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illain is Too Good at Broadcasting RAW novel - Chapter (160)
54.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는다
1.
이사의 아침이 밝았다.
전날 새벽 1시까지 방송을 했지만, 나와 진혁이는 아침 7시에 잠에서 깼다.
가장 먼저 집에 도착한 건 예상과는 다르게 피닉스사의 직원들이었다.
캡슐 이동을 위해서 미리 온 피닉스사의 직원들.
그들은 안전하게 캡슐 2개를 포장한 다음, 빠르게 우리에게 결제를 받았다.
“서명을 해 주시면 저희가 목적지에 미리 도착하여 캡슐을 대기시켜 두도록 하겠습니다.”
“캡슐은 지난번에 제가 설명 드렸던 장소 있죠? 그쪽에…….”
“고객님께서 원하시는 만큼 대기해 드릴 수 있습니다. 모든 이사 과정이 끝난 후, 따로 말씀해 주셔도 좋습니다.”
“하하, 그래도 될까요?”
“물론이죠. 스트리머 시아 님은 저희 피닉스사의 차기 홍보모델이시니, 이런 서비스는 아주 당연합니다.”
이번 집으로 이사 오면서 돈을 이곳저곳에서 잔뜩 땡겼다.
이사가 끝나면 나는 정말 노예처럼 살아야 할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광고 계약을 맺은 덕분에 피닉스사에서 직원들도 파견해 주고, 아주 대우가 좋았다.
피닉스사의 직원들을 시작으로 곧바로 이사 업체의 직원들이 도착했다.
처음 우리 집에 도착한 이사 업체 직원들이 한 말은 이거였다.
“짐들이 굉장히 작네요.”
“총각 둘이서 사는 집이라서 그런가?”
“여기 있는 것들은 다 버리면 됩니까?”
놀랍도록 적은 짐의 양.
이사 업체를 부를 필요가 없다고 여겨질 정도로 짐의 양이 적었다.
그래도 결국 이사 업체를 고용해서 편하게 이사를 하는 중이었고, 이사 업체 직원들의 표정도 한결 좋아 보였다.
나는 한구석에 쌓아 둔 봉투들을 가리키면서 말했다.
“저희가 사용하던 가구들 중에 낡은 게 너무 많아서요.”
새집까지 가져가기에는 손색이 있는 가구들.
오랫동안 사용해서 정이 많이 가는 가구들이었으나, 이미 새 가구들을 이사 가는 집에 미리 대기시켜 뒀다.
이사 업체 분들의 도움을 받아서 배치도 끝낼 예정이다.
초기에는 시청자 몇몇을 선발하여 이사를 도움받는 컨텐츠를 계획했으나, 성재 씨의 반대로 인해서 무산되었다.
사생활 침해의 가능성이 현저히 높다고 하셨지?
그리고 그 말에 동감한다.
이사 가는 집이 공개되면 어떤 미친놈들이 끼어들지, 쉽게 확신할 수 없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이사 가는 집의 보안이 철저하다는 것?
이 주변에서 가장 철저한 보안으로 유명한 곳이었다.
그래서 일부러 그 집을 매매한 것이기도 하고 말이다.
아무튼.
그렇게 이사가 시작되었고, 나와 진혁이는 천천히 짐들이 내려가는 모습을 보았다.
기존에 우리 집에 있던 것들 중 그나마 쓸 만한 건 책장이나 우리들의 옷가지 정도.
이사 업체 직원들은 꼼꼼하게 짐들을 챙겨 줬다.
게다가 치킨박스에서 파견 나온 직원들은 우리 집에 설치되어 있던 진혁이와 나의 개인용 컴퓨터를 철저하게 포장해 주었다.
나는 그저 촬영을 도와줄 직원들만 보내라고 했는데, 치킨박스는 아침 일찍부터 직원들을 파견해 내 이사를 도와주는 중이었다.
나는 그들 중 이미 구면인 직원 한 명을 불렀다.
“저, 구 대리님?”
회계 팀의 구자윤 대리.
회사에서 회계를 하고 있어야 할 직원이었는데, 구 대리는 내 말에 웃음을 지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예?”
“회계 업무는…….”
“하하! 걱정하지 마십쇼. 저희 직원들끼리 내기를 해서 이곳에 올 사람들을 뽑았거든요. 제 업무는 다른 누군가가 알아서 잘하고 있을 겁니다.”
……내기를 해서 뽑았다고?
“진 사람이 이곳에 온 건가요?”
“아닙니다. 가위바위보에서 이긴 사람들만 여기에 온 겁니다. 아시다시피…… 회사는 지옥과도 같거든요.”
치킨박스의 업무 강도가 지옥 같긴 하지.
성재 씨라는 상사를 둔 사람들이기 때문에 쉬지도 못하고 일을 해 왔을 것이 분명했다.
“오늘 이사 끝나면 어디 가십니까?”
“집들이 해야죠!”
“아, 다른 집에서 집들이 약속이 있나요?”
“네? 당연히 찬식 님의 집에서 집들이를 할 계획입니다. 저희들 그래서 미리 휴지도 사 왔습니다.”
이사 당일날 집들이를 하는 건 도대체 어디에 나와 있는 규칙인지 모르겠다.
나는 구 대리의 말을 듣곤 피식 웃음을 지은 다음, 고개를 끄덕였다.
이삿짐 정리가 대충 끝나자마자 방송을 하기로 했으니, 그 때 겸사겸사 집들이도 겸하면 되겠다.
그렇게 내가 복잡한 감정으로 점점 비워져 가는 집을 바라보고 있을 때였다.
띠리리링.
내가 살던 층에 엘리베이터가 멈췄고, 그 안에서 또 새로운 손님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바지가 인사하면? 하의.”
“형님, 아침부터 드립이 너무 구립니다. 방송 은퇴하실 계획 없으십니까?”
“찬식아, 우리 왔어.”
“여어!”
동수 형과 우리 [나쁜 녀석들> 크루의 멤버들이 갑작스럽게 모습을 드러냈다.
저 사람들에게 있어서 지금은 한참 잠 잘 시간인 것 같은데?
아니, 연락도 없이 아침부터 무슨 일로 찾아온 걸까?
“다들 무슨 일이예요. 잘 시간 아닌가?”
그 말에 오왕, 병문이 형이 넉살 좋게 대답했다.
“마, 우리가 남도 아니고! 이런 경사스러운 날에 같이 있어야지.”
“맞아.”
“굳이 너를 도와주려고 온 건 아니야. 동수 형이 같이 가자고 부탁해서 온 거지.”
참고로 마지막에 츤데레스럽게 말한 건 허수였다.
저 녀석은 한참 전에 컨셉에 잡아먹힌 걸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다들 피곤할 텐데, 이렇게 와 줘서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그들의 진정한 속내를 알고 있었다.
“이따가 도대체 뭘 얻어먹으려고…….”
“중식 짜장면, 석식 고기. 이사 국룰 아니야?”
“풀코스로 대접받으려고 왔지.”
“이삿짐 옮기는 거 도와주겠다니까?”
이삿짐 옮기는 건 이사 업체 직원분들이 할 테고, 게다가 짐의 양도 엄청 적다.
고생을 별로 안 해도 되는 상황.
아마 저 사람들은 그걸 알기 때문에 저렇게 당당하게 이곳에 왔을 것이다.
나는 잠시 그들을 바라보다가 씨익 웃음을 지었다.
그래도 이사 가자마자 스케일 크게 합방을 할 수 있겠구나.
좋은 날이니, 좋은 사람들과 함께하면 좋은 법이지.
대충 짐도 정리된 것 같으니 이제 슬슬 가 볼까?
우리들의 뉴 하우스로.
2.
우리가 이사를 갈 새집은 원래 집으로부터 30분 정도 부지런히 가야만 하는 곳에 있었다.
거의 광명의 끝에 위치한 동네였기 때문에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었다.
동수 형의 차를 타고 부지런히 달려 새집에 도착한 다음, 나는 차에서 내리자마자 촬영 드론들을 활성화시켰다.
그리고 기분 좋게 방송을 켰다.
어제 시청자들과 약속했기 때문에 방송을 생략하는 건 선을 넘는 일.
내가 방송을 켜자마자 순식간에 시청자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약속대로 아침 일찍 켰네
-샤하!
-이사 어떻게 되어 감? 이사 거의 끝남?
-빨리 새집 좀 보여 주세여
‘히히히히’ 님께서 1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아니ㅋㅋ 진짜 오늘 팬티 무슨 색 입었냐고ㅋㅋ 대답해 주기 전까지 부계정 다 돌리면서 채팅창 도배함 ㅅㄱ]어제부터 자꾸 팬티의 색을 물어보는 변태 자식.
원래라면 반응을 안 해 주는 것이 인지상정이었으나, 1만 원이라는 금액을 후원했으니 가볍게 반응해 주도록 하자.
“흰색에 검은색.”
-얼룩말 ㅗㅜㅑ…….
-얼룩무늬……?
-바로 삽니다! 제 전화 번호 쪽지 남겨 드릴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침부터 변태 새끼들은 왜 바뀌지가 않음?
-트수 안 잔다
-이 방송은 아침에도 또라이들밖에 없누ㅋㅋ 진짜 정신병 걸릴 것 같네
“야! 정신병 걸릴 것 같다는 놈. 너도 그 정도인데, 당사자인 나는 얼마나 힘들겠냐?”
항상 이가 갈린다.
만약 내가 남들보다 훨씬 빠르게 임플란트를 하게 된다면, 전부 저 빌어먹을 트수 놈들 때문이다.
가끔씩 인간의 존엄성을 잃어버리는 것 같은 기분이 들지만, 어쩔 수 없었다.
트수들이 저렇게 된 데에는 내 책임이 가장 크다.
“와, 그런데 너희들은 지치지도 않냐? 야, 내 동생 좀 그만 괴롭혀라. 씌……불……롬들아!”
-칸하ㅋㅋ
-트위팟 대표 틀딱 ON
-형이 왜 거기서 나와?
-형! 거기 젊은 애들 놀고 있는데 추하게 끼어 좀 있지 마!
-역겹지만…… 오늘도 사랑해 칸!
동수 형이 아침에 카메라에 모습을 드러내는 건 그리 흔한 일이 아니었다.
그렇기 때문에 시청자들은 대부분 놀라워하면서 격하게 동수 형을 맞이해 줬다.
그리고 그때.
‘국뽕미션맨’ 님께서 10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ㅇㅇ빨리 집 올라가 봐ㅋㅋ 내가 너 이사 선물 준비해 뒀어.]성수 형이 충격적인 후원을 쏴 주셨다.
저 형님은 항상 후원할 때마다 기본 단위가 10만 원이란 말이야.
역시 대기업 클라스는 다르다는 건가?
내 트위팟 수입에서 성수 형이 차지하고 있는 부분은 정말 절반 가까이 될 거라고 예상한다.
거기에 SD 코퍼레이션 광고 계약 덕에 돈도 많이 벌었는데, 그저 빛성수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었다.
“아이고, 회장님! 후딱 올라가서 선물 확인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무슨 선물인지 도대체 예상이 가지 않는군.
나는 다시 한번 채팅창을 향해서 허리를 숙인 다음, 일행과 함께 아파트 현관으로 걸어 들어갔다.
새로 이사 온 아파트는 현관부터가 달랐다.
완공된 지 2년째라고 했던가?
15년을 넘어가던 기존의 아파트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좋았다.
“이야!”
“성공했네, 성공했어.”
“느낌 좋은데?”
크루 멤버들과 동수 형은 현관을 둘러보면서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그들을 향해서 자랑스럽게 말했다.
“무려 엘레베이터가 2개입니다.”
“……응?”
“엘레베이터가 2개라고요.”
“……어.”
엘리베이터가 2개나 있는 아파트에 살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후우.
진정하자.
이미 입주하기 전에 몇 번 왔는데도 불구하고 이사 당일이 되니 기분이 너무 좋다.
그렇게 적당한 흥분감 속에서 16층에 도착했고, 한참 이사가 진행 중인 새집으로 들어갔다.
“와아아아!”
“집 진짜 괜찮다.”
-와ㅋㅋ
-내 집 마련 마렵네ㅋㅋㅋ
-집 좋다
-저 동네 집값 비싼 걸로 기억하는데ㅋㅋ 우리악 돈 진짜 많이 벌었누
-방송 시작 1년도 안 되었는데 이렇게 돈을 많이 벌었다고?
-ㄷㄷㄷㄷㄷㄷㄷ
-역시…… 형님, 대단하십니다.
시청자들도 호들갑을 떨어 대기 시작했다.
나는 채팅창을 바라보면서 한숨을 푹 내쉬었다.
멋없게 ‘절반은 대출이다.’라고 말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멋이 없잖아.
그나저나 성수 형님이 주셨다는 선물이 어디 있……?
“형.”
그때였다.
진혁이가 살짝 떨리는 목소리로 나를 불렀다.
“왜?”
“우리…… TV 새로 구매했었나?”
“……아니?”
“그런데 저기 TV가 있는데…… 설마 옵션인가?”
아파트에 옵션이 왜 있어, 이 미친놈아.
그러나 진혁이의 말대로 거실에는 영문 모를 TV 한 대가 놓여 있었다.
설마, 성수 형이 선물로 준비했다는 게?
‘국뽕미션맨’ 님께서 10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외부 출장 중이라 집들이는 못 가서 미안ㅎㅎ;; 대신 우리 쪽에서 새롭게 출시된 TV를 선물로 줬어. 이사 축하한다구 ^^b]-??????
-???
-국뽕미션맨 ㄹㅇ갓수저였음?
-?????
-저거 성도 TV인 것 같은데???
-ㄷㄷㄷㄷㄷ성도 그룹 재벌 3세
아직 시중에 풀리지도 않았다는 최고급 TV.
사실, 우리 집이 TV를 많이 보는 집은 아니었기 때문에 그렇게 중요한 가전제품은 아니었다.
하지만 TV는 TV.
언제나 이사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가전제품이었다.
게다가 이전 집에서 사용하던 TV는 새집에 비해 너무나도 작았거든.
“회장니이이이이임!”
나는 TV를 확인하자마자 촬영용 드론을 향해서 큰 절을 올렸다.
앞으로 SD 코퍼레이션에 종신으로 계약해야지.
물론 돈은 넉넉하게 받아야 되고.
그렇게 이사는 시작부터 만족스러운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어 가는 듯했다.
그러나 20분 뒤.
쨍그라아아앙!
“난 억울해.”
“나도 억울해.”
“범인은 이 안에 있다…….”
전혀 예기치 못한 사건이 발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