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illain is Too Good at Broadcasting RAW novel - Chapter (196)
65. 스타팅 포인트 (3)
5.
대망의 날이 밝았다.
1달이라는 시간이 넘게 준비해 온 대형 프로젝트인 묵시룡 레이드 당일.
나는 평소처럼 아침 일찍 일어나서 가볍게 아침 식사를 끝냈다.
커피와 토스트.
어제 새벽 1시까지만 방송을 한 뒤, 오전 9시까지 푹 잠을 잤다.
긴장되어서 잠이 안 오면 어떻게 하나 걱정을 했지만 다행스럽게도 다음 날 아침까지 푹 잠을 잘 수 있었다.
컨디션이 좋다.
근래 들어 훈련 때문에 살짝 피곤한 상태였는데 오늘만큼은 아주 멀쩡했다.
내가 가볍게 외출 준비를 끝냈을 때였다.
여전히 피곤해 보이는 진혁이가 나를 향해 눈을 비비면서 말했다.
“벌써 가게?”
현재 시간은 오전 11시쯤.
저녁 6시로 예정되어 있는 레이드 시간에 비해서 상당히 이른 시간이었다.
이렇게 일찍 나가는 건 아주 당연했다.
미리 SD 코퍼레이션 본사에 가서 레이드를 준비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SD 코퍼레이션 측에서 오늘 오후 2시로 잡아 둔 기자회견에도 참석해야 하고, 이래저래 할 일이 많았다.
묵시룡만 잡는 게 아니라 그와 관련된 각종 행사에도 참여해야 했다.
그것이 SD 코퍼레이션에서 비싼 돈을 주고 나를 전속 모델로 고용한 이유였다.
돈을 주는 고용주님께서 시키시는 일은 다 해야지.
“형 다녀온다.”
“이따가 꼭 방송 볼게.”
진혁이는 그렇게 말하면서 가볍게 손을 흔들었다.
“오늘은 나 때문에 배신 때리지 말고. 무슨 말하는지 알지?”
“……그래.”
생각해 보니 이번 레이드는 진혁이와도 꽤 관련이 깊구나.
진혁이에게 있어서도 이번 레이드는 여러 가지 감정이 겹쳐 있는 레이드였다.
저 녀석이 항상 내 앞에서 밝은 모습을 보이더라도, 그때 이야기가 나올 때면 참을 수 없이 미안해하는 모습을 보이곤 했다.
지난번에는 가볍게 술을 마셨는데 나한테 매달리면서 울더라.
뭐, 원래부터 우는 게 주사였던 놈이지만 그만큼 마음 한 구석에 자리 잡은 미안함이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이해한다.
나 같아도 내 형제가 그렇게 했다면, 평생 동안 미안했겠지.
나는 집에 나가기 전 잠시 멈춰 선 다음, 진혁이에게 말했다.
“그럼, 형 일하러 갔다 온다.”
“다녀와, 형. 올 때 치킨 한 마리 들고 오던가.”
진혁이가 애써 밝은 표정으로 나를 배웅했고, 나는 그런 진혁이의 명치를 주먹으로 살짝 후려치면서 말했다.
“치킨은 무슨. 형이 옛날에 너 살리면서 싸 둔 똥 치우러 가는 건데.”
“아, 형. 그렇게 말하면…….”
“오늘 똥 치우고 올 거니까 다음부터는 그냥 추억으로만 남겨 두자고. 내 말 무슨 말인지 이해했지?”
꽤 적지 않은 시간 동안 우리를 괴롭혔던 굴레로부터 탈출할 시간이었다.
그렇게 진혁와 가볍게 인사를 나눈 다음, 나는 곧바로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가서 차에 올라탔다.
성수 형으로부터 단돈 1억으로 넘겨받은 차.
사실 1억이라는 돈에 ‘단돈’이라는 단어가 붙는 게 맞나 싶기는 하지만, 이 차의 가치를 생각해 보면 ‘단돈’이라는 표현은 더할 나위 없이 적절할 것이다.
“엄마! 저거 차 뭐야? 엄청 예쁘다.”
“어머, 그러게. 재벌 3세가 여기 사나 봐.”
“형아아!”
내가 시동을 걸고 출발하려던 찰나, 옆에 지나가고 있던 꼬맹이 한 명이 내 차에 다가온다.
좋은 날이다.
그런 날인 만큼 다른 사람에게도 친절하게 대해 주자.
나는 창문을 열고 꼬맹이를 바라보았다.
“왜 부르냐?”
“어? 형아야, 그…… 미튜버?”
“형 알아?”
“어머! 시아 님 아니세요?”
꼬마가 나를 알아봤고, 꼬맹이의 어머니가 나를 보더니 눈을 둥그렇게 뜨면서 놀라워했다.
이래서 공중파가 좋다니까?
인지도가 그냥 확 올라가 버리잖아.
“오늘 묵시룡 레이드 있는 날이죠?”
“아, 관심이 좀 있으신가 보네요?”
“저도 옛날에 [가이아 온라인> 열심히했었거든요.”
일명 가줌마라고 불리는 존재들.
예전에 한참 [가이아 온라인>을 즐겼던 유저들 중 일부는 이제 어느덧 사회에 자리를 잡은 상태다.
그들을 부르는 명칭이 바로 가저씨, 가줌마.
나는 웃음을 지으면서 반갑다는 듯이 고개를 숙였다.
“아, 가이아 유저셨구나.”
“오늘 서버 열리면 꼭 플레이해 보려고 캡슐도 새로 구매했거든요. 조금 이따가 온다고 하네요. 남편도 가이아 유저라서, 우리 애랑 다 같이 해 보려고요.”
한 가족이 다 같이 [가이아 온라인>을 즐긴다라.
보기 좋네.
내가 묵시룡을 클리어해야 하는 이유가 하나 더 늘었다.
“저만 믿고 계세요.”
“시아 님이라면 인성 빼고는 모두…… 앗! 죄송합니다.”
“엄마! 이 형 인성 안 좋아?”
“옛날에는 좀…….”
“그럼 지금도 나쁜 사람이야?”
“지금은 엄청 좋고 착한 분이셔.”
“엄마가 사람 쉽게 안 변한다면서.”
……크흠.
아무튼 나는 꼬맹이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어 주면서 물었다.
“꿈이 뭐야?”
그러자 소년이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
“프로게이머랑 미튜버! 꼭 둘 다 하고 싶어!”
“오! 굉장한데?”
“나도 형처럼 될 거야!”
나처럼 되는 게 과연 좋은 일일까?
잠시 생각해 봤다.
그러나 곧 그 생각을 깔끔하게 포기했다. 나처럼 되고 싶다는 애한테 굳이 무슨 말을 해 주겠어?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형아야! 오늘 파이팅!”
“시아 님, 파이팅이에요.”
“하하하…… 감사합니다.”
나에게 힘을 불어 넣어 준 그 모자는 곧 서로 장난을 치면서 차로부터 멀어져 갔다.
아침부터 뭔가 느낌이 좋다.
컨디션도 좋았고, 방금 전의 만남으로 기분도 좋아졌다.
많은 사람들이 저 어머니처럼 [가이아 온라인 클래식>을 기다리고 있을 테지.
그래.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 사람들을 위해서 화려하게 막을 올려 주는 것뿐.
부우우웅.
기분 좋은 엔진음이 들렸고, 나는 부지런히 운전을 해서 SD 코퍼레이션의 본사를 향해 달렸다.
6.
“거기! 거기! 생중계 준비는 다 끝나가?”
“촬영 장비 세팅도 전부 끝났고, 각 캡슐과의 연결도 끝났습니다.”
“40명 전원의 화면이 언제든지 다각도로 송출될 수 있어야만 해.”
“서버! 서버 담당자 어디 있어?”
“여기 있습니다!”
이곳은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평소에 여유로운 사내 분위기로 유명한 SD 코퍼레이션의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곳곳에서 고성이 오고 갔으며, 직원들은 쉬지도 못하고 뛰어다니고 있었다.
오늘은 묵시룡 레이드만 있는 게 아니라 대망의 서버 오픈까지 있는 날.
우리가 묵시룡을 참살하자마자 곧바로 서버를 열어야 했기 때문에 직원들이 멀쩡할 리가 없었다.
내가 알기로는 저 사람들 2주 전부터 회사에서 살고 있다던데…….
IT 업체의 안타까운 현실이라고 해야 할까?
“정신없다, 그지?”
그 와중에 가장 평화로워 보이는 건 역시 성수 형이었다.
성수 형은 본인 직원들이 분주하게 뛰어다니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흡족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다들 참 능력 좋아.”
“형이 지휘하셔야 하는 거 아니에요?”
“찬식아, 그런 말이 있다? 원래 리더는 그냥 가만히 있는 게 최고인 거야.”
“……아.”
“그리고 솔직히 이쪽 방면으로는 저 사람들이 전문가인데 내가 뭘 관여를 해? 난 그냥 기 좀 살려 주고, 월급 잘 주고. 그러면 되는 거지, 뭐.”
말은 그렇게 하지만 내가 알기로 SD 코퍼레이션 대부분의 기획의 시작이 성수 형인 걸로 안다.
겸손이라면 겸손일 수도 있겠네.
나는 씨익 미소를 지은 다음, 성수 형에게 넌지시 말했다.
“형은 [가이아 온라인 클래식> 플레이하실 거예요?”
“당연히 우리 회사 게임인데 일주일에 10시간 정도는 꼭 플레이해야지.”
SD 코퍼레이션에서 준비하고 있는 건 비단 [가이아 온라인 클래식>뿐만이 아니었다.
이걸 시작으로 그들의 이야기도 본격적으로 시작이 되는 셈이니까.
“우리가 지난번에 이벤트를 하나 했거든?”
“어떤 이벤트요?”
“[가이아 온라인 클래식> 결제 할인 이벤트. 먼저 1년 치 선결제를 한 유저들에게는 10%의 할인을 해 줬는데, 선결제를 해 준 유저들이 1억 명이야.”
원래 [가이아 온라인> 유저를 생각해 보면 적은 숫자이기는 하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이 프로젝트의 사업성에 대해서 대충 유추해 볼 수 있었다.
“슈퍼컴퓨터들의 유지비 정도는 번 셈이지. 아직 만족할 만한 흑자는 아니지만, 시간이 지나면 엄청난 흑자가 우리들에게 돌아올 거야.”
“그러니까 부담을 충분히 가지고 목숨 걸고 클리어하라는 거 아니에요.”
“정답! 바로 그거야. 역시 찬식이는 이해하는 속도가 빨라서 마음에 든다니까. 나중에 너 방송 망하면 우리 회사 들어올래? 이사 자리 줄게.”
“……그러다가 낙하산이라고 욕먹으면요?”
“나도 처음에는 그렇게 욕먹었어.”
“오케이! 사고 치면 바로 SD 코퍼레이션으로 도망쳐야겠다.”
SD 코퍼레이션의 이사라고?
장난인 건 알지만 기분이 참 좋군.
든든한 국밥 같은 보험이다. 이번 기회에 SD 코퍼레이션 측에도 엄청 예쁘게 보여야겠다.
그렇게 성수 형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사이, 묵시룡 레이드에 참여할 우리 공격대원들이 전부 모였다.
“한 달 동안 다들 고생 많으셨고, 오늘 가볍게 묵시룡을 끝내면 될 것 같습니다. 유종의 미만 잘 거두도록 하시죠.”
공격대장인 동수 형이 공격대원들에게 기분 좋게 말했다.
큰 걱정은 없다.
묵시룡은 결국 우리에게 사냥당할 것이고, [가이아 온라인 클래식>이 시작될 것이다.
그 사실을 의심하는 사람은 이 자리에 없었다.
“아, 맞다. 그리고 오늘부터 [가이아 온라인 클래식>이 열리면…… 정통 있는 ‘칸’ 길드에 꼭 가입 신청을…….”
저! 저! 저! 저!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의 포텐은 최상이다.
랭커 출신의 복귀 유저라면 그 어떤 길드에서도 탐을 낼 만한 인재.
이 와중에 작업을 치는 꼴을 더 이상 볼 수가 없었다.
나는 동수 형의 말을 끊으면서 치고 들어갔다.
“형님, 누님 들! 저도 길드를 만들 생각입니다.”
“막내가?”
“신선한 마스크가 필요할 때기는 하지.”
“막내야, 우리가 너희 길드 가면 정모 때마다 한우 사 주냐?”
“물론이죠, 형님.”
“……투뿔.”
“네?”
“나는 투뿔이라고!”
동수 형이 과감한 배팅을 시도한다. 동수 형의 반응에 나머지 공격대원들이 소리를 내어 웃는다.
의미 없는 농담 따 먹기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이건 동수 형이 자주 사용하는 방식이다.
농담을 주고받으면서 공격대원들의 긴장을 풀어 주고, 목표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방식.
물론 그 사이에 본인의 사심이 들어가 있지만 말이다.
“공격대분들! 접속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20분 뒤 온 에어.”
“SBC와의 송출 문제도 해결되었습니다!”
농담이 이어지는 와중에 벌써 시간이 다 된 것 같다.
직원들의 안내에 따라서 우리 공격대는 전부 캡슐로 접속했고, 곧 방송을 위해 새롭게 설정된 멘트들이 들려왔다.
[멸망한 세계를 되살리기 위한 그대들의 헌신에 찬사를 보낸다. 내 이름은 가이아, 이 대지의 어머니. 내 모든 힘을 다하여 그대들을 이 세계로 돌렸다.] [묵시룡을 베어 내라. 그리하면 멸망한 세계의 조각을 모아, 세계를 되살릴 수 있을지니.] [다시 한번 모든 희망이 그대들의 어깨에 달려 있다.]적당한 스토리 설명과 함께 곧 시야가 바뀌었고,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특수 지역에서 캐릭터가 스폰됩니다.] [플레이어 [시아>, 현재 당신의 위치는 [멸망의 문턱>입니다.]콰우우우우!
우리 공격대원들이 전부 스폰되자마자 곧 하늘에서 거대한 묵시룡이 우리를 향해 소리쳤다.
-크하하하! 나에게 밟혀 죽었던 버러지들이 돌아왔구나! 너희들이 돌아온다고 하더라도 달라질 건 없으리라!
저건 그저 안부 인사에 불과했다.
묵시룡과 상대하기 위해서는 녀석이 만들어 둔 던전을 전부 통과해야만 했으니까 말이다.
우리에게 거만하게 소리친 묵시룡의 모습이 곧 사라졌고, 나는 가볍게 숨을 뱉어 내면서 검을 움켜쥐었다.
적당한 긴장과 딱 맞는 그립감.
기분이 아주 좋다.
“다들 후딱 끝내고 밥이나 먹으러 갑시다.”
동수 형의 말과 함께 곧 내 눈앞에는 트위팟 스트리밍과 관련된 메시지들이 떠올랐다.
[방송을 시작합니다.] [방송 제목 : 바로 잡는 날] [5…… 4…… 3…… 2…… 1!] [송출을 시작합니다.]스트리밍이 시작됨과 동시에 채팅창이 폭발할 듯 내려가기 시작했다.
-캬!!!!
-드디어 보누!!!
-가이아 틀래식 빨리 열어 줘!
-묵시룡 꼬리곰탕 존맛탱구리 ㅇㅈ?
-아ㅋㅋ 젠장!! 믿고 있었다구!!!
살짝 흥분한 시청자들.
나는 그들을 향해서 비릿하게 웃어 주면서 말했다.
“닥치고 보기나 해. 내가 서버 열어 줄 거니까. 서버 딱 대.”
드디어 묵시룡 레이드가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