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illain is Too Good at Broadcasting RAW novel - Chapter (158)
53. 시아의 은밀한 교습 (2)
3.
사람은 언제나 과거의 것으로부터 많은 걸 배운다.
그건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변하지 않는다.
과거의 쓸 만한 것들을 리메이크해서 매력적인 컨텐츠로 재사용하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시아의 은밀한 교습> 1화가 무작정 두식이를 욕하다가 끝나게 되면 프로그램의 정체성은 확립되지 못한다.이 프로그램은 어디까지나 유망주를 찾고, 가능성을 발견해 보는 프로그램.
물론 상대방이 유망주가 아니라면 가차 없이 포기해야 했지만, 첫 화부터 포기하는 건 그리 모양새가 예쁘지 않았다.
-???
-두식이 그냥 평생 하꼬에서 끝날 운명 아님?
-ㅋㅋㅋ내가 두식이 부모님면 바로 머리 깎은 다음에 공부시켰음
-두식이가 공부한다고 해서 인생이 달라질까?
-차라리 운동시키는 게 확률적으로 더 킹능성 높을 것 같음 ㅇㅇ
내가 솔루션을 제시하겠다고 하자 시청자들 대부분이 부정적인 반응을 보여 줬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지금까지 송출된 두식이의 모습은 짜증 나는 초딩일 뿐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본 가능성은 녀석의 재능이 아니었다.
손 피디가 말하기로는 2010년대에 유행했던 프로그램 중에는 교정 프로그램들이 존재했다고 한다.
예를 들면 문제가 있는 아이의 행동을 교정시켜 주는 프로그램이라든지, 아니면 문제가 있는 애완동물의 행동을 교정시켜 주는 프로그램이라든지.
시청자로 하여금 뿌듯함을 느낄 수 있게 만드는 프로그램이었다고 하던가?
나도 어렴풋이 미튜브를 통해서 본 적이 있는 것 같다.
실제로 미튜부 ‘온라인 탑골 공원’ 채널에 접속하면 옛날 프로그램들이 상당한 인기를 끌고 있었다.
예를 들어 ‘우리 아X가 달라졌어요!’나, ‘세상에 나쁜 X는 없다!’ 같은 프로그램.
손 피디는 그 프로그램들을 미튜브 버전으로 개조한 거다.
유명한 요식업계 대부가 골목 식당을 구제해 주는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었듯, 우리가 노리는 것도 바로 그 부분이었다.
“형이 시키는 대로 진짜 열심히 할게요. 어떻게 하면 될까요?”
두식이의 표정은 지금까지 봤던 표정 중에서 가장 격양되어 있었다.
영악하게 친구들을 이용해서 컨텐츠를 만든다고 한들, 결국 이 녀석도 어린아이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당근을 던지면?
의심부터 하고 보는 성인들과는 달리, 참을성 없이 덥석 물어 버리겠지.
좋아.
미끼는 완전히 물었으니 슬슬 본론으로 들어갈 차례였다.
나는 두식이를 향해서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형이 너에게서 본 그 가능성은 바로…….”
지금이다.
손 피디는 그 말과 동시에 화면에 송출되고 있던 영상을 끊었으며, 곧 VRN 방송국 채널은 깜깜하게 바뀌었다.
갑작스러운 현상에 시청자들이 폭주하기 시작했다.
-방송 사고?
-아니 VRN 정도 되는 방송국에서 이런 방송 사고를 낸다고?
-에반데…….
-빨리 해결해 주세여
-그러니까 그 가능성이 도대체 뭐냐고 아 ㅋㅋ
-이거 영상 일부러 끊은 것 같은데?
눈치 빠른 일부 시청자들은 바로 우리가 무슨 짓을 한 것인지 깨달았다.
나는 까맣게 끊긴 화면 속, 시청자들을 향해 기분 좋게 한 마디 던졌다.
“뒷내용 궁금하지? 그건 나중에 방송으로 봐.”
적당한 절단 신공은 필수.
트위팟을 통해 송출하는 가장 큰 이유는 홍보의 목적이 컸다.
트위팟을 통해 송출되는 내용들은 대부분 게스트들의 특이 행동에 관한 것.
거기에 대한 솔루션은 방송으로만 공개되기로 했다.
모든 게 트위팟을 통해 공개되어 버리면 누가 방송을 보겠어?
그렇게 갑작스럽게 송출이 끝난 후, 나는 손 피디와 제작진을 향해 인사를 건넸다.
“촬영해 주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큰 사고 같은 건 없었죠?”
“완벽합니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찬식 씨, 조금 쉬실까요?”
“아니에요. 우리 두식이가 궁금해할 텐데, 바로 다음 단계로 넘어가도록 하죠.”
사실 오늘 방송을 촬영하기 전에 미리 솔루션에 대해서도 생각을 해 뒀었다.
나는 두식이를 바라보면서 오늘 촬영 이후 녀석의 이미지가 어떻게 바뀌게 될지, 그것에 대해서 자세히 알려 주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널 미튜브 유망주가 아니라 그냥 인성 더러운 초딩으로 생각하게 될 거야. 손 피디님께서 일부러 그렇게 편집을 하시겠다고 말씀하셨어.”
“그, 그, 그러면 저 평생 얼굴도 못 들고 다녀요.”
“맞아, 너희 부모님의 얼굴을 봐서라도 그렇게 되면 안 되지.”
아무리 이 녀석이 비매너 행위를 했다고 해도 사회에서 매장될 필요까지는 없었다.
오히려 그렇게 된다면, 나와 손 피디는 어린아이의 미래를 망가뜨린 범죄자라고 불리게 될 테니까.
“두식아, 너 여태까지 못된 짓만 골라서 하는 영상을 찍어왔었잖아? 채널 소개가 뭐였더라, 음.”
“악동요.”
“악동?”
“시아를…… 존경하는…… 악동. 미튜브 채널 소개에 그렇게 적어 뒀어요.”
갑자기 이렇게 감동 모드로 훅 들어온다라.
확실히 나를 좋아하는 것 같기는 하다.
내가 아까 전부터 지금까지 쉴 새 없이 까대기만 했는데도 불구하고, 나를 바라보는 눈빛이 여전히 빛났다.
그래도 덩칫값은 하는 놈이었군.
나는 씨익 미소를 지으면서 두식이에게 말했다.
“오늘부터 형이랑 미튜브 채널 하나 만들자. 첫 채널 홍보는 형이 도와줄게.”
“저 이미 채널 있는데요……?”
“아니, 그 채널 말고. 새 채널 제목은…… ‘두식이 앞으로 착하게 살겠습니다!’로.”
간단하게 말하자면 갱생 일기.
지금껏 힘으로 친구들을 괴롭히고 나쁜 일을 일삼았던 두식이가 착한 일을 하는 영상들을 담은 채널.
어찌 보면 어린아이에게 가장 장 어울리는 이미지라고 볼 수 있었다.
두식이는 내 말에 눈을 둥그렇게 뜨면서 대답했다.
“그 채널은 어떤 채널인데요?”
“어떤 채널이긴. 제목에서 이미 다 드러나 있잖아? 네가 부모님께 효도하고, 다른 사람들을 열심히 도와주는 채널인 거지.”
지금과는 정반대의 컨텐츠.
두식이가 나와 만나기 전에 했던 컨텐츠들과는 달리, 순하고 안정적인 맛의 컨텐츠였다.
그러나 두식이는 썩 마음에 들지 않은 모양이다.
내 이럴 줄 알았다.
원래 사고방식이 잘못 잡힌 녀석들은 아무리 채찍을 가혹하게 사용하더라도 쉽게 바뀌지 않거든.
이럴 때는 강제로 생각을 개조시켜 주는 게 제격.
나는 두식이를 향해 아주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니면 그냥 미튜버 포기하고 살던가. 그런데 그대로 방송 나가게 되면 네 말대로 진짜 학교생활 제대로 못 할 수도 있어. 알지?”
내 말에 두식이는 크게 울상을 지으면서 마침내 고개를 끄덕이고야 말았다.
짜식.
이럴 거면 처음부터 순순히 협조하지.
완전히 나에게 투항했으니 슬슬 클라이맥스를 장식해 보도록 하자.
4.
첫 촬영이 있었던 다음 날.
일명 ‘갱생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자극적이고 어린아이답지 않은 컨텐츠로 인터넷에서 욕을 먹기 시작한 두식이.
아이러니하게도 전날의 방송으로 인해 인지도 자체는 크게 상승했다.
다만, 많은 사람들에게 욕을 먹고 있을 뿐.
두식이도 인터넷을 할 줄 알기 때문에 다음 날이 되자마자 더욱더 간절하고 진지한 자세로 촬영에 임했다.
“엄마.”
“그래…… 두식아.”
“여태까지 엄마랑 아빠한테 너무 예의 없이 군 것 같아서 정말 죄송해요. 저 때문에 속 많이 썩으셨죠?”
“갑, 갑자기?”
“다시 생각해 보니까 제가 너무 건방지게 굴었던 것 같아요. 정말 죄송해요.”
두식이가 가장 먼저 한 건 어머니께 가서 사죄를 드리는 거였다.
두식이의 어머니께서는 갑작스런 아들의 변화에 눈물을 감추지 못하셨다.
평소에 거의 독불장군처럼 행동했던 녀석이 갑작스럽게 죄송하다고 말한다라.
아마 어머니께서는 본인의 아들이 갑자기 성장한 것처럼 여겨질 것이다.
나는 두식이가 어머니한테 안기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옆에 있던 촬영 팀에게 말했다.
“최대한 감동적인 앵글로 잡아 주고 있죠?”
내 말에 촬영감독님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대답했다.
“물론입니다. 저희만 믿고 계세요.”
“좋습니다.”
손 피디 사단에 속해 있는 제작진 모두는 이미 방송계에서 뼈가 굵을 대로 굵은 사람들이다.
내가 굳이 말하지 않더라도 알아서 최고의 결과물을 만드는 사람들.
‘두식이 앞으로 착하게 살겠습니다!’의 첫 영상은 특별히 제작진이 도와주기로 했다.
여차하면 내 미튜브 편집자를 데려올 수도 있겠지만, 아쉽게도 내 미튜브 편집자는 매운맛 전문이거든.
어머니에게 사죄를 드리는 건 단순히 시작에 불과했다.
그다음은 학교였다.
남들보다 30분은 빠르게 학교에 도착한 두식이는 책가방을 교실에 둔 다음, 교문으로 향했다.
“좋은 아침입니다, 선생님. 안녕, 얘들아!”
인성 세탁이란 건 정말 어려운 일이다.
내가 [가이아 온라인>의 배신자라는 걸 고백한 이후, 그 이미지를 씻어 내기 위해서 꽤나 고생을 했었다.
아직까지도 나를 그저 배신자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남아 있을 정도로, 이미지란 것의 유효기간은 아주 길다.
아마 두식이도 한참 동안 그 이미지와 싸워야 할 것이다.
그러나 쉬지 않고 착한 컨텐츠를 계속해서 올린다면?
개과천선한 초등학교 미튜버.
시아의 도움을 받아서 보다 영양가 높은 컨텐츠를 만드는 초딩 미튜버.
사람들을 이끌어 낼 매력 포인트도 아주 확실했다.
나이가 어린 미튜버들이 인기를 끌어냈던 건, 기본적으로 그들의 순수한 감성 때문이었다.
어른들은 절대로 흉내 낼 수 없는 그 감성.
나는 그 감성을 두식이에게 돌려줄 예정이었다.
“찬식 씨.”
멀리서 두식이가 열심히 선생님들과 교우들에게 인사를 하는 모습을 지켜보던 내게, 손 피디가 웃음을 지으면서 다가왔다.
“네, 손 피디님.”
“반응이 아주 괜찮습니다. 아무래도 찬식 씨의 단독 프로그램이라서 그런지, 초반에 입소문은 빠르게 타더군요. 어제 1일 차 촬영 끝나고 인터넷 보셨습니까?”
“아, 물론이죠.”
잠깐이긴 했지만 실시간 검색어 1위를 기록할 정도로 화제성이 충분했다.
심지어 두식이의 현재 미튜브 영상들의 조회 수도 떡상할 정도였으니, 그것보다 더 자세한 설명은 필요 없을 것이다.
물론 두식이의 미튜브 채널에는 두식이를 욕하는 친구들이 싸그리 모여들었지만, 차라리 무플보다는 괜찮았다.
그나마 다행인 건 최근 연예계와 방송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힘을 합쳐서 악플 방지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는 점.
나로부터 시작된 그 캠페인은 전국적인 단위로 확산된 상황.
그 덕분에 악플러들의 숫자도 상당히 줄어든 상태였다.
두식이는 그 덕을 보고 있는 중이었다.
손 피디는 나와 함께 두식이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넌지시 물었다.
“찬식 씨는 두식 군의 채널이 흥할 수 있다고 보십니까?”
“손 피디님.”
“예.”
“사실, 그 바닥이나 이 바닥이나 똑같은 거 아시죠?”
이 바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건 컨텐츠 기획 능력.
쉬지 않고 다양한 컨텐츠를 만들 수 있는 사람들만이 살아남게 된다.
그나마 다행인 건 케이블 방송이나 공중파 방송 들과는 달리 이쪽 컨텐츠의 제한은 사실상 없는 수준에 가까웠다.
“손 피디님께서 말씀하셨다시피 저희가 시작부터 끝까지 책임져 줄 필요는 없어요.”
“그렇죠.”
“유입이 쉽도록 도와주기만 할 뿐, 결국 본인의 미래를 결정하는 건 본인인 거죠. 게다가 두식이는 아직 초등학생이잖아요?”
만약 두식이가 우리 프로그램의 역사적인 첫 대상자가 아니었다면?
이러한 호의들은 어림도 없었겠지.
하지만 두식이는 첫 손님이다.
원래 가게가 맛집으로 소문이 나려면 첫 손님부터 대박이 터져야지.
그래야 앞으로 두식이보다 더 자극적인 게스트들이 계속 신청을 해 오지 않겠어?
나는 쉬지 않고 허리를 숙이는 두식이를 바라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앞으로 두식이보다 더한 빌런들이 잔뜩 등장하겠죠?”
“그럴 계획이기도 합니다.”
“……후우, 저랑 같이 프로그램 진행할 연예인은 결정되었나요?”
1화에서만 나 혼자 출연하는 것일 뿐.
2화부터는 나를 도와줄 조수가 등장할 계획이라고 했다.
내 질문에 손 피디는 씨익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찬식 씨와 환상의 케미를 발휘할 연예인과 출연 계약을 맺었습니다. 후후, 사실 저쪽에서 아주 적극적으로 나서더라고요.”
느낌이 온다.
애초에 이 프로그램의 보조 MC를 맡기로 한 후보군은 몇 되지 않았는데, 내 직감이 맞는다면 아마 ‘그 사람’일 가능성이 높았다.
나는 조용히 손 피디를 쳐다보았고, 손 피디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을 맺었다.
“궁금하시죠? 보조 MC는…….”
보조 MC는?
“다음 시간에 공개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하하!”
너무나 PD스러운 대답에, 나는 할 말을 잃을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