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illain is Too Good at Broadcasting RAW novel - Chapter (136)
46. 산 넘어 산
1.
나영이의 믿을 수 없는 폭주는 트위팟 코리아 최고 신기록을 갱신하면서 레전드 클립으로 저장되었다.
예상하지 못했던 활약.
나영이의 신들린 운전 실력 덕분에 우리는 경찰들을 가뿐히 따돌리고 성공적으로 미션을 끝낼 수 있었다.
‘방송보는한대표님’ 님께서 1,00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요즘 말로는 깝놀^^이라고 하죠? 나영 님…… 조만간 회사에서 한 번 뵙고 싶습니다ㅎㅎ 조카야! 꼭 모시고 오렴!]주현이의 삼촌인 한 대표님의 통 큰 후원을 시작으로, 우레와 같은 후원 음성들이 쏟아졌다.
그건 단순히 미션 때문만이 아니었다.
“언니! 진짜 너무 멋있어요! 어떻게 하면 운전을 그렇게 할 수 있어요? 저도 꼭 배우고 싶어요!”
“헤헤, 별거 아닌데 뭐.”
“……나영아?”
“응?”
“아, 아니야.”
오늘 나영이의 임팩트는 아마 나영이 방송 경력에 있어서 역대급으로 손꼽힐 것이다.
그 정도로 나영이의 운전은 미쳤다.
안전벨트를 매지 않았다면 진작 창문에 머리를 박고 죽었을 것이다.
수많은 드리프트와 칼치기.
현실이었다면 농담 안 하고 무기징역까지 받았을 정도의 범법 행위.
그야말로 죽음의 레이스였다.
도대체 이 사장님은 나영이에게 어떻게 운전을 교습했던 걸까.
나는 목소리를 애써 가다듬으면서 나영이에게 물었다.
“……사장님이 운전 가르쳐 주신 거지?”
그러자 아까 전과는 달리 온화해진 나영이가 고개를 끄덕이면서 대답했다.
“응! 아빠가 운전할 때는 다른 사람들한테 기죽지 말라고 하셨거든.”
“그래?”
“다른 사람들이 쳐다보면 무조건 무섭게 쳐다보라고 하셨어.”
무섭다.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아까 전에 보여 줬던 눈빛은 아직까지도 소름 돋을 정도였다.
지금 나를 부끄럽다는 듯이 바라보는 나영이의 눈빛이었다고는 상상하기 힘들었다.
나는 몸을 살짝 떨면서 힘겹게 미소를 지었다.
진짜 조심해야겠다.
LOS 할 때도 몇 번 볼 수 있었던 모습이었지만, 오늘 나영이가 보여 준 모습은 걸 크러쉬를 뛰어넘는 수준이었다.
굳이 이름을 짓자면…… 걸 불도저?
-오늘 레전드 영상 하나 뽑았누
-나영튜브 조회수 떡상 각ㅋㅋㅋ
-누가 벌써 클립 따서 다른 방에 수출하고 있음ㅇㅇ
-옆 동네 GTB 전문 스트리머 넋 놓고 운전 실력 보던데?
-이 정도면 나영좌 카레이서로 전직해야 하는 거 아니냐?
-운전 잘하는 옆집 누나 ㅗㅜㅑ
-미쳐따! 도라따!
-누나! 나 죽여!!!
시청자들이 흥분한 건 아주 당연지사였다.
그도 그럴 것이 그들은 이후에 끊임없이 회자될 레전드 영상을 직접 두 눈으로 봤기 때문이다.
사실 이런 영상은 1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레전드 영상에 속한다.
그걸 다른 식으로 표현하자면 미튜브에 영구 박제가 가능하다는 의미였다.
관종의 본분에 충실한 트수들에게는 이보다 흥분되는 기회가 없다는 뜻이었다.
그렇게 주현이, 나영이와 함께한 짧고도 굵은 게임 방송은 끝나게 되었다.
주현이가 보여 줬던 에임 역시 충분히 어그로를 끌 수 있었지만, 아무래도 어그로는 더 큰 어그로에 잡아먹힐 수밖에 없었다.
슈우우욱.
게임을 종료한 우리들이 캡슐 밖으로 나왔고, 우리가 일어서자마자 스튜디오 밖에서 방송을 지켜보고 있던 치킨박스 직원들이 일제히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정말 대단해요!”
“미쳤다!”
“나영! 나영! 나영! 나영!”
나영이는 직원들의 반응에 얼굴을 붉히면서 고개를 숙였다.
나는 그 모습을 바라보면서 아까 전의 ‘운전사 나영’을 넌지시 떠올렸다.
앞에 있는 모든 걸 씹어 먹을 것 같았던 대장부의 기세.
그 상태에서 잘못 걸렸다가는 캡슐에서 못 나왔을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두 얼굴의 스트리머라…….
확실히 나영이는 게임할 때와 안 할 때의 느낌이 너무나도 다르다.
누가 그러더라.
게임할 때 나오는 인성이 본성이라고.
그 말이 사실이라면?
“오우쉣.”
나도 모르게 내 입에서 경악성이 튀어나왔고, 갑작스러운 경악성에 나영이가 나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무슨 일 있어, 찬식아?”
“절대 없어! 걱정하지 마.”
있어도 없는 거다.
나는 식은땀을 흘리면서 고개를 끄덕인 다음, 주현이를 바라보면서 슬며시 웃음을 지었다.
“재미있었어?”
그러자 주현이가 해맑게 웃으면서 대답했다.
“저는 그래도 스승님께서 조금 더 강하게 교육해 주셨으면 좋았을 거 같아요.”
“강……하게?”
“오늘 저 아껴 주신다고 많이 못 혼내신 거잖아요.”
아닌데?
난 그냥 네 팬들한테 한 소리 들을까 봐 일부러 사린 건데?
진짜 여기서 말실수를 했다가는 인터넷에서 전쟁이 일어날 것이다.
주현이의 팬덤과 내 팬덤.
물론 숫자부터 악질단이 압도적으로 밀리는 싸움이겠지만, 나는 내가 아끼는 동생의 팬덤과 싸우는 걸 원하지 않았다.
주현이는 감동을 먹었다는 듯이 눈을 빛내면서 나를 바라봤다.
“역시 스승님께서는 겉으로만 쌀쌀맞으세요. 이런 걸 보고…….”
“이런 걸 보고?”
불길하다.
쟤가 저렇게 말끝을 끌고 난 다음엔 항상 예상하지 못한 발언이 튀어나온다.
내가 재빠르게 눈치를 채고 제지하려던 찰나, 트수들 대부분을 자극하는 발언이 주현이의 입에서 튀어나왔다.
“다들 츤데레……라고 하죠? 스승님은 츤데레예요.”
“제발!”
말은 다시 주워 담을 수 없는 법.
주현이의 대사를 들은 트수들이 물 만난 고기처럼 날뛰기 시작했다.
-오우쉣!! 아이돌 입에서 츤데레라는 말이 나왔다구!
-스승님…… 츤데레…… 성공적?
-라는 내용의 애니 추천 좀ㅋㅋ
-주현좌랑 우리의 공통점이 있었네!
-X덕은 돈이 된다!
‘전국오타쿠협회장’ 님께서 10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전오협에서는 우주최강 아이돌 한주현을 지지합니다. 쿠쿠루ㅋㅋ쿠쿠쿠]신났다.
X덕 쉐끼들.
2.
주현이와 나영이의 기대 이상의 활약 속에서 날로 먹는 방송은 성황리에 끝났다.
최고 시청자 17만 명.
예전 PC 게임 스트리밍이 주를 이룰 때보다 평균 시청자가 훨씬 많아진 탓일까?
요새 들어 다른 스트리머들의 방송 시청자 숫자도 생각보다 훨씬 높이 측정된다.
가상현실 게임이라는 컨텐츠 자체가 놀랍도록 매력적이라는 방증이기도 하다.
그날의 모든 일정이 끝난 후.
나는 오늘의 게스트 둘과, 남아서 방송을 도와주던 치킨 박스의 직원들에게 거하게 한턱 쏘기로 했다.
사실 비싼 것도 사 줄 의향이 있었다.
그러나 주현이가 치킨을 먹고 싶다고 해서 우리들은 치킨박스 사무실 앞에 위치한 단골 치킨집으로 향했다.
성재 씨를 포함해서 남아 있던 직원들은 총8명.
11명이 아무리 치킨을 많이 먹어 봤자, 그렇게 크게 출혈이 생길 것 같지는 않았다.
하지만 치킨집에 들어서서 메뉴를 주문하자마자 나는 한 가지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크으으으으!”
“역시, 치킨에는 맥주지!”
“이모! 저희 500cc 10잔 추가요!”
시간은 저녁이었고, 야근을 보람차게 끝낸 직원들은 맥주를 시키기 시작했다.
그건 막을 수 없었다.
치킨에 맥주가 없다는 건 그야말로 죄악이었으니까.
나는 맥주를 물처럼 마시는 직원들을 바라보면서 피식 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내 앞에 놓여 있던 잔을 가볍게 움켜쥐었다.
“오빠.”
그때 내 왼쪽에 앉아 있던 주현이가 살짝 상기된 얼굴로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아까는 스승님이라면서?”
“술 마실 때는 오빠라고 부를게요.”
“네 마음대로 하렴.”
솔직히 말해서 오빠라고 불러주는 게 훨씬 기분이 좋다.
스승님은 뭔가 나이가 있어 보이잖아?
주현이는 배시시 웃음을 지으면서 나를 바라보았다.
주현이가 어째서 한국에서 가장 인기 많은 아이돌인지 여실히 드러난다.
저렇게 깨끗해 보이는 얼굴에서 느껴지는 아름다움.
그건 나영이와는 사뭇 다른 느낌의 아름다움이었다.
“주현이 얼굴 닳겠다?”
꿀꺽.
오른쪽에서 나를 바라보던 나영이가 퉁명스럽게 한마디를 내뱉는다.
그 말에 가시가 숨어 있는 거 같은 건 비단 내 기분 탓일까?
나영이는 항상 그렇듯이 맥주 3잔을 들이켜도 전혀 취하지 않았다.
나영이가 술기운이 올라온 모습을 보았을 때는 대부분 소주를 한 짝은 마셨던 것 같다.
맥주로는 나영이의 간에 피로조차 줄 수 없겠지.
나는 고개를 가로저으면서 대답했다.
“아닌데?”
“언니이이이이! 샤영 코인 떡상 언제 해요오?”
“주현아?”
“샤영코인 존버하기 너무 힘드러요.”
아, 주현이 얘 술 되었구나.
예전 회식 자리에서는 이렇게 빨리 술에 취하지 않았던 거 같은데……?
그러다 주현이의 앞에 놓여 있는 병 하나를 보고 눈을 휘둥그렇게 떴다.
“소주…… 언제 시켰어?”
“헤헤, 아까요! 오랜만에 폭탄주 먹고 싶어서!”
“그럼 우리랑 폭탄주로 계속 건배한 거야?”
“네에에에!”
주현이의 상태를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내 탓이 크다. 슬쩍 바닥을 내려다보니 그곳에는 빈 소주병 3개가 떡하니 자리 잡고 있었다.
밑장빼기였던가.
“평소에 친구들이랑도 술 못 마시는데 이럴 때 많이 마셔 둬야죠오. 내일 스케줄 하나도 없거든요! 히히, 나중에 우리 멤버들 소개시켜 드릴까요?”
“소, 소개?”
“네에! 숙소에서 오빠 인기 엄청 많아요! 우리 멤버들 중에서 오빠 방송 보는 사람 저 포함해서 세 명이나 된다니까요오?”
여자 아이돌 그룹에서 인기가 많다는 소리를 들으니 기분이 안 좋을 수가 있나.
나는 만족스럽게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주현이는 다시 폭탄주를 한 모금 마시더니, 작은 손으로 입을 닦아 내면서 나영이에게 말했다.
“맞다, 나영 언니. 우리 소속사 선배님 한 분이 언니한테 번호 좀 전달해 달라고 하더라고요!”
“나한테? 왜?”
“관심 있데요!”
그렇게 말하면서 주현이가 핸드폰을 꺼내려던 찰나, 나는 재빠르게 주현이를 제지하면서 말했다.
“어림도 없지.”
“히이잉, 선배가 번호 전달해 주면 맛있는 거 사 준다고 했는데.”
“내가 더 맛있는 거 사 줄게.”
“진짜죠?”
“당연하지.”
휴우.
하마터면 기생오라비 같은 놈에게 나영이가 넘어갈 뻔했군.
이런 내 행동을 조용히 지켜보던 나영이는 부끄럽다는 듯이 얼굴을 붉히면서 말했다.
“나한테 먼저 물어봐야 하는 거 아니야?”
그 말에 나는 단호하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절대 안 되지.”
“……왜?”
“그야 당연히…….”
순간 술자리의 분위기가 묘해진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시끄럽게 떠들던 사람들이 입을 다문 채로 내 발언에 집중했다.
그들의 눈초리가 워낙 뜨거웠던 탓에 뭐라고 말하기가 참 껄끄러웠다.
좋아.
이럴 때는 당연하다는 듯이 대답해 주는 게 인상정이다.
“당연히 우리 크루원의 스캔들은 허용할 수 없지. 주현이 선배라고 한다면 그 사람도 연예인일 텐데……. 연예인과의 스캔들? 절대 안 돼!”
나름 합당한 변명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때.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부분에서 충격적인 전개가 시작되기 시작했다.
“오빠.”
즐겁게 술을 마시고 있던 주현이가 내 옆구리를 슬쩍 찌르면서 물었다.
나는 헛기침을 뱉으면서 주현이를 바라보았다.
“왜?”
“샤영 코인 떡상 그른 것 같은데, 혹시 샤현 코인은 어때요?”
“샤현 코인? 그게 뭔데?”
그리고 잠시 후.
술자리가 뒤집어질 주현이의 한마디가 터져 나왔다.
“시아, 주현 코인.”
“……뭐?”
콰아아앙!
그 말에 조용히 술을 마시고 있던 나영이가 잔을 강하게 탁자에 내려놓았다.
술자리의 분위기가 떡락 하려던 찰나, 성재 씨의 유머가 터져 나왔다.
“나는 고전적인 삼각관계가 그렇게 좋더라.”
“이사……님?”
“빨리 가서 팝콘 가져와. 오늘 이 치킨집 안주용 팝콘 다 먹어 버릴 테니까.”
성재 씨는 그렇게 말하더니 나를 향해서 윙크를 찡긋했다.
호랑이 굴에서 빠져나온 줄 알았더니…….
호랑이 굴 안에 또 다른 호랑이 굴이 있었네?
씨부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