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illain is Too Good at Broadcasting RAW novel - Chapter (169)
57. 담당 일진
1.
“아니, 그래서 이게 어떻게 된 건데?”
“저도 오빠네 집 한 번 와 보고 싶었어요. 하지만 혼자서 오기는 좀 그렇잖아요?”
“아이돌이 이래도 되는 거야? 남자 집에 막 들어가다 사진 찍히면 어떻게 하려고.”
“그래서 나영 언니랑 같이 왔잖아요. 그죠, 언니?”
“그래, 크게 걱정하지 마, 찬식아.”
내 공포 게임 벌칙 방송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빠르게 진행되었다.
내 의사보다는 나영이와 주현이의 의사가 심각할 정도로 많이 반영된 거긴 했지만, 정해진 벌칙은 피할 수 없는 법.
하필이면 주현이가 활동 시기가 아닌 바람에 합방은 놀라울 정도로 빠른 속도로 잡혀 버렸고, 게임도 나영이와 주현이가 정하기로 했다.
방송의 긴박함을 위해서 게임을 미리 알려 주지 않는 상황.
주현이와 나영이는 나를 잘 알아도 너무 잘 안다.
만약 내가 미리 게임을 전달받았다면, 공포 게임조차도 미리 예습을 했을 사람이란 걸 이미 눈치채고 있던 것이다.
솔직히 좀 아쉽긴 하다.
원래 학습된 공포는 생각만큼 안 무섭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맞이하는 공포야말로 진정한 공포인 셈이다.
나는 주현이와 나영이에게 커피 한 잔씩 내주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우와! 오빠, 캡슐 커피 머신도 사셨어요?”
“이거 협찬 받은 거.”
얼마 전 치킨 박스를 통해서 유명한 외국 캡슐 커피 머신이 도착했다.
방송에서 몇 번 홍보를 부탁했으며, 미튜브에도 틈틈이 PPL을 해 달라고 했던가?
외국 기업들도 내 미튜브에 광고를 문의할 정도로 많이 컸다.
그 정도 위치까지 올라갔으니 이런 집으로 이사 올 수 있었던 거지.
내가 꽤 거만하게 말한 걸까, 나영이는 슬쩍 나를 쳐다보면서 말했다.
“요새 너 좀 재수 없는 것 같기도 해.”
“맞아요, 오빠. 일 잘 풀렸다고 그러면 안 돼요.”
“……내가 뭘 어쨌다고 그러냐?”
확실히 저 두 여자의 혀라면 나를 사기꾼, 쓰레기 같은 걸로 만들기에는 충분하겠지.
나는 내가 추출한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면서 주현이에게 물었다.
“오늘 무슨 게임 할 건지 진짜 안 알려 줄 거야?”
그러자 주현이가 고개를 끄덕거리면서 대답했다.
“어림도 없지.”
“소속사에는 잘 말하고 왔고?”
“삼촌한테 잘 말해 뒀어요. 오늘도 열심히 컴백 홍보하라고 하던데요? 저 다음 달에 컴백이거든요.”
연말을 맞이해서 컴백한다고 했었나?
주현이가 속한 레드라인의 컴백은 많은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는 일정이기도 했다.
아마 그에 맞춰서 내 방송에서도 홍보를 하고 오라고 한 것 같다.
주현이가 레드라인에서 가지고 있는 영향력은 상당한 편.
아이러니하게도 마이너한 느낌이라고 할 수 있는 내 방송을 통해 좀 더 친숙한 이미지를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었다.
“오늘 할 게임 정하느라 진짜 힘들었어요.”
“……그래, 무슨 게임이니?”
“히히, 아직은 비밀. 이따가 직접 플레이해 보시면 아주 그냥 좋아서 죽으실 걸요? 오빠, 공포 게임 잘 못해요?”
“아직 안 해 봤어.”
“처음이시구나. 저는 나영 언니랑 같이 합방할 때마다 공포 게임 자주했거든요.”
“알아.”
“재밌을 것 같죠?”
사실 미리 공포 게임을 경험해 보려고 나영이의 미튜브를 통해서 공포 게임 합방 영상들을 챙겨 봤었다.
그러나 VR 게임은 보는 것과 플레이하는 게 명확한 차이를 지니고 있는 편이다.
눈으로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다.
공포 게임.
특히, VR과 함께 혁신을 맞이한 공포 게임은 인간의 오감을 이용해서 어떻게든 플레이어를 공포의 구렁텅이로 몰아넣는다.
나는 애써 침착한 얼굴로 커피를 한 모금 입에 머금었다.
그리고 아무렇지 않은 듯한 목소리로 주현이와 나영이에게 말했다.
“오늘 후원 금액은 공평하게 삼등분할 거야.”
“저는 따로 등분 안 해 주셔도 되는데요.”
“나도.”
뭐?
이런 천사 같은 마음씨를 지닌 사람들이 있나.
굳이 저렇게까지 말하는데 내가 그녀들의 제안을 거부할 이유가 있을까?
방금 전까지만 해도 공포 게임으로 인해 불편했던 감정이 사르르 녹아내렸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금융 치료가 아닌가 싶었다.
그렇게 냉각되어 있던 분위기는 순식간에 풀렸고, 우리들은 오늘 방송을 1시간 남긴 채 가볍게 식사 시간을 가졌다.
그다음 성수 형님께서 새로 교환해 주신 성도 전자의 최신형 TV과 스마트폰을 연결하여, 누군가의 방송을 시청하기 시작했다.
-끄아아아아악! 씨바아아아아아알!
“와…….”
“원래 허수 공포 게임 잘 못하나?”
그 방송의 주인은 바로 허수.
나처럼 공포 게임 미션을 받게 된 허수는 나보다 먼저 매를 맞겠다는 생각으로 아침 일찍부터 공포 게임을 플레이하는 중이었다.
녀석이 하고 있는 게임의 이름은 [머큐리의 피자가게>.
귀신 들린 인형들로부터 생존해야 하는 게임이고, PC 게임 시절부터 상당한 마니아층을 보유한 게임이기도 했다.
대한민국의 스트리머라면 누구나 한 번씩 플레이해 본 경험이 있다는 고전 명작.
VR 게임 버전으로 재탄생하면서 다시 한번 전성기를 맞이한 공포 게임이라고 한다.
나는 화면 속에서 비명을 내지르고 있는 허수를 바라보면서 착잡한 감정을 숨길 수가 없었다.
“우리가 저런 걸 하는 거야?”
그러자 주현이가 고개를 가로저으면서 대답했다.
“저건 싱글용 게임이라서 같이 못 해요. 혼자 할 때는 꽤 재미있는 편이긴 한데, 그래서는 합방의 이유가 없잖아요?”
그럼 도대체 무슨 게임을 준비해 온 걸까?
솔직히 저렇게 당당한 모습을 보고 있자니 두렵기까지 하다.
다시 시선을 돌려 TV 속의 허수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머큐리의 피자가게>는 기본적으로 악령이 씐 인형들로부터 살아남는 게임.플레이어가 경비원이 되어서 퇴근 시간까지 살아남는 것이 클리어 목적인 게임이다.
게임에서는 플레이어가 인형들을 어떻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그저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처럼, 인형들이 움직이는 걸 제 때, 제 때 확인만 해 주면 될 뿐.
그러나 영상 속의 허수는 거의 절규에 가까운 비명을 내지르고 있었다.
-공포 게임 진짜 너무 X같다!
평소 나랑 있을 때 빼고는 욕을 잘하지 않는 허수였지만, 그의 눈앞에 펼쳐진 공포감은 욕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던 모양이다.
“저 맛에 공포 게임 하죠.”
“그러니까.”
“켈베로스 님이 게임 맛있게 하는 법을 잘 아시네.”
“어때, 찬식아. 너도 벌써부터 기대되지 않아?”
사색이 된 나와는 다르게 주현이와 나영이는 여유로운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면서 눈빛을 빛내고 있었다.
나는 애써 그녀들의 시선을 회피하면서 주먹을 가볍게 움켜쥐었다.
내가 전생에 무슨 죄를 지어서 이런 벌칙을 받게 된 걸까.
아무튼.
그렇게 잠깐 동안의 공포 게임 예습 시간이 끝났고, 곧 우리들은 스튜디오에 들어갔다.
내 방에 3명이 동시에 사용할 캡슐은 없었지만, 내 방에 추가로 설치해 둔 캡슐 1개와 진혁이로부터 협조를 받은 진혁이의 캡슐 1개.
이렇게 총3개의 캡슐을 이용해서 오늘 합방을 진행할 예정이었다.
[트위팟 스트리머 모듈이 활성화됩니다.] [방송 제목을 설정해 주십시오.]“오늘 방송 제목은…….”
그냥 대충 짓자.
최대한 빠르게 공포 게임을 끝내는 게 목표였으니까.
“간단하게 세 얼간이라고 하자.”
[방송 제목 : 세 얼간이] [송출을 시작합니다.] [5…… 4…… 3…… 2…… 1!] [방송이 시작됩니다!]잠시 후.
사전 공지를 띄워 둔 덕분에 시청자들이 빠르게 몰려들었고, 곧 채팅창이 뜨겁게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샤하
-샤하
-오늘 비명 맛있게 질러 줄 거지?
-ㅋㅋㅋㅋ이미 옆집은 죽으려고 그러던데
-에이ㅋㅋ 시아는 공포 게임 잘하겠지ㅋㅋ 평소에 겁도 없이 중국이나 일본 애들한테 욕 박지 않음?
-깡이 좋긴 하지
-그래서 오늘 게스트 누구인데?
아직까지 게스트는 발표하지 않은 상황.
몇몇 시청자들이 벌써 그럴듯한 추측을 하고 있는 상황이었지만, 정식으로 발표되지는 않았다.
나는 가볍게 숨을 들이켠 다음, 채팅창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너희들이 기다리던 게스트들이다. 얘들아, 가볍게 인사 한 번씩만 해 줘.”
그러자 접속을 끝낸 나영이와 주현이가 시청자들을 향해서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레드라인의 주현입니다. 오랜만에 뵙네요. 트수 여러분들, 잘 지내셨죠?”
주현이의 아이돌스러운 인사.
당연히 시청자들은 열광했고, 그 뒤를 이어 나영이가 묵직하게 한마디 던졌다.
“오늘 찬식이 캡슐에 다가 오줌 지리게 해 줄 거니까 다들 기대하고 있어.”
나영아…….
2.
방송이 시작되고 나서 간단한 토킹 타임이 진행되었다.
왜냐하면 오늘 플레이할 공포 게임을 아직 다운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나는 다운로드 목록을 한 칸 차지하고 있는 게임의 제목을 바라보면서 침음을 삼켰다.
“이거 진짜 오늘 플레이할 거야?”
“당연하죠. 이거 하려고 오늘 여기까지 왔는데.”
“……하.”
[오프라스트(Offlast) 3 – 다운로드 진행 중 87%]-캬ㅋㅋ
-옾라 저거 2주 전에 출시된 따끈따끈한 신작이라구!
-역시, 명품도 신상이고 게임도 신상인 법이지
-벌써부터 입에 침 고이네
-다른 스트리머들이 하는 거 봤는데…… 3는 존나 무섭던데ㅋㅋ
-1, 2도 존나 무섭긴 했음
-ㄹㅇㅋㅋ
시청자들의 반응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뜨거웠다.
평소라면 오늘 플레이하는 게임에 대해서 여론이 갈리기 마련이지만, 오늘은 그런 채팅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
모두가 한마음이 되어서 공포 게임을 원하고 있었다.
도대체 왜들 저렇게 공포 게임에 열광하는 것일까?
“야, 너희들은 공포 게임이 좋냐? 별로 재밌지도 않을 것 같은데?”
그러자 주현이가 시청자들을 대신해 나를 향해 묵직한 팩트 폭격을 감행했다.
“왜 좋아하는지 진짜 모르겠어요, 오빠?”
“왜 좋아하는데?”
“당연히 오빠가 괴로워할 테니까 좋아하는 거죠.”
“내가 게임 따위에 겁을 먹을 것 같아?”
“에이, 그건 시작하기 전까지 모르죠.”
솔직히, 진짜 아주 솔직히 말하자면 큰 걱정은 하지 않고 있다.
아무리 무섭다고 하더라도 게임은 결국 게임.
얼마나 무섭겠어?
그렇게 내가 최대한 스스로를 세뇌하면서 여유를 찾아가려고 할 때였다.
가만히 나를 바라보고 있던 나영이가 내 귓가에 조용히 속삭였다.
“걱정하지 마. 요새 VR 공포 게임들 안전장치 확실해.”
“안전장치?”
“응, 위험 심박동수를 3회 이상 기록하면 알아서 게임이 꺼진데.”
“……심박동수?”
“심장 마비를 막기 위한 특단의 조치라고 하던가?”
아니, 그렇게 말하면 더 무섭잖아.
내 표정이 살짝 흔들리자 나영이는 씨익 웃음을 지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찬식아, 너 겁내는 모습 보니까 조금 귀엽기는 하다.”
치욕이다.
그렇게 내가 게스트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사이, 어느새 게임의 다운로드가 완료되었다.
[오프라스트(Offlast) 3 – 다운로드 완료!] [게임을 실행하시겠습니까?]“게임 설치 완료.”
“나도 완료했어.”
“저도요.”
나머지 인원들의 다운로드도 완료되었기 때문에 더 지체할 이유가 없었다.
나는 다시 한번 심호흡을 한 다음, 게스트들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그러면 접속할까요?”
“게임에서 봐요.”
“이따가 봅시다.”
그렇게 말한 다음 우리들은 대화방에서 나갔고, 나 역시 곧바로 게임을 시작했다.
게임을 시작했을 때였다.
목덜미가 서늘해지는 기분과 함께 곧 음산한 안개가 사방에 깔렸다.
인트로 영상인가?
분위기 한번 죽인다.
말 그대로 사람을 죽일 것만 같다.
“꺄아아아아아아악!”
저 멀리서 울려 퍼지는 누군가의 비명이 분위기를 더 공포스럽게 만든다.
[현 시간부로 안전 프로그램이 실행됩니다.] [일정 심박수를 초과할 경우 경고가 주어지며, 경고가 3회 초과할 경우 플레이어의 안전을 위해 프로그램이 강제 종료됩니다.]빨간색 테두리로 칠해진 메시지창이 상황의 공포를 더욱 더 극대화했다.
후우.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인트로 영상부터 무섭겠어?
하지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식은땀이 전신에서 흘러내리는 기분과 함께 어느새 내 입에서는 커다란 비명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씨이이이이이이 바아아아아아아아알!”
지옥은 그리 먼 곳에 있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