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illain is Too Good at Broadcasting RAW novel - Chapter (116)
39. 공공의 적 (2)
3.
기자들의 질문은 아주 다양했다.
초반에는 대부분 나를 겨냥한 질문들이 주를 이루었는데, 워낙 자유로운 제작 발표회의 분위기 탓에 다양한 질문들이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평소에도, 소위 말하는 ‘국뽕’이라고들 하죠? 주 컨텐츠를 그런 식으로 잡아가시던데…… 혹시 이런저런 논란이 생기지 않겠습니까?”
저런 질문은 양반이었다.
애초에 인방스러운 감성을 자랑하는 프로그램인 만큼, 제작 발표회에 참여했던 기자들 중에서는 트수처럼 여겨지는 기자들도 꽤 보였다.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혹시 색깔을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안경을 쓰고 있는 기자 한 명이 나를 지그시 바라보면서 물었고, 나는 잠시 그 질문을 듣고 고민했다.
무슨 색깔을 물어보는 걸까?
그러나 잠시 후 그 질문의 의미를 깨닫고는 얼굴이 하얗게 되어 버릴 수밖에 없었다.
세연 누나나 해철이 누나, 준식이 형도 나를 바라보면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무슨 색을 말하는 거지?”
“너 정치색 있어?”
“음, 알 것 같은데.”
준식이 형 정도가 슬슬 눈치를 채는 걸 봐서는 확실히 저 형도 내 방송 많이 보는 것 같다.
잠깐만.
한 명이 비는데?
“오빠.”
어느새 본인의 자리를 이탈해서 나에게 다가온 주현이.
주현이는 사심이 하나도 안 담긴, 아주 순수한 눈빛으로 나에게 진지하게 물었다.
“답변하기 힘드시면 제가 대신 답변해 드릴까요?”
“뭐, 뭐?”
“제 귓가에 슬쩍 알려 주세요.”
미쳤다.
주현이는 진짜 미쳤어.
나중에 방송 게스트로 초청하면 세연 누나 초청을 뛰어넘는 역대급 방송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나는 눈앞이 아찔한 기분으로 마이크를 잡았다. 그리고 방금 전 질문을 던진 기자를 향해서 대답했다.
“검은색입니다.”
“오우쉣!”
본인이 원하는 바를 이룬 기자는 만족스럽게 웃음을 지으면서 자리에 앉았다.
그러더니 곧 노트북으로 무엇인가를 적어 나갔다.
도대체 무슨 글을 쓰고 있는 걸까?
아니, 애초에 제작 발표회란 게 원래 이렇게 진행되는 건가?
진지함이란 찾아볼 수 없고, 기자들의 얼굴만 보더라도 다들 피식 웃음을 짓고 있다.
그렇게 내가 인지부조화 상태에 이르고 있었을 때였다.
어느새 마이크를 잡은 성 피디가 기자들을 향해서 말했다.
“아무리 시아 님이 저희 프로그램의 에이스라고 하더라도, 너무 에이스만 조지시는 거 아닙니까?”
그리고 곧 나머지 멤버들도 기분 좋게 말했다.
“그러니까요.”
“섭섭하네요.”
“평소에는 어떻게든 저희들한테 달려드시던 분들이…….”
이제야 긴장이 좀 풀린다.
이쯤 되면 나도 충분히 눈치챌 수 있다.
성 피디와 나머지 동료들이 내 긴장을 풀어 주기 위해서 일부러 도와주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그 덕분에 기자들 때문에 긴장되었던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다.
나는 여유롭게 숨을 돌린 다음, 천천히 기자들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인터넷 방송 때만큼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매운맛을 좀 보여 드릴 계획입니다. 스트리머로서 이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게 되어서 정말 즐겁네요. 다들 질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러자 곧 아까 본인을 소개했던 이용진 기자가 다시 마이크를 잡으면서 물어봤다.
“이건 기자가 아니라 한 명의 팬으로서 드리는 말씀인데, 만약 방송이 잘된다면 인터넷 방송을 접으실 계획이 있으십니까?”
“아.”
나는 그 질문을 들으면서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언젠가는 한 번쯤 생각해 볼 만한 문제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딱히 어려운 질문도 아니었다.
정답이 정해져 있는 질문이었기 때문이다.
“그럴 계획은 없습니다.”
“답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명확히 하고 가야 할 것이 있었다.
내 캐릭터상 케이블 방송을 넘어 공중파까지 운 좋게 입성한다고 하더라도 결국, 트위팟이 내 뿌리나 마찬가지였다.
내 본업은 스트리머지, 예능인이 아니었으니 말이다.
게다가 나 같은 스타일이 메이저에서 살아남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다.
내가 한 치의 고민 없이 대답하자, 컨벤션 홀 뒤쪽에 입장해 있던 한 무리의 인원들이 환호성을 내지르면서 소리쳤다.
“믿고 있었다고!”
맞다.
이번 제작 발표회는 추첨자들에 한해서 일반인도 입장이 가능했지?
나는 그들을 향해 가볍게 손을 흔들어 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저런 질문들 속에서 그룹 인터뷰 시간이 끝이 났고, 마지막 순서인 포토타임이 진행되었다.
쑥스러운 촬영.
혼자서도 촬영하고, 출연진끼리 촬영하고, 또 거기에 피디님까지 함께 촬영하고.
한참을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마지막 순서로는 추첨을 통해 당첨된 관객들과의 포토타임이었다.
나머지 출연진 모두 쟁쟁한 팬층을 보유한 연예인들이었기에 제작 발표회에 놀러온 팬들의 숫자가 어마어마했다.
처음에는 내 팬들이 그리 많지 않을 거라 생각했지만, 예상 밖의 상황이 전개되기 시작했다.
“누가 보면 시아 팬 미팅인 줄 알겠어.”
“해철이 오빠, 오빠의 시대도 이제 다 갔다?”
“넌 또 뭐 그렇게 말하냐. 너도 그렇게 말할 처지는 아닌데.”
내 옆에서 함께 사진을 찍어 주고 있던 동료들조차 부러워할 상황.
이곳에 모였던 대부분의 팬들이 나와 사진을 찍기 위해서 내 앞에 줄을 서 있었다.
나는 난감한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방구석에서 게임이나 하는 게 뭐가 이렇게 좋다고…….”
“오빠아아아!”
“혀어어어엉!”
“사진 찍을 때 제 귓가에 욕 한 번씩만 박아 주시면 안 될까요? 한 달 동안 귀 안 씻고 있을게요.”
솔직히 의외다.
아.
확실히 내가 근래에 들어 인지도가 많이 높아지긴 했구나.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떠오른다.
[요즘 것들>에 합류하기로 한 선택은, 역시나 후회하지 않을 선택이 될 것 같았다.그렇게 내 첫 제작 발표회는 좋은 기억으로 물들어 가는 중이었다.
4.
[요즘 것들>의 제작 발표회 이후,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얻은 기자들은 재빠르게 인터넷에 기사를 올리기 시작했다.시기가 시기인 만큼 관심도는 빠르게 높아졌다.
각종 VR 게임들의 출시, 그리고 내가 터뜨린 각종 사건들까지.
[요즘 것들>에 대한 기사를 올리기 더할 나위 없이 적절한 시기였기 때문이다.-‘진짜들의 전쟁이 시작된다!’, [요즘 것들>의 제작 발표회
-트위팟 스트리머 [시아>는 누구인가?
-인터넷 방송계의 악동, [김찬식 열사>, [악개토태왕> 등 수많은 별명을 지닌 이 시대의 아이콘!
-새로운 시대를 개척하는 가상현실 버라이어티, [요즘 것들>의 행보를 주목해야 한다!
기자들이 열심히 기사도 써 주고, 거기에 나를 지지하는 악질단들까지 더해지니 관심이 집중되는 건 아주 당연한 일이었다.
물론 나를 욕하는 네티즌들의 숫자도 많아졌다.
[제목 : 솔직히 시아 성공하는 거 보고 있으면 존나 역겹지 않냐??>내용 : 자기 돈 좀 벌겠다고 동료들 대놓고 배신 때린 놈이 당당히 방송해서 잘되는 거 보고 있으면 분노를 참을 수가 없어ㅋㅋ 인성 개쓰레기 새낀데ㅋㅋㅋ 저 새끼 빨아 주는 개돼지 새끼들도 문제 있음ㅋㅋ 걍 자기 혼자 잘 먹고 잘 살자고 뒤통수 친 새끼잖아
-어떻게든 우리악 까려고 꼬투리 존나게 잡네ㅋㅋ
ㄴ작성자 : ㅇㅇ 니네 수령님 똥꼬나 계속 빠셈 ㅇㅇ 인성 쓰레기 사회악 똥꼬 빠는 놈치고 정상 없음
ㄴ그래서 니는 사회에 도움 좀 되고?
ㄴㄹㅇㅋㅋ 집구석에서 배 긁으면서 인터넷으로 똥 싸지르는 새끼가 말 존나 많누ㅋㅋ
ㄴ우리악은 사과도 했고, 옛날 힘들었을 때 생각하면서 말기 암 환자들한테 기부라도 했지ㅋㅋ 니는 뭐 했는데?
이런 상황을 예상하고 기부를 했던 건 아니다.
그러나 어느새 인터넷에서는 그 기부가 소위 말하는 ‘까방권’으로 형성되어 있는 상황.
심지어 내가 평소에 노골적으로 국뽕 코인을 지지한 것 역시 가산점이 되어 있는 상황이었다.
컨셉은 빌런이지만, 실제로는 가족과 나라를 사랑하는 청년.
그것이 현재 일반 대중에게 형성된 내 이미지였다.
나는 인터넷 투기장들을 슬쩍 보면서 머리를 긁적였다.
그래도 나 대신해서 싸워 주는 사람들이 아주 많았다. 굳이 내가 뭐라고 반응하지 않아도 알아서 여론은 좋게 흘러가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것이 성재 씨가 그토록 강조했던 이미지 메이킹의 힘인 듯 보였다.
아무튼.
[요즘 것들>의 제작 발표회는 어지간한 공중파 예능보다 뜨거운 이슈를 만들어 냈다.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벌써 수많은 게임 회사들이 [요즘 것들>의 성 피디님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고 한다.
성 피디님의 계획에 따르면 나중에 [가이아 온라인 클래식>을 이용한 예능도 생각하고 있다고 하던데, 일단 지켜봐야 할 것이다.
나는 폰을 통해서 여유롭게 기사들을 살핀 후, 가볍게 숨을 뱉어 냈다.
“저기 혹시 스트리머 시아 님 맞으세요?”
지금 내가 있는 곳은 우리 동네의 한 카페.
약속 때문에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었다.
그러던 와중에 교복을 입은 한 여학생이 나에게 다가와서 수줍게 물어보았다.
입고 있는 교복을 보니, 내가 다녔던 모교의 후배인 듯했다.
“아, 네.”
“와! 팬이에요! 혹시 사진 한 장 부탁드려도 될까요?”
“물론이죠. 광명고등학교 다니시나 봐요? 저도 거기 나왔는데.”
“헤헤, 물론 알죠, 선배님.”
선배라고 불리니까 기분이 참 묘하군.
나는 웃음을 지으면서 여학생과 사진을 찍어 주었다. 그러자 여학생은 허리를 숙이면서까지 나에게 인사했다.
“감사합니다, 선배님! 열심히 방송하세요!”
누가 보면 내가 연예인이라도 되는 줄 알겠다.
여학생은 밝은 표정과 함께 카페에서 나갔고, 곧 내 주위에 있던 사람들이 나를 훔쳐보면서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연예인인가?”
“그그, 뭐시당가, 미투브? 그 총각 아니여?”
“미투브?”
“뉴스에도 한 번 나왔자녀. 컴퓨타로 일본 놈들 싸그리 때려잡은 청년.”
“아! 그 애국 청년?”
“그 청년 맞다니께?”
심지어 아주머니들조차 나를 바라보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계실 정도였다.
그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얼굴이 붉어진다.
이럴 줄 알았으면 뜨거운 음료가 아니라 차가운 음료를 시킬 걸 그랬나.
갑자기 좀 덥군.
여학생 뒤로 몇몇 젊은 친구들이 나와 사진을 찍었고, 심지어 나이가 있으신 분들도 나에게 사인을 받아 가셨다.
자식들에게 선물해 준다고 하시던가?
그렇게 갑작스러운 팬 서비스가 이어지고 있는 사이, 오늘 나와 약속이 있는 한 남자가 카페 안으로 걸어 들어왔다.
나는 마지막 사인을 해 준 다음, 정중하게 양해를 구했다.
그리고 그를 향해 다가가면서 가볍게 손을 건넸다.
“안녕하세요?”
그러자 그 남자는 화들짝 놀라면서 대답했다.
“안녕하세요, 시아 님!”
“실물로 뵈니까 인물이 더 훤하시네요. 아, 일단 앉으실까요?”
“네.”
그는 내 안내에 따라 내 앞에 앉았다.
나는 그를 바라보면서 씨익 웃음을 지었다.
트위팟 닉네임, 오왕.
게임을 주 종목으로 삼는 나와는 다르게 천부적인 입담을 자랑하며, 심지어 군대 이야기조차 최고의 썰로 만들어 버리는 남자.
미튜브 구독자 수도 50만을 넘기는, 이미 자리를 잡은 스트리머였다.
옛날에 내가 군대에 있었을 때 자주 봤던 스트리머기도 했다.
“옛날부터 방송 열심히 봤던 팬입니다.”
“어후, 정말 영광입니다. 시아 님께서 제 영상을 봐주셨다니까 너무 부끄럽네요. 저야말로 시아 님 방송 항상 챙겨 보고 있습니다.”
“저희 둘이 방송 시간 겹치는 건 알죠?”
“……하하!”
“장난이에요.”
첫 인상은 방송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사람 좋아 보이는 인상.
거기에다가 나보다 나이가 1살 많은 걸로 기억한다.
나는 웃음을 지었고, 오왕 님은 카운터에서 받아 온 따듯한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면서 가볍게 숨을 뱉어 냈다.
“시아 님께서 이렇게 바로 반응하실 거라는 생각은 못 했습니다.”
“에이, 오왕 님 같은 대기업 분이 용기를 내주신 건데, 제가 어떻게 늦게 연락을 드리겠어요?”
지난 [삼국영웅전> 방송이 있었던 날 막바지에 공지했던 [나쁜 녀석들> 크루의 모집 공지.
그 공지가 있던 이후로 내 이메일에 수많은 지원서들이 도착했는데, 그중 가장 눈에 띄었던 사람들 중 한 명이 오왕 님이었다.
“과찬이시네요…….”
“오왕 님.”
“예.”
“그냥 평소처럼 편하게 하셔도 됩니다. 제가 오왕 님보다 한 살 어린데, 동생이라고 생각하셔도 됩니다.”
첫 인상도 좋고, 들리는 소문도 깔끔한 사람이다.
방송과 현실의 괴리감이 극히 적은 사람.
즉, 방송에서 만큼이나 현실에서도 아주 쾌활하고 화끈한 사람이라고 들었다.
지금 내 앞에서 저렇게 얌전히 있는 것도 아마 첫 만남이라고 신경을 많이 써 주시고 있는 것일 터였다.
내 말에 오왕 님은 어색하게 웃음을 지으시더니, 뒷머리를 살짝 긁으시며 대답했다.
“어, 그렇게까지 말씀하시니…… 그럼 말 좀 편하게 할까요?”
“그렇게 하시죠, 형님.”
“후, 진짜 내가 너랑 얼마나 친목질을 하고 싶었는지 알아?”
방금 전의 어색하고 겸손한 모습은 어디 갔냐는 듯, 오왕 님은 넉살 좋게 말을 이어 갔다.
“나는 그냥 편하게 병문이 형이라고 불러 줘.”
“저는 찬식이라고 불러 주세요.”
“크으…… 김찬식 열사가 내 동생이라니…… 부모님께 자랑해 드려야겠다.”
첫 느낌부터 아주 괜찮은 사람이다. 아무래도 재미있는 인연이 될 것 같았다.
이만하면 서로 소개도 얼추 된 것 같다.
나는 만족스럽게 웃음을 지은 다음, 병문이 형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슬슬 생산적인 이야기를 시작해 보도록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