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illain is Too Good at Broadcasting RAW novel - Chapter (113)
38. 신토불이 스트리머 (1)
1.
[동북아 스트리머 대전>의 개막전을 장식한 한국과 일본의 대결은 한국 팀이 2 : 0으로 승리하면서 막을 내렸다. [리그 오브 스톰>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을 뿐만 아니라, [사무라이 워즈>에서도 우리 한국 팀은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었다.점령전이었던 맵에서 일본은 점령지에 단 한 걸음도 내딛을 수 없었고, 오히려 내 장난감이 된 채로 처참하게 패배했다.
그에 관련된 클립은 다시 한번 재생산되면서 사방으로 뻗어 나갔고, 그중 가장 큰 파급력을 줬던 건 [요즘 것들>의 성 피디님이 따로 편집한 영상이었다.
정확하게는 방송의 예고편으로 사용된 영상.
[요즘 것들> 출연진의 콩트뿐만 아니라 내가 활약했던 모습 일부분도 영상 소스로 사용되었다.그 덕분에 내 주가는 가파르게 상승했다.
뭐, 언제는 가파르지 않았냐마는 특히, 근래에 들어 인기 몰이를 톡톡히 하고 있었다.
역시 한일전 컨텐츠라고 해야 하나.
내 미튜브 편집자가 재빠르게 편집한 한일전 영상은 곧바로 미튜브에 업로드되었고, 실시간 영상 1위를 당당하게 기록했다.
물론 그런 여론 몰이에 치킨박스 측의 도움도 아주 컸다.
심심찮게 논란이 되었던 내 아이디는, 성재 씨가 적극적으로 퍼뜨린 상대방 스트리머 ‘타이가’의 각종 인터뷰 발언들 덕분에 빠르게 상쇄되었다.
언론 플레이가 뭔지 보여 주는 모습이었다.
아무튼 나로서는 달달한 영상 분량을 확보할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다.
이럴 때는 그냥 가만히 내버려 두면 악질단들이 알아서 이곳저곳으로 퍼 날라 준다.
처음 내가 방송을 시작했을 때의 악질단들과 지금의 악질단들을 비교해 보자면 상당히 느낌이 다르다.
그때의 악질단들이 컨셉에 잡아먹힌 기분이었다면, 지금의 악질단들은 가족 같은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가끔 인터넷에 기사가 올라가면 마치 내가 자랑스럽다는 듯이 댓글을 많이 달아 준다.
그 모습이 얼마나 뿌듯했던지.
“찬식아.”
“어?”
“뭐 해?”
“인터넷 기사 보고 있으니까 좀 재미있어서.”
“아아.”
내 앞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던 나영이가 고개를 끄덕이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오늘은 잠깐 낮에 나영이랑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는 날.
나영이에게 할 말이 있었기 때문이다.
근데 어쩐 이유에서인지 나영의 얼굴이 살짝 붉어진 상태였다.
나는 나영이를 바라보면서 슬쩍 말했다.
“요새 방송은 좀 어떤 것 같아? 괜찮아?”
나영이는 현재 트위팟의 여성 스트리머 중 독보적으로 높은 순위를 기록 중이다.
1, 2위를 다투고 있을 정도니, 신입 스트리머로서는 최상위의 성적을 기록 중인 건 틀림없었다.
“나야 항상 괜찮지.”
나영이가 쑥스럽다는 듯이 대답했다.
이렇게 보면 나영이가 정말 예쁘긴 하다. 연예인인 세연 누나나 주현이에 비교를 해 봐도 손색이 없을 정도.
이건 진심이다.
정말로 나영이는 그 정도로 예뻤다.
“다행이네.”
“그런데 오늘 나한테 할 말이란 건 뭐야? 나 이따가 방송해야 해서…….”
나영이가 말끝을 흐리면서 슬쩍 내 눈을 바라보았다.
“너 감기 걸렸어?”
“응?”
“아까부터 얼굴이 상기되어 있는데, 방송하기 전에 병원부터 다녀와야 하는 거 아닐까? 열이 좀 있어 보이는데.”
어디가 좀 아파 보이는 얼굴.
그러나 나영이는 고개를 돌리면서 말했다.
“하고 싶은 말이나 해.”
역시 이 사장님 따님 아니랄까 봐 성격 한번 화끈하군.
나는 웃음을 지으면서 빠르게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제 슬슬 본격적으로 크루원을 키우려고 하는데 말이야.”
그 말과 함께 상기되어 있던 나영이의 얼굴이 다시 차갑게 식었다.
마치 기대했던 말을 듣지 못한 얼굴이었다.
……도대체 무슨 말을 기대했던 거야?
“근데 그걸 왜 나한테 물어보는 거야?”
“왜냐니, 네가 내 첫 사람이잖아.”
“첫…… 사람?”
“우리 크루 최초로 내가 영입한 사람인데, 당연히 너와 상의를 하는 게 맞지 않겠어?”
이번에 [리그 오브 스톰>에서 벌어진 사건도 그렇고, [요즘 것들>을 촬영하면서도 그렇고.
근래에 들어 동료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고 있었다.
물론 동수 형이나 성수 형 그리고 성재 씨 같은 사람들이 내 주변에서 도움을 많이 주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크루의 존재는 조금 다른 의미라고 볼 수 있었다.
방송을 함께 만들어 나가면서 목소리를 더 키울 수 있는 세력.
보다 진취적이고 세련된 컨텐츠들을 뽑아내는 데 도움이 많이 될 것이다.
그리고 지금처럼 나에게 수많은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되어 있을 때가 적기였다.
내 말에 나영이는 살짝 찡그렸던 표정을 풀면서 배시시 웃었다.
화를 냈다가 또 기분이 풀렸다가…….
흠흠.
이유는 모르겠지만 기분이 풀렸으니 다행이지, 뭐.
“게임 스트리머들만 모을 거야? 그리고 내 말보다는 네 말에 더 따라야지! 크루를 제대로 키운다고 해도 중심은 내가 아니라 너잖아.”
“게임 스트리머들 말고도 다양하게 영입해야지. 매운맛은 있지만, 인성적으로는 큰 문제없어 보이는 사람으로 뽑을 거야.”
인성 이야기가 나오자 나영이가 눈을 좁히면서 나에게 말했다.
“……인성?”
“왜 그래?”
“아니, 네 입에서 인성 이야기가 나오는 게 좀 신기하고 어색해서 그래.”
내 인성이 뭐 어때서.
나는 내 앞에 놓여 있던 유자차를 한 모금 마신 다음, 씁쓸하게 웃음을 지으면서 말했다.
“아무튼 추천하고 싶은 사람은 있어?”
그러자 나영이가 잠시 고민하더니,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몇 분 계시기는 해. 안 그래도 그분들이 너 한번 만나 보고 싶다고 하더라.”
“그래? 다행이네.”
나영이가 저렇게 보여도 은근히 사람을 가려서 만나는 스타일이다.
나쁜 뜻이 아니라, 좋은 뜻으로 말이다.
다른 사람의 기분을 언짢게 하는 사람들은 애초에 어울리지조차 않는다.
그에 반해 성격이 좋은 사람들에게는 한없이 잘해 주는 타입.
호불호가 확실하며, 꽤 쌀쌀맞게 느껴질 수도 있는 스타일이었다.
그런 나영이가 저렇게 고려를 할 정도라면 꽤 괜찮은 사람들일 것 같은데?
“좋아, 조만간 자리 한번 만들어 보자.”
슬슬 내가 하고 싶었던 것들을 실현시켜 볼 때가 다가온 것 같았다.
2.
나영이와 앞으로의 방향성에 대한 회의를 끝낸 오후, 나는 평소와 같은 마음으로 방송 준비를 시작했다.
이번 크루 모집은 내 방송의 컨텐츠로도 사용될 예정이다.
나영이나 지인들로부터 추천을 받겠지만, 일부는 공개 모집을 통해서 선별할 계획이다.
어중이떠중이를 다 받는 거 아니냐고 물어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에게는 든든한 싱크 탱크, 치킨박스와 성재 씨가 버티고 있었다.
아마 이런저런 조언을 구한다면 흔쾌히 도와줄 것이다.
이래 보여도 내가 믿는 게 인복 하나밖에 없어서 말이지.
그렇게 오늘 진행할 방송의 컨텐츠를 최종적으로 점검하면서 가볍게 몸을 풀었다.
결정을 했으면 최대한 빠르게 밀고 나가는 게 좋았다.
시간이 빡빡한 편이었기 때문에 일정을 자꾸 뒤로 밀었다가는 한참 동안 실행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크루 문제만 해도 그랬다.
원래는 몇 달 전부터 빠르게 진행하려던 컨텐츠였지만, 이런저런 사건들로 인해 계속 밀리지 않았는가?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고, 곧바로 발표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나는 간단하게 식사를 끝낸 다음, 소화를 위한 산책을 하자마자 곧바로 캡슐에 접속했다.
시간은 어느덧 벌써 오후 6시 55분.
오후 7시로 방송 시간을 정해 뒀기 때문에 늦지 않게 켜는 것이 좋았다.
[‘트위팟 스트리머 모드’를 활성화합니다!] [방송을 시작합니다.] [대시 보드가 생성됩니다.]딱 오후 7시 정각에 맞춰서 게임을 켰고, 미리 공지했던 덕분에 방송을 켜자마자 수많은 시청자들이 접속하기 시작했다.
-학원 땡땡이 치고 컴퓨터를 켜자마자 우리악 방송……. 이게 인생인가?
-형 왔다ㅋㅋ 인사나 씨게 박아라
-오늘이 그 유명한 ‘대륙정벌’이 있는 날인가요?
-아ㅋㅋ 벌써부터 그 친구들 부들부들 대는 거 상상만 해도 기분 좋네
-오늘 얼굴 좋아 보이네ㅎㅎ 님 아까 트게더에 올라온 글 보심?
-그래서 나영좌라 진결발표 언제 하는데ㅋㅋ
응?
트게더?
좀 확인을 하고 가야겠군.
나는 그 채팅을 보자마자 내 트게더에 접속해서 추천 수 1위를 기록하고 있는 게시 글을 확인했다.
게시 글 속에는 나와 나영이 사이에서 인증샷을 찍은 트수의 사진이 있었다.
아까 전에 카페에서 만났던 트수인 모양이다.
그 게시 글을 확인하자마자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까 우리한테 오셔서 사인이랑 촬영해 가신 분이구나. 저거 우리가 허락해 준 건데? 무슨 문제라도?”
-???
-우리?
-진짜 존나 자연스러운 거 아니냐ㅋㅋ
-퀸세연, 퀸주현, 퀸나영까지…… 도대체 너는 몇 명의 여자를 마 속에 둬야 만족할 거냐? 이런 가증스러운 욕심쟁이 자식
-나라면 나영좌 아버지 때문에 다른 여자들이랑 말도 못 할 것 같은데ㅋㅋ
-사위가 바람 피면 허리 그냥 통째로 접어 버릴 것 같지 않냐?
-ㄹㅇㅋㅋ
나영이의 아버지인 이 사장님은 자주 드립으로 사용되는 편이다.
나영이도 나영이지만, 이 사장님의 이미지가 워낙 강력해야 말이지.
근데 저 채팅을 보고 있자니 진짜 무섭기는 하다.
아직까지 내가 나영이랑 무슨 관계는 아니었지만, 이 사장님이 채팅만 보고 내 허리를 접을 가능성도 적지 않게 존재했다.
조심해야겠다.
혓바닥 잘못 노렸다가는 진짜 죽을 수도 있다.
나는 트게더를 슬쩍 훑어본 다음, 시청자 숫자를 확인했다.
켠 지 10분 만에 1만 명 돌파라.
평소보다 살짝 빠른 페이스인 것 같기도 하고.
아, 맞다.
미리 떡밥은 깔아 둬야지?
“맞다, 오늘 방송이 끝나기 전에 중대 발표를 할 예정이니 다들 도중에 나가지 마라.”
이렇게 말을 해 두면 시청자들의 이탈을 효율적으로 방지할 수 있다는 말씀.
사실 굳이 시청자들의 이탈을 신경 써 줄 필요는 없었다.
오늘 내가 1부로 준비해 온 컨텐츠는 한일전만큼이나 자극적인 매운맛을 자랑하기 때문이다.
“방송 제목부터 바꾸고 갈게.”
이때를 위해서 일부러 방송 제목 변경도 안 해 뒀다.
대시 보드를 통해서 오늘의 방송 제목을 설정했다.
[방송 제목 : 대륙 정벌기]마치 대체 역사 소설의 제목 같은 느낌.
아주 만족스럽다.
“오늘의 1부 방송은 미리 말했던 대로 [삼국영웅전>을 플레이할 거야. 한국에서는 상당히 낯선 게임이지?”
[삼국영웅전>.중국의 게임 제작사 [일레븐센트>가 제작한 게임이자, 중국의 대표 게임 중 하나라고 불리는 대전 격투류의 게임이다.
딱히 자세히 설명할 필요도 없다.
게임 제목에 게임의 정체성이 그대로 드러나 있기 때문이다.
삼국지에 등장하는 수많은 영웅호걸 중 하나를 선택해서 상대방과 일기토를 하는 게임.
요새의 트렌드대로 일기토 말고도 여러 가지 모드들이 존재하나, 이번 스트리머 대전에서 채택된 건 클래식한 일기토 모드였다.
나는 미리 깔아 뒀던 [삼궁영웅전>을 실행하면서 빠르게 방송을 진행했다.
“이번에 스트리머 대전 결승전이 중국전인 건 알고 있지? 그래서 전지훈련을 하러 갈 겸, 일부러 중국 서버로 들어갈 거야.”
방송을 켜지 않고서 팀원들이랑 몇 판 플레이해 본 적이 있다.
처음에는 중국 게임이라고 해서 별 재미가 없을 거라 생각 했었는데, 의외로 재미있는 요소가 꽤 많았다.
삼국지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취향에는 완벽히 부합할 것이며, 설사 삼국지를 잘 모르는 사람이라도 꽤 즐겁게 플레이할 수 있는 게임.
그것이 다른 스트리머들과 내가 내렸던 결론이다.
[사용자의 정보를 인식합니다.] [접속 기록이 존재합니다!] [자동으로 로그인 기록을 불러옵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삼국지의 영웅들이 등장하는 인트로와 함께 눈앞에 떠오른 시스템 메시지.
나는 씨익 미소를 지으면서 채팅창을 바라보았고, 어깨를 으쓱이면서 말했다.
“너희들도 꽤 만족스러워할 거야.”
그리고 잠시 후.
눈앞에 떠오른 메시지 창이 내 닉네임을 알려 주었고, 채팅창이 뜨겁게 불타올랐다.
[접속을 환영합니다! ‘Taiwan No.1’ 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