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illain is Too Good at Broadcasting RAW novel - Chapter (109)
36. 사람은 큰물에서 놀아야 한다 (3)
5.
미친 방송은 끝이 났다.
진짜 방송이 미쳤었다.
미친 사람들밖에 없었던 방송을, 미친 사람들만 보고 있었다.
그렇다면 그건 정말 미친 방송이 맞다.
30분 동안 터진 후원 금액은 무려 600만원.
얼마나 후원이 많이 터졌냐면, 후원을 읽어 주다가 방송이 종료되었을 정도였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다 읽지도 못했다.
다른 연예인들의 스케줄로 인해서 방송이 종료되었을 뿐이다.
아, 정확하게 말하자면…….
“직원분들도 퇴근 준비들 하셔야죠. 그치, 시우 형?”
“……솔직히 방송국에서 정시 퇴근이란 게 있냐?”
“아, 우리도 밥 먹으러 가야지! 이 멤버 이제 자주 모일 텐데…… 형도 같이 회식 갈래?”
나도 모르게 저녁 약속까지 잡혔던 모양이다.
해철이 형의 기분 좋은 넉살에, 성 피디가 씨익 웃음을 지으면서 손을 가로저었다.
“우리 소중하신 출연진 분들께서 친목을 다지시겠다는데, 눈치 없이 끼는 거 아니다. 아, 그러면 혹시 우리 법인 카드라도 줄까?”
법인 카드라.
방송국 정도 되면 확실히 스케일이 달라지는구나.
좋아.
오늘 방송 후원도 다른 출연진 덕에 빠방하게 챙겼으니까, 오늘 회식 정도는 내가 쏴도 괜찮겠지?
나는 슬쩍 손을 들면서 사람들에게 말했다.
“저…… 오늘 후원도 엄청 많이 터졌으니까, 저녁은 제가 살게요. 어떠신가요?”
그러자 나머지 네 명이 동시에 나를 바라보더니 환호성을 내질렀다.
“캬!”
“인성까지 너무 아름답고!”
“우리들, 좀 잘 먹어요, 시아 님?”
“아, 여러분들은 저 그냥 편하게 찬식이라고 불러 주세요. 주현…… 씨 말고는 다들 저보다 나이 있으시잖아요?”
“그럴까?”
“우리야 편하지!”
나머지 셋은 좋다는 듯이 손뼉을 쳤다.
그리고 곧 주현 씨는 고개를 갸웃거린 다음, 다시 한번 나에게 다가오면서 물었다.
“저, 그러면 저는 뭐라고 불러드리면 될까요?”
“주현 씨…… 편하신 대로.”
[요즘 것들> 팀의 막내지만, 사실 나머지 3명과 비교했을 때는 상대 난이도가 가장 높았다.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모를 뿐만 아니라, 정말 내 방송을 자주 보는 듯한 느낌을 줬기 때문이다.
아까 전에 같이 방송을 진행할 때도 그랬다.
다른 사람들은 유행하고 있는 밈에 대해 잘 몰라서 약간 어색하게 반응했지만, 주현 씨의 텐션은 진짜였다.
하루 이틀 방송 봐서는 절대 안 나오는 텐션.
얼굴은 정말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귀엽고 예쁜데, 입에서 튀어나오는 말은 감당하기 힘들 정도였다.
“으으음.”
주현 씨는 미간을 살짝 찡그리면서 내 얼굴을 빤히 바라보더니, 곧 결정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거리면서 말했다.
“찬식 오빠라고 불러도 되죠?”
“오, 오빠요?”
“네, 시아 오빠라고 부르고 싶기도 한데, 그래도 찬식 오빠라고 부르는 편이 더 빨리 친해질 수 있을 것 같아요.”
분명 아까는 내 팬티색도 물어봤던 것 같은데.
그러나 한국 탑급 여자아이돌이 나를 오빠라고 불러 준다니…….
기분이 묘하면서도 아주 좋다.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갈 정도로 말이다.
그리고 그 장면을 그냥 놓칠 세연 누나가 아니었다.
찰칵!
“예쓰.”
세연 누나는 갑작스럽게 내 얼굴을 폰으로 촬영하더니, 음흉하게 미소를 지으면서 나한테 말했다.
“나영이한테 바로 보내야지.”
“저도 나영 님이랑 친하게 지내고 싶어요, 찬식 오빠.”
이곳이 저 세상이지, 뭐.
나는 눈물을 겨우겨우 삼키면서 세연 누나한테 말했다.
“……오늘 맛있는 거 다 드세요, 누나. 드시고 싶으신 거 없어요?”
“으으음, 방송국 앞에 엄청 맛있는 고깃집이 있어. 요새 위에 기름칠 안 해서 갑자기 당기기는 하네?”
“하하, 오늘 누나 시키고 싶으신 거 다 시키세요.”
“육회도 먹고 싶고……. 크으, 가볍게 소주도 한잔할까? 다들 다음 스케줄 어때.”
그 말에 모두가 한마음으로 대답했다.
“없지.”
“없어.”
“저는 매니저 오빠한테 물어봐야 할 것 같아요, 선배님.”
주현 씨…… 그래, 주현이를 빼고는 전부 흔쾌히 대답했다.
평소에는 그렇게 바쁜 사람들이 왜 이럴 때만 되면 괜찮다고 하는 걸까.
게다가 주현이 마저도 세연이 누나가 나서면서 회식 참여가 결정되었다.
“너희 매니저 호식 오빠지?”
“네, 선배님.”
“언니가 잘 말해 둘게. 옛날에 언니 담당 매니저였기도 했거든? 대표님도 뭐라 못 하실 거야. 나랑 해철이 오빠도 있잖아.”
“그래.”
그렇게 만장일치로 결정.
가장 중요하다고 볼 수 있었던 회식 희의가 끝나자마자 우리들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성 피디도 우리와 함께 일어서더니, 곧 방송국 1층까지 우리를 배웅해 줬다.
“시아 님.”
우리가 방송국에서 나가기 전, 성 피디는 다시 한번 내 손을 잡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살짝 부담스럽기도 했다.
하지만 성 피디는 다시 한번 내 손을 꽉 잡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촬영 때 뵙겠습니다!”
“예, 예.”
“그럼, 다들 식사 맛있게 하시고 밝은 얼굴로 다시 뵙겠습니다.”
첫 방송국 모험은 성 피디와 제작진의 열렬한 환영 속에서 마무리되었고, 이제 곧 회식의 시간이 다가왔다.
“좋아.”
방송국 밖으로 나오자마자 이미 모자를 쓰고 있던 세연 누나가 기분 좋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러더니 씨익 웃음을 지으면서 말했다.
“찬식이 지갑이나 제대로 털어 볼까? 지난번 술도 얻어먹었는데 또 얻어먹으려니…….”
“너도 양심이란 게 있냐?”
갑작스러운 해철이 형의 기습.
그러나 세연 누나는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가로저으면서 대답했다.
“당연히 없지. 또 얻어먹으려니 기분이 너무 좋다는 말 하려고 그랬어.”
저런 거 보면 세연 누나도 넉살 진짜 좋단 말이지.
나는 슬며시 웃음을 지으면서 고개를 끄덕이다가 곧 위화감을 느꼈다.
주현이가 갑자기 사라진 것이다.
“주현……이는요?”
그러자 세연 누나가 눈을 가늘게 뜨면서 나에게 말했다.
“뭐야, 그세 또 작업 걸려고? 지난번에는 누나한테 작업 걸더니, 이제는 주현이야? 너는 지이이인짜…….”
진짜 사람 억울하게 만드네?
“아니, 그게 아니라…….”
“주현이는 매니저가 따로 고깃집으로 데려다주기로 했어. 너도 알다시피…… 극성인 팬들이 워낙 많거든. 원래 아이돌이 그런 거야. 걱정하지 마. 네 새로운 여자 친구는 늦지 않게 도착할 거니까.”
……그냥 포기하자.
6.
즐거운 회식 자리가 끝났다.
다섯 명이서 먹은 고기의 가격은 무려 150만원 정도.
충격적인 건 일부러 다른 출연진이 나를 위해 속도를 조절해 줬다는 점이었다.
솔직히 그렇게 비싼 회식 자리는 가져본 적이 없었지만, 아무래도 좋았다.
세연 누나와의 합방 때도 그렇고, 30분간의 기습 방송도 그렇고.
전부 그들이 있었던 덕분에 수많은 후원이 쏟아졌었던 것이다.
게다가 세연 누나는 게스트로 초대되었을 때 단 한 푼도 받아가지 않았다.
동생에게 무슨 돈을 받겠냐는 말도 했었다.
참 그러고 보면 미친 사람들 중에서도 착한 사람들이 아주 많은 것 같다.
……사실 표본 집단이 아직까지는 부족하긴 하지만 말이지.
아무튼 그렇게 회식 자리가 끝나고, 해철이 형이 대리 기사와 함께 나를 집에다 데려줬다.
나는 집에 들어가기 전에 동네 치킨집에서 치킨 한 마리를 사 들고 집으로 들어섰다.
그러자 어쩐 일로 진혁이가 방송을 안 켠 채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뭐냐.”
“오! 형 왔어? 이 냄새는…… 치킨이다!”
“꺼져. 형 혼자 먹으려고 사 온 거니까.”
“형, 요새 츤데레 컨셉 너무 빡세게 밀고 나가는 거 아니야? 이 시국에 진짜 조심해야 하는 컨셉이라고.”
촉은 좋은 놈이다.
특히 내가 먹을 걸 사 올 때마다 마법처럼 방송을 안 하고 있다.
먹을 복 하나는 타고난 놈이라고 해야 할까?
나는 냉장고에서 캔 맥주를 한 개 가져온 다음, 거실로 돌아왔다.
이미 진혁이가 상까지 전부 세팅을 해 둔 상태.
먹을 때만큼은 정말 행동이 빠른 녀석이라니까.
오늘 고기를 배부르게 먹긴 했는데 살짝 양이 아쉬웠다.
술도 생각보다 많이 안 마셨던지라 치킨 생각이 나더라.
한우를 먹으면서도 치킨을 생각한다라…….
뭐, 치킨은 위대하니까.
그렇게 나는 진혁이와 함께 치맥을 즐기면서 가볍게 이야기를 나눴다.
맞다.
진혁이한테 할 말도 있었네.
“진혁아.”
“왜 형?”
“우리 좀 더 큰 집으로 이사 갈까?”
둘이 살기에는 집이 작은 건 아니었다.
하지만 나도 동수 형처럼 가끔씩 노가리 방송을 할 수 있는 작은 스튜디오가 욕심이 났다.
캡슐 하나와 침대가 들어가면 다른 가구를 넣기도 힘든 방이었으니까.
물론 침대를 빼고 캡슐에서 잠을 잘 수도 있겠지만, 하루 종일 캡슐에서 지내는 건 무리가 있었다.
잠마저 캡슐에서 자게 된다면, 밥을 먹으러 나올 때마다 온몸의 근육이 비명을 질러 대는 꼴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내 말에 진혁이는 갑자기 무슨 소리냐며 눈을 둥그렇게 떴다.
“집? 갑자기?”
“형 위시 리스트 중 하나다. 무시하지 마라.”
“난 지금 집도 좋은데…… 무엇보다 우리 당장 돈 많이 없잖아.”
“누가 당장 이사 간다고 그랬냐? 돈 모아서 가자는 거지. 너도 요새 수익 꽤 괜찮잖아.”
내 말에 진혁이가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솔직히 형이 군대에서 제대한 다음에 내 채널 수익도 수직 상승하기는 했지.”
아마 진혁이야말로 내 유명세의 가장 큰 수혜자 중에 하나일 것이다.
돌아다니는 이야기를 들어보면 진혁이 역시 대기업급 스트리머로 평가받고 있다고 하니 말이다.
나와는 다르게 순한맛의 게임 고수 컨셉.
혹자는 우리 형제를 보고 인성 몰빵 형제라고도 부른다고 한다.
어찌 되었든 우리 두 형제의 통장 잔고는 날이 갈수록 여유로워지는 중이었다.
물론 내 수입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말이다.
“이사 가는 건 나도 좋을 것 같아. 어디로 가게?”
“그건 천천히 알아봐야지.”
그렇게 내가 진혁이랑 편하게 치맥을 즐기면서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쯤이었다.
띠리리리링.
소파에 던져 둔 나의 스마트 폰에서 벨소리가 울려 퍼졌다.
내 경험상 이 시간에 폰으로 오는 연락 중에서 좋은 소식은 하나도 없었던 것 같은데?
“형 전화 좀 줘 봐.”
그러자 진혁이가 입에 닭다리를 문 채로 폰을 건네주었다.
발신인을 확인해 보니 불안감이 더 증폭된다.
성재 씨.
아니, 성재 씨는 무슨 이 시간대의 단골손님이라도 되는 모양이다.
나는 마시고 있던 맥주를 내려놓은 다음, 한숨을 내쉬면서 전화를 받았다.
“네, 성재 씨.”
그러자 전화기 너머로 부드러운 성재 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늘 하루 종일 연락이 잘 안 되셔서요.
“아, 너무 바빴네요.”
-이해합니다. 오늘 제가 같이 방송국 동행해 드렸어야 했는데…… 일이 너무 바빴었던 탓에 말씀을 제대로 못 드렸네요.
내가 하루 종일 연락을 못 하기는 했었다.
방송국에서부터 고깃집까지.
전화를 만질 시간조차 없었기 때문이다.
성재 씨는 이런저런 안부를 물은 다음, 곧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동북아시아 스트리머 대전. 일명 동스전이라고 하겠습니다.
“예.”
중국 측의 사정으로 기약 없이 뒤로 밀렸다는 동북아시아 스트리머 대전.
아무래도 새로운 소식이 업데이트 된 모양인데?
-다음 주 금요일날 개최를 하겠다는 의향을 저희 치킨박스에 보내왔는데, 가급적이면 찬식 씨가 참여해 줬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저를요?”
-현재 [가이아 온라인 클래식> 광고가 중국에서도 송출되고 있다고 하더군요. 물론 조만간 중국 플레이어들이 찍은 광고로 바뀌겠지만은…….
내가 찍었던 광고의 파급 효과가 이 정도로 거대할 줄은 몰랐는데.
그런데 다음 주 금요일이라.
나는 잠시 생각을 한 다음, 난색을 표할 수밖에 없었다.
“그날 요즘 것들 촬영이 있는 날이네요.”
-그래서 그에 대한 대책을 논의해 보고자 합니다.
기본적인 룰은 4강 토너먼트.
즉, 2번의 경기를 해야 한다는 뜻이었다.
성재 씨는 내 대답을 기다렸다는 듯이 말을 이어갔다.
-추첨 결과 1차전은 일본 스트리머들과 하게 되었습니다.
“추첨은 또 언제 했다고 합니까?”
-뭐…… 중국식 일 처리입니다. 대륙이 대륙했을 뿐이죠.
그렇군.
대륙이 대륙을 했다라.
아주 좋은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빠르게 수긍하자 성재 씨는 곧바로 다음 단락으로 넘어갔다.
-이번 스트리머 대전에서 선택된 게임은 총 3가지. 리그 오브 스톰, 사무라이 워즈, 삼국영웅전입니다. 4강전은 3판 2선승제로 진행될 예정이며, 매 경기마다 선정된 3게임 중 하나가 무작위로 선택될 겁니다. 일단 그쪽에서 저희들에게 보낸 공문에 따르면 그렇습니다.
구린 냄새가 풀풀 풍겨오는 룰이 아닐 수 없었다.
사무라이 워즈는 한국에서도 유명한 일본의 대표 게임이었으며, 삼국영웅전은 중국의 민속놀이라고도 불리는 게임.
삼국 시대, 위촉오의 영웅들끼리 맞붙는 대전 격투 게임이라고 보면 된다.
리그 오브 스톰이야 말할 것도 없고…….
나는 눈살을 찌푸리면서 대답했다.
“사무라이 워즈는 아직도 게임이 안 죽었네요?”
-요새 간당간당 하다고 봅니다.
“선정된 게임들이 한국 측에 너무 불리한데…….”
특히 삼국영웅전은 나조차도 경험해 보지 못했던 게임이라서 더더욱 그렇다.
이대로라면 4강전은 내가 참여할 수 없게 되는 스케줄.
그러나 나에게는 최고의 싱크 탱크, 성재 씨가 있었다.
-제가 계획을 세워 둔 게 있는데, 한 번 들어 보시겠습니까?
“오, 좋아요.”
성재 씨는 잠시 숨을 쉰 다음, 자신만만한 말투로 나에게 말했다.
-굳이 두 마리의 토끼 중 하나만 선택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러면요?”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아먹는 방법을 만들면 되죠. 4강전은 승리 수당도 포함되어 있는 대회인데, 저희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먹어 봅시다.
그리고 곧 성재 씨의 입에서 든든한, 마치 한 그릇의 국밥 같은 아이디어가 흘러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