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illain is Too Good at Broadcasting RAW novel - Chapter (13)
4. 치킨박스 (3)
5.
우리 팀에 합류한 일본인들이 곧바로 나갈 거라는 예상과는 달리, 그들은 게임에서 나가지 않았다.
오히려.
-미개한 조센징.
-너희들은 평생 우리의 속국이다.
-네놈들 따위가 사무라이 워즈를 제대로 할 수 있을 리가 없다.
열심히 채팅을 치면서 우리를 자극했다.
나머지 세 명의 스트리머들은 일찍이 그들을 차단한 다음, 본인들의 할 일을 하고 있다.
나 역시 가상 키보드를 이용해서 내가 할 말만 쓰고 그들을 차단해 버렸다.
“게임도 못하는 놈들이 뭘. 걍 구석에 있든지 해. 도움 하나도 안 될 거니까.”
솔직히 녀석들에게는 별다른 감정이 없었지만, 내 닉네임을 보고 먼저 발끈한 건 저쪽이다.
아무튼 열심히 채팅을 치고 있는 일본인들을 내버려 둔 상태로 천천히 영웅 선택창을 살펴보았다.
[사무라이 워즈>의 영웅은 크게 4개의 직업군으로 나뉘고, 총 16명으로 구성되어 있다.공수 양면으로 밸런스가 좋은 사무라이.
공격 스킬로 도배가 되어 있어서 생존력이 낮은 닌자.
스킬을 통해서 방어 진지를 구축하는 데 능한 주술사.
그리고 각양각색의 능력으로 팀을 보조하는 치유사.
이 게임은 2010년대부터 유행했던 어떤 게임과 상당히 유사점이 존재한다.
그래서 한국인들은 이 게임을 이런 별명으로 부르곤 했다.
일뽕시계.
처음에는 다들 왜 그렇게 부르는지 몰랐는데, 게임 시스템을 확인해 보니 그럴 만도 했다.
나는 잠깐의 고민 끝에 닌자 쪽의 영웅을 하나 골랐다.
공격 일변도의 스킬만 지닌 닌자.
하지만 이런 유의 게임에서는 원래 이런 캐릭터들이 주목받기 쉽고, 또 사용자의 피지컬에 따라서 성능이 크게 갈린다.
내가 고른 영웅의 이름은 요루, 한국어로는 ‘밤’이라는 뜻을 가진 녀석이었다.
고른 이유는 아주 간단했다.
닌자류 영웅의 가장 첫 번째에 위치해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영웅 선택이 끝나자마자 나머지 스트리머들도 모습을 드러냈다.
“요루? 그거 엄청 어려운 영웅인데.”
세린 누나는 이 게임을 해 봤던 경험자라서 그런지 내 선택에 살짝 우려스럽다는 듯 말했다.
그러나 곧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뭐 처음이니까 하고 싶은 거 해 봐. 두 명 없어서 엄청 힘들 것 같은데, 얼추 조합은 괜찮네.”
동수 형은 사무라이 영웅을, 세린 누나는 주술사를, 유선 누나는 치유사를 선택했다.
일본인 2명은 트롤을 선언한 탓에 이번 게임은 4명이서 6명을 상대해야 했다.
“튜토리얼도 따로 안 했으니 직접 하면서 배워야지. 게임 그렇게 느는 거잖아. 다들 알아서 해!”
동수 형은 본인의 영웅이 마음에 드는 모양이다. 검을 뽑아 들면서 기세 좋게 소리쳤다.
[10초 뒤에 전투가 시작됩니다.] [10, 9, 8…… 3, 2, 1.] [거점을 점령하십시오!]“이따가 보자고!”
“꺄아아아!”
나를 제외한 나머지 스트리머들은 전투가 시작되자마자 적진으로 돌격했다.
세린 누나의 말대로 처음 하는 사람들은 무작정 부딪쳐 보는 게 좋다.
특히 이렇게 캐릭터와 스킬이 다양한 게임이라면 더더욱 말이다.
나는 어린아이처럼 뛰어다니는 그들을 바라보면서 피식 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가볍게 몸을 움직이면서 내가 보유한 스킬들을 실험했다.
일단 상시 적용되는 패시브 스킬 [청음>.
주변에 적이 있을 시 경고음과 함께 이동속도가 2배로 상승하는 스킬이다.
좋아, 패시브 스킬은 대충 이해했고.
첫 번째 액티브 스킬이 [갈고리>.
촤르르륵.
손에서 줄이 달린 날카로운 갈고리가 멀리 뻗어 나가더니 곧 땅에 박힌다.
아, 이건 이동기처럼 사용하면 될 것 같다.
그다음은…….
[누군가의 발소리가 들려옵니다.] [행동 속도가 상승합니다.]내가 스킬을 실험해 보기도 전에 눈앞에 거대한 일본도를 든 사무라이 하나가 나타났다.
녀석은 나를 발견하자마자 일본도를 휘둘렀고, 곧 일본도에서 거대한 검기가 생성되어 나를 향해 날아왔다.
촤르르륵.
나는 검기를 보자마자 곧바로 갈고리를 옆 건물의 기와에 걸면서 허공으로 떠올랐다.
그리고 곧바로 몸을 오른쪽으로 흔들면서 나를 향해 검기를 날린 사무라이의 뒤로 접근했다.
탄력이 붙어서 그런지 눈 깜짝할 사이에 사무라이의 뒤를 잡을 수 있었고, 오른손에 들려 있던 수리검을 상대의 목에 박아 넣었다.
그것은 단 3초 만에 일어난 일이었다.
[리틀보이팻맨(요루) → 켄신(켄)]우측 상단에 내 킬 로그가 떠올랐고, 그 킬 로그를 본 적 팀의 채팅이 내가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화려하게 타올랐다.
-리틀보이팻맨?
-뭐야!
-한국인?
-****************
확실히 세상이 너무 좋아졌어.
게임을 하면서 외국인이랑도 이렇게 부드럽게 의사소통이 가능해지다니.
아주 옛날에는 일일이 번역기를 돌려 가면서 외국 게임을 했다는데, 적어도 그런 귀찮음은 피할 수 있었다.
나는 손에 쥐고 있던 수리검을 고쳐 잡으면서 가상 키보드를 소환해 냈다.
그리고 아주 당당하게 채팅을 입력했다.
-몽키 히로시마. 몽키 나가사키.
이왕 컨셉 잡은 거, 갈 데까지 가 보자. 이제는 나도 모르겠다.
내 채팅에 일본인들은 격렬하게 욕설을 내뱉으면서 반응을 해 오기 시작했다.
아아.
방금 전에 확신이 들었는데, 아무래도 이 [사무라이 워즈>를 재밌게 할 수 있을 것 같다.
6.
“빌어먹을, 빌어먹을 조센징!”
[사무라이 워즈>의 유명 스트리머, 켄신.일본에서는 꽤 많은 시청자를 거느리고 있고, 프로게이머 제의도 간간이 올 정도로 나름 인정받는 남자였다.
오늘도 켄신은 3,000명이 넘는 시청자를 데리고서 방송을 진행 중이었다.
켄신은 스스로의 실력에 대해 의문을 가지지 않는 사람이었다.
본인 아이디의 랭킹은 무려 240위였고, 사무라이 영웅 [켄>의 장인으로까지 불렸으니 말이다.
원래대로라면 오늘도 초보들을 상대로 화려한 피지컬을 보여 주면서 영상을 뽑아냈어야만 했다.
그러나 그의 계획은 예기치 않은, 한 미친 한국인에 의해 저지당했다.
[리틀보이팻맨(요루) → 켄신(켄)] [리틀보이팻맨(요루) → 타이무(라이덴)] [리틀보이팻…….] [사무라이 워즈>는 플레이어의 닉네임 앞에 국기가 달린다. 그 덕분에 외국 플레이어들을 쉽게 분간할 수 있었다.현재 킬 로그를 가득 채우고 있는 저 ‘리틀보이팻맨’이라는 유저의 닉네임 앞에는 떡하니 태극기가 붙어 있었다.
-wwwwwwwwwwww조센징 하나 제대로 못 잡냐.
-일본의 수치다. 당장 할복해라.
-역시 형님 나라다. 형님 나라의 레벨 1조차 이길 수 없다니.
-10개월 동안 구독한 내가 부끄럽다.
-wwwwwwwwwww
켄신의 방송을 보고 있던 시청자들은 아예 대놓고 켄신을 조롱하는 중이었다.
처음에는 그저 운이라고 생각했었다.
갈고리를 끌어당기는 형식으로 사용하는 건, 요루를 오랫동안 플레이한 유저들만이 가능한 일이었으니까.
한국인의 레벨은 고작 1이었다.
튜토리얼조차 깨지 않은 초보자라는 뜻이다.
게다가 상대방은 요루의 다른 스킬조차 사용하지 않고 있었다.
그저 갈고리를 통해 몸을 움직였고, 공격을 피한다. 그리고 어느새 뒤로 접근해서 목에 칼을 꽂는다.
아주 단순한 패턴.
그러나 켄신은 그 단순한 패턴의 한국인에 의해 벌써 7번의 죽음을 기록하는 중이었다.
푸우우욱.
“칙쇼오오오오오!”
만약 본인의 앞에 키보드가 있었다면 몇 번이고 부쉈을지 모른다.
단순히 실력에서 밀리는 거라면, 상대방이 부계정일 거라 생각하고 넘어갈 수도 있는 부분이었다.
하지만 켄신이 이렇게도 화를 내는 까닭은, 저 빌어먹을 한국인이 킬을 기록할 때마다 입력하는 채팅 때문이었다.
-일본인 종특) 박살 나고 나서야 정신 차림.
-일본인 종특) 게임 존나 못함ㅋㅋㅋㅋㅋ
악질 유저들이 흔히들 치는 채팅의 범주에 속했지만, 저 ‘리틀보이팻맨’이라는 닉네임과 조합되니 이보다 더한 수모는 없었다.
거기에 일본의 자존심이라고 할 수 있는 [사무라이 워즈>에서 대표 스트리머가 공개적으로 조롱당한다.
압도적인 실력의 격차.
상대방의 영웅인 [요루>는 그저 갈고리만 사용할 뿐인데, 그 누구도 그를 죽이지 못했다.
켄신은 리스폰이 되자마자 이를 부드득 갈고 전장으로 달려 나갔다.
그가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그 한국인’이 다시 한번 갈고리를 사용하면서 쇄도했다.
“죽어어!”
켄신이 갈고리를 타고 날아온 상대의 경로를 예측하며 회심의 일격을 날렸다.
사무라이 영웅 [켄>의 궁극기인 [사쿠라>.
전방의 모든 적을 베어 넘기는 화려한 궁극기였다.
눈 깜짝할 사이에 검에서 흘러나온 벚꽃 모양의 검기들이 증오스러운 한국인을 향해 뻗어 나갔다.
하지만 ‘리틀보이팻맨’은 이미 예상을 했었다는 듯이 본인의 갈고리를 잘라 내면서 바닥을 굴렀다.
목표를 잃은 화려한 벚꽃은 그저 허공을 수놓을 뿐이었다.
그 모습을 눈앞에서 본 켄신은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얼어붙었다.
프로 게임 수준에서도 본 적 없는 변칙 플레이다.
애시 당초에 저렇게 공격적으로 갈고리를 쓰는 플레이어도 없었고, 갈고리를 사용하는 도중에 스스로 갈고리를 자르는 플레이어도 없었다.
[갈고리>는 영웅 요루가 지닌 스킬 중 가장 안 좋은 평가를 받았으니까.저런 식으로 사용하는 건 듣도 보도 못 한 장면이었다.
푸우욱.
[리틀보이팻맨(요루) → 켄신(켄)]다시 한번 킬 로그가 떠오르며 켄신의 캐릭터가 바닥에 쓰러졌다.
한국인은 켄신의 시체를 바라보면서, 켄신이 모르는 언어를 내뱉었다.
“음, 방금 공격이 궁극기였나? 위험해 보여서 피하긴 했는데. 역시 조금 더 공부를 해야 할 것 같네. 스킬들이 너무 다양하단 말이야. 일본 초보들을 상대로는 별로 실력이 안 늘겠어. 어디 랭커들 없나? 한 수 배우고 싶은데.”
켄신은 한국어를 몰랐지만, 한 가지만큼은 알아차릴 수 있었다.
분명 저게 본인을 끝까지 놀리는 말이라는 것을.
친절하게도 켄신의 방송을 보고 있던 시청자 중 한 명이 한국인의 말을 해석해서 보여 주었다.
그것을 확인한 켄신이 입술을 깨물면서 한마디 던졌다.
“악마, 너는 악마야.”
리틀보이팻맨.
어쩌면 꿈에서까지 나와서 자신을 괴롭히는 게 아닐까.
켄신에게 느닷없는 악몽이 다가오고 있었다.
7.
진지하게 고백하건대, 나는 일본인에 대한 특출 난 적개심은 없었다.
그냥 평범한 한국인이다.
일본과 관련된 무슨 일이든 지기 싫고, 어떻게든 이기고 싶어 할 뿐이다.
게다가 게임이라면 더더욱 그랬다.
트래쉬 토크만큼 상대방의 멘탈을 박살 내기 좋은 것도 없었고, [가이아 온라인> 시절 내 이미지를 안 좋게 만들었던 원인이기도 했다.
후회하지는 않는다.
그것 역시 내 방식이기 때문이다.
물론 내 그런 행동 때문에 ‘악마의 재능’이라는 이야기도 듣고는 했다.
그것도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면 추억이었다.
그나저나 다음 주에 방송을 켜게 되면 내 닉네임이 가감 없이 시청자들에게 드러나게 될 것이다.
솔직히 걱정되기도 하고, 뭔가 찝찝하기도 했다.
그건 후회랑 별개의 감정이란 말이지.
“뭔 생각을 그렇게 하냐, 찬식아?”
게임을 끝내고 캡슐에서 나온 동수 형이 기지개를 켜면서 나에게 물었다.
“별거 아니에요.”
동수 형을 시작으로 나머지 두 스트리머도 캡슐에서 나왔다.
그녀들은 피곤한지 하품을 내뱉은 다음, 우리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화장실 갔다 온다.”
캡슐에서 나오면 밀린 생리 현상을 해결하고 싶기 마련이지.
그렇게 유선 누나와 세린 누나가 캡슐방에서 나가고, 캡슐방에는 나와 동수 형 둘만 남게 되었다.
동수 형은 살짝 피곤한지 캡슐에 기댄 채로 본인의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어?”
한 5분 정도 핸드폰을 보고 있던 동수 형이 눈을 둥그렇게 뜨면서 나에게 다가왔다.
“야, 이거 봐라.”
“뭔데요?”
“일단 봐 봐.”
동수 형이 본인의 스마트폰을 나에게 건네주었는데, 화면 속에서는 한 영상이 재생되는 중이었다.
“어?”
“아까 우리랑 싸웠던 일본인 중에 스트리머가 있었나 본데?”
화면 속에서는 스트리머가 내 캐릭터에 의해 수없이 죽어 나가고 있었고, 내가 내뱉었던 트래쉬 토크가 고스란히 노출되고 있었다.
일본 스트리머의 영상을 한국인이 커뮤니티에 가져온 모양이다.
동영상의 제목은 ‘각시탈’.
영상을 내려서 댓글란을 보았는데 댓글이 뜨겁게 불타오르는 중이었다.
-리팻맨ㅋㅋㅋㅋㅋㅋㅋㅋ 제대로 미친놈인데
-인성질 미쳤다. 어떻게 사람 새끼가 저러냐?
-리틀보이팻맨? 솔직히 눈살 찌푸려짐. 존나 미개하고 격 떨어져 보임.
└과몰입하는 새끼들 ㄹㅇ극혐ㅋㅋ 제발 게임은 게임으로 좀 보셈. 과몰입 좀 하지 말고.
-동방예의지국답게 게임에서도 예의를 잘 지켜야지. 암, 안 그래? 엣헴!
-선 넘은 것 같기는 한데, 통쾌하긴 통쾌하네. 좆본 채팅창 보셈ㅋㅋ 다들 발작하고 있음. 저 동네는 방송으로 원격 전기 충격도 가능한가?
-그런데 리팻맨. 만화에서 나오는 무슨 빌런 이름 같지 않냐?
-존나 악랄한데, 존나 잘하네. 한국인 확실하지?
-닉네임 앞에 태극기 달고 있네.
-요루 원래 저렇게 하는 거 아닌데 쌈박하게 잘하네. 프로게이머인가?
-크으으으으! 주모오오오! 오늘 샤따 내려!
댓글란에서는 내 정체에 대한 뜨거운 토론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
“나는 말이야, 솔직히 방송은 운도 따라 줘야 한다고 생각하거든?”
내가 댓글들을 확인하자마자 동수 형은 내 어깨에 슬쩍 손을 올렸다.
그러더니 나를 뜨거운 눈빛으로 바라보면서 말을 맺었다.
“넌 아무래도 운도 따라 주는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