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illain is Too Good at Broadcasting RAW novel - Chapter (140)
47. 착하게 살자, 제발 (2)
3.
애장품 경매를 통해서 발생하는 모든 수익금은 지난번에 내가 한 번 기부한 적이 있는, 형편이 어려운 말기 암 환자들에게 [악질단>의 이름으로 기부될 예정이었다.
이런 내 마음을 안 다른 게스트들도 각자 애장품을 하나씩 가지고 왔다.
그 덕분에 애장품 경매는 1차 팬 미팅 때보다 훨씬 더 뜨거운 분위기 속에서 이루어졌다.
악질단들 역시 이런 우리들의 노력에 뜨겁게 호응해 주면서 열심히 가격을 제시하고 있었다.
“스트리머 시아가 직접 엄선한 최고의 속옷. 시장에서 구매한 5개에 1만 원짜리 팬티를 경매하도록 하겠습니다!”
“혹시 입었던 건가요?”
“미치셨습니까, 휴먼?”
“에이, 그러면 솔직히 좀 그런데.”
“떽! 방송 볼 때 팬티에 지리니까 미리미리 사 두라는 뜻 아니야?”
“우리악의 옷장에서 있었던 팬티…… 5만 원!”
“6만 원!”
이상성욕자들부터 시작해서 온갖 또라이들이 날뛰는 건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렇게 정말 뜨거운 분위기 속에서 애장품 경매가 진행되었고, 몇몇 시청자들은 주현이가 가져온 애장품을 바라보면서 환호를 내질렀다.
“본가에 다녀오지 못해서 애장품은 못 가져왔고…… 우리 멤버들이 직접 3줄씩 축하 인사를 적어 넣은 우리 정규 2집을 가져왔어요. 헤헤, 죄송해요.”
현재 대한민국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리는 레드 라인.
레드 라인의 멤버는 총 9명인데, 모든 멤버들의 축하 인사가 담긴 앨범이라…….
애장품과는 좀 다르지만, 저것만으로도 충분히 귀하고 소중한 값어치를 지닌다고 볼 수 있었다.
나는 주현이를 향해서 넌지시 물었다.
“직접 써 준 거야?”
그러자 주현이가 해맑게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오빠 팬 미팅에서 애장품 경매에 내놓을 거라고 하니까 다들 써 주더라고요!”
“흐음, 연예인이 오빠랑 관련되면 안 좋은 게 더 많지 않을까?”
“괜찮아요! 어차피 기부 목적으로 진행될 행사니까요. 소속사에서도 그렇게 미리 언론 플레이를 하겠다고 하던데요?”
대표님의 조카라서 그런가.
말하는 거 한 번 시원시원하다.
아무튼.
마지막 동수 형의 애장품인 키보드 경매를 끝으로 컨벤션 홀에서 이루어지는 팬 미팅이 끝나 갔다.
대망의 마지막 코너는 오늘 참여한 시청자들과, 나와 게스트들의 간단한 사인회.
이 날을 위해서 사인을 열심히 연습해 뒀다.
혹시 모를 돌발 상황에 대비해 경호 인력들이 지근거리로 다가왔으며, 곧바로 사인 행사가 진행되었다.
처음 내 곁으로 다가온 사람은 교복을 입고 있는 한 남학생이었다.
남학생은 나를 보자마자 90도로 인사하면서 큰 소리로 외쳤다.
“안녕하십니까, 형님!”
“어…….”
“미튜브에서 ‘시사개’로 활동하고 있는 김의진이라고 합니다! 인사 박습니다!”
“시사개?”
“시아사랑개의 줄임말입니다! 형님! 제가 혹시 부탁 하나만 드려도 되겠습니까?”
불길하다.
나는 빠르게 철벽을 세웠다.
“귀에 바람 불어 넣어 주는 거, 이마에 뽀뽀해 주는 거. 이런 건 무조건 금지야.”
“아닙니다! 사인 부탁드리려고 합니다!”
“그래.”
생각했던 것보다 정상…….
“미친 새끼야!
“형님! 여기, 여기 흰색 줄무늬에 다가 작게 사인해 주십쇼! 나중에 방송할 때 자랑할 겁니다!”
본인을 ‘시사개’라고 밝힌 학생은 교복 마이 속에서 유명 브랜드의 팬티 한 장을 꺼냈다.
아, 이제야 생각이 났다.
쟤는 아까 내 옷장에 있던 팬티를 17만 원까지 달렸던 놈이다.
학생이 돈이 어디서 났는지 궁금했는데, 그게 전부 방송을 해서 번 돈이었어?
참자.
참을 인 자 셋이면 살인도 면한다고 했다.
나는 이를 까드득 물면서 그 위에 다가 사인을 해 줬다.
나에게서 사인을 받은 남학생은 몇 번이고 허리를 숙이더니, 나를 향해서 말했다.
“제가 꼭 성공해서 나중에 합방 제의 드리겠습니다!”
“……근데 너 주 컨텐츠는 뭐냐?”
“궁금하시면 미튜브에 사사개를 검색…….”
“다음.”
이게 어디서 돈도 안 주고 홍보하려고 하고 있어?
어림도 없지.
그다음 타자는 수염이 성성한 덩치 좋은 아저씨였다.
연배는 40대 정도로 보이는데.
그래, 아들내미 대신 사인을 받으려 참여하신 건가?
나는 부드럽게 미소를 지으면서 그를 쳐다보았다.
“뭐라고 사인해 드릴까요?”
그러자 아저씨가 웃음을 지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틀니 2주 압수.”
“……예?”
“저는 시아 님이 틀니 압수라고 말할 때마다 짜릿함을 느끼거든요. 지난번 1차 팬 미팅 때 참석 못 해서 얼마나 아쉬웠는지 모르겠습니다.”
아…… 본인이 내 팬이셨구나.
40대 아저씨 팬이라…….
1차 팬 미팅 때도 쉽게 보지 못한 특이한 악질단이시구나.
그나저나 참 취향 독특하시다.
틀니 압수를 좋아하신다니.
내가 종이 한 장에 심혈을 기울여 ‘틀니 압수’라고 써 넣어 주자, 아저씨는 호탕하게 웃음을 터뜨리면서 말했다.
“제가 나중에 틀니 맞추게 되면 꼭 시아 님께 하나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광기는 나이를 가리지 않는다, 뭐 그런 건가?
남의 틀니를 선물받는다는 건 확실히 좋은 기분은 아닐 것 같다.
나는 어색하게 웃음을 지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하하…….”
“좋은 하루 되세요. 저는 게임에 워낙 젬병이라, 다음 이벤트는 참여 못 합니다.”
“아.”
[GTB 온라인> 이벤트 비참여자시구나.특이한 멘트와는 다르게 끝까지 예의바른 모습을 보여 주시면서 퇴장하는 아저씨였다.
다행스럽게도 그 이후의 사인회 일정도 큰 사고는 없이 흘러갔다.
사람 숫자가 적은 편은 아니었기 때문에 꽤 시간이 소요되었지만, 그래도 오래간만에 악질단들과 얼굴을 마주해서 기분이 좋았다.
그렇게 컨벤션 홀의 마지막 일정도 끝났고, 많은 사람들이 기다리던 식사 시간이 시작되었다.
나는 뷔페로 이동하기 전, 마이크를 잡고 시청자들을 향해서 말했다.
“오늘은 제가 행사를 위해 뷔페를 통째로 빌렸습니다. 마음껏 드세요.”
내 말에 거대한 덩치를 자랑하는 몇몇 악질단들이 손으로 이마를 짚으면서 말했다.
“쿠쿠루쿠쿠.”
“본좌의 위는 마음껏 늘어난다고.”
“크크큭…… 위장이 벌써 미쳐 날뛰는군.”
……아, 예.
4.
“찬식 씨.”
“예.”
“죄송합니다.”
“아니에요. 성재 씨 잘못 아니에요. 잘못한 건…… 제 시청자들의 위장이겠죠.”
뷔페의 모든 음식이 떨어져 버리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뷔페에서는 사전에 전달받은 인원보다 조금 더 넉넉하게 음식을 준비해 뒀다고 했지만…… 그것마저도 부족했다.
“꺼어어억!”
“오이오이, 역시 꽁밥이 최고라구!”
“주현쨩, 앨범도 겟 하고, 초 럭키다제!”
1차 팬 미팅 때를 연상시키게 만드는 몇몇 파오후들.
그때 진행했던 컨텐츠에서도 저런 파오후들의 도움이 아주 쏠쏠했다.
샤라웃을 잡을 때 아주 쏠쏠한 도움이 되어 줬지.
하지만 저 사람들은 그 사람들이 아니다.
지금은 그저 내 돈을 아주 보람차게 사용한, 뭐랄까…….
“시아 쿤.”
“……뭐?”
“우리가 너무 복스럽게 먹었지? 그렇게 사랑스럽게 쳐다보지 말라고.”
……그래, 집돼지.
집돼지다.
나는 이를 부드득 갈면서 애써 웃음을 지었다.
내가 보고 싶어서 본 건 아니지만 저 네 명의 파오후들이 분명 뷔페 음식의 20% 이상은 해치웠을 것이다.
후우.
이런 걸로 화를 내지 말자.
내가 육회를 한 접시도 못 먹어서 이렇게 화를 내는 건 절대 아니다.
“육회 맛있었지.”
“후후, 고기는 언제나 옳다.”
“내 몫까지 맛있게 먹는 것 같아서 참 기뻐.”
“크으으윽, 쥐애애애앤장! 그렇게 멋있는 척하지 말라고, 시아쿤!”
“부탁인데, 제발 뒤에 쿤 좀 안 붙어 주면 안 될까?”
제발, X덕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어.
나는 그렇게 시청자들과 나름 알차게 소통을 한 다음, 그들을 데리고 곧바로 다음 순서를 진행했다.
“GTB 컨텐츠에 참여하시는 시청자 분들은 저를 따라와 주시고요, 참여 안 하시는 분들도 따라오셔도 좋습니다.”
드디어 GTB 컨텐츠를 진행할 시간이었다.
수많은 악질단들과 함께하는 대규모 시참 컨텐츠.
나영이가 루나 캡슐방 알바생에게 미리 세팅을 부탁했다고 하니, 지금 가면 완벽한 타이밍에 도착할 것이다.
“저희 캡슐방 여유 공간에 테이블이랑 대형 스크린도 같이 설치해 뒀거든요. 함께 가셔서 즐기실 수 있어요.”
저건 나영이의 의견이었다.
게임을 못해서 참가 못 하는 사람들을 위한 배려라고 할 수 있는 좋은 의견.
GTB를 플레이하지 않더라도 함께 캡슐방에 가서 추억을 공유하자는, 아주 훈훈한 제안이었다.
확실히 나영이는 이런 감성적인 부분을 세심하게 살펴준다.
나영이의 말에 시청자들이 환호를 내지르면서 손을 흔들었다.
“와아!”
“내조! 내조! 내조!”
아니, 이야기가 또 왜 그렇게 흐르는데?
그 센스 있는 아이디어 덕에 컨벤션 홀에서 팬 미팅을 함께했던 인원 모두 캡슐방으로 향하게 되었다.
이곳에서 루나 캡슐방까지는 기껏해야 10분 정도의 거리.
그러나 한꺼번에 100명이 넘는 인원이 모습을 드러내니, 그것 나름대로 시민들의 이목을 끌었다.
시민들의 통행을 방해할까 봐 일부러 10명씩 나뉘어서 움직였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던 모양이다.
인터넷 방송인인 스트리머들은 행인들이 잘 모를 수도 있었지만, 주현이의 존재가 좀 컸다.
“레드 라인 주현이다!”
“어머어머!”
“우와!”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매일 최고 주가를 갱신하고 있는 아이돌답게 시민들 대부분이 주현이를 알아보고 호들갑을 떨었다.
나는 그 모습을 바라보면서 희미하게 웃음을 지었다.
저렇게 알아보는 사람들이 많은 연예인이랑 내가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있는 거다.
그것만으로 내 위치가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다는 걸 깨달을 수 있었다.
그렇게 내가 오묘한 기분으로 주현이를 바라보고 있을 때쯤, 지나가던 어린 꼬마 아이 한 명이 나에게 다가왔다.
그러더니 곧 내가 입고 있는 코트의 밑단을 수줍게 잡으면서 말했다.
“안녕하세요.”
“안녕?”
“시아 형 맞죠?”
기껏해야 7살이나 되었을까.
꼬마가 나를 알아보니까 이것 나름대로 기분이 좋다.
나는 조심스럽게 꼬마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면서 웃음을 지었다.
“그래.”
“저 혹시 사인 한 장만 해 주실 수 있을까요?”
“형이 시아인 건 어떻게 알았어?”
“헤헤, 미튜브에서 형 나오는 영상 봤어요!”
그렇구나.
꼬마 신사분의 부탁이라면 당연히 들어 드려야지.
“이름이 뭐니?”
“신성호예요!”
“성호야, 고마워.”
“아싸, 학교 가서 친구들한테 자랑해야지.”
초등학생이었나 보다.
내 사인을 기분 좋게 받아 든 꼬마가 나에게 정중하게 인사를 하더니, 뒤로 쪼르르 달려갔다.
그러자 그 친구의 어머니로 보이시는 분이 자애롭게 웃으시면서 꼬마를 껴안아 줬다.
나는 그 모습을 바라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천천히 그녀에게로 다가가서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혹시 성호 군 어머니신가요?”
그러자 성호 군의 어머니가 당황스럽게 내 인사를 받아주셨다.
“아, 네!”
“평소에 성호가 미튜브 많이 보나 봐요?”
“말도 마세요. 나중에 미튜버 되고 싶다고 하루 종일 미튜브만 들여다본다니까요?”
“흠, 그렇군요.”
“제가 미튜브를 잘 몰라서 그러는데, 그…… 시아 님? 시아님은 저도 티비에서 몇 번 봤거든요! 기부하셨다는 기사도 몇 번 봤고…….”
그렇구나.
하지만 내가 이렇게 온 이유는 한 어린이의 꿈을 지켜주기 위해서였다.
나는 조심스럽게 성호 군의 어머니에게 말했다.
“성호 어머니.”
“예.”
“미튜브에 올라오는 영상들 중에는 어린아이에게 좋지 않은 영상들이 참 많습니다. 전 대한민국의 미래라고 할 수 있는 어린아이들이 되도록 불건전한 영상을 안 봤으면 좋겠거든요.”
“아, 네.”
나도 나름 양심이라는 게 있는 사람이다.
내 컨텐츠가 성장기의 어린이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지 불 보듯 뻔하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성호 군의 어머니께 최대한 간곡한 어조로 부탁했다.
“제 방송도 마찬가지입니다.”
“네?”
“가급적이면 성호 군이 바르고 건강하게 자랐으면 좋겠거든요. 그러니까 성호 군이 가끔 제 방송을 보는 것 같으면 따끔하게 혼을 내 주세요.”
“시, 시아 형?”
갑작스러운 내 발언에 당황한 성호 꼬맹이가 눈을 둥그렇게 뜨면서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살짝 고개를 돌려 성호 어머니가 못 보는 각도를 만들었다.
그리고 성호 꼬맹이에게 혀를 내밀어 줬다.
애송이.
네 녀석이 내 방송을 보기에는 아직 100년은 이르다.
내 말이 인상적이었던 걸까.
성호 어머니뿐이 아니라 주변에 있던 학부모들이 감탄사를 내뱉으면서 말했다.
“성공한 사람은 달라도 다르네.”
“우리 아들도 딱 저렇게만 커 주면 좋겠다.”
“시아라고 했나? 듣던 것보다 훨씬 괜찮은 사람이네! 속이 아주 깊어!”
“얼굴도 잘 생긴 총각이 참 똑 부러지게 말하네.”
스트리머들과 절대로 공존할 수 없는 존재, 학부모.
그들의 호의를 세 치의 혀로 사 버렸다.
물론 이 장면도 악튜브에 업로드될 계획이다. 의도도 좋고, 장면도 나쁘지 않았다.
나는 만족스럽게 웃음을 지으면서 몸을 돌렸다.
어느새 우리는 루나 캡슐방이 있는 큰 상가에 도착했다.
“자, 이제 캡슐방에 들어가 볼까요?”
관종들에게 먹이를 줄 시간이 찾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