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illain is Too Good at Broadcasting RAW novel - Chapter (159)
53. 시아의 은밀한 교습 (3)
5.
다음 촬영 때 보조 MC를 알려 주겠다는 점을 빼고, 첫 촬영은 아주 무난한 분위기 속에서 끝났다.
처음부터 아주 강렬한 건 아니었다.
손 피디의 말로는 두식이를 뛰어넘는 수많은 빌런들이 대기자로 있다고 했고, 앞으로 촬영 전에 청심환 같은 걸 먹고 오라고 했다.
속 터져서 죽을지도 모른다고 했던가?
아무튼 그렇게 첫 촬영이 끝난 다음, 두식이의 새로운 채널이 개장되었다.
두식이의 채널명은 살짝 바뀌었다.
구세대의 향수를 느낄 수 있게 하기 위해서 [두식이의 바른 생활>이라던가.
나는 잘 모르는데, 놀랍게도 옛날 초등학생 교과 과정에 [바른 생활>이라는 교과서가 있었다고 한다.
솔직히 누가 그 제목에 공감을 해 주겠냐만, 채널 시작과 동시에 총3가지의 영상이 올라왔다.
두식이가 어머니의 어깨를 주물러드리는 영상, 몸이 약한 친구들의 짐을 들어 주는 영상, 폐지를 주우시는 할머니의 리어카를 밀어 주는 영상.
이렇게 총3가지의 영상이 두식이의 채널에 업로드되었다.
지금껏 자극적이고 매운맛 미튜버를 꿈꿔 왔던 두식이의 엄청난 변신이라고 할 수 있었다.
구독자 숫자는 하루만에 3만을 돌파.
내가 방송과 미튜브를 통해서 지원 사격을 해 줬고, 또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이야기들이 오고 가기 시작한 덕분이었다.
그래도 다행이다.
만약 갱생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시청자들이 늘지 않았다면, 두식이 편은 포기했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내 솔루션은 성공이었고, 두식이의 채널은 아주 빠른 속도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초등학생이 아주 마음씨가 곱네요ㅎㅎ 앞으로도 이렇게만 커 주세요!
-지나가다가 학생이 너무 기특해서 들어왔어요. 어쩜 이렇게 착할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두식이 인성 세탁 성공했누
-그래도 두식이 저렇게 열심히 다른 사람 도와주고 웃는 거 보니까 아이는 아이인 것 같음
-시아한테 교육받더니 사람이 원체 달라졌누
-원래 자기보다 더한 미친놈을 만나게 되면 사람이 바뀌게 되어 있음ㅇㅇ
내가 정확하게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두식이의 채널에 유입된 건 비단 내 시청자들뿐만이 아니었다.
댓글에서 연배가 강하게 묻어나는, 일부 학부모층들도 유입되었다.
덩치는 산만 한 어린아이의 선행.
그 선행을 목격한 부모님 세대들은 전부 훈훈하다는 댓글을 달면서 구독 버튼을 눌러 준 모양이다.
나는 악튜브 대신에 두식이의 채널을 확인하면서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형 덕분에 두식이 미튜브 떡상 하고 있네.”
내 옆에서 나와 함께 두식이의 성장세를 보고 있던 진혁이가 부럽다는 듯이 말했다.
“너도 저번에 형이 도와준다고 했잖아.”
“우리 형제 브이로그?”
“어.”
“형이 생각하기에는 우리 둘이 브이로그 찍는다고 해서 사람들이 좋아해 줄 것 같아? 나는 절대 아닐 것 같은데.”
진혁이의 유일한 장점은 상당히 논리적이고 똑똑하다는 점이다.
확실히 진혁이의 말대로 형제의 브이로그는 상상 이상의 노잼일 것 같기는 하다.
이런 컨텐츠는 재빠르게 포기하는 게 맞지.
브이로그는 우리 형제와 어울리는 영상이 아니다.
차라리 [나쁜 녀석들> 크루가 전부 모여서 합동 영상을 찍는 게 좋지.
나는 하품을 몇 번 내뱉은 다음, 진혁이의 등을 발로 건드리면서 말했다.
“저번에 소개시켜 준다던 그 친구는 어떻게 된 거야?”
“아, 그 친구?”
“어.”
진혁이가 우리 크루에 소개시켜 준다고 했던 애가 있는데.
창원에 산다고 해서 기다리고 있었다.
진혁이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대답했다.
“갑자기 군대에 입대하겠다고 하던데? 같이 동반 입대할 생각 없냐던데?”
“동반 입대, 나쁘지 않지. 너 그런데 군대 갈 거야?”
진혁이의 포지션은 참 애매하다.
아무리 암이 이 시대에는 완전히 정복된 질병이라고 하더라도, 잘만 꼼수를 부리면 공익으로 빠지거나 면제를 받을 수 있다.
진혁이는 한때 말기 암 환자.
지금 활발하게 움직이는 진혁이를 보면 그 누구도 저 녀석이 암 환자였단 걸 상상할 수 없을 것이다.
그 정도로 암이란 질병은 돈만 있으면 해결이 가능한 병이 되어 버렸다.
내 물음에 진혁이는 잠시 고민을 하더니, 어깨를 으쓱이면서 대답했다.
“난 그냥 영장 날아오면 갈래.”
가만 보자.
생각해 보니 조만간 국방부랑 홍보 모델 계약 갱신하러 가야 하는데.
내가 이렇게 보여도 국방부 홍보 대사 중 한 명이다.
지난번 ‘그 사건’ 이후로 맺은 계약.
저번에 국방부에서 우리 회사 측으로 광고 한 편 더 찍겠다고 요청을 해 왔다고 한다.
나야 당연히 좋다고 대답했지.
프로그램도 촬영해야 하고, 광고도 찍어야 하고, 이래저래 할 일이 참 많다.
나는 소파에서 뒹굴거리면서 진혁이랑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띠리리링.
내가 집에서 쉬는 날이기만 하면 정신없이 울리는 핸드폰.
방송할 때는 그 누구도 전화를 걸지 않는데, 오늘은 또 누굴까.
“여보세요?”
전화를 받자 곧 그 너머로 성재 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예, 찬식 씨. 조만간 진혁 군과 같이 회사 한 번 오셔야겠습니다.
“진혁이가 사고라도 쳤어요?”
“왜 나부터 의심하는 거야?”
“성재 씨가 오라고 하잖아. 너 혹시 고소당했냐?”
진혁이는 저번 달부터 치킨박스 소속 스트리머로 활동하는 중.
갑작스럽게 둘 다 호출하니 뭔가 불안했다.
하지만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
곧 이어진 성재 씨의 말에서 안도의 한숨과 동시에 훈훈함을 느낄 수 있었다.
-찬식 씨와 진혁 군의 팬들이 택배를 잔뜩 보내 왔습니다. 이사 갈 집에서 쓸 살림살이들이 꽤 많네요. 아! 그리고 익명의 한 시청자님께서 냉장고 하나를 선물해 주셨습니다. 부럽네요. 올해 초에 새롭게 출시된 L사의 냉장고인데…….
이제 곧 있을 이사.
시청자들이 내 이사 날짜를 잊지 않고 챙겨 준 모양이다.
나는 성재 씨의 말에 흐뭇하게 미소를 지으면서 대답했다.
“그렇다면야…… 이사 당일날 가도록 할까요? 이사 업체 분들한테 부탁을 드려야겠네요.”
-피닉스사에서 캡슐 이동을 도와주시기로 했습니다. 드디어 이사가 코앞이군요.
캡슐은 이사할 때 가장 많이 신경 써야 하는 장비다.
최첨단 기술의 집약체인 만큼, 자칫하다가는 고장 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원래라면 유료로 진행되는 이동 서비스를 피닉스사에서 무료로 제공해 주기로 했다.
나는 차근차근 진행되어 가는 이사 준비를 보면서 만족스럽게 웃음을 지었다.
아, 맞다.
성재 씨랑 통화하는 김에 요청할 게 하나 더 있군.
“성재 씨.”
-편히 말씀하십시오.
“이사가 정확히 내일모레잖아요? 혹, 시간에 맞춰서 촬영을 도와주실 분을 파견해 주실 수 있을까요?”
이사란 그리 흔한 컨텐츠가 아니다.
실시간 집들이 컨텐츠.
그것이야말로 내가 시청자들로부터 합법적으로 후원을 뜯어 낼 수 있는 컨텐츠였다.
내 말에 성재 씨는 당연하다는 듯이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그럼, 내일모레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제는 진짜 이사구나.
나는 전화를 끝낸 다음, 가볍게 기지개를 켜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새로운 집을 맞이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6.
이사를 가기 하루 전날.
이사 준비를 위해 모든 짐들을 정리한 다음, 나와 진혁이는 내 트위팟 계정으로 방송을 켰다.
내가 다른 사람들이랑은 합방을 많이 했어도 진혁이랑은 자주 안 했던 것 같다.
가까운 곳에 있고, 또 형제였기 때문에 무의식적으로 그랬을 수도 있다.
솔직히 지금까지 진혁이랑 합방을 많이 안 했던 건 진혁이를 배려해 주기 위해서기도 했다.
내 시청자층과 진혁이의 시청자층은 극명할 정도로 갈리기 때문이다.
-샤하
-샤하 진하
-ㅎㅇㅋㅋ 오늘 어쩐 일로 둘이 합방함?
-아ㅋㅋ 내일이 그 날이구나ㅇㅇ 기분 존나 싱숭생숭하겠다ㅋㅋㅋㅋ
-그 날?
-ㅇㅇㅇㅇ내일 이사 간다고 지난번에 공지했었음.
그래도 우리가 방송을 켜자마자 시청자들은 빠르게 들어오기 시작했다.
나와 진혁이는 채팅창을 슬쩍 바라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특히, 진혁이는 한숨을 푹 내쉬면서 나에게 말했다.
“악질단은 언제 봐도 적응이 힘들어…….”
얌전하고 여성 시청자의 비율이 높은 진혁이에게는 살짝 과할 정도로 격렬한 채팅창.
진혁이의 말에 시청자들은 ‘야한 냄새 나는 뉴비?’라면서 좋아하기 시작했고, 곧 몇몇 극성 변태들이 음성 후원을 통해 진혁이에게 매력을 어필하기 시작했다.
역시나 오늘도 정신 병동이다.
요새 내 방송 별명이 제1 정신병동이라고 하던데, 솔직히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사방에 저런 미친놈들만 잔뜩인데, 당연히 정신 병동이지.
나는 채팅창을 슬쩍 들여다보면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오늘 내가 방송을 켠 건 그냥 너희들한테 감사 인사 좀 하고, 이런저런 이야기 좀 하려고 켰다.”
-ㅇㅇㅇㅇㅇㅇ
-형! 잠깐만! 나 편의점 가서 맥주랑 소주 좀 사올게!!
-오늘은 게임 안 함?
-게임 안 하는 거 살짝 시무룩하긴 한데ㅠㅠ
-가끔씩 이런 썰 방송 너무 좋지
시청자들의 반응도 꽤나 호의적이다.
확실히 근래에 들어서 이렇게 여유를 가지는 시간이 없었긴 했다
그래서 그런지 시청자들도 슬슬 드립을 치면서 우리랑 놀아 주기 시작했다.
가끔 느끼는 건데 우리가 저 사람들이랑 놀아 주는 걸까, 아니면 저 사람들이 우리랑 놀아 주는 걸까?
‘국뽕미션맨’ 님께서 10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내일 이사 방송 켤 거?]성수 형의 큼직한 후원.
그 후원에 나와 진혁이는 동시에 자리에서 일어나서 허리를 숙였다.
“아이고, 회장니이이임!”
“당연하죠, 원하신다면 내일 아침 일찍 켜겠습니다.”
진혁이가 옛날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리액션의 적극성이 상당히 올라갔다는 점이다.
옛날에는 진짜 리액션도 쓰레기 같아서 걱정 많이 했었는데, 이제는 좀 후원하는 맛이 나도록 리액션을 한다.
저 정도는 되어야지 후원하지.
나는 카메라를 향해서 다시 한번 고개를 숙이면서 말했다.
“안 그래도 그러려고 촬영 드론까지 전부 준비해 뒀습니다, 회장님.”
제대로 땡길 수 있는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되지.
성수 형님의 첫 후원 이후로 시청자들은 저마다 짤짤이를 투척해 주면서 소소한 기쁨을 선사해 줬다.
의외로 이렇게 게임 안 하는 방송을 할 때 후원이 잘 터지는 것 같다.
게임할 때보다 더 적극적으로 리액션을 해 줄 수 있어서 그런 걸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한동안 후원 웨이브가 밀려들어 온 후, 나는 의자에 앉으면서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이 집에서 진짜 많은 일 있었다. 안 그러냐, 진혁아?”
“맞아.”
햇수로 따지면 6년은 되었나?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 겨우 마련한 첫 집이었다.
[가이아 온라인>의 그 사건 덕분에 마련할 수 있었던 집이었고, 진혁이와 나의 든든한 안식처가 되어 주었다.집이 살짝 낡고 좁기는 했어도, 그래도 이 집 덕분에 우리가 여기까지 올 수 있지 않았을까.
나는 슬쩍 주위를 둘러보았다.
내 방은 합방을 하기에는 좀 작은 편이라, 진혁이의 방에서 방송을 하는 중이었다.
그래도 내가 전역하자마자 도배도 다시 하고, 이래저래 알뜰하게 살았다.
“기억에 많이 남을 것 같네.”
“우리가 이사 가는 곳은 여기랑 많이 다르잖아.”
“그렇지.”
어차피 광명에서 광명으로 이사를 가는 거다.
광명의 구시가지에서 KTX 광명역 쪽으로.
그곳은 대학병원도 가까우니 진혁이의 건강 체크도 수시로 할 수 있을 것이다.
좋은 집으로 가는 거다.
SD 코퍼레이션의 전속 광고 모델이 되면서 받은 계약금과 케이블 방송 프로그램 2개의 출연료.
내가 이번 이사를 위해서 일부러 선금까지 땡겼으니, 당분간은 노예처럼 방송만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아마 매물로 내놓은 이 집이 팔리지 않았다면 이사는 요원했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머릿속으로 이런저런 금전 계산을 시도해 봤지만, 빠르게 포기했다.
대출까지 받은 마당에 굳이 이런저런 각을 잴 필요도 없었다.
한 가지만은 확실했다.
당분간 노예처럼 일해야 한다는 점?
대한민국에서 내 집을 얻는다는 게 참 힘든 일이란 걸 다시 한번 깨닫게 되는 순간이었다.
“너희들한테 많이 고맙다.”
정말 오래간만에 시청자들에게 진심을 전한다.
사실, 내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건 모두가 저 변태 같은 악질단들의 도움 덕분이었다.
동수 형의 푸시 이후 내 방송에 자리 잡아 준 고마운 녀석들.
때때로는 선을 과하게 넘을 때가 있었지만, 그건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국뽕 컨텐츠부터 시작해서, 다른 스트리머라면 쉽게 시도하지 않았을 일부 컨텐츠들.
그러나 악질단들은 언제나 한마음으로 나를 응원해 줬다.
지금 와서 다시 생각해 봐도 참 고마운 녀석들이란 말이지.
나는 내 앞에 놓아 둔 맥주 한 캔을 목으로 넘기면서 말을 이어 갔다.
“이사 가서도 열심히 방송할게.”
-일부러 즙 좀 짜내지 마셈ㅋㅋ
-ㄹㅇㅋㅋㅋ 그렇게 감동을 준다고 해서 우리가 울 것 같아? 어? ㅋㅋㅋㅋ…… ㅠㅠㅠㅠㅠㅠ
-형 ㅠㅠ 이렇게 은퇴하는 거야? 아직 안 돼 ㅠㅠ
-속보)우리악, 은퇴
-내 집 마련 후 현생으로 돌아가는 건 ㅇㅈ이지ㅋㅋ
-어라라…… 눈물이……?
아니, 이 새끼들은 왜 갑자기 나를 은퇴시키고 지랄이야?
“형.”
“왜?”
“……내가 형의 뒤를 이어 보도록 할게. 편히 쉬어.”
옆에 있던 진혁이는 일부러 한술 더 떠서 내 등을 두드려 줬다.
이 버르장머리 없는 자식이…….
“걱정하지 마. 나 죽을 때까지 방송할 거니까. 알겠어? 나중에는 내 자식한테 장례식까지 방송으로 송출해 달라고 할 거야.”
“……형한테 자식이 있을까?”
“안 닥쳐?”
저렇게 형을 한 번씩 멕인 다니까?
그렇게 시청자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소통을 하고 있을 때쯤이었다.
‘히히히히히’ 님께서 1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아니ㅋㅋ 다 필요 없고 그래서 내일 이사 갈 때는 무슨 색 팬티 입을 거냐고ㅋㅋ]에라이, 변태 새끼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