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illain is Too Good at Broadcasting RAW novel - Chapter (115)
38. 신토불이 스트리머 (3)
5.
[삼국영웅전>에서의 [조자룡>은 내가 몇 번 플레이해 본 경험이 있었다.경험이라고 해 봤자 [삼국영웅전>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탓에 그리 많지는 않다.
프로게이머라는 저 Sian이라는 플레이어에 비할 바는 아닐 것이다.
그러나 이미 영상으로 몇 번 공략을 확인했던 영웅이었고, 개인적으로 꽤 마음에 드는 영웅이었다.
캐릭터 밸런스가 아주 잘 잡혀 있는 영웅.
공수 양면으로 두루 괜찮은 영웅이었는데, 그 말인즉슨 결국 사용자의 피지컬이 중요하다는 의미였다.
나는 기다란 창을 가볍게 어깨에 걸치면서 상대방을 쳐다보았다.
그러자 곧 채팅창에서 조금씩 반응이 오기 시작했다.
-ㅋㅋㅋ이 새끼 지금 쫄았는데 안 쫀 척함 ㅇㅈ?
-ㄹㅇㅋㅋ
-쎈 척은 ㅆㅃㅋㅋㅋㅋㅋ
-자비로운 얼굴 보이냐?
-이마에 지건 존나 쌔게 꽂고 싶네
뭐, 이런 반응이야 익숙하다 못해 질린다.
그래도 저렇게 반응해 주니까 기분은 언제나 좋다.
“드루와.”
나는 상대방을 향해서 손가락을 까닥이면서 말했고, 상대는 천천히 창을 움켜쥔 채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상대했던 일반 플레이어들과는 확실히 다른 모습이다.
사실상 대전 격투 게임과 다를 바 없는 모드라서 그런지, 프로 레벨에서는 신중함이 당연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미러전이라면?
어느 게임이 다 그렇듯, 사소한 실수가 거대한 손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었다.
나 역시 여유로운 자세로 녀석의 행동을 세심하게 살폈다.
무기 역시 동일했기 때문에 서로의 공격 범위가 정확하게 일치한다.
가볍게 창을 휘두르면서 내 무기의 공격 범위를 파악한 다음, 곧바로 자세를 낮췄다.
그리고 그 순간,
부우우욱!
상대방의 공격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부우우욱!
최대 거리에서 찔러 오는 적의 창.
아주 정확한 궤도로 내 복부를 향해 날아온다.
복잡하지도 않고 아주 단순한 찌르기에 불과했다.
마치 상대방이 나를 떠보는 듯한, 단순한 공격이었다.
나는 반사적으로 창대를 흘려 낸 다음, 곧바로 반격을 가했다.
타아악!
창대끼리 맞부딪치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이번에는 내 창이 상대방을 향해 쇄도했다.
그러나 Sian은 예상했다는 듯이 창대를 잠시 놓으면서 몸을 오른쪽으로 회전한다.
그러더니 곧 다시 창대를 잡으면서 거리를 벌렸다.
액션 영화에서나 등장할 법한 힘겨루기.
잠시 후 녀석의 입에서 전혀 예상하지도 못했던 말이 튀어나왔다.
“재능이 탁월하긴 하군요. 듣기로는 플레이한 지 얼마 안 되었다고 했는데…….”
“뭐야, 한국인이었어요?”
“당신 방송, 소식 들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왔습니다.”
이래서는 타이완 넘버원, 차이나 넘버나인티나인의 효과가 의미 없잖아?
그러나 그 뒤로 이어진 상대의 말에 나는 눈살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저 한국인은 아니에요.”
“근데 왜 그렇게 한국어 잘하세요?”
“예전에 한국 유학을 다녀온 적이 있거든요. 전 뼛속까지 자랑스러운 중국인입니다.”
……이 새끼 캐릭터도 진짜 웃기긴 하네.
한국어로 저렇게 말을 하는 게 너무 위화감이 든다고 해야 할까.
Sian은 창을 고쳐 잡으면서 말을 이어 갔다.
“당신의 아이디는 너무 건방져요. 하나의 중국을 기만하는 행위라고 할까요?”
굳이 존댓말을 해 줄 필요도 없겠군.
나는 녀석을 비웃으면서 대답했다.
“와, 누가 보면 진짜 한국인인 줄 알겠어?”
“중국 프로게이머는 일본의 프로게이머들 따위와 비교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한국 역시 마찬가지죠. 소국이 어떻게 대국을 이기겠습니까?”
한국말을 해서 살짝 당황했는데, 이야기를 자세히 들어 보니 별다를 거 없는 중국인이다.
그저 한국말을 하는 중국인일 뿐이다.
시청자들의 반응도 비슷했다.
-반전의 반전 미쳤는데?
-토종 짱깨누ㅋㅋㅋ
-한국어 패치된 짱깨인데?
-여러분! 짱깨는 중국인을 비하하는 단어입니다! 선량한 중국인들을 위해서 자제해 주시길 바랍니다!
-응ㅋㅋ 착짱죽짱ㅋㅋ
-와ㄷㄷ 시아 방송에도 중국인 존나 많네
악질단이 가장 매워지는 순간이 바로 이런 때였다.
다른 나라와 자존심을 걸고 싸우는 순간.
이때만큼은 서로 물어뜯기 바쁜 놈들이 아주 그냥 합심해서 상대방을 비난한다.
옳은 인터넷 문화라고 볼 수는 없겠지.
그러나 저런 문화는 전부 내 캐릭터로 인해서 정립된 문화다.
국뽕의 선두 주자.
그것이 내 이미지였으니까.
나는 눈살을 잔뜩 찌푸리면서 Sian을 향해 창을 겨누었다.
“중국 리그가 도대체 뭐가 다른데?”
그러자 Sian은 당연하다는 듯이 대답했다.
“유능하고 굉장한 프로게이머들은 전부 중국으로 건너옵니다. 소국이 담을 수 없는 굉장한 인재기 때문입니다. 리그 오브 스톰도 그렇고, 삼궁영웅전도 마찬가지입니다. 중국 리그에서 뛰는 프로게이머들은…….”
“아니, 그게 도대체 나랑 무슨 상관이냐고. 한국 리그가 너희 리그보다 수준 떨어지든 말든, 내가 프로게이머야?”
“무슨…….”
“나는 스트리머지, 프로게이머가 아니야. 중국 리그 수준이 아무리 높아도 나랑 딱히 상관없다고.”
어느 나라 프로 리그의 수준이 높은지는 내 관심사가 아니다.
어그로.
그리고 어그로를 통해서 파생되는 여러 가지 물질적인 것.
오직 그것만이 내 관심사일 뿐이다.
더불어 내 캐릭터도 널리 퍼뜨리면 좋고.
나는 비릿하게 웃음을 지으면서 녀석에게 말했다.
“나한테 중요한 건 네가 중국인이라는 거지.”
“그게 무슨…….”
“넌 중국인이고, 난 한국인이야. 이러면 딱 끝난 거 아니야?”
그렇게 말한 다음 혀로 입술을 핥았다.
그다음 창을 찔러 넣으면서 말했다.
“국뽕, 딱 대.”
6.
-와……
-사이다 미쳤는데
-얘 왜 프로게이머 안 함? 프로게이머 해서 중국 진출하면 존나 많이 땡길 텐데
-우리악이 프로게이머 한다고? 오우쉣ㅋㅋ 프로게이머 되자마자 곧바로 징계지ㅋㅋ
-퍼펙트게임
“야야, 중국 프로게이머가 뭐 달라? 다시 한번 말해 봐.”
일기토는 아주 일방적인 분위기 속에서 끝났다.
프로게이머?
진짜 별거 없더라.
나는 실실 쪼개면서 내 앞에 쓰러져 있는 Sian을 바라보았다.
“도대체…….”
“차라리 네가 한국말 못 했으면 더 좋았을걸? 너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 않냐?”
한국어를 몰랐다면 차라리 이렇게 조롱당하는 것도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다.
모르는 게 약이라는 말이 딱 이럴 때 어울리는 말이 아닐까.
“미러전이라서 영웅 상성으로 변명도 못 해, 좀 불쌍하긴 하네.”
일본에서 내 별명이 리그 파괴자라고 했던가.
나한테 털렸던 프로게이머들은 팬들의 집중적인 질타를 받으면서 은퇴를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중 일부가 스트리머로 전직한 다음, 한 번 더 나한테 털렸던 거고.
중국이라고 상황이 다를까?
적어도 게임적으로는 중국과 한국은 명백한 라이벌 관계였다.
나는 창을 녀석의 가슴에 슬쩍 꽂아 둔 상태로 고개를 끄덕였다.
“야, 이러면 중국이나 일본이나 다를 게 뭐냐? 나 게임 플레이 시간 10시간도 안 된 것 같은데……. 10시간 뉴비한테 털리네. 대단하다, 대단해.”
내가 세상에서 제일 자신 있는 건 게임 실력뿐만이 아니다.
상대방을 놀리는 것 역시 자신 있었다.
상대방을 단순히 놀리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만약 상대방이 시비를 걸었을 경우, 끝까지 조져 주는 게 가장 중요하다.
내가 먼저 시비를 걸었다는 사실 따위는 중요한 게 아니다.
빌런 컨셉을 잡았으면 끝까지 가야지.
“죽여라.”
Sian의 입에서도 더 이상 존댓말이 나오지 않는다.
하긴.
이런 상황에서 존댓말을 사용하는 것 자체가 부처나 다름없는 거지.
나는 Sian을 바라보면서 기분 좋게 말했다.
“미튜브 영상 고맙다. 내가 너한테만 미리 미튜브 제목 알려 줄게. 미튜브 제목은 ‘Taiwan No.1’이야. 마음에 들지? 덕분에 영상 하나 제대로 뽑았다!”
“Chao ni…….”
오우, 아까까지만 해도 신사적이었던 친구가 여기까지 몰리니까 패드립을 내뱉네?
역시, 사람은 상황이 중요한 법이지.
인성은 항상 극한의 순간에서 나오기 마련이다. 딱 지금처럼 말이다.
“너무 불쌍하니까 이제 보내 줄게.”
“이 개씨바…….”
한국어 패치가 되어 있는 놈이라 한국 욕도 구사가 가능한 모양이다. 더한 쌍욕을 듣기 전에 빨리 죽여 주도록 하자.
푸슉.
[일기토에서 승리하셨습니다!] [계급 차가 급격하게 나는 상대의 도전을 이겨 내셨습니다! 당신의 명예 점수가 급격히 상승합니다!]자고로 사람이 제일 빡칠 때는 욕을 하려는데 상대방이 도중에 사라질 때인 법.
Sian의 시체는 회색으로 변하면서 사라졌고, 나는 그 시체를 바라보면서 가볍게 기지개를 켰다.
“아, 간만에 몸 제대로 풀었네.”
그래도 확실히 [삼국영웅전>에 대한 감은 제대로 잡았다.
원래 못하는 사람이랑 100번을 겨뤄도 잘하는 사람과 1번 겨룬 것만 못한 법이다.
확실히 잘하기는 했다.
스킬 연계도 부드럽게 사용하고, 패링도 꽤 괜찮았다.
많이 배웠던 경기이기도 했다.
나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인 다음, 채팅창을 살펴보면서 기분 좋게 말했다.
“벌써부터 악튜브 수익이 근질근질한 것 같은데…… 하, 너무 짜릿해.”
-변태 새끼
-욕먹으면서 희열을 느끼는 스트리머…….
-가끔 얘 보면 진짜 미친놈 같을 때가 많음
-오우쉣ㅋㅋ 중국 VPN 전부 딱대ㅋㅋ
-아ㅋㅋ 중국 애들 놀러 오면 무슨 욕해 줄지 벌써부터 너무 기대되누
-이 시간에 이걸 라이브로 본 내 인생 레전드
채팅창의 분위기도 아주 좋았다.
내 방송 보는 사람들 대부분이 사이다 중독자들이니 당연한 결과라고도 볼 수 있었다.
그렇게 내가 방금 전 일기토를 떠올리면서 이런저런 반응을 살펴보는 사이, 한 시청자가 다급한 어투로 후원을 해 왔다.
‘속보빌런’ 님께서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속보)중국 웨이부에 Sian 참교육 당했다는 이야기가 빠르게 퍼져 나가는 중! 중국인들 현재 대노 상태!]“고마워요, 속보 빌런.”
트수들 중에 존재하는 중국어 가능자들이 빠른 속도로 소식을 전해 주고 있었다.
……음, 솔직히 살짝 두렵기 시작했다.
이러다가 나중에 우리 집 대문에 도끼질하는 거 아닐까? 길 다니다가 칼 맞을지도.
빨리 돈 벌어서 보안 확실한 쪽으로 이사를 가야겠다.
“솔직히 좀 무섭긴 하네.”
악튜브에 달릴 중국인들의 댓글을 생각하면 벌써부터 설렌다.
얼마 안 가 내 악튜브는 사이버 검투장이 될 것이다. 그리고 악질단들과 중국 네티즌들의 물러설 곳 없는 전쟁이 시작될 것이다.
사실 그걸 구경하는 것도 아주 쏠쏠한 재미였다.
“좋아, 이쯤에서 다음 컨텐츠로 슬슬 넘어가 볼까? 중국인 프로게이머 한 명 참교육 했으니까 더 이상…….”
그러나 그때였다.
[당신에게 도착한 도전장이 34개가 존재합니다!]순식간에 눈앞이 다른 플레이어들의 도전장으로 도배되기 시작했다.
그 도전장들을 바라보면서 도저히 미소를 숨길 수가 없었다.
도전장에 기재된 랭크들은 대부분이 챌린저였으며, 시청자들이 말하기로는 프로게이머들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컨텐츠도 이렇게 알아서 챙겨 주는 중국인들.
아, 이래서 중국몽, 중국몽 하는 건가?
나는 그 도전장들을 바라보면서 흡족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가장 높은 순위를 기록하고 있는 플레이어의 도전장을 받아들이면서 말했다.
“광개토대왕님, 보고 계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