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illain is Too Good at Broadcasting RAW novel - Chapter (17)
6. 본인 방금 대기업 되는 상상함 (1)
1.
스트리머 ‘샤’의 데뷔 방송이 최고 시청자 7만 명을 기록하면서 종료된 후,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어마어마한 파급 효과가 퍼져 나갔다.
그 파급 효과가 얼마나 컸냐면, 게임에서의 작은 사건이 현실의 많은 것을 바꿔 버렸다.
[[사무라이 워즈> 프로 리그, 예매 취소 속출!] [일본의 상징에서 일본의 자존심이 구겨지다.] [영웅인가? 악당인가?] [익명의 [사무라이 워즈> 프로 리그 스폰서, 계약 해지를 논의 중.]수많은 일본 프로게이머들과 스트리머들이 한국인 스트리머를 저격했으나 모두 굴욕적인 죽음을 맞이했다.
그것도 게임을 시작한 지 일주일도 되지 않은 플레이어에게 말이다.
거기에 몇몇 일본인 스트리머가 침을 흘려 가면서 반응하는 짤막한 영상까지 더해지니, 기름에 불이 번지듯이 순식간에 논란이 퍼져 나가는 중이었다.
트위팟의 이용자들이 주를 이루는 사이트, 트게더에서는 셀 수 없이 많은 글들이 올라오는 중이었다.
[제목 : 본인 방금 리팻맨 되는 상상함ㅋㅋ>내용 : 요루 픽하고 존나 화려하게 슈퍼 플레이 박고, 시청자들한테 걍 쌍욕 박고ㅋㅋ 걍 내 꼴리는 대로 나쁜 짓 하고 다녀도 사람들이 빨아 주고ㅋㅋ 아! 상상만 해도 기분 좋누ㅋㅋ
└찐
└진짜 찐이네
└이거 누구 영상 보고 이러는 거임?
└스트리머 샤 영상임.
└걘 또 뭔 듣보임?
└뭐? 아직도 그걸 안 봄? ㅋㅋ인생 절반 손해 보셨네.
트게더에서는 연신 ‘샤’를 찬양하는 게시 글이 올라오는 중이었다.
첫 방송에서부터 보여 줬던 화려한 장면들.
[사무라이 워즈> 프로게이머들조차 쉽게 보여 주지 못했던 명장면들을, 스트리머 ‘샤’는 수없이 보여 주었다.앞서서 치킨박스 스트리머들이 [사무라이 워즈>를 플레이했던 영상들도 슬쩍 올라왔지만, ‘샤’가 보여 준 영상을 이겨 낼 수는 없었다.
그 덕분에 트게더의 인기 영상 순위 탑 10에는 전부 ‘샤’의 영상으로 가득 찼으며, 그중 1위는 당연히 ‘샤’가 야스쿠니신사에서 보여 줬던 슈퍼 플레이였다.
[사무라이 워즈>의 제작사인 니뽄 소프트웨어의 개발자들조차 SNS를 통해 스트리머 ‘샤’의 플레이에 영감을 받았다고 극찬할 정도.물론 그 개발자들은 같은 일본인들에 의해 엄청난 비난을 받았지만, ‘샤’의 요루 플레이 영상은 훨씬 더 뜨거워질 뿐이었다.
한국의 몇몇 스트리머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재빠르게 [사무라이 워즈>를 스트리밍하기 시작했지만, 대부분이 처참한 성적표를 받아 갔다.
-ㅋㅋㅋㅋ이 새끼 존나 못하네
-걍 좀 하지 마셈ㅋㅋㅋ 리팻맨이 한국 게이머들 얼굴에 금칠해 줬는데, 거기다 똥칠을 함?
-도금이아니라 도변하고 있네.
-도변? 그게 뭔데?
-똥칠 병신아.
-엌ㅋㅋㅋㅋㅋㅋ
악질 시청자들은 [사무라이 워즈>를 플레이하는 스트리머들을 가리지 않고 찾아가서 채팅창 전체에 ‘샤’의 이야기를 도배하기 시작했다.
모든 건 찬식의 계획대로 되어 가는 중이었다.
2.
데뷔 방송의 다음 날.
“형, 제발 형네 시청자들한테 뭐라고 좀 해 주면 안 될까? 응? 제발 부탁할게.”
“뭐? 어림도 없지!”
“아니, 형, 이거 진심이야. 갑자기 몰려와서는 자꾸 형의 발톱만도 못하다고 욕하잖아.”
“발톱?”
“……정확히는 발톱 때.”
내가 소파에 누워서 뒹굴거리고 있을 때, 막 방송을 종료한 진혁이가 다가와서 울상을 지었다.
귀여운 녀석.
하지만 정말로 싫어서 저렇게 투덜거리는 건 아니었다.
내 영상이 끊임없이 확산되면서 득을 본 건 나뿐만이 아니었다.
공개적으로 내 동생인 게 알려졌던 진혁이의 방송도 덩달아 호재가 터졌다.
평균 시청자 500명에서 2,000명까지의 상승.
물론 순간 시청자는 그것보다 훨씬 높았지만, 뭐 어쩌겠는가? 원래 기회를 잡는 건 개개인의 몫이다.
게다가 진혁이의 방송 스타일은 그렇게 자극적이지 않았다.
기껏해야 와서는 ‘오팬무’, ‘덜렁덜렁’거리는 놈들이 대부분이었으니 말이다.
진혁이의 핵심 시청자들은 대부분 진혁이의 얼굴을 좋아하는 얼빠거나, 잔잔한 공략을 즐기는 시청자들이다.
원래 진혁이 같은 방송인들은 꾸준히 커 나가는 편이다.
이슈를 제조하는 스트리머들과는 다르게 성실함과 실력으로 밀어붙이는, 시청자 유입에 있어서는 살짝 보수적인 스트리머니까.
“근데 형, AOA는 또 언제할 거야? 나 좀 알려 주면 안 돼? 나 이제 에피소드 3인데…….”
“글쎄, 그건 잘 모르겠다? 당분간 [사무라이 워즈>만 할 것 같은데. 왜, 도와줘?”
“나도 악몽 난이도로 플레이하고 있거든. 조언을 해 주면 고마울 것 같아서,”
확실히 내 동생의 게임 재능은 대단한 편이다.
프로게이머 제의도 꾸준하게 받고 있다고 하니, 굳이 증명할 필요도 없었다.
“형, 튜토리얼만 깼던 거 알잖아.”
“팁 있을 거 아니야?”
“으음…… 예습? 그냥 다른 사람들 공략해 둔 거 철저하게 분석해 봐. 그러면 쉽겠지. AOA 공략 영상은 엄청 많잖아?”
“……형, 원래 그런 식으로 철저하게 게임했어?”
동생이 눈을 둥그렇게 뜨면서 나에게 물었고, 나는 피식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게임 못하는 게 제일 싫거든.”
“질린다, 질려.”
“할 말 더 있는 것 같은데, 말해 봐.”
“어? 형, 진짜 귀신이다.”
진혁이는 생각이 얼굴에 그대로 드러나는 녀석이다. 천성이 착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숨기지 않는다. 그리고 언제나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그 점이 내가 이 녀석을 예뻐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었다.
병원에 있을 때도 그랬다.
본인이 가장 힘들었을 텐데, 오히려 괜찮다고 나를 위로해 줬었다.
젠장, 그때 생각하니까 또 울적해지려고 그러네.
“[사무라이 워즈> 끝나면 할 게임 따로 정해 뒀어? 치킨박스에서 숙제가 들어왔다거나…….”
“당분간 내가 하고 싶은 대로 다 하라던데.”
“그렇긴 하겠다. 지금 형이라면 뭘 해도 보기는 할 테니까.”
“딱히 생각은 없었다. 여차하면 AOA도 있고, 안 되면 [사무라이 워즈>를…….”
“LOS는 어때?”
“뭐, 리그 오브 스톰?”
“응, 많은 스트리머들이 할 만한 게임 없을 때 하는 게임이잖아? 형, 안 해 봤을 거 아니야.”
“흐음.”
리그 오브 스톰.
이것 역시 동명의 게임을 기반으로 2세대 가상현실 게임으로 출시된 게임이었다.
장르는 AOS.
한 시대를 풍미했던 게임이자, 지금 역시 많은 플레이어를 보유하고 있는 게임이기도 했다.
“그것도 나름 양학 하는 맛이 있는 게임이니까. 미리 경험해 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지금 내 걱정해 주는 거야? 기특하네, 우리 동생? 지난번에는 대놓고 도발하더니. 그때처럼 게임에서 한번 붙어 볼래?”
“아니, 절대 싫어.”
“왜?”
“나 진짜 형 방송 보고 왔다는 시청자들 무섭단 말이야. 형, 다른 스트리머들이 형 보고 뭐라는지 알아?”
“뭐라는데?”
“악질들의 왕이래. 악질들의 왕!”
업계 동료들로부터 그런 소리가 나온다고?
나는 그 별명이 상당히 만족스러웠다.
“좋네.”
“……형은 정말.”
“미친놈이지?”
“흡!”
나도 알아. 내가 좀 미친놈인 거.
다른 선량한 스트리머들에게는 꽤 미안한 감정이 있었지만, 그 악질들 덕분에 내 컨셉이 사람들의 뇌리에 강렬하게 스며들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나를 빌런으로 생각하고 있었으며, 심지어 언론에서조차도 관심을 보여 줬다.
데뷔 방송으로 이보다 좋을 수 있을까?
내 입으로 평가하기 뭐 하지만 그 누구도 내 데뷔 방송을 따라올 수 없을 것이다.
시기도 좋았고, 컨텐츠도 좋았으며, 운까지 좋았다.
다른 방송 곳곳에서 날뛰고 있는 악질들은 결국 내 힘이 되어 줄 것이다.
이기적이라고 욕해도 좋다.
원래 레드 오션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개성 넘치는 무기가 필요했으니까.
게임만 잘했던 스트리머들은 여태까지 셀 수도 없이 많았다. 아무리 압도적인 재능을 보여 줬다고 한들, 그들은 결국 프로게이머의 길을 선택했다.
방송의 재미가 부족했으니까.
뭐, 그들 중 일부는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고 방송계로 복귀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건 나와 별개의 이야기였다.
나는 누구나 인정해 줄 만한 커리어가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빌런 컨셉은 나의 무기였고, 그것이 나를 이 치열한 바닥에서 살아남게 해 줄 터였다.
“아무튼 리그 오브 스톰이라…… 조언 고맙다, 방송 선배?”
“선배?”
“네가 나보다 방송 경력 오래되었으니까 선배 맞지. 맞다, 다음 방송 때 시청자들 많이 모여 있으면 너한테 호스팅…….”
“안 돼! 싫어! 절대 하지 마!”
그게 그렇게 싫어할 일이니, 동생?
진혁이는 호스팅 이야기가 나오자마자 기겁을 하더니 곧 바람을 쐬러 집 밖으로 나섰다.
나는 문을 닫고 사라지는 진혁이를 보면서 피식 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다시 시선을 돌려 TV의 예능 프로그램을 보려고 했다.
띠리리링.
그때 동수 형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현재 시각은 오후 7시.
지금 시간이라면 동수 형이 한창 방송을 하고 있을 시간인데?
“예, 형.”
-방송 언제 켤 거냐?
“9시쯤에 켜려고 했죠. 왜요?”
-[사무라이 워즈> 자리 하나 빈다. 스트리머 파티 꾸려서 하는데, 한 명 방금 나갔어. 용병 필요한데, 혹시 되겠니?
내가 어제 보여 줬던 활약상 덕분에 오늘 한국 트위팟의 대기업들은 대부분 [사무라이 워즈>를 플레이하는 중이었다.
별 인기도 없던 게임이 대기업 스트리머들이 파티까지 꾸릴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는 게 신기하긴 했다.
확실히 게임 쪽에서는 방송의 파급력이 대단하긴 한가 보다.
“뭐…… 딱히 상관은 없을 것 같은데요.”
-너도 방송 켜고 합류해. 우리 지금 내기 중이거든.
“내기요?”
-어, 킬 내기.
킬 내기라.
-물론 너는 핸디캡 줘야지. 솔직히 그건 인정해라.
“핸디캡은 어떤 건데요?”
-총 킬 수에서 50 빼자. 우리 딱 6판 돌릴 거야. 내가 호구인 줄 아냐? 그냥 너랑 내기하게?
……음.
노코멘트.
아무튼 나는 동수 형의 제의를 잠시 고민한 다음, 슬쩍 물었다.
“벌칙은요?”
-벌칙은 따로 없고, 시청자분들이 미션 금액 걸어 주셨던데. 다 합쳐서 300…….
“조금만 기다리세요.”
더 들을 것도 없다.
핸디캡이든 뭐든, 일단 들어가고 봐야지.
300만 원이 뉘 집 개 이름도 아니고 말이야.
나는 동수 형과의 전화를 대충 끝낸 후, 곧바로 캡슐에 접속해서 [사무라이 워즈>를 실행시켰다.
그와 동시에 곧바로 방송 모드도 활성화했다.
그러자 곧 동수 형과의 전화 통화를 들은 듯한 시청자들이 빠른 속도로 접속하기 시작했다.
-왕이시여.
-왕이시여.
-우리 샤찌 와쏘?
-형! 오늘도 요루 해 줄 거지? 요루 해 줄 거지? 꼭 요루 해 줘!
-나 시작하자마자 들어왔는데 벌써 200명의 레전드들이 있네…….
-오늘 참수해 주시고 이이이잉~ 해 주시면 안 될까요?
-참수!
-아ㅋㅋ 또 참수 마렵네.
-빨리! 빨리! 빨리!
-뒤지기 싫으면 빨리 요루해라.
각종 어그로와 악질들의 채팅이 혼잡하게 섞인다.
이제 좀 익숙해지긴 했다만, 정녕 이 미친놈들이 내 시청자라는 게 믿겨지지가 않는다.
게다가 다들 아주 다양한 방식으로 미쳐 버렸다.
정말 세상은 별의별 미친놈들투성이였다.
물론.
“오늘도 또 왔다. 잘 있었지, 우리 애기들?”
나도 마찬가지로 미친놈이지.
-???
-존나 역겹네.
-혹시, 님……?
-취존함.
-오빠! 드디어 마음 열어 준 거야?(덜렁덜렁).
-와. 너무 설레서 팔로우 두 번 눌러 드렸습니다^^
-쓰레기 냄새가 진동을 해서 방을 둘러봤더니…… 모니터에서 쓰레기 냄새가 납니다 형님.
-주접떨지 말고 참수나 하십쇼 형님.
채팅창의 화력이 슬슬 올라오고 있었고, 딱 맞춰서 동수 형으로부터 파티 초대가 들어왔다.
[‘칸’ 님께서 당신을 파티에 초대하셨습니다.]“야, 너희들도 알다시피 오늘 컨텐츠는 [사무라이 워즈> 합동 방송이다.”
-또무라이 워즈ㄷㄷ
-한 번 했는데 또무라이 워즈 ㅇㅈㄹ ㅋㅋㅋ
-오늘 팬티 무슨 색이냐고. 벌써 5번 물어봤다.
-참. 수. 좋. 아.
점차 늘어만 가는 악질들이 열화와 같은 성원을 보내 주었고, 나는 상큼하게 웃으면서 동수 형의 초대를 받아들였다.
그러자 자연스럽게 파티원들이 모여 있는 대기실로 이동했다.
나는 동수 형의 머리 위에 떠올라 있는 랭크를 바라보면서 한마디 했다.
“형, 어디서 브론즈 냄새 안 나요? 어우, 너무 역한데요. 솔직히 사람이라면 브론즈는…….”
동수 형이라면 잘 받아 줄 거라 생각했는데, 오히려 동수 형은 살짝 놀라면서 나에게 눈치를 줬다.
“왜 그래요, 형?”
“미친놈아!”
“아!”
그제야 나는 왜 동수 형이 나에게 눈빛으로 경고했는지 알 수 있었다.
대기실에 있던 다른 4명이 동시에 나를 원망의 눈빛으로 바라보는 중이었다.
그리고 그들의 머리 위에서는 브론즈의 표식이 쓸데없이 찬란하게 빛나고 있었다.
“우리는…….”
“사람이…….”
“아니구나…….”
후우.
방송 시작 2일 차.
오늘도 레전드 영상 하나 찍고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