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illain is Too Good at Broadcasting RAW novel - Chapter (194)
65. 스타팅 포인트
1.
-유명 스트리머 시아, 전 세계 게이머들을 향해 오만한 도전장을 던지다!
-묵시룡, 칸 공격대보다 빠르게 잡는 건 불가능할 것.
-우리 공격대보다 빠르게 클리어하면 그 공격대 전원에게 1,000만 원씩 줄 의향이 있다.
-다시 떠오르는 전설들.
-[가이아 온라인 클래식>의 서비스 일정에 대해서 알아보자!
-어떤 인터뷰가 될지 대충 예상은 했지만…… 이렇게 되면 전 세계 게이머들에게 도전장을 내민 것 아니겠습니까?
“성재 씨.”
-예.
“성재 씨가 보셨을 때는 제가 돈을 그냥 길바닥에 버리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세요?”
-그렇지는 않죠. 아, 그렇다면 SD 코퍼레이션 측의 부탁이…….
“인터뷰도 SD 코퍼레이션을 거쳐서 들어왔다고 하셨잖아요.”
성수 형은 전부 다 계획이 있었다.
내가 직접 인터뷰에 나서는 건 충분히 파급력이 있는 행동이었으니 말이다.
해외 게이머들 사이에서도 내가 꽤 유명하다고 들었다.
샤라웃과 그의 친구들이 전 세계 게이머 피지컬을 논할 때 가장 먼저 뽑는 게 나라고 할 정도로, 좋은 친구들을 둔 덕에 글로벌적인 인지도가 아주 높았다.
심심할 때마다 내 어그로 소재가 되어 주는 일본과 중국은 또 어떤가?
항상 나를 욕하기는 해도, 실력으로는 나에게 덤비지 못한다는 여론이 대세일 정도다.
뭐, 내가 [가이아 온라인 클래식> 전면에 나서는 걸 아니꼬워 하는 친구들이지만, SD 코퍼레이션 측에서 이미 일본과 중국의 광고는 별도로 촬영했다고 했으니까.
사실 이런 게임은 안 하면 본인들이 손해다.
-공중파 예능국들과 건설적인 협상이 이어지고는 있습니다만, 일부러 협상 기한을 늘렸습니다.
성재 씨는 곧바로 전화를 건 본론에 들어갔다.
할 말부터 빠르게 꺼내는 스타일이었기 때문에 언제나 전화가 유익했다.
게다가 비즈니스적인 부분에 있어서는 나에게는 풍족하게, 상대방에게는 악랄하게 이끌어 가는 사람.
계약에 관해서 전적으로 일임해도 부담이 없는 사람이다.
“빠르게 계약을 확정시키는 게 좋지 않을까요?”
-그것도 나름 좋은 방법 중에 하나긴 하지만, 원래 밥이란 건 뜸을 들여야 하기 마련이거든요.
크리에이터들이 본격적으로 공중파에 진출하고 있는 시대.
대부분의 크리에이터들이 공중파로 빠르게 진출하면서 성공 사례를 만들어 내는 중이었다.
그러나 나는 그리 급하지 않았다.
성재 씨가 계약을 뒤로 미루는 이유는 대충 인지하고 있었다.
몸값을 더 올리기 위해서겠지.
나에게는 그 어느 것보다 중요한 이벤트 하나가 남아 있었으니까.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오프닝.
한때 내 인생이자 유일한 생계 수단이었던 그것이, 클래식이란 이름을 붙이고 돌아온다.
‘시아’는 원래 [가이아 온라인>의 빌런이었다.
모든 유저들이 바랐던 묵시룡 레이드를 실패하게 만든 장본인이었고, 모든 유저들의 원망을 한 몸에 받았다.
시간이 지났고, 또 내가 사죄를 했다. 거기에 치킨박스 측에서 전폭적으로 언론 플레이를 펼쳐 준 덕분에 그때의 이미지는 사실상 사라졌다.
이번 [가이아 온라인 클래식>은 일부 남아 있는 그때의 이미지를 완벽하게 박살 내고, 새로운 이야기를 펼칠 수 있는 좋은 계기.
-찬식 씨의 또 다른 챕터가 시작되는 셈입니다. 이번 오프닝을 시작으로 찬식 씨의 입지는 그 어느 때보다 더 단단해질 겁니다.
성재 씨도 [가이아 온라인 클래식>이 지닌 폭발력에 대해서 의심하지 않고 있었다.
모든 것이 호환되는 완벽한 오픈 월드.
유저들에 의해서 세상이 바뀌는 엄청난 세계였기 때문에 컨텐츠 소모가 아무리 빠르다고 한들, 당분간은 세계를 지배하기에 충분한 게임이니까.
-예능국들과의 협상은 그 이후에 해도 늦지 않습니다.
“제가 오프닝에 실패하면요?”
-그럴 일은 절대 없을 것 같습니다만. 제가 찬식 씨를 하루 이틀 보는 게 아니지 않습니까? 게다가…… 묵시룡은 이미 찬식 씨에게 파악된 상대고요.
성재 씨는 내 자신감이 어디로부터 기인하는지 이미 잘 알고 있는 상태였다.
묵시룡 레이드는 이미 내가 한 번 수행해 봤던 레이드.
처음 하는 게임은 가끔 헤매는 경우가 있지만, 나는 적어도 두 번째 플레이하는 건 그 누구보다도 자신이 있었다.
묵시룡의 패턴은 이미 머릿속에 정확하게 저장되어 있다.
몇 년 전에 저장되어 있던 묵시룡의 패턴 영상도 공격대원들이랑 다시 복습하고 있었고, 그 당시에 부실했던 전략도 다시 세워 뒀다.
완벽에 가까운 준비.
호흡도 날이 갈수록 좋아지고 있었고, 3일 전에 SD 코퍼레이션에서 레이드 리허설을 도와준다고 한다.
얼마 남지 않았다.
“성재 씨.”
나는 슬며시 웃음을 지으면서 성재 씨의 이름을 불렀다.
그러자 성재 씨가 조용히 대답했다.
-편하게 말씀하세요.
“제가 예전부터 정말 궁금한 게 있었어요.”
-어떤 거죠?
“저는 언제쯤 성재 씨를 편하게 형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요? 항상 딱딱하게 부르니까 정이 없는 것 같고 좀 섭섭하네요.”
비즈니스적인 부분을 중요시하기 위해서 일부러 성재 씨가 나에게 존댓말을 사용해 준 것쯤은 알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좀 다르다.
얼마 전 치킨박스 측에서 나에게 회사 주식 지분의 일부를 지급해 줬기 때문이다.
즉, 나도 이제 이 회사의 주주라는 뜻.
여러모로 이 회사랑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되었다.
내 갑작스러운 제의에 성재 씨가 큰 소리를 내며 웃더니, 곧 한껏 부드러워진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 찬식아.
“갑자기?”
-너 원래 이렇게 빡구없이 들어가는 거 좋아하잖아.
……나를 알아도 너무 잘 안다니까?
나는 그를 따라서 시원하게 웃어젖힌 다음 기분 좋게 말했다.
“아무튼 내 몸값 협상은 이번 오프닝 이후로 미뤄졌다 이 말인 거지, 형?”
-그게 더 좋을 거거든. 아마 오프닝이 성공적으로 끝난다면…… [가이아 온라인 클래식>에 집중된 관심이 네 새로운 무기가 될 거야.
“후우.”
-지금까지 우리는 이미지를 잘 만들어 왔어. 매력적인 빌런의 인간미까지 어필이 되었고, 그 이미지를 통해서 공중파까지 영향을 끼칠 수 있었지. 이제 한 단계 더 나아갈 뿐인 거야.
성재 형의 말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네가 지난번에 나한테 그랬지? 겨울이 정말 싫다고.
그랬었다.
춥고, 보일러세도 많이 나가고, 옷도 사야 하고.
이래저래 돈만 들어가는 계절이었으니까.
“응.”
갑자기 무슨 말을 하려는 걸까?
-원래 정말 좋은 추억들은 그 계절에 스며드는 법이야. 내년 겨울부터는 넌 겨울을 마냥 싫어하지 않게 될 거야. 내가 장담할 수 있어.
젠장.
갑자기 울컥하네.
내가 잠시 입을 다물고 있을 때, 성재 형의 목소리가 다시 한번 내 귓가에 스며든다.
-따듯한 겨울을 보낼 준비는 다 된 거지?
“……으, 응.”
이게 도대체 뭐라고 이렇게 울컥하는 건지 원.
2.
그날 저녁.
나는 새로 뽑은 차를 타고 가산에 위치한 한 치킨집으로 향했다.
치킨박스 사무실 앞에 위치한 우리들의 단골 치킨집.
오늘은 아예 저녁 시간을 우리가 다 빌렸다.
“자, 다들 건배!”
“짜아아안!”
“크으으으!”
치킨박스 소속 스트리머들 대부분이 참여하는 이벤트를 앞두고, 치킨박스의 스트리머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시간이었다.
오랜만의 회식이다.
사실, 뭐 말이 회식이지 성재 형이 앞으로의 경영 방침을 스트리머들에게 공유하는 자리나 마찬가지였다.
“다들 [가이아 온라인 클래식> 때문에 힘들고 정신없겠지만 조금만 버티자.”
동수 형은 늘 그렇듯이 술자리의 분위기를 리드하는 중이었다.
“오프닝만 잘하면 당분간 우리 먹거리 걱정 없다. 숙제로 들어오는 게임들만 플레이해 주고, 비는 시간에는 [가이아 온라인>만 밀고. 캬! 얼마나 꿀맛 같냐? 요새 할 만한 게임도 안 나왔잖아.”
“올해 상반기에 기대작 되게 많던데요. 여신의 전쟁이나 황좌의 게임도 그렇고…….”
“그것도 하면서 하면 되잖아.”
“아, 그러면 가손실 나는데.”
“가손실?”
“[가이아 온라인> 손실요, 하.”
작년 하반기에는 진짜 게임 가뭄이었다. 할 만한 게임이 하나도 없어 가지고 얼마나 답답했었는지 모르겠다.
그래도 올해 상반기에는 할 만한 게임이 곳곳에 포진되어 있었고, 거물급 게임인 [가이아 온라인 클래식>이 든든하게 버텨 주니 마음이 편했다.
게임 전문 스트리머들에게는 이것만큼 편한 상황도 없을 것이다.
게다가 치킨박스 소속 스트리머들 대부분이 [가이아 온라인> 출신이었으니, SD 코퍼레이션 측과 지속적인 교류 또한 이루어질 것이다.
오늘따라 술이 달구나.
“신년회를 못 해서 살짝 섭섭하긴 했는데, 오늘이 신년회 대체라고 생각들 합시다. 올해도 치킨박스! 잘 먹고!”
“잘 살자!”
동수 형의 단순무식한 구호와 함께 다들 술을 목으로 넘겼다.
나는 가볍게 잔을 털어 넣은 다음, 내 옆에 앉아 있는 나영이에게 슬쩍 물었다.
“나영아, 너도 [가이아 온라인 클래식> 나오면 할 거야?”
요새 들어 나영이랑 자주 게임을 못 해서 섭섭하긴 하다.
시청자들 중 악성 우결충들로 인해서 나영이가 나올 때마다 채팅창이 끔찍해지는 게 가장 주요한 원인이었다.
내 말에 나영이는 치킨을 한 조각 먹더니,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야지 않을까? 나는 그 당시에 공부만 하느라고 게임 해 본 적이 없었거든.”
“재밌겠네. 도중에 힘들면 물어봐. 내가 도와줄게.”
“마음만 고맙게 받겠어. 지원받으면 또 말 많아져.”
그렇긴 하지.
특히 여성 스트리머들의 경우에는 저 문제가 좀 예민하다.
그냥 꿀팁만 알려 주면 되겠지?
그렇게 내가 오랜만에 나영이랑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였다.
“나영아, 얘한테 배워 봤자 좋을 거 하나도 없어. 얘가 알려 주는 거라고는 어떻게 하면 불법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지, 딱 그 정도일걸?”
“불법? 핵…… 같은 거?”
“아니, 얘 원래 성장할 때 NPC 뒤통수 때리고 그랬던 놈이야. 암살 의뢰도 그렇고, 아마 얘 게임 내에서 지명수배 당했던 시간이 안 당했던 시간보다 훨씬 많을걸?”
갑자기 끼어들고 그래.
짜증나게.
나영이는 갑작스러운 허수의 말에 슬쩍 고개를 끄덕였다.
둘도 예전에 어색했던 것과 비교하면 참 많이 친해졌다. 원래 허수 저 녀석은 나를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에게 온순한 편이다.
그런데 왜 나한테만 그렇게 지랄인지 모르겠다니까!
나는 눈살을 찌푸리면서 허수를 어깨로 밀어냈다.
“왜 갑자기 참견이냐?”
“너한테 게임 배우면 망할 게 뻔하니까 안타까워서 그렇지.”
“누구처럼 호구마냥 착하게 게임하는 것보다는 훨씬 편하지.”
“호구?”
“그래, 이 호구쉑.”
“너희 둘이 싸우는 거보면 약간…… 연인끼리 싸우는 느낌이 들어. 저번에 세린 언니랑 유선 언니도 그렇게 말하더라. 둘이 혹시……?”
나영이의 입에서 끔찍한 말이 흘러나오는군.
그 말에 충격을 받은 건 비단 나뿐만이 아니었다.
방금 전까지 나를 잡아먹을 듯이 달려들던 허수가 충격을 받았는지 입을 벌리면서 말을 잇지 못했다.
충격적인 발언을 내뱉은 나영이는 슬며시 웃음을 지으면서 우리 둘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둘이 잘 어울려.”
“……뭐?”
“응?”
“예쁜 사랑 기대할게! 짠하자, 짠!”
술이 들어가면 장난기가 많아지는 여자라니까?
그러나 나와 허수는 나영이의 말에 뭐라고 반박도 못 하고 귀신에 홀린 듯이 잔을 맞부딪쳤다.
후우!
기분 좋은 회식 자리니까 그냥 넘어가도록 하자.
나는 폭탄주를 가볍게 원샷 때린 다음, 깊은 한숨을 내뱉으면서 허수를 쳐다보았다.
그러자 허수가 이를 부드득 갈면서 말했다.
“눈깔 뽑아 줄까?”
“혓바닥 뽑아 줘?”
언젠간 허수 저 자식이랑 사생결단을 내야겠어.
아무튼.
그렇게 술자리의 분위기가 무르익어 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