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illain is Too Good at Broadcasting RAW novel - Chapter (29)
10. 악질단 (1)
1.
방송을 시작한 지 벌써 일주일째.
나는 오늘도 상쾌한 아침을 맞이하며 기분 좋게 침대에서 일어났다.
시간은 오전 10시.
어제의 방송은 좀 일찍 종료한 덕분에 딱히 피곤하지는 않았다.
[샤 님! 저 이제 곧 도착합니다. 너무 기대되고 떨리네요!>스마트폰을 확인해 보니 누군가로부터 까톡이 하나 도착해 있었다.
오늘 내가 이렇게 일찍 일어난 이유.
그것은 바로 앞으로 내 영상의 편집을 맡아 줄 편집자 후보와의 면접이 있었기 때문이다.
원래는 치킨박스에서 전문 편집자를 소개해 주려고 했지만, 오늘 우리 집 앞까지 찾아오는 이 편집자는 좀 별개의 루트를 통해서 접선해 왔다.
-걔 진성 악질단이더라. 내 영상도 가끔씩 편집해 주는 놈인데, 인성 빼고는 진짜 완벽해.
그 ‘루트’는 바로 동수 형을 통한 루트.
정확히는 동수 형이 평소에 알고 지내던 동영상 편집자라고 하는데, 동수 형의 레전드 영상 대부분에 관여했을 정도로 좋은 실력을 지닌 친구라고 한다.
다만,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건 ‘인성’이라는 단어였다.
진성 악질단이라…….
까톡이나 전화로 상대했을 때는 참 얌전한 사람이다, 싶은 느낌을 받았다.
목소리도 정중했고, 최대한 감정을 자제하는 투의 말투를 구사하던데.
뭐, 사람이란 게 원래 직접 만나 봐야 아는 일이다.
나는 그 사람에게 답장을 해 준 다음, 화장실로 가 세안 정도만 깨끗하게 했다.
남자 보러 나가는데 굳이 깔끔하게 갈 필요도 없지.
세안을 끝낸 후, 얇은 후드 티만 가볍게 걸친 상태로 밖으로 나섰다.
주말 동안 비가 와서 그런지 날씨가 꽤나 선선하다.
슬슬 다양한 야방 컨텐츠도 구상하기 괜찮은 날씨라고 해야 할까?
물론, 어디까지나 내 코어 컨텐츠는 게임 방송이지만 말이지.
그렇게 나는 여유롭게 집 앞 공원에 심어진 나무들을 바라보면서 목적지에 도착했다.
띠리링.
카페의 문을 열고 들어가자 시원한 에어컨 바람이 내 얼굴에 맞닿았다.
그래, 역시 에어컨이지.
야방은 무슨, 실내 방송이 최고다.
“여기입니다!”
내가 카페에 들어가서 주위를 두리번거리자, 캐주얼하게 옷을 입은 한 젊은 남성이 손을 들었다.
나는 생각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이미지에 당황하면서 천천히 그에게 다가갔다.
“안녕하세요.”
“아이스 아메리카노 미리 주문해 뒀습니다, 샤 님.”
“어후, 제가 이것만 마시는 거 어떻게 아시고…….”
“찬식 님 방송은 꾸준하게 챙겨 봤거든요.”
“제가 사 드려야 하는데 죄송해서 어쩌죠?”
“현실 도네라고 생각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현실 도네라.
기분은 좋은 단어다.
목이 살짝 마른 상태였기 때문에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크게 빨아 마신 후, 천천히 그를 바라보았다.
“그…….”
“제 이름은 성우현이라고 합니다. 올해로 스물두 살이니, 말씀 편하게 하셔도 됩니다.”
“스물두 살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나이가 훨씬 어리다.
원래는 20대 중반 정도의 편집자를 구하려고 했다. 이유야 당연히 군대 때문이다.
기껏 편집자를 구했는데, 군대에 가 버리면 또 구해야 하지 않는가?
그러나 나는 곧 이어진 우현 씨의 말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저 미국 시민권자거든요. 군대는 걱정 안 하셔도 좋습니다.”
……부러우면 지는 거다.
누구는 병역법 강화되면서 의도치 않게 입대했었는데 말이야.
젠장!
아무튼 자격 요건 하나는 만족했고.
“제 포트폴리오는 미리 동수 형으로부터 들으셨나요?”
“충분히 확인하고 왔습니다.”
“다행이네요! 원하신다면 보여 드리려고 준비 다 해 뒀는데, 딱히 필요는 없겠네요?”
우현 씨는 그렇게 말하면서 손에 들고 있던 태블릿 PC를 옆으로 밀어 냈다.
그러더니 곧 눈빛을 빛내면서 나를 바라보았다.
“제가 샤 님에 대해서 처음 알게 된 건 그 AOA 튜토리얼 영상이었죠. 그거 편집, 제가 했거든요.”
동수 형과의 합동 방송을 했을 때 찍었던 튜토리얼 영상.
동수 형의 편집자가 손을 본 후, 동수 형의 미튜브로 올라갔다는 이야기는 들었다.
내가 미튜브는 요새 자주 안 봐서 잘 몰랐는데, 하루가 다르게 조회수가 올라가고 있다고 하던가?
그래서 내 방송에도 미튜브 보고 유입되었다는 사람들이 꽤 많다.
물론 그들 중 대부분은 흔히 말하는 ‘유입 빌런’이겠지만 말이다.
“샤 님이 방송하면 제가 꼭 담당 편집자를 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샤 님의 방송은 제가 추구하는 바와 정확하게 일치하거든요.”
솔직히 유해, 불건전한 방송을 추구하는 내 컨셉을 잘 살려 줄 만한 편집자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가장 좋은 방법은, 최대한 그런 분위기에 익숙한 편집자를 고용하는 것.
우현 씨의 눈빛을 보니 조금씩 믿음이 생기기 시작했다.
저 눈빛, 제대로 미치지 않고서는 나오기 힘든 눈빛이다. 내 방송 이야기를 할 때마다 열성적인 에너지를 마음껏 내뿜는 중이었다.
“최대한 자연스러운 맛이 보존되도록 열심히 노력해 보겠습니다. 샤 님도 원하시는 게 바로 그런 쪽 아닌가요?”
“미튜브에서 노란 딱지만 안 붙을 정도로 편집이 될까요?”
노란 딱지는 미튜브가 지니고 있는 간단한 검열 제도라고 볼 수 있다.
주로 분쟁을 일으킬 만한 영상이나 문제 제기가 될 영상에 붙는 편인데, 문제는 저 노란 딱지가 붙어 버리면 그 영상을 통해서 수익을 발생시키지 못한다는 점이다.
게다가 내 방송의 컨셉상 그런 자극적인 컨텐츠가 생산될 확률이 아주 높았다.
그러나 우현 씨는 내가 그 말을 꺼내기를 기다리기라도 한 모양이다.
내 질문에 활짝 웃으면서 대답했다.
“요새 미튜브 노란 딱지를 붙이는 AI봇이 좀 진화하긴 했는데, 크게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그는 본인 앞에 놓여 있는 체리에이드를 한 모금 마신 후, 사악한 미소를 지으면서 말을 맺었다.
“그쪽은 제가 또 전문이거든요. 제가 원래 선 타는 걸 좋아하는 편이라…… 샤 님도 마찬가지 아닌가요? 뭔가 스릴이 넘치잖아요?”
“그렇다면?”
“신고 안 당할 만한 경계선에서 재밌게 놀아 봐야죠. 아마 샤 님도 그쪽을 원하실 것 같은데, 잘못 생각했나요? 아, 그리고 수익이 제대로 발생하기 전까지는 무료로…….”
“합격.”
무조건 합격.
악질에, 악질을 위한, 악질에 의한.
그렇게 악튜브의 탄생이 결정되었다.
2.
우현 씨와의 만남이 생산적으로 끝난 후, 나는 곧바로 사우나로 가서 몸을 씻었다.
그러고 집으로 돌아와 최대한 단정한 복장으로 갈아입었다.
“진혁아, 준비 다 했냐?”
“어, 형.”
“동수 형 거의 다 왔다는데.”
오늘은 방송을 좀 늦게 켤 예정이었다.
왜냐하면 오늘은 2주 뒤부터 진행될 트위팟 주최 ‘스트리머 LOS 멸망전’의 팀 추첨식이 있는 날이기 때문이다.
사실, 이미 대부분의 스트리머들이 미리 팀을 정해 둔 상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추첨식을 진행하는 이유는 따로 존재한다.
많은 스트리머들이 모여서 친목을 다지고, 여차하면 합방 컨텐츠까지!
개성 넘치는 스트리머들이 한자리에 모일 기회는 그리 많지 않다.
이럴 때나 뭉치는 거지.
나는 오늘 트위팟 측으로부터 정식으로 참가 초청을 받았고, 스트리머의 자격으로 멸망전에 참석하는 셈이었다.
“얘들아.”
“어? 형 오늘 차는 안 타고 오셨어요?”
동수 형은 택시를 타고 등장했다.
평소에 그가 그렇게 자랑하는 페라리는 어디다 버려두고 온 건지, 택시의 창문을 내리면서 손을 흔들고 있었다.
“오늘 추첨 끝나고 술 마시잖아? 굳이 차 가져가 봤자 불편하기만 하지.”
“술요?”
“어, 아까 형이 말 안 해 줬나? 치킨박스 애들이랑 회식하기로 했잖아.”
“말씀 안 해 주셨는데요.”
“지금이라도 알았으면 된 거지. 빨리 타기나 해. 조금 있으면 막힐 시간이니까.”
참 대책 없는 사람인 것 같기도 하다.
어쨌든 우리는 동수 형과 함께 택시를 탄 다음, 신도림에 위치한 한 행사장으로 향했다.
택시를 타고 한 20분 정도 갔을까?
우리는 준비가 한창인 행사장에 도착했고, 곧 미리 나와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던 성재 씨를 만날 수 있었다.
“오, 찬식 씨.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성재 씨는 나를 보자마자 다가오더니 손을 건네면서 웃음을 지었다.
“그저께 진행하신 합동 팀랭 되게 재밌게 봤습니다. 아, 혹시 그 나영 씨라는 분, 방송 데뷔하실 생각 없으시답니까?”
“딱히 없으신 것 같던데요?”
“아쉽군요. 치킨박스에서 연속으로 초대형 신인을 배출하면 딱 좋을 텐데.”
나영 씨의 이야기가 나올 줄 알았다.
성재 씨는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시면서 우리를 데리고 행사장 안으로 향했다.
행사장 안은 1시간 뒤에 시작될 추첨식으로 인해 상당히 정신이 없었다.
우리처럼 미리 도착한 스트리머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고, 트위팟 관계자로 보이는 사람들도 스트리머 틈에 섞여서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었다.
동수 형은 그들을 바라보면서 나에게 슬쩍 말했다.
“저기 저 남자 보이냐? 파란색 스트라이프 셔츠 입은 남자.”
“예.”
“저 사람이 잭슨 오라고, 꽤 유명한 트위팟 직원이야.”
잭슨 오?
한국계 미국인인가?
“재미 교포 출신이지. 참고로 형은 개인적으로 싫어하는 사람이다.”
“왜요?”
“저 사람은 좀 불편해. 너도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될 거다. 너와는 관계없는 일이겠지만, 진혁이는 대충 알고 있을걸.”
그 말에 나는 슬쩍 진혁이를 쳐다보았다.
진혁이는 그 잭슨 오 라는 직원을 인상을 찌푸리면서 쳐다보는 중이었다.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하는 진혁이가 저렇게 불쾌감을 표한다는 건, 그만한 이유가 있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시청자 숫자대로 사람 차별하는 놈이야.”
“……음, 트위팟 관계자면 그럴 수 있지 않을까? 시청자 수가 실적인데.”
“아니, 저 새끼는 좀 달라. 아주 그냥 왕 노릇을 한다니까? 아, 이쪽으로 온다.”
진혁이가 명백히 적대감을 드러내는 사이, 그 문제의 ‘잭슨 오’는 우리를 향해 다가왔다.
그러더니 가장 먼저 나에게 손을 내밀면서 부드럽게 인사말을 건넸다.
“스트리머 샤 님이시죠? 방송 즐겁게 보고 있습니다.”
“샤입니다.”
“하하, 제가 이번에 샤 님을 반드시 멸망전에 참가시켜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했거든요. 이렇게 와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잭슨 오는 사람 좋아 보이는 웃음을 지으면서 나에게 인사를 건넨 후, 옆에 있던 동수 형과 진혁이에게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두 분도 오셨군요.”
잭슨 오가 나머지 둘에게도 인사를 건네려 할 때, 뒤에서 가만히 상황을 지켜보던 성재 씨가 빠르게 치고 나가면서 말했다.
“하하, 잭슨 씨.”
“오, 성재 님.”
“따로 이야기를 나눌 게 있지 않나요? 지난번에 했던 이야기 말인데요, 여기는 좀 그러니 다른 곳에 가서 계속하시죠.”
누가 보더라도 일부러 데리고 나가는 뉘앙스가 물씬 풍겨 왔다.
잭슨 오는 동수 형과 진혁이를 슬쩍 쳐다본 다음, 피식 웃음을 지으면서 성재 씨와 따라나섰다.
동수 형은 멀리 사라지는 잭슨 오를 바라보면서 이를 부드득 간 다음, 나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치킨박스와는 사이가 꽤 안 좋은 운영자야.”
“왜요?”
“지난번에 우리 소속 스트리머 하나가 트위팟 파트너 계약이 해제된 적이 있거든. 이야기하자면 좀 길다. 나중에 술 마시면서 해 줄게.”
그는 그렇게 말하며 스트리머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나는 동수 형의 뒤를 따라가며 슬쩍 주위를 둘러봤다.
스트리머들도 친한 사람들끼리 잘 뭉쳐 있는 모습이었다.
그중에는 내가 군인 시절 때 자주 봤었던 스트리머들도 포함되어 있었는데, 그들을 이렇게 직접 보니 감회가 꽤 새로웠다.
“찬식아, 네 자리도 이제 이곳이다.”
동수 형은 그런 내 표정을 살피면서 등을 두드려 주었다.
“꺄! 찬식아.”
“우리 찬식이 왔니?”
우리에게 배정된 좌석에 도착하자, 미리 우리를 기다리고 있던 세린 누나와 유선 누나가 반갑게 우리를 맞이해 주었다.
“다들 잘 지내셨죠?”
“당연하지!”
“너 최근에 방송한 거 있잖아, 거기에 나왔던 그 여성 게스트는 어떻게 된 거야? 혹시 둘이 사귀는 거야?”
“예?”
“원래 세린이가 우결무새라서 그래. 무시하렴.”
“언니!”
그렇게 두 누님들이 호들갑을 떨면서 나를 반겨 주자, 주변에 있던 스트리머 몇몇 분이 우리에게 다가와서 호기심을 보였다.
“이분은 뉴 페이스인 것 같으신데?”
“어디서 많이 뵌 얼굴인데, 어디서 뵀지?”
스트리머들 중에서는 다른 분들의 방송을 안 보는 사람도 꽤 되는 편이긴 하다.
아무리 내가 유명해졌다고 한들, 기껏해야 방송 경력 1주밖에 안 되는 신인이다.
기존의 스트리머들이라면 모를 수도 있지.
나는 그들을 향해서 가볍게 고개를 숙이면서 인사를 건넸다.
“신입 스트리머 샤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그러자.
“……샤?”
“그…… 악질단…… 단장님?”
순식간에 스트리머들의 표정이 경직되었다.
도대체 그동안 악질단들이 얼마나 날뛰었으면 반응들이 저럴까?
아무래도 오늘 하루는 꽤 험난할 것으로 보였다.
이것 또한 내 업보가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