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illain is Too Good at Broadcasting RAW novel - Chapter (139)
47. 착하게 살자, 제발
1.
사람은 살면서 누구나 다 실수를 하기 마련이다.
실수에 대한 정의는 각자가 다 다르다.
하지만 그 실수가 쌓이다 보면, 결국 업보가 되어 돌아온다.
때로는 그 업보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할 수 있다. 사람의 힘으로는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말이다.
그런데 이 경우는 뭐라고 설명해야 할까?
“허어어억.”
“쿠루쿠루쿠쿠, 우리악, 너무 좋다구.”
“제에에엔장! 우리를 위해서 빵부터 준비해 뒀다니!”
“형! 이런 거 말고 그냥 담배빵 해 주면 안 될까?”
“억! 형님, 오늘따라 코가 좀 커 보이십니다. 존나 세게 죽빵…… 엌! 주워 담겠습니다, 형님.”
그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엄청난 장면이 내 눈앞에서 연출 중이었다.
전국의 ‘진짜’들이 한 곳에 모여 있는 것 같았다.
복장마저 제각각이었다.
양복을 입고 온 사람이 있는가 하면, 남자 주제에 엉덩이가 달라붙는 청바지를 입고 있는 녀석도 보였다.
한 가지 다행인 점은 여성 시청자들도 있었다는 것.
“꺄아아아! 나영 언니이이!”
“언니! 저 좀 봐 주세요!”
“주현아아아!”
“꺄아아아악!”
더욱이 그녀들의 목소리가 하이톤인 덕분에 우중충한 다른 남자 트수들보다 장악력이 컸다.
나영이와 주현이는 서로 손을 잡은 채로 여성 트수들을 향해서 웃음을 지어 줬다.
“어서 와요~!”
“언니! 저 언니 보려고 오늘 시아 팬 미팅 참여한 거거든요. 저 저런 변태 방송 안 봐요! 오해하지 말아 주세요!”
아니, 나 옆에서 듣고 있는데?
“찬식이가 좀 많이 변태긴 해. 어서 와! 나순이!”
“꺄아아악! 언니! 저 죽어요!”
나영이는 특이하게 본인의 시청자들을 나돌이, 나순이라고 불렀다.
그녀만의 애칭이라고 해야 할까?
그 모습을 흥미롭게 지켜본 다음, 앞에서 나를 뜨겁게 바라보고 있는 악질단원들을 향해서 말했다.
“너희들도 찬돌이, 찬순이라고 불러 줄까?”
그러자 곧 격한 반응이 튀어나왔다.
“형! 너무 역겨워서 그런데 왜 아직 안 죽었어?”
“우우우욱!”
“개소리하지 말고 빨리 업계 포상이나 줘!”
“꺄아아악! 오빠! 그 호칭 너무 좋아욧!”
참고로 마지막에 나를 오빠라고 부른 놈은 얼굴에 난 수염도 제대로 정리 안 한 덩치 큰 파오후였다.
일부는 나를 향해 노골적으로 적대감과 함께 가운데 손가락을 들어 올리는 모습을 보였다.
왜 내 인생은 이럴까.
내가 절망을 느끼면서 고개를 가로저을 때, 내 옆에 있던 허수가 한마디 던졌다.
“그러니까 인생을 좀 착하게 살았어야지.”
“그게 위로하는 놈이 해 줄 말이냐?”
내 말에 허수는 당연하다는 듯이 비릿하게 미소를 지으면서 가운데 손가락을 들어 올렸다.
이놈도 내 인생에 있어서 도움이 안 되는 녀석이라니까?
그냥 내 크루에서 내보내 버려?
……생각해 보니 그건 좀 그렇군.
글로벌 시장을 고려한다면, 허수가 이쪽에 있는 게 장기적인 관점에서 굉장한 이득이었다.
나는 주먹을 꽉 움켜쥐면서 허수를 바라본 다음, 천천히 무대로 올라갔다.
모든 팬들의 입장이 끝났고. 마지막 게스트인 동수 형까지 들어오면서 팬 미팅 준비는 완료되었다.
“아아, 들리십니까?”
마이크를 몇 번 두드리면서 음향을 체크해 봤다.
현실에서 이런 마이크를 사용하는 건 아주 오랜만이라서 감회가 새롭다.
“포상! 포상! 포상!”
“제발 포상으로 시작해 주세요!”
“포상 들으려고 지구 반 바퀴를 건너왔단 말이에요!”
분위기가 흡사 광신도들의 집회에 온 것만 같았다.
몇몇 열성 악질단원들이 빠른 속도로 바람을 잡아갔고, 열성이 아닌 사람들도 그 분위기에 휩쓸리고 있는 상황이었다.
저래서 무슨 행사 같은 걸 할 때마다 바람잡이를 일부러 고용하는가 싶다.
다만, 지금의 경우에는 저 바람잡이들이 악효과를 발휘하고 있을 뿐이었다.
세상에 팬 미팅 시작부터 시원하게 욕 박아 달라는 팬들이 어디에 있을까?
심지어.
“와! 스승님 욕을 면전에서 듣는 기회가 쉽지 않죠!”
“주현아, 찬식이 방송 촬영할 때는 욕 안 해?”
“그렇다니까요. 저 솔직히 스승님 욕 라이브로 들어 보고 싶었는데…….”
뒤에 있던 주현이마저 큰 소리를 내면서 환호하는 중이었다.
정상이 없다.
나는 몇 번 심호흡을 한 다음, 이번에는 간절한 표정으로 기자 두 명을 바라보았다.
이번 팬 미팅을 취재하기 위해서 온 기자들.
저 사람들이라면 이 지옥 구덩이에서 나를 구원해 줄 핑계가 되어 주지 않을까?
“오오!”
“내가 스트리머 시아의 욕을 라이브로 듣다니! 오늘 취재에 자원하기 너무 잘했어!”
정의는 죽었다.
내가 죽였는지, 저 미친놈들이 죽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죽었다.
이곳 그 어디에도 악질단을 제지할 사람은 없었다.
그래, 포기하자.
이런 광기 속에서 그나마 버티려면 방법은 하나밖에 없었다.
“시작부터 시끄럽게 지랄지랄 거리고 있네. 누가 내 허락 없이 말하라고 했냐? 이 개돼지 새끼들아! 너희들 성대 압수하기 전에 다들 가만히 닥치고 내 말에 집중해라. 오늘 식순 설명할 테니까.”
개돼지 새끼라는 발언이 나온 순간이었다.
“와아아아아!”
“우리악! 우리악! 우리악!”
“어머니, 이 불효자 먼저 갑니다!”
“아아, 이렇게 뜨겁다니…… 이곳이 지옥인가?”
원래 트수들은 밖에서는 잘 티를 안 내는 것이 국룰이다.
하지만 그들은 이곳에서 본인들 속에 얌전히 잠들어 있던 자아를 마음껏 드러내는 중이었다.
이곳 전체에 트수들만 가득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들은 정말 치욕스러운, 채팅에서나 나올 법한 말들을 거리낌 없이 내뱉고 있었다.
집단 광기의 두려움.
1차 팬 미팅에서 경험했던 광기 따위는 그저 스쳐 지나가는 바람이었다는 걸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악질단 리액션 좋은 거 봐.”
“하! 나도 팬 미팅 마렵네.”
“어, 병문이, 너도? 나랑 같이 팬 미팅 주최해 볼래?”
“좋죠, 동수 형.”
스트리머들은 말릴 생각이 없어 보였고, 마침내 나는 득도의 경지에 오를 수 있었다.
미친 상황이 찾아왔다면, 나 역시 미치는 게 맞는 법.
나는 마이크를 꽉 움켜쥔 채로 시청자들을 향해 소리쳤다.
“오늘 개돼지들 사료 잔뜩 주려고 왔으니까, 좋아 죽을 준비해라.”
휘몰아치는 광기 속에서 2차 팬 미팅이 시작되었다.
2.
2차 팬 미팅은 1차 팬 미팅에 비해 아주 매끄럽게 진행되어 갔다.
그래도 경험이 있다는 게 이럴 때 참 도움이 된다.
첫 번째 코너는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제목 그대로 팬 미팅에 참가한 시청자들이 스트리머에게 뭐든지 물어보는 코너였다.
“거기, X덕 안경 쓰고 계신 분! 질문하세요.”
“나닛!”
“킹시국에 일본어 사용 금지합니다.”
“음…… 어…….”
“애국하는 마음이 부족해 보이네요, 발언권 압수.”
최대한 명분을 만들어야만 한다. 위험해 보이는 녀석들의 발언권은 압수하고, 최대한 소극적인 악질단들에게 마이크를 넘겨야만 한다.
“한글을 사랑하세요.”
내 말에 한 시청자가 손을 들더니, 곧 마이크를 넘겨받았다.
멀쩡해 보이는 마스크.
평범한 체형에 평범한 범생이 스타일이다.
질문을 받아 주도록 하지.
“말씀하세요.”
“안녕하세요? 미국의 MC 소프트웨어에서 재직 중인 홍보담당자 신성민이라고 합니다. 혹, 저희 회사랑 홍보 계약을 맺으실 생각이 있으신가요?”
오, 이런 루트를 통해서 접근하는 건 예상하지 못했군.
나는 그 말에 해맑게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팬 미팅이 끝나면 건설적으로…….”
“히히, 구란뎅!”
저 개새끼가?
나에게 참신한 방법으로 엿을 먹여 준 시청자는 즐겁다는 듯이 웃음을 지으면서 마이크를 옆 사람에게 넘겼다.
그 이후로 이어진 팬 미팅은 예상했던 대로였다.
트수들 특유의 역한 드립이 이어졌고, 뇌절을 해 버리는 사람들까지 등장하기 시작했다.
가끔 터져 나온 어이없는 뇌절 드립에 분위기가 싸해지기는 했어도, 분위기가 분위기인지라 다들 그냥저냥 넘어가는 분위기였다.
미친놈들이 워낙 많은지라 질문의 수준도 상상을 뛰어넘는 수준이었다.
팬티 색깔에 대한 질문은 물론이었으며, 내 생리 현상까지 질문을 했다.
하루에 방구를 몇 번 끼고, 야한 동영상은 보는지, 특이한 성적 취향이라든지.
물론 선을 넘어가는 질문들은 성재 씨가 빠르게 사운드를 꺼 버리면서 조절을 해 줬다.
아마 성재 씨의 순발력이 아니었다면 내일 포털 사이트 뉴스란에 이런 제목이 올라왔을 가능성이 높았다.
[유명 스트리머 XX, 팬 미팅에서 선 넘은 발언?] [청소년들에게 큰 해악을 끼치는 인터넷 방송인! 풍기문란죄로 구속?]그렇게 탈도 많고 말도 많았던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시간이 흘러갈 때쯤, 이번에는 질문의 대상이 조금 더 넓어졌다.
“지금부터는 우리 크루원들에게도 질문을 해도 좋습니다. 마이크 잡으신 분은 질문 대상을 호명하신 다음, 마음껏 질문하세요.”
팬 미팅에 게스트들이 참여했는데, 그들의 분량도 챙겨 줘야지.
게다가 이번 팬 미팅 영상도 편집자의 손에 의해 쏠쏠한 악튜브 영상이 되어 줄 것이다.
이래저래 풍성하게 영상을 구성하는 것이 좋았다.
우리 크루원들에 대한 질문 타임이 시작되자, 가장 먼저 손을 든 시청자가 질문하기 시작했다.
“칸 님이나 주현 님에게는 질문할 수 없나요?”
“가능하지. 게스트들 아무에게나 질문해. 어차피 나는 날로 먹으니까 편하잖아. 난 세상에서 날로 먹는 게 제일 좋더라.”
악질단들을 상대하는 건 엄청난 피로도를 발생시킨다.
이번 기회에 게스트들에게 짐을 넘기고, 편하게 좀 쉬도록 하자.
“그럼 칸 님께 먼저 질문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편하게 하세요, 편하게.”
“형님, 혹시 지금까지 시아 뚝배기 박살 내고 싶었던 적 있으시다면, 왼쪽 눈을 찡긋해 주세요.”
“뭐, 쉬운 대답이네요.”
동수 형은 마음이 참 넓은 대인배라고 할 수 있다.
당연히…….
찡긋!
그 생각을 하기 무섭게 눈을 찡긋거리는 동수 형.
동수 형뿐만이 아니었다.
찡긋.
찡긋.
병문이 형을 제외한 나머지 게스트들의 화려한 윙크쇼가 막을 올렸다.
나는 그 장면을 바라보면서 씁쓸하게 웃음을 지었다.
질문을 한 저 시청자, 일부러 내가 고통받는 모습을 보고 싶었던 게 틀림없다!
난데없는 윙크 퍼레이드가 끝난 다음, 바로 다음 질문으로 넘어갔다.
질문 대상자는 켈베로스, 허수였다.
그런데 가만 보자.
마이크를 잡은 질문자의 얼굴을 어디선가 본 것 같다?
저 여자의 얼굴이 왜 이렇게 익숙한 거지.
내 머릿속에 기억이 남아 있다면 그리 좋은 기억은 아닐 가능성이 농후했다.
잠시 후 그녀의 입에서 흘러나온 질문을 듣자마자 나는 그녀의 정체에 대해서 떠올릴 수 있었다.
“켈베로스 님! 혹시 소설 좋아하시나요?”
“예? 아, 예. 프랑스 작가들 소설을 많이 읽…….”
“아니요. 혹시 ‘블루 트라이앵글’이라는 소설을 읽어 보셨나요?”
“음…… 처음 듣는 제목인데요? 한 번 가서 읽어 보겠습니다.”
“아니에요! 인터넷에서 연재되는 소설인데…… 그냥 궁금해서 여쭤봤어요, 헤헤.”
소설 이야기를 꺼내는 저 얼굴.
분명 1차 팬 미팅에서도 본 적이 있었다.
그때 분명 동수 형과 나를 다룬 팬픽을 썼다는 여자다.
내가 당황하면서 제지를 하려던 찰나, 그 여자의 뒤에 있던 한 여자가 큰 목소리로 소리쳤다.
“당신이 그거 작가지! 어? 나는 샤동 라인이었는데, 왜 갑자기 샤수 라인으로 갈아탄 거야! 잘 만났다. 너 오늘 죽어 봐라!”
저건 또 무슨 미친 소리지?
BL…… 뭐 그런 건가?
“우우우욱!”
아무리 내가 역한 것에 내성이 강하다고 그래도 저 감성만큼은 도저히 버텨 낼 수가 없다.
뒤에 있던 한 여학생이 ‘작가’로 의심되는 시청자에게 달려들었다.
“꺄아아아!”
가끔, 현실은 소설보다 더 지독한 경우가 있다.
지금이 바로 그런 경우였다.
지옥의 형태가 이토록 다양하리라고는 생각해 보지도 못했었다.
갑작스럽게 벌어진 돌발 상황.
이번에도 성재 씨가 사전에 계약해 둔 경호 인력들을 빠르게 투입하면서 상황을 진정시켰다.
허수는 저 멀리 끌려 나가는 질문자를 넋이 나간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이 광란의 분위기에 익숙하지 않은 모양이다.
나는 그런 허수의 등을 두드려 주면서 최대한 비열하게 웃음을 지었다.
“걱정하지 마. 진짜는 지금부터니까.”
잠시 후.
지옥 같은 시간이 지나간 다음, 어느새 팬 미팅의 순서는 2부로 넘어갔다.
수많은 시청자들이 기다렸던 바로 그 코너.
“애장품 경매를 시작하겠습니다.”
이후 악질단을 전설적인 반열에 올려 주는 지옥의 ‘애장품 경매’가 드디어 막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