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illain is Too Good at Broadcasting RAW novel - Chapter (125)
42. 새로운 빌드업 (2)
3.
2차 팬 미팅에 대한 공지가 퍼져 나간 다음 날.
나는 치킨박스의 사무실에서 끔찍한 결과물을 확인하고 있었다.
“……이거 혹시 대기업 지원 서류들 가져오신 건가요?”
“보시는 그대로입니다.”
“아니…….”
“그야말로 톱스타네요. 제가 이럴 줄 알고 미리 추첨 프로그램을 챙겨 뒀으니, 크게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하하! 스케일이 이렇게 커질 것이란 건 이미 예상하고 있었습니다.”
책상에는 산더미 같은 지원 서류가 쌓인 상태.
게다가 놀랍게도 그 밑에는 셀 수 없이 많은 서류 박스가 자리 잡은 상태였다.
성재 씨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인 다음, USB를 오른 손으로 흔들면서 말했다.
“사실 서류는 장식에 불과합니다. 모든 참가자들에 대한 정보가 이 USB에 담겨 있습니다. 이거 정리하느라고 저희 직원들이 진짜 고생 많이 했습니다.”
“총 지원자 숫자 27,328명…… 경쟁률 약 273 : 1. 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세요?”
“놀랍게도 말이 되는군요. 사실상 찬식 씨가 걸어 다니는 대기업이라는 것이 이런 식으로 증명이 되었네요.”
그것도 단 하루 만에 집계된 지원자 숫자였다.
악질단들이란 악질단들은 다 집계되었을 것이며, 나 말고도 다른 [나쁜 녀석들> 멤버들과 만나기 위해서 신청한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2차 팬 미팅의 규모는 1차 팬 미팅의 규모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해졌다.
성재 씨는 두 장의 서류를 나에게 내밀면서 말했다.
“SD 코퍼레이션의 대표님께서 이번 팬 미팅의 공식 후원자로 나서셨고, 지난번 사용하셨던 컨벤션 홀을 흔쾌히 빌려주셨습니다.”
“아, 성수 형님께서요?”
“예, 컨벤션 홀 밑층에 있는 뷔페도 2시간 대여하셨고, 루나 캡슐방 앞쪽에 있는 큰 치킨집도 미리 예약을 해 두셨습니다.”
“세상에.”
“찬식 씨는 SD 코퍼레이션의 든든한 동반자시니까요. 당연하다고 전해 달라 하셨습니다.”
역시 재벌들의 통은 예측할 수 없을 정도라니까.
본인 회사의 게임을 플레이하는 게 아니라, 개인적인 팬 미팅을 진행할 뿐인데 이 정도라니.
진짜 전속 광고 모델을 고려해 봐도 좋을 법한 대우였다.
이래서 재벌 3세, 재벌 3세 하는 모양이다.
“이번 팬 미팅은 저희 치킨박스에서 제대로 총괄하도록 할 테니, 찬식 씨는 크게 걱정하지 마세요.”
“감사합니다.”
이런 부분에 있어서 성재 씨만큼 확실한 사람이 없었다.
나는 씨익 웃음을 지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어졌고.
“다음 주 월요일에 [가이아 온라인 클래식> 특별 촬영이 있고, 그 주 금요일에는 [요즘 것들> 촬영이 있습니다.”
“……후우.”
실로 살인적인 스케줄이었다.
저 사이에 인터넷 방송을 틈틈이 해야 한다는 생각까지 하니 벌써부터 목이 뻐근한 기분.
그러나 성재 씨는 이런 내 마음을 이해한다는 듯이 부드럽게 웃음을 지으면서 말했다.
“미국 트위팟 파티를 생각하면서 버티시죠. 일주일 정도 정식으로 휴가를 맞이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내가 [시아>라고 밝혔던 지난번 ‘그 사건’ 때 일주일 쉰 거 빼고는 단 한 번도 편하게 쉬지 못했다.
근래 들어 원래 휴방을 해야 하는 날도 방송을 했었으니 말이다.
게다가 옛날처럼 방구석에서 게임만 했던 게 아니다.
야방도 자주 했었고, [요즘 것들> 촬영에, 광고 촬영까지.
체력이 딸릴 수밖에 없는 살인적인 스케줄이었다.
“후우, 진짜 그것만 보고 버텨야겠네요.”
“나영 씨와 오붓하게 다녀오시면 될 것 같습니다.”
“크흠.”
“그나저나 두 분 진결 발표는 언제 하실 예정입니까? 치킨박스의 새로운 대들보 두 분이 뭉치신다면…… 자녀 계획도 미리 말씀해 주시죠. 유아 크리에이터로 미리 선 계약을 걸어 두는 것도 괜찮겠군요.”
이 양반이 진짜…….
그러고 보니 지난번에 나영이도 나랑 같이 미국에 가는 걸 기대하고 있었는데.
성재 씨는 내 귀에다 슬쩍 한마디 던졌다.
“여차하면 동수를 제가 따로 빼 드리겠습니다. 두 분이서 즐기고 오셔도 좋습니다. 트위팟 파티가 LA에서 열리니, 일주일 정도 LA에서 쉬는 것도 괜찮겠군요.”
요새 나영이랑 따로 만나는 빈도가 줄어들었다.
흐음.
‘그 사건’ 때 나영이를 와락 껴안은 이후로 이렇다 할 사건이 없기는 했다.
개인적으로 나영이와 만나는 횟수도 좀 늘려야 어떻게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나중에 오왕 님한테 물어봐야겠다.
오왕 님도 최근에 유명 여스트리머와 성공적인 연애를 시작하게 되었다던데, 노하우를 좀 전수받을 필요가 있겠지?
“오늘 회의한 대로 일을 잘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일단, 다음 주에 있을 광고 촬영이 먼저겠군요.”
“예.”
“추첨 결과가 완료되는 대로 메일로 전송하도록 하겠습니다.”
“잘 부탁드려요.”
그렇게 내 2차 팬 미팅에 대한 이야기와 차후 일정에 대해 충분히 토의하고 나서야 회사에서 나올 수 있었다.
성재 씨의 말대로 [가이아 온라인 클래식>의 특별 광고를 촬영하는 것이 먼저였다.
SD 코퍼레이션에서는 나와 동수 형, 그리고 허수에게 크게 1억씩 쾌척했다.
첫 번째 광고가 그들이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홍보 효과를 거두었기 때문이었다.
“찬식아!”
“어? 나영아. 여긴 어쩐 일이야?”
“아까부터 전화했는데 왜 그렇게 전화를 안 받아?”
그제야 스마트 폰을 확인했다.
그곳에는 나영이로부터 온 전화가 3통이나 있었다.
“미안…… 회사에서 일 이야기 중이었어.”
나영이는 나를 슬쩍 째려보더니, 곧 한숨을 내쉬면서 말했다.
“잘 끝냈고?”
“응.”
“그럼 오늘 나랑 같이 쇼핑하자. 나 옷 사야 하는데, 너도 옷 사야 하지 않아? 미국 가야지. 너 평소에 입는 옷 몇 가지 없잖아.”
이걸 또 들켰네.
나는 나영이의 말에 어색하게 고개를 끄덕였고, 나영이는 나를 바라보면서 천천히 미소를 지었다.
“점심은 네가 사 줘.”
“알았어. 뭐 먹을래?”
“그건 걸어가면서 생각해 보자.”
나영이는 부드러운 미소와 함께 내 옷소매를 잡고 앞으로 이끌었다.
가산디지털단지에는 사무실들뿐만 아니라, 쇼핑몰도 많았으니 옷은 거기 가서 사면 되겠지.
오래간만에 나영이와 함께 다니는 거니까 편하게 즐기도록 하자.
4.
-스트리머 커플 탄생? 화제의 스트리머 시아와 나영, 둘의 데이트 현장 포착!
-마스크도 쓰지 않고 당당한 행보!
-그들의 달달한 우결, 진결이 될 수 있을까?
-스트리머 나영, 그녀는 누구인가?
“야, 좀 마스크라도 쓰고 다녀. 둘 다 조심성이 없어.”
“……아니, 파파라치들이 붙어 있을 줄 누가 알았어요?”
“너도 인마, 이제 공인이야. 아마 나보다 네가 더 유명할걸?”
이곳은 SD 코퍼레이션에서 대여한 한 거대 스튜디오.
총 30개의 캡슐이 설치되어 있는 상태였다.
나는 그곳에서 동수 형에게 잔소리를 듣는 중이었다.
지난번 가산디지털단지에서 나영이랑 같이 쇼핑을 했던 것이 순식간에 기사화되었기 때문이다.
나영이 본인은 크게 상관하지 않는 눈치였고, 이 사장님도 내 등짝을 시원하게 몇 번 두드렸을 뿐이다.
다만 그 두드리는 강도가 좀 강했다는 점.
솔직히 하루 정도는 멍이 들었던 것 같다.
확실히 근래 나를 향한 이목이 늘었다는 걸 느끼긴 한다.
스트리머들의 위상이 높아진 건지, 아니면 내 위상이 높아진 건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조심해. 너는 아니겠지만 여자 스트리머들은 안 좋은 소문나면 좀 치명적이야. 세린이랑 유선이도 그 이야기하더라.”
전부 다 우리 둘을 걱정해서 하는 말인 걸 잘 알고 있다.
동수 형은 원래 그런 사람이니까.
이런 우리 둘의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 있던 허수가 나를 향해서 날카롭게 말했다.
“나영이가 너무 아까운데. 나영이가 뭐가 좋다고 너를 만나는지 모르겠다.”
“적어도 너보단 내가 더 재미있을 것 같은데?”
“욕만 많이 한다고 재미있는 방송인 건 아닌데.”
“그렇다고 해도 너보단 내가 컨텐츠 많을걸? 아니야? 너 중국에서 게임 두 개만 계속했다면서, 낄낄.”
허수는 내 말에 이를 꽉 깨물고 그저 노려볼 뿐이었다.
그러게 누가 시비를 먼저 걸래?
원래 인생은 되로 주고 말로 받는 법이라고.
“진짜 너희 둘 사이좋다. 크으, [가이아 온라인> 때만 해도 허수 너 찬식이 항상 죽이고 싶어 했잖아? 벌써 옛날이네…….”
생각해 보니 살짝 속상하기도 했다.
배신 사건 전까지만 하더라도 난 동수 형네 길드 소속이었는데, 동수 형은 내 편을 들어주지 않았다.
그렇다고 허수 편을 들어준 것도 아니었고.
언제나 중간에 서서 양쪽의 말을 들어 보는 위치.
그것이 동수 형이 [가이아 온라인>에서 취했던 포지션이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스트리머들끼리 사이가 안 좋은 경우가 꽤 많은데, 동수 형은 그 사람들 사이에서 훌륭하게 균형을 유지하고 있었다.
동수 형의 방송이 롱런을 할 수 있는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 아닐까?
“그나저나 너 오늘 감당되겠냐?”
허수는 동수 형의 중재를 받아들이면서 나에게 물었다.
나는 그 질문에 침을 꿀꺽 삼키면서 애써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히 나도 잘 모르겠어.”
“육개장은 제발 맛있는 집으로 해 줘라.”
“미친 새낀가, 말을 해도 꼭.”
“근데 형도 걱정이 되긴 해. 나야 뭐 널 용서했다지만…….”
오늘 이곳에 모이는 건 간판 모델인 나와 허수, 동수 형, 이렇게 셋 뿐만이 아니었다.
한때 우리들과 함께 [가이아 온라인>의 백미를 장식했던 랭커들도 함께한다.
SD 코퍼레이션에서 향수를 자극시키기 위해서 직접 끌어모은 과거의 랭커들.
그들 중 대다수는 게임을 접고 다른 생업에 종사하고 있었으며, 우리처럼 방송을 통해 생계를 유지해 나가는 사람은 극소수였다.
나는 내 앞에 놓여 있는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면서 깊게 숨을 뱉어 냈다.
옛날에도 랭커들이랑 워낙 사이가 안 좋았다.
난 비공식 랭킹 1위로, 당연히 암묵적인 전체 1위였다.
그 때문일까 공식 랭커들과 척을 지는 경우가 엄청 많았다.
악감정이 쌓여 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해야 할까?
만약 그들과 실제로 대면하게 되면 어떤 사태가 벌어질지 쉽게 감당할 수 없었다.
동수 형은 애써 침착을 유지하고 있는 나에게 얄미운 목소리로 말했다.
“애들이 너 손봐 주겠다고 잔뜩 벼르고 있더라고.”
“제발 말려 주세요.”
“내가 왜? 형 두고 연애하려는 의도가 너무 불순한데……. 넌 좀 당해 봐야 해.”
동수 형의 도움마저 없다면 정말 죽을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우리들이 이야기를 주고받는 사이, 어느새 촬영장에 도착한 성수 형이 청량한 미소를 머금으면서 우리에게 다가왔다.
오늘은 깔끔한 슈트에 슬쩍 드러난 시계가 포인트였다.
저렇게 차려 입으니까 진짜 멋있긴 하다.
저것이 자본주의의 멋인가.
“동수랑 찬식이 오늘도 일찍 왔네?”
“오랜만에 뵙네요.”
“오셨어요, 형님.”
성수 형은 우리에게 가볍게 인사를 건넨 다음, 곧 허수를 바라보더니 크게 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곧 허수를 향해서 손을 내밀면서 말했다.
“켈베로스 님께서 저희 프로젝트에 합류해 주셔서 영광입니다.”
“아닙니다, 대표님. 저야말로 큰 영광입니다.”
“켈베로스 님께서 합류하신 덕분에 오늘 특별 광고를 촬영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인연을 만들어 갔으면 좋겠습니다.”
성수 형 역시 한때 [가이아 온라인>을 진심으로 사랑했던 게이머였다.
그렇기 때문에 [켈베로스>라는 닉네임이 지닌 의미를 잘 알고 있었다.
나와는 정반대에 서 있는 플레이어라고 할 수 있었다.
내가 어둡고 음습한 이미지였다면, 허수는 언제나 밝은 곳에서 활약하는 플레이어였다.
정의의 이미지.
사실 요새 들어 저 녀석이 나한테 하는 말버릇을 보고 있자니 정의로운 것 같진 않지만 말이다.
허수는 부드럽게 웃음을 지으면서 성수 형에게 말했다.
“언제나 불러만 주세요.”
“좋습니다. 아, 이제 곧 오늘 활약해 주실 출연자 분들께서 도착하시겠네요.”
내가 듣기로는 성수 형은 광고에 출연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각 지역마다 차량을 배치시켰다고 한다.
보아하니 곧 도착하려는 모양이다.
나는 크게 심호흡을 하면서 평정심을 유지했다.
큰일은 딱히 없을 것이다.
에이, 그래도 이런 광고 촬영장에서 나한테 해코지를 하겠어?
“서울 팀 출연자 분들 모두 모아서 복귀 완료했습니다!”
“경기 북부 팀 완료.”
“경기 남부 팀 완료.”
우리를 제외한 오늘의 출연자 숫자는 총 27명.
촬영장의 문을 통해 출연자들이 한 명, 한 명씩 들어오기 시작했고, 그들은 들어오자마자 나를 노려보면서 비릿하게 미소를 지었다.
도대체 그 미소에는 무슨 의미가 담겨져 있는 걸까?
“야.”
내가 심호흡을 하면서 평정을 되찾으려고 할 때, 옆에 있던 허수가 행복한 표정으로 나에게 말했다.
“유서는 작성하고 왔지?”
“허수야.”
“유언 남기게? 빨리 말해.”
……내가 갈 땐 가더라도 이 새끼는 반드시 묻고 간다.
나는 이를 부드득 갈면서 앞을 바라보았다.
과연, 광고 촬영을 무사히 마무리 지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