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illain is Too Good at Broadcasting RAW novel - Chapter (181)
60. 점프 엠페러 (3)
5.
게임이니까.
이 한마디만으로 많은 것이 용서가 되는 시대.
‘게임이니까’.
그 한마디가 붙으면 그 어떤 비현실적인 것들이라도 용서가 된다. 시에 ‘시적 허용’이 있듯이, 게임도 비슷하다.
재미만 있다면 용서가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씌이이이벌! 이건 아니잖아! 왜 설산에 드래곤이 사냐?”
-ㅋㅋㅋㅋㅋㅋㅋ
-설산 드래곤 레어설
-아니ㅋㅋ 근데 존나 웃기긴 하네ㅋㅋ 도대체 어디서 함정이 발동하는 거냐?
-ㄹㅇㅋㅋ 이거 게임 장르 단순 점프 게임 아닌데?
-정보)[점프 엠페러2>의 장르 분류에는 [판타지>가 추가되어 있다
-생각해 보면 주인공 신체 능력도 판타지긴 하지ㅇㅇ
-ㅋㅋㅋㅋㅋㅋㅋ저거 함정 맞으면 어떻게 됨?
-외국 1위 영상 보니까 함정 맞으면 걍 뒤로 밀려 나던데?
기름칠된 바닥, 까마귀 등등.
거기까지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함정이 날아오는 건 정말 이해할 수가 없었다.
예상하지 못했던 곳에서 만난 난관.
이게 VR 버전이 아니라 PC 버전이었어도 쌍소리가 나왔을 정도의 장치다.
물론 함정이 예고도 없이 날아오는 건 아니다.
점프해서 바닥에 착지한 순간, 아주 미세하게 ‘끼긱’ 소리가 들려온다.
그 소리가 들리자마자 바로 점프를 뛰면 피할 수 있는 시스템.
말은 쉽다.
하지만 점프에 집중하는 와중에 미세한 소리까지 감지하는 건 엄청난 피로도를 요구한다.
나는 짜증을 잔뜩 부리면서 저 멀리서 날아오는 표창 5개를 회피했다.
아까 전에는 누워서 피해 버렸지만, 지금은 눕는 것조차 불가능한 상황.
플레이어가 누워 있는 거에 대비해서 불규칙적으로 표창이 날아온다.
즉, 피하는 방법은 제자리에서 점프를 하는 것뿐.
편법으로 착지하자마자 무조건 점프를 하는 방법도 있었지만, 그렇게 하면 무의식적으로 실수가 나올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러나저러나 짜증이 나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그래도 어떻게 해서 스테이지 6도 통과했고 스테이지 7에 이르렀다.
‘기록빌런’ 님께서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아무래도 외국 1위보다 내가 앞서나가기 시작한 것 같군.
남들보다 4시간 정도 늦게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뤄 낸 쾌거였다.
하지만 방심해서는 안 된다.
스테이지 6에서 느낀 건데, 스테이지를 지나갈수록 밑으로 떨어지는 구간이 더 많아진다.
즉, 방심한 순간 지옥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였다.
개발사에서 진짜 작심하고 맵을 만들었다는 게 곳곳에서 실감이 났다.
어떻게든 플레이어를 엿 먹이기 위한 설계들.
PC 버전부터 그렇게 게임을 만들어 대더니, 이 분야로는 거의 통달을 한 것 같았다.
트위팟에서 이런 점프 류의 게임들은 오랜 시간 동안 사랑받아 왔다.
그리고 이 [점프 엠페러2>.
난이도 자체로는 이게 아마 최절정이 아닐까?
“여긴 또 뭐야?”
[세계 최초로 이곳에 도착한 기분은 어떤가요? 지금까지의 플레이는 만족스러우셨나요? 저희 개발진은 당신의 피드백에 귀를 기울일 것입니다.]느끼한 내레이션이 다시 시작되었다.
[이곳은 당신을 극한으로 밀어붙이는 정신의 수련장. 이 게임을 클리어하고 나면, 당신에게는 무엇이 남아 있을까요? 성취감이란 달콤한 꿀 열매가 기다리고 있지 않을까요?]내레이션으로 인한 짜증도도 절정을 치닫고 있었다. 여러 모로 짜증 나는 게임이다.
[바람이 많이 부는 하늘 계단. 이곳을 극복할 수 있는 사람은 몇 명이나 될까요? 이 계단 끝에 대망의 마지막 스테이지가 당신을 기다립니다.]“미친놈들.”
이제는 진짜 헛웃음밖에 안 나오는 난이도.
내레이션의 말대로 갑자기 거센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했다.
혹시 몰라서 가볍게 뛰어 봤는데 바람에 따라서 몸이 흔들린다.
즉, 이제는 바람까지 계산해야 한다는 것.
내가 무슨 걸어 다니는 슈퍼컴퓨터도 아니고.
말도 안 되는 걸 요구하기 시작했다.
이런 정보는 사실상 세계 최초로 공개되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열띤 토론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이 정도면 제작진이 이 악물고 만든 거 ㅇㅈ해야지
-여태까지 점프 게임에서 나온 끔찍한 요소들을 전부 다 스까둿네
-스까 스까
-와…… 도대체 어떻게 깨라는 거냐 이건? 엄두가 안 나는데?
-개발사 불타는 중
-WTF
-FOG FOG
채팅을 보니 외국인들도 상당히 유입되어 있는 상태.
외국 트위팟에서도 이번에 개발사에서 건 챌린지가 상당히 매력적인 모양이다.
듣자 하니 샤라웃도 자극을 받아서 챌린지 도전 중이라는데, 녀석은 현재 스테이지 6.
각 스트리머들의 진행 상황을 알려 주는 중계 상황실도 있다고 하니, 열기를 대충 짐작할 수 있었다.
한국인들만의 축제가 아니라 전 세계인들의 축제가 되었다 이 말이지.
‘세계점프협회’ 님께서 1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요새 들어 저렇게 한국어 쓰고 영어를 붙여서 쓰는 후원이 많단 말이지.
도네이션 음성의 영어 발음이 아주 찰지기 때문에 그렇다.
나는 채팅창을 잠시 본 다음, 다시 심호흡을 하면서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 스테이지의 악랄함은 바람의 방향이 10초 간격으로 바뀐다는 점이다.
게다가 바람을 이용하지 않으면 건너가지 못하는 구간도 있을 것 같다. 느낌이 딱 온다.
여러모로 참 쓰레기같이 만들었다니까.
하지만 상관없다.
어떤 영화에서 그랬다.
바람은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극복하는 것이라고.
“오늘 니들이 죽나, 내가 죽나 한번 해보자. 이 쓰레기 같은 놈들아.”
그렇게 다짐하면서 자리에서 가볍게 뛰어올랐다.
6.
“헤이, 이 플레이어 방송 보고 있어?”
“당연하지. 정말 미친 플레이어야.”
[점프 엠페러2>의 총괄 제작자 닉은 한국의 한 게이머의 플레이를 보면서 감탄사를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그들이 만든 [점프 엠페러2>.
이건 그들의 회사가 여태까지 이 방면에서 쌓아 온 모든 노하우를 집대성해서 만든 필생의 역작이다.
이 게임 이후 한동안 개발할 엄두를 못 낼 정도로, 이쪽에서 사용되는 모든 클리세를 사용했다.
특히 모든 사람들이 힘을 합쳐서 만든 스테이지 7부터 스테이지 8 구간은 본인이 봐도 악랄하고, 과장하자면 악마에 가까운 난이도를 구축하고 있었다.
시시각각 바뀌는 바람.
여전한 기름 바닥.
거기에 다가 함정.
당당하게 1,000만 원의 챌린지를 걸었던 이유도 그 누구도 쉽게 깰 수 없다고 장담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닉은 그 생각을 한 플레이어의 영상을 보면서 접을 수밖에 없었다.
세상은 넓었다.
그리고 괴물도 많았다.
눈앞에서 방송을 하고 있는 이 한국의 스트리머, 시아는 여태까지 그가 봤던 그 어떤 스트리머들보다 미친 사람이었다.
“이 사람, [가이아 온라인>의 그 시아 맞는 건가?”
“맞을 거야. 지난번에 트위팟 글로벌 파티에서 본 적 있잖아?”
“한국에는 뭐 이리 괴물이 많아? 현재 2위가…… 켈베로스?”
“시아의 둘도 없는 친구지. 둘 다 [가이아 온라인> 출신이고, 재능이 넘쳐.”
비교적 다른 지역보다 늦게 게임을 시작한 유저들이 즐비한 한국.
그러나 한국 게이머들은 무섭도록 세계 순위권을 쫓기 시작했고, 마침내 7시간을 기점으로 다른 지역의 순위를 뛰어넘었다.
“그래도 한국 트위팟에서는 우리 게임이 1위인데?”
“다른 지역도 비슷한 것 같아. 닉, 저 시아라는 사람이 게임 클리어할 것 같아?”
“……흠, 글쎄.”
화면 속의 시아는 지옥 같은 스테이지 7을 넘어, 드디어 최종장인 [설산>에 입장한 상태.
스테이지 8, [설산>.
그곳은 닉 그의 손으로 대부분 설계해 그 누구도 쉽사리 깰 수 없을 것이라 자신하는 스테이지였다.
대미를 장식하는 최종장답게 그동안 등장했던 모든 함정이 등장하며, [점프 엠페러2>를 [판타지> 장르로 분류되게 만든 가장 큰 요소가 스며들어 있는 곳이었다.
닉이 모니터를 보면서 진득하게 웃음을 짓자, 그의 주변에 있던 동료 개발자들이 한마디씩 건넸다.
“내 생각에는 그가 우승할 것 같아.”
“그는 괴물이야. 아까 못 봤어? 함정을 처음 조우했는데도 1초도 안 돼서 반응했다니까?”
“친구들, 나도 안다고. 그냥…… 설산은 어떻게 헤쳐 나갈까 궁금할 뿐이야.”
[설산>에 닉이 준비해 둔 것.그것은 바로 건드리기만 하면 플레이어들을 스테이지 6으로 되돌려 보내는 최강의 장치.
[용의 역린>이었다.눈에 덮여서 어지간한 눈썰미가 아니면 발견할 수 없는, 플레이어들의 눈에는 작은 언덕으로 보일 만한 것이었다.
그 역린에 몸이 닿은 순간 드래곤이 깨어나면서 플레이어를 날려 보낼 것이고, 플레이어는 한참 동안 떨어지게 될 것이다.
그 추락은 끝도 없이 이어져 스테이지 6에 이르러서야 멈출 수 있게 될 것이다.
하지만 시아가 한 번쯤은 꼬꾸라질 거라고 생각한 닉의 예상은 얼마 가지 않아 틀리고 말았다.
[뭐야? 이거 누가 봐도 건들면 인생 날아갈 것처럼 생겼잖아?]“뭐야?”
“무슨 일이야. 지금 당장 저 대사를 통역해 줘!”
화면 속 스트리머 시아는 닉이 야심차게 준비해 둔 [용의 역린> 앞에서 잠시 멈춰 섰고, 뭔가를 눈치챈 듯 가만히 그걸 살폈다.
마침내 통역기를 통해서 방금 전 시아의 말이 무엇이었는지 깨달은 닉이 미간을 찌푸리면서 탄식했다.
“감각도 짐승같이 좋네. 스테이지 8이면 방심할 때가 되지 않았나? 저 스트리머한테 방심이란 게 없는 거야?”
“그러게.”
“우리 어떻게 해?”
“홀리 퍽.”
“아니, 아직 끝나지 않았어.”
닉이 씨익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눈썰미가 좋은 플레이어란 건 알겠다.
하지만 그가 준비한 마지막 장치에 마주한다면, 날고 기는 시아라도 꼼짝없이 당할 수밖에 없으리라.
닉은 웃음을 지으면서 시아의 방송을 더 지켜보기로 했다.
끝나지 않았다.
아직, 적어도 아직은 끝났다고 보기에는 힘들었다.
7.
-와…… 근데 저거 어떻게 구분한 거임?
-건들면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우리가 한 번 건드려 보자!
-ㄹㅇㅋㅋ 근데 진짜 시아 말 듣고 보니까 존나 위험해 보이는 장치긴 하네
-개발사 놈들ㅋㅋ 진짜 부비트랩까지 설치해 두고, 진짜 지랄 낫네! 지랄 났어!
-어떻게든 돈은 줄 수 없다는 마인드
-근데 솔직히 내가 개발사라면 시아가 진짜 원망스러울 듯ㅋㅋ 애써 준비한 트릭 시아가 전부 다 까발리고 있는 거 아니냐?
-그저 빛, 그저 갓.
-속보)냥개좌 태초마을 갈 뻔하다가 스테이지 5로 회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쪽도 고생하네. 야, 허수 걔 알고 보면 허당 맞다니까? 어떻게 이렇게 쉬운 걸 자꾸 실패해.”
나는 채팅창을 바라보면서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
이제 어느 정도 여유가 생겼다.
함정, 기름 바닥 같은 장치에 내성도 생겼고, 개발사에서 야심차게 준비해 둔 것 같은 ‘특이한 눈 더미’도 잘 회피했다.
최종 스테이지 [설산>의 진행도는 현재 60% 정도.
빠르면 20분 안에 내가 최초 클리어한 플레이어가 될 수도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플레이어의 침입을 허락하지도 않겠다는 듯, 최종장에서는 주기적으로 시야를 제한하는 눈보라까지 몰아치고 있었다.
그러나 큰 문제는 없다.
이제는 너무 귀여울 정도의 페널티였기 때문에 나는 무리 없이 계속해서 위로 진출했다.
과연, 이 게임의 엔딩이 뭘까?
어떤 대단한 엔딩을 준비했기에 이렇게 쓰레기 같은 과정을 만들어 둔 걸까?
참 기대가 된다.
“좋아. 이제 얼마 안 남았다.”
거친 눈보라가 잠시간 소강상태에 들었을 때쯤.
마지막 종착지라고 할 수 있는 산의 정상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그것을 보자마자 몸에 힘이 넘쳐나기 시작했다.
장장 5시간의 대장정.
무려 5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내 진행 속도가 세상에서 제일 빠르다고 하니, 이 게임의 난이도가 지옥 같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나는 최후 목적지를 눈에 담은 채로 부지런하게 위로 올라갔다.
“좋아, 거의 다 왔……!”
콰우우우우우우우우!
……짐승이 울부짖는 것 같은데?
이상한 괴성이 울려 퍼진 지 5초 뒤, 하늘에서 도저히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졌다.
집채만 한 얼음 덩어리가 나를 향해 날아오고 있었다.
그것도 셀 수 없이 많이.
[당신은 신성한 대지를 침범함으로써 잠자던 드래곤들을 깨웠습니다. 과연, 당신은 긴 여정을 끝낼 수 있을까요?] [분노한 용의 숨결이 당신에게 쏟아져 내립니다.]크롸아아아아아!
하고, 설산 드래곤들이 울부짖었다.
에라이! 씨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