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illain is Too Good at Broadcasting RAW novel - Chapter (23)
8. 한반도의 참스승 (1)
1.
내 첫 배치 게임은 상대방이 22분경 항복을 하면서 아주 가볍게 끝났다.
3킬을 더 먹고 적의 탑 억제기까지 가볍게 밀어 버리자, 상대방은 발악이라도 하듯 한타를 걸어왔다.
물론 상대방은 4명이었다.
나를 상대했던 상대방의 탑 라이너가 탈주를 했기 때문이다.
마지막에 ‘우리 팀 정글 ㅆㅃ롬’이라고 시원하게 욕을 박고 나가더라.
탑신병자 영웅부터 시작해서 마지막 퇴장까지.
전형적인 탑 라이너의 퇴장이라고 볼 수 있었다.
아무튼, 게임이 끝나자마자 우리 성신이가 나에게 귓속말을 보내왔다.
친구로 설정되어 있던 덕분에 친절하게도 성신이의 아주 귀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일대일 안 잊고 있지?”
“오우, 물론이지.”
“욕 존나 처박고 싶었는데, 인 게임이라 참았어, 병신 새끼야. 마스터가 버스 태워 주면 그냥 아가리 싸물고 게임이나 할 것이지, 솔로 킬 좀 냈다고 왜 이렇게 나대냐? 병신 새끼, 너 X찐따지?”
맞다.
귓속말로는 저렇게 욕을 박을 수 있었지?
-성신이 존나 무섭네ㅋㅋㅋㅋㅋ
-ㄹㅇ 성신이 학교에서 일진인 거 아님?
-오빠! 나 너무 무서어!
-ㅋㅋㅋㅋㅋ지금 누구한테 저렇게 욕 박는 거냐?
-제에에엔장! 성신이! 믿고 있었다구!
시청자들은 성신이의 욕을 들으면서 웃고 자빠졌다.
나쁜 놈들.
내가 욕을 먹는 게 저리도 좋을까?
나는 성신이의 욕 세레나데를 들으면서 하품을 내뱉었다.
“성신아.”
“뭐, 병신아.”
“너 욕 좀 못한다?”
“뭐?”
“어머니나 아버지한테 가서 욕 좀 더 배워 와야 할 것 같아.”
“부모님? 패드립하네, 병신 새끼가.”
아, 그게 그렇게 들리니?
[‘상신고 이성신’ 님께서 당신을 사용자 설정 게임에 초대하셨습니다.]사용자 설정 게임.
기록에 남지는 않으나, 여러 가지 컨텐츠를 진행할 수 있게 해 주는 모드다.
성신이가 너무 화가 난 모양이다.
저렇게 흥분해서 초대를 보내오는 걸 보면 말이다.
나는 눈앞에 떠오른 초대 메시지를 바라보면서 웃음을 지었다.
“우리 성신이, 본캐 있다면서 왜 그걸로 초대 보내냐?”
“내가 너한테 본캐 왜 알려 줘야 함. 너 병신임?”
“성신이 귀여워.”
이 녀석을 어떻게 놀려 줘야 방송 각이 예쁘게 뽑히려나.
일단 초대부터 받자.
[‘상신고 이성신’ 님의 게임에 참여합니다.]내가 게임 초대를 받자, 성신이는 거친 목소리로 말을 이어 갔다.
“수도승 픽하고 미드로 쳐 와라. 수준 차이 보여 줄 테니까. 야, 그리고 방송 주소도 말해라. 하꼬 새끼, 한 명이라도 더 보게 해 줄게.”
“방송 주소 꼭 말해야 돼?”
“하꼬 새끼라서 존나 겁남? 그럴 거면 도대체 아가리 왜 털었어, 병신 새끼.”
“성신아, 고운 말 쓰면 안 될까? 시청자들이 너무 부담스러워해서…….”
“내가 알 바야? 그 X도 없는 시청자 왜 신경 씀. 어차피 곧 징징거리면서 방송 접을 텐데.”
성신이는 시간이 지날수록 아주 신나서 이빨을 털어 대기 시작했다.
요새 대한민국의 고등학생들이 이렇게나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을 줄은 몰랐다.
인 게임 채팅의 제한이 사라지자, 성신이는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날뛰고 있었다.
나는 그런 성신이의 음성을 들으면서 입술을 꽉 깨물었다.
-이 악물고 참아라.
-웃지 마. 웃으면 지는 거야.
-ㅋㅋㅋㅋㅋㅋㅋ성신좌 정신 제대로 못 차리게 욕 박아 넣네. 학교생활 좀 많이 힘든 듯.
-와ㅋㅋㅋㅋ이 새끼, 진짜 소름 돋는 새끼네. 일부러 연기하는 거 봐.
-우리악 진짜 소름 돋는다.
-이 시간에 이거 안 보고 있으면 인생 절반 손해 본 거다 ㅇㅈ?
‘전국고등학교교사협회’ 님께서 1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자라나는 새싹을 제발 바른길로 인도해 주세요.]나는 후원 메시지를 보자마자 잠시 게임 음성을 끈 다음, 웃음을 터뜨리면서 말했다.
“우리 성신이 게임에 목숨 거는 친군데, 오늘 제가 바른길로 이끌겠습니다. 걱정 마십쇼.”
아무리 방송신이 나를 여기까지 인도했다고 하나, 여기서 재미를 뽑아내는 건 온전한 나의 몫이었다.
수도승으로 미드를 오라는 건, 그만큼 피지컬에 자신이 있다는 뜻이다.
하긴 마스터를 찍은 놈이라면 그 정도의 자신감은 가지고 있을 것이다.
솔직히 마스터인 것도 믿을 수 없지만, 저렇게 신나게 아가리를 터는 걸 보면 본인의 플레이에 자신감은 있다는 소리였다.
아아, 기분이 너무 좋다.
우리 성신이가 이따가 어떤 표정을 지을까?
“바로 미드로 와라.”
성신이는 그렇게 말하면서 곧바로 게임을 시작시켰고, 로딩 화면이 눈앞을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잠시 후 전설의 협곡이 눈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나는 가볍게 몸을 움직이면서 스트리머 대시 보드를 확인했다.
현재 시청자는 3만 명.
아쉽게도 지난 방송만큼의 화력은 나오지 않는다만, 내가 LOS를 처음 해서 그런 면도 없잖아 있을 것이다.
아무래도 LOS 시청자들은 내 방송보다는 유명한 프로게이머들의 방송을 볼 테니 말이다.
물론 그건 오늘까지만이다.
이번 영상만 잘 뽑으면 한동안 LOS 시청자들에게도 임팩트를 충분히 줄 수 있을 터였다.
좋아.
우리 성신이 가지고 제대로 놀아 볼까.
2.
“성신아, 좀 제대로 해 봐. 그렇게 해서 어떻게 마스터 갔니? 나 스킬도 안 쓰고 있는데.”
“씨발, 너 헬퍼 쓰냐?”
“오우쉣, 헬퍼라니. 솔직히 좀 너무하지 않냐? 내가 헬퍼라고 생각해?”
성신이는 지금 아주 화가 난 상태다.
저걸 뭐라고 해야 할까, 플레이에 감정이 듬뿍 들어가 있다고 해야 하나?
성신이의 수도승이 내지른 발 차기는 매번 내 몸을 비껴갔다.
-그런데 생각보다 재능은 있네?
-자동 공격은 아님ㅋㅋ
-마스터 부캐는 맞는 것 같은데?
-야 ㅋㅋ 한 대만 좀 맞아 줘라.
-ㅠㅠ
-우리악 인성질 미쳤다.
시청자들은 성신이의 플레이를 보면서 살짝 감탄사를 내뱉고 있었다.
적재적소에 들어오는 평타.
자동 공격을 끈 모양인지, 공격의 패턴은 아주 다양했다.
“아직도 방송한다면서 헬퍼 쓰는 새끼들이 있었네. 씨발, 쓰레기 새끼. 너 방송 주소 빨리 말해 봐라. 못 까지?”
사용자 설정 게임은 공식 게임이 아니다.
그래서 인 게임 보이스를 통해서는 정지가 되지 않는다.
그걸 아주 잘 알고 있는 성신이는 거칠게 욕을 뱉어 내면서 자꾸만 허공에 발 차기를 시도한다.
나는 가볍게 발 차기를 피해 준 다음, 녀석의 복부에 정확하게 발 차기를 먹여 줬다.
“방송 주소 알려 줄 테니까 살짝 볼래?”
“빨리 까라.”
“트위팟에서 빨리 ‘샤’ 검색하고 들어와 봐. 내가 잠시 기다려 줄게.”
내 말에 성신이는 잠시 동작을 멈췄다.
곧바로 인터넷 창을 켜서 확인을 하려는 모양이었다.
그렇게 10초 뒤.
“씨발…… 뭐야?”
“내가 하꼬라서 그런지 사람이 별로 없다.”
“듣보잡 새끼 방송을 3만 명이나 본다고?”
자신만만하던 성신이의 표정이 무너지는 건 아주 순식간이었다.
성신이가 방송에 들어온 걸 확인한 시청자들이 너도나도 인사를 건네기 시작했다.
-성신이 안뇽.
-ㅋㅋㅋㅋ허세충 성신이 등판했누
-성신이 너무 기여워. 성신아 형이랑 같이 놀래?
-근데 어떻게 우리악을 모르냐 ㅋㅋ
-ㄴㄴ그런 애들 있음. 인방 안 보고 게임만 하는 진성 게임충들. 성신이 아마 그 과인 듯
-솔직히 LOS만 하는 애라면 잘 모를 수도 있지.
-아무리 그래도 리팻맨을 모른다는 게 말이 됨?
-나…… 10대인데……. 우리…… 동년배들…… 리팻맨…… 전부…… 안다~!
성신이의 접속을 환영하는 채팅들이 빠르게 화면을 가득 채웠다.
그 채팅창을 확인한 모양인지 성신이의 얼굴이 기괴하게 일그러졌다.
“우리 성신이 인기 엄청 많아. 그렇지?”
“씨발.”
“우리 성신이 입에 아주 걸레를 물었어, 걸레를.”
“X, X선비 방송을 뭐가 좋다고 보냐?”
원래 저런 놈들의 특징이 바로 저거다.
생각했던 것과 상황이 반대로 흘러가면 뇌가 정지해 버린다.
그리고 수많은 자기 합리화 속에서 어떻게든 상대방을 까 내리기 위해서 노력한다.
어떻게 보면 좀 불쌍하다.
게임에 미쳐 있는 애들 중에서 저런 반응을 보여 주는 애들이 꽤 있었다.
-???
-???
-저기요.
-걸레를 물었다구요? 우리악이 할 말은 아닌 것 같은데.
-근데 성신이 진짜 우리악이 어떤 사람인지 잘 모르나 보네. 집에 인터넷 안 되나?
-인터넷 안 되면 게임을 할 수 있겠냐 병신아ㅋㅋ
나는 채팅창을 여유롭게 살피면서 슬쩍 성신이를 쳐다보았다.
“성신아, 본캐 뭐라고 그랬지?”
“내, 내가 왜 알려 줘야 되냐?”
“말은 또 왜 더듬어. 내가 너한테 혹시 거칠게 대하거나, 욕을 했니? 나 진짜 너 귀여워서 물어보는 거야.”
“X……까.”
“형이 봐주는 데도 한계가 있다. 말 예쁘게 해. 알겠지?”
부우우웅.
성신이는 욕을 내뱉으면서도 열심히 나에 대한 공격을 이어 오는 중이었다.
하지만.
“어림도 없지!”
내가 막무가내로 휘두르는 공격에 당해 줄 리가 있나.
지금까지 2분 내내 성신이가 나를 일방적으로 공격했음에도, 내 체력은 여전히 풀피였다.
AOS가 아니라 대전 격투 게임을 하는 기분이다.
원래 일대일 미드빵이 이런 느낌이긴 하지만 말이다.
“개새끼.”
내가 마지막 경고를 해 줬음에도 성신이는 마침내 선을 넘고야 말했다.
나는 슬쩍 성신이의 눈을 바라보면서 웃음을 지어줬다.
“성신아.”
“뭐 씨…….”
“형이 니 아가리 찢어 줄까? 형이 좋게 좋게 말하니까 말 X같이 들리지?”
순간 성신이가 공격을 멈추고 나를 바라보았다.
그러더니 잘되었다는 식으로 비웃으며 나에게 말했다.
“방금 나한테 욕했지?”
“더 해 줘? X고딩 새끼야?”
“이거 영상 클립 따서 커뮤니티 곳곳에 올려 줄 테니까 각오해라. 방송 망하게 해 줄게, 쓰레기 같은 새끼야.”
“크흐흐흐흡.”
마침내 터져 나온 성신이의 명대사에 나는 끝내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추신아ㅠㅠㅠ 성해ㅜㅜ
-세계 정부의 심판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미쳤다.
-야! 빨리 성신이한테 사과해! 성신이가 저격글 올린다잖아ㅋㅋㅋㅋㅋ
-아, 성신이 너무 귀여운 거 아니냐?
그 덕분에 영상 클립 각도 아주 예쁘게 잡혔다.
시청자들은 성신이의 대사를 들으면서 폭소를 금치 못했고, 그건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나는 한참 동안 웃은 후에, 천천히 성신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면서 말했다.
“성신아.”
“사과해도 늦었다, 병신아. 스트리머면 혓바닥을 잘 놀려야지. 3만 명이 보고 있…….”
“올려. 마음껏 올려. 곳곳에 다 올려. 막 트게더에도 올리고, 인벤토리 같은데도 다 올려.”
[선취점을 달성했습니다.]성신이의 수도승을 가볍게 끝낸 다음, 나는 쓰러진 수도승의 가슴에 다리를 올리면서 기분 좋게 말했다.
“성신아, 형이 한마디만 딱 조언해 줄게. 인성이 쓰레기면, 나처럼 게임이라도 잘하든가. 응? 고등학생 마스터면 게임을 좀 한 것 같은데, 혹시 프로 지망생은 아니지?”
어?
방금 성신이 몸이 움찔거렸다.
나는 피식 웃음을 지으면서 말했다.
“형이 나이 똥꼬로 먹어서 이러는 거니까, 착한 우리 성신이가 이해해라.”
“진, 진짜 글 올릴 거야!”
성신이의 귀여운 마지막 발악.
그 말에 조용히 귀에 입을 가져다 댄 후, 나지막한 목소리로 속삭여 줬다.
“형이 원래 다른 게임에서도 인성 개쓰레기로 유명하거든. 얼마든지 올려 줘. 아, 한 번 더 해 줄까? 이거 녹음해라.”
숨을 잠시 내뱉은 다음, 아주 또박또박한 목소리로 다시 한번 속삭여 줬다.
“X. 고. 딩. 새. 끼. 야.”
[‘상신고 이성신’ 님께서 게임을 종료하셨습니다.]아, 내가 좀 너무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