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illain is Too Good at Broadcasting RAW novel - Chapter (137)
46. 산 넘어 산 (2)
3.
주현이의 말도 안 되는 폭탄 발언이 터진 후, 성재 씨의 놀라운 유머 감각 덕분에 사태는 생각보다 심각해지지 않았다.
주현이는 술에 취한 채로 상에 엎드렸고, 사태를 깨달은 주현이의 매니저가 빠르게 가게 안으로 들어왔다.
주변에서 일을 보고 있었다고 했던가?
가게 안으로 들어온 주현이의 매니저가 주현이의 상태를 보면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상하네요?”
나는 그의 말에 눈을 둥그렇게 뜨면서 물었다.
“뭐가 이상하시다는 겁니까?”
“주현이 얘가 이렇게 술을 못 마시는 애가 아니거든요? 이상하네.”
소주 3병에 맥주 500cc 4잔.
어지간하면 취하는 게 정상이다.
물론 주량 괴물들이 내 주변에 널려 있었지만, 주현이는 술을 자주 마시지 않는 아이돌이었으니 이상할 것도 없었다.
매니저는 고개를 몇 번 더 갸웃거리더니, 난감하다는 듯이 나를 바라보았다.
“곤란하네요.”
“왜요?”
“애들 휴식 기간이라서 숙소로 데리고 가기도 뭐 하거든요.”
“집으로 데려가시면 되잖아요.”
“주현이 본가가 부산이라서 그렇죠. 흠, 원래 대표님이 오늘 일정 끝나면 주현이 KTX 역까지 데려다주라고 하셨거든요.”
총체적 난국이구나.
나는 그 말을 듣자마자 고개를 끄덕거리면서 말했다.
“대표님 댁에 전화를…….”
“때마침 대표님께서 부재중이시거든요. 해외여행 가셨…….”
그러면 그 양반은 해외에서 방송을 챙겨 봤다는 소리인가?
조카 사랑 한번 끔찍하신 분이구나.
“다른 동료들의 집에서 같이…… 아, 그건 민폐구나.”
“그러게 말입니다.”
주현이의 거취에 대해서 이런저런 이야기가 흘러나오기 시작할 때쯤, 술을 계속 들이켜고 있던 나영이가 살짝 상기된 얼굴로 말했다.
“괜찮으면 우리 집으로 데려갈까요? 여기서 멀지도 않고, 아버지도 오늘 안 들어오시거든요.”
“이 사장님 어디 가셨어?”
“응, 전국 캡슐방 협회 임원이셔서 워크숍 가셨던데?”
공교롭게도 시기가 맞는군.
나영이의 제의에 주현이 매니저는 눈을 빛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도 괜찮네요. 정 안 되면 법인 카드로 호텔 잡고 자는 것도 좋은데…… 일단, 주현이한테 슬쩍 물어볼까요?”
“술 잔뜩 되었는데요?”
“대답할 정신은 있을 겁니다.”
본인이 관리하는 연예인에 대해서만큼은 전문가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이다.
듣자 하니 저 매니저는 주현이랑 연습생 시절 때부터 함께해 왔다고 하던데…….
매니저는 슬쩍 주현이의 머리에 딱밤을 때렸다.
따아아악-!
청명한 소리와 함께 자고 있던 주현이가 슬며시 눈을 떴다.
“아! 왜요, 오빠?”
“너 오늘 나영 님 댁에서 자고 갈래? KTX 타고 내려가기에는 늦었다.”
“헤에에에에, 나영 언니 집요? 좋죠오오! 거기가 제일 좋을 것 같아요오!”
“아니면 다른 애들 본가에서…….”
“절대 싫어요! 나영 언니가 좋아요!”
아까까지만 해도 나영이에게 대놓고 선전포고를 하더니, 지금은 또 다른 모습이다.
술기운 때문에 저러는 걸까.
나는 나영이를 바라보면서 조심스럽게 물었다.
“혹시 죽이려는 거 아니지?”
그러자 나영이가 눈을 둥그렇게 뜨면서 나에게 되묻는다.
“내가 왜?”
“아니…….”
“너랑 나랑 아직 아무런 사이도 아닌데, 뭐 어때서? 그냥 비즈니스 사이 아니었어? 주현이가 너랑 썸 타고 싶다고 하는데, 오히려 내가 축하해 줘야지. 우린 친. 구. 니. 까.”
조졌다.
지금이라도 싹싹 빌까?
그러나 타이밍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나영이는 본인 앞에 남아 있던 맥주를 남김없이 들이켠 다음,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더니 곧 화사하게 미소를 지으면서 주현이에게 다가갔다.
“주현아, 오늘 언니 집으로 갈까?”
“좋아요오, 언니! 우리 그러면 2차 가요!”
“2차?”
“2차는 내가 쏘온다!”
술이 술을 부르는 타입이군.
저런 타입은 정말 피곤하다.
나영이는 아직 술이 되지는 않았지만, 오늘 더 술을 마실 생각은 없는 모양이다.
주현이의 말에 단호하게 거절한다.
“오늘 많이 마셨어.”
“와아, 완전 단호박인 줄! 언니, 그러면 집에 들어가기 전에 맥주 몇 캔만 사서 들어가요오.”
“그건 괜찮지, 갈까?”
“제가 댁까지 모셔다 드리겠습니다.”
“고마워요.”
매니저가 데려다준다니까 괜찮겠지.
내가 술만 안 마셨어도 성재 씨 차 빌려서 바래다주는데, 아쉽게도 술을 많이 먹었다.
“내가 차까지…….”
내가 주현이를 부축해 주면서 일어나려던 찰나, 나영이는 내 몸을 밀어내면서 주현이를 번쩍 일으켰다.
“우와아! 언니! 힘 짱 세요!”
술에 취한 주현이조차 감탄사를 내뱉을 정도로 강인한 근력이었다.
얼굴도 저렇게 예쁜데, 거기에 건강미까지 더해진다라.
정말 매력적일 수밖에 없었다.
나영이는 주현이의 감탄사에 어깨를 으쓱이면서 대답했다.
“우리 집이 힘이 좀 강하거든. 가서 엄마한테 꿀물이라도 타 달라고 해야겠다.”
“앗! 언니 어머님께서 저 싫어하시지 않을까요?”
“저번에 TV에 너 나왔을 때 참 예쁘다고 하셨어. 연예인 왔다고 아주 좋아하실 거야.”
그러고 보니 나는 나영이네 어머님을 따로 뵌 적이 없구나.
그렇게 주현이의 2차 시도를 빠르게 진압한 나영이가 나를 바라보면서 쌀쌀맞게 말했다.
“그럼 우리는 먼저 일어날 테니까 나중에 봐.”
“내가 같이 가줄까?”
“아니, 필요 없어.”
사람이 어떻게 저리 칼 같을 수 있을까.
내 은근한 제의를 단번에 거절한 나영이가 주현이를 데리고 치킨집에서 퇴장했다.
나는 그녀들을 따라 나가서 끝까지 배웅해 주고 다시 치킨집 안으로 돌아왔다.
그러자 지금껏 눈치만 보던 사람들이 폭소를 터뜨리면서 나에게 말했다.
“진짜 두 분 같이 있는 거 보면 제가 다 풋풋하다니까요?”
“그래서 결혼 발표가 언제라고 하셨죠?”
“치킨박스 직원들에게는 청첩장 보내 주실 거죠? 가서 뷔페 루팡 해 버리고 싶은데.”
“……다들 진짜 저한테 왜 그래요.”
안 그래도 속 쓰린데 말이야.
자리로 돌아와서 맥주 한 모금을 들이켰다.
씁쓸하면서 시원한 감각이 식도를 넘어갈 때, 나를 계속 지켜보고 있던 성재 씨가 음흉하게 웃음을 지으면서 말했다.
“그래서 찬식 씨는 어떤 코인이 좋아요? 샤영 코인? 샤현 코인? 딱 말해 보세요. 제가 비즈니스적인 감각을 이용해서 원하시는 코인을…… 워워, 진정하세요.”
“성재 씨.”
부들부들.
내가 손에 쥐고 있던 맥주잔이 분노에 의해 부들거리기 시작했다.
안 그래도 요새 3대 운동 500을 넘겨서 힘이 넘친다.
그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성재 씨가 얼굴에서 웃음기를 빼면서 헛기침을 몇 번 내뱉었다.
그러더니 직원들을 바라보면서 큰 목소리로 건배사를 내뱉었다.
“우리들의 스트리머, 시아의 장수를 위하여!”
“위하여!”
이 사람들이 끝까지 나를 멕이네.
후우…….
MCN 그냥 바꿔 버릴까?
4.
합방이 있었던 다음 날 아침.
주현이로부터 까똑이 하나 도착했다.
[주현이 : 오빠!! 어제 죄송했어요!! 헤헤!! 술 많이 마셔서 저도 모르게 못할 말까지 다한 것 같아요. 그래도 잘 들어가셨죠?]이걸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한참을 고민하다가, 나도 그냥 적당히 답장해 버렸다.
[나 : 그래…… 오늘 부산 조심해서 내려가고. 다음 촬영 때 보자.]술자리에서 말고는 스승님이라고 부르겠다고 했는데.
여자는 정말 알 수 없는 생물이다.
나영이로부터는 연락이 없는데…… 내가 먼저 전화를 거는 게 좋겠지?
……후우, 진짜 너무 힘들다.
나는 최대한 조심스럽게 답장을 보낸 다음, 한숨을 푹 내쉬면서 다시 침대에 누웠다.
진이 다 빠지는 기분이다.
그래도 어제 방송 영상은 편집자가 밤을 새워서 편집한 다음 내 미튜브 채널에 업로드해 뒀다.
일어나서 확인해 보니까 실시간 동영상 1위를 당당하게 기록하고 있었다.
[영마허>의 명성이 실시간으로 높아지고 있는 중이었다.슬쩍 댓글을 확인해 보니, 그곳에는 온통 나영이에 대한 이야기밖에 없었다.
-저 사람도 트위팟에서 방송하는 사람임ㅇㅇ
-와ㄷㄷ 주현이랑 같이 있는데도 미모가 절대로 안 밀리네!
-ㅋㅋㅋㅋㅋ그냥 게임에서 커스터마이징을 존나 잘한 거겠지ㅇㅇ 저 얼굴이면 진작 연예인해서 돈 편하게 벌어먹고 살지ㅋㅋ 너희들은 저런 여자가 뭐가 좋다고 이렇게 열심히 댓글 다냐? 현실은 ㄹㅇ 존나 못 생겼을 듯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구글링 해서 확인해 봤는데 신성 초등학교 6학년 2반 서재우 맞지?
└요새 초딩 새끼들 존나게 독하네 진짜ㅋㅋ
└앞으로 이딴 댓글 달려면 구글링 안 걸리게 잘해라 재우야ㅋㅋ
└재우야. 오늘 학교 나오면 넌 뒈졌다. 니네 학교 1짱 동철이 알지? 걔 우리 도장 다니는데ㅋㅋ
“요새는 초딩 새끼들이 더해.”
나는 초딩이 달았다는 베스트 댓글을 바라보면서 혀를 내둘렀다.
악질도 보통 악질이 아니다.
벌써부터 이 정도의 악질이라고 한다면, 성장했을 땐 어떤 악질이 될지 가늠조차 할 수 없었다.
구글링을 당한 건 본인의 잘못이니 어디까지나 본인이 알아서 해결해야 할 문제.
학교 1짱에게 참교육을 당하든, 동네 양아치 형들에게 삥을 뜯기든.
그건 내가 알 바가 아니다.
그러게 누가 쉽게 찾을 수 있는 아이디로 악플 달래?
‘진짜’들은 아이디도 새로 파서 악플을 남기는 법이다.
“형, 컨텐츠 하나 꽁으로 생기겠다?”
“무슨 컨텐츠?”
“천하제일악플대회, 어때? 형 영상에 악플 단 악플러들 전부 다 불러내서 딱 갱생 대회를 여는 거지. 캬아아아! 이런 컨텐츠, 대한민국에서 절대로 없었다.”
내 옆에서 본인의 핸드폰으로 내 영상을 보고 있던 진혁이가 툭 한마디 던졌다.
……왜 이 새끼는 진지하면 병신 같고, 병신 같이 말할 때는 굉장한 아이디어가 튀어나오는 걸까.
믿기 힘들 정도로 신박한 아이디어다.
나는 진혁이의 말을 듣자마자 신이 나서 진혁이의 등짝을 강하게 후려쳤다.
짜아아아악!
손에 쫙 달라붙는 타격감과 동시에 진혁이를 향해서 극찬을 퍼부었다.
“너 왜 그렇게 쌈박한 아이디어를 내뱉냐?”
“진, 진짜 할 거야?”
“못 할 게 뭐가 있어. 그런 아이디어 있으면 진작 말하던가. 이번 컨텐츠 대박나면 형이 너한테 소고기 사 줄게.”
“아니, 형. 잠깐만!”
생각하고 자시고 할 시간이 없었다.
악플러들을 불러내는 컨텐츠라…….
이 시국에 이만한 컨텐츠가 또 없지.
악플은 거의 모든 컨텐츠 산업의 적이라고 할 수 있었다.
솔직히 말해서 본인의 이름을 걸고 댓글을 박는다면 그런 심한 말들을 내뱉을 수 있었을까?
옛날에는 크게 공감할 수 없었지만, 미튜브나 스트리밍 도중에 들어오는 원색적인 비난 중엔 선을 넘는 것들이 꽤 있었다.
뭐, 나야 원체 멘탈이 강해서 상관이 없지만, 몇몇 스트리머들이 과도한 악플로 인해 긴 휴식 기간을 가지는 걸 보면 남일 같진 않았다.
진혁이는 내 의지를 느낀 모양인지 우려스럽다는 듯이 말했다.
“에이, 난 진짜 장난으로 말한 건데. 진짜로 할 거야?”
“물론이지. 못 할 게 뭐가 있겠어.”
솔직히 내 컨텐츠들 중엔 진혁이가 제시한 컨텐츠가 적지 않았다.
이번에도 쏠쏠하게 재미를 뽑아낼 수 있겠군.
진혁이는 신난 내 얼굴을 바라보면서 우려스럽다는 듯이 말했다.
“에이, 악플러들이 그렇게 쉽게 나오겠어?”
“걱정하지 마. 이럴 줄 알고 형이 미리 준비해 둔 게 있으니까.”
나는 곧바로 성재 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잠깐의 컬러링 후 곧 성재 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 찬식 씨.
“어제 잘 들어가셨죠?”
-물론이죠. 찬식 씨도 잘 들어가셨나요?
“저야 항상 잘 들어가죠. 다름이 아니라, 괜찮은 컨텐츠가 하나 떠올랐는데요.”
-크으, 그야말로 걸어 다니는 싱크탱크십니다. 이번에는 또 어떤 컨텐츠입니까? 비싼 돈 들어가는 것만 아니라면 얼마든지 도와드리겠습니다.
악플러들은 익명성의 가면 뒤에 숨어 있는 비열한 자식들이다.
그런 놈들을 수면 위로 끌어올리는 방법은 아주 간단했다.
나는 기분 좋게 웃음을 지으면서 성재 씨에게 말했다.
“저에 대해 악플을 달고 있는 사람들, 증거 자료들은 충분히 확보가 되었나요?”
나중에 치킨값을 위해서 열심히 모아 달라고 부탁했던 그 자료들.
내 말에 성재 씨가 곧장 대답했다.
-고소장을 날릴 수 있는 인원들은 엄격하게 선별해 뒀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어쩐 일이십니까?
“악플러들을 고소하도록 하겠습니다. 재미있는 컨텐츠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인생은 실전이야, 종만이들아.
“혀, 형.”
……그런데 고소라는 말에 너는 왜 떠냐, 진혁아?
너, 혹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