작부터 비호감작 미쳤네ㅋㅋ
화면에는 나에게 가려진 세연 누나의 머리카락만 살짝 노출되어 있는 상황.
시청자들이 저렇게 화를 내는 것도 이해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잔뜩 화를 내는 시청자들의 반응을 즐기면서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였다.
‘국뽕미션맨’ 님께서 10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제발 머리 좀 치워주세요ㅎㅎ;;; 세연 님 안 보이시잖아요.]내 방송의 회장이자, 내 광고주라고 할 수 있는 성수 형의 후원이 터졌다.
그 뒤를 이어 유명한 회장님들이 연속으로 10만 원 이상의 금액을 후원하셨고, 자본주의에 굴복한 나는 고개를 연신 숙이면서 뒤로 물러섰다.
“아이고, 제가 사장님들 심기를 어지럽혔네요! 바로 못생긴 상판 치우겠습니다!”
그러자 카메라 속에 세연 누나의 모습이 드러났고, 그녀는 화사하게 웃음을 지으면서 손을 흔들었다.
그리고 달콤한 목소리로 시청자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김세연입니다! 악질단 여러분, 트위팟 시청자 여러분! 이렇게 오늘 만나 뵙게 돼서 정말 반가워요!”
화사한 인사말과 함께 채팅창은 그야말로.
‘터져 버렸다.’
-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찐세연이다! 찐세연이다!
-김세연을 트위팟에서 보는 날이 온다구? 오우쉣ㅋㅋ
-와ㅋㅋ 연예인이다!
-미친 존나 예뻐
-언니이이이이이!!!!
그동안 볼 수 없었던 유형의 채팅들과 함께, 내 방송 역사에서 상당히 오래 남을 듯한 레전드 합동 방송이 시작되었다.
2.
1부 방송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격한 반응 속에서 이어졌다.
시청자 숫자는 무려 9만.
말도 안 되는 숫자였음에도 불구하고, 거기서 더욱 더 늘어만 가고 있었다.
이 속도대로라면 한국 트위팟 단독 스트리머 역대급 기록을 세울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게다가 한국인뿐만이 아니었다.
어디서 들었는지, 세연 누나가 출연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외국인들이 끊임없이 유입되고 있었다.
지난번 사건 이후로 트위팟 코리아에서 트래픽 분산을 잘 한다고 들었는데, 그 말이 맞는 모양이다.
세계 각지에서 트래픽이 몰려들고 있음에도 내 채널은 든든하게 버티고 있었다.
-Oh!!! Queen!
-뭐야ㄷㄷ 왜 이렇게 외국인들 많아? 우리악이 이렇게 전 세계적인 스트리머였냐?
-ㅋㅋ전부 다 김세연 때문에 유입된 거지ㅋㅋ
-연예인들 뷔 로그 안 가 봤음? 외국인들 존나 많아
-Who is SIA?
-Oh my goddes!!!!
채팅방은…… 정말 지옥이었다.
일본어, 영어, 한국어 등등.
세계에서 볼 수 있는 온갖 언어란 언어는 전부 도배되는 중이었다.
그 파급력이 얼마나 대단했냐면, 어디 가서 꿀리지 않는 악질단들조차 계속 밀려날 정도였다.
나는 눈을 둥그렇게 뜨면서 화면을 바라보고 있었지만, 세연 누나는 이런 상황이 익숙한 모양이었다.
내가 알아들을 수도 없는 많은 언어들을 통해서 그들에게 인사를 전했다.
-와ㅋㅋ
-뇌까지 섹시한 여자…….
-도대체 몇 개 국어야!
-김세연!!!! 제에에엔자아아앙! 왜 이제야 온 거냐구!!
-진짜 너무 사랑스럽다
-사랑스럽다. 그녀. 아주 많이.
내가 분간할 수 있는 채팅이라곤 그저 한국어로 된 채팅들 뿐.
심지어 몇몇 한국어 채팅은 어색한 번역기를 통해서 바뀐 듯한 모습이었다.
“그래도 오늘은 찬식이 방송이니까 한국어로 이야기하도록 하겠습니다. 이해들 해 주실 거죠? 다시 한번 반갑습니다, 여러분! 앞으로 찬식이의 직장 동료가 될 김세연이라고 합니다.”
직장 동료라.
맞는 말이지.
해철이 형이 메인 MC를 맡는 프로그램에서 함께 촬영하게 되었으니, 따지자면 직장 동료가 맞는 말이었다.
그녀는 귀엽게 웃으며 고개를 숙인 다음, 슬쩍 나를 바라보면서 장난스럽게 미소를 지었다.
그러더니 곧 갑작스럽게 나와 팔짱을 끼면서 웃음을 지었다.
“나중에 틈이 날 때마다 방송 간간히 출연하도록 할게요! 저도 가끔 미튜브나 트위팟 보거든요.”
“아니, 누나.”
“응?”
“팔짱은 왜…….”
오늘 세연 누나가 준비해 온 컨셉은…… 보는 그대로다.
누나.
말 그래도 연상의 걸 크러쉬 매력을 보여 주기 위해서 이런저런 걸 많이 준비했다고 하는데, 이건 걸 크러쉬가 아니라 사실상 보이 크러쉬다.
나도 사람인지라 예쁜 사람이 이렇게 스킨십을 해 오면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게다가 이런 우리 둘의 모습에 가만히 있을 악질단들이 아니었다.
우결충들을 필두로 한국 시청자들은 ‘ㅁㅇㅁㅇ’를 연발하면서 채팅방을 도배해 나갔다.
……하아.
이것도 노이즈 마케팅의 일부라고 할 수 있는 걸까?
“앞으로 직장 동료로 이런저런 우정을 쌓아 나갈 텐데, 빨리 친해지면 좋잖아?”
“아…… 예.”
“누나가 알아서 리드해 줄 테니까 찬식이는 걱정하지 마! 나중에 촬영 들어가도 누나가 이것저것 잘 챙겨 줄게. 이래 뵈도 누나 방송 경력 12년차라고.”
고등학생 때부터 아이돌로 활동했을 테니 12년이라는 수치가 얼추 맞긴 할 것이다.
세연 누나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웃음을 지었고, 정신이 살짝 나간 나를 대신해서 재빠르게 코너를 진행했다.
“제가 출연하는 기념으로 찬식이가 질문 투표를 했었죠? 상위 득표한 3가지의 질문에 답변하는, 간단한 Q&A 시간을 가지도록 하겠습니다!”
“와.”
방송 짬밥이란 게 진짜 있구나.
나영이도 처음 나랑 이런 식으로 방송을 했을 때는 상당히 긴장을 했었는데, 세연 누나는 아주 자연스러웠다.
오히려 방송의 주인이라고 할 수 있는 나보다도 주도적으로 방송을 진행해 나가고 있었다.
“찬식아, 빨리 뭐라고 멘트라도 쳐 봐. 너 평소에 방송 볼 때는 열심히 이야기하잖아.”
“누나 앞이라서 좀 그래요. 그리고…… 제 방송 많이 안 보시는 분들도 지금 많거든요?”
“그게 무슨 상관인데! 여기 네 방송이잖아!”
“누나도 알잖아요.”
평소처럼 하면 그대로 매장이다.
이제 겨우 논란을 잠재우고, 이미지 메이킹을 하고 있는데 여기서 쌍욕을 해 버리면…….
솔직히 부담…….
“뭐 어때. 시원하게 욕 몇 번 박고 이것이 한국의 매운맛이다, 딱 보여 주면 되는 거 아니야?”
그렇죠.
딱 보여 주면 되는데, 딱 보여 줬다가 제가 딱 사라질 수도 있어서 그러는 거죠.
나도 눈치는 좀 보는 나쁜 놈이다.
나는 식은땀을 닦아 내면서 빠르게 진행을 시작했다.
“첫 번째 질문인데요. 득표율 3위를 기록한 질문입니다. 혹시 평소에 트위팟 방송을 보시나요? 보신다면 가장 자주 보는 스트리머의 이름을 말씀해 주세요.”
1부는 시청자들과의 소통 시간.
단순히 세연 누나가 출현했을 뿐인데, 어느새 시청자는 벌써 10만을 돌파했다.
굉장한 숫자가 아닐 수 없었다.
세연 누나는 미리 준비해 둔 물을 한 모금 마시더니, 웃음을 지으면서 내 질문에 대답했다.
“평소에 보는 방송은 칸 님 아니면 시아? 가끔씩 썬캣 님 방송도 볼 때도 있고…… 생각보다 트위팟 꽤 자주 보는 편이야.”
오.
전부 치킨박스 소속 스트리머들이군.
취향은 약간 메이저한 편인 것 같은데, 내 방송을 챙겨 보는 걸 보면 또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다.
-와!
-트위팟! 역시 아시는구나!
-탑급 스타들도 챙겨보는 트위팟ㄷㄷ
-야ㅋㅋ앞으로 방송 제목에 ‘월드 스타도 챙겨 보는 방송’ 꼭 써넣어라ㅋㅋ
-ㄹㅇㅋㅋ
좋아.
만족스러운 질문이었다.
그럼, 이다음 질문은…….
“그렇다면 트위팟 스트리머들 중에서 가장 잘 생긴 스트리머는 누구인 것 같아요? 주관적이어도 상관없습니다.”
끊임없이 논쟁이 지속되고 있는 내용이었다.
트위팟 남자 스트리머 외모 순위.
평소에 워낙 많은 어그로가 끌리는 탓에 언급되지 않는 질문이었으나, 트수들은 유치하게도 이런 질문을 골라 버렸다.
세연 누나는 예상하고 있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곧 그녀의 입에서는 질문에 대한 답변 대신에, 나를 심히 곤란하게 만드는 말이 튀어나왔다.
“그 질문에 대답하기 전에 누나가 뭐 하나만 물어봐도 될까?”
……이 타이밍에?
뭔가 상당히 불길하다.
“예?”
“별 질문 아니니까 걱정하지 마. 괜찮을까?”
“……일단 제 시간이 아니지만…… 누나가 원하신다면야.”
아무리 그래도 곤란한 질문을 하겠어?
하지만 잠시 후.
나는 그 질문을 절대로 막았어야 했다는 걸 깨달을 수 있었다.
“그, 평소에 너랑 같이 게임 자주하시는 여성 스트리머 분계시잖아? 나영 씨였나? 그분도 엄청 예쁘던데…….”
안 돼요.
제발.
그런 내 기대와는 다르게, 그녀는 씨익 웃음을 지으면서 질문을 이어 갔다.
“내 입으로 이런 질문하기는 좀 그렇다. 그런데 네 생각에는 나영 씨랑 나, 둘 중에 누가 더 예쁜 것 같아?”
하나님 맙소사.
그리고 잠시 후 후원 메시지 하나가 도착했다.
‘열심히하는나영이’ 님께서 10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ㅎㅎㅎㅎㅎㅎㅎ대답 잘해, 찬식아!]저 아이디는 나영이의 스트리밍 계정인데…….
젠장.
외통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