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illain is Too Good at Broadcasting RAW novel - Chapter (38)
13. 공한증 (1)
1.
중국인은 아주 많은 곳에서 부정적인 이미지를 지니고 있다. 특히, 게임계에서는 더더욱 그랬다.
PC 버전 때부터 내려오는 흉악한 소문들.
그리고 그 소문들의 대부분은 진실이었다.
핵, 작업장 등등.
게임사에서 제재하는 거의 모든 불법에 관련이 되어 있으며, 심지어 몇몇 게임은 중국인들에 의해 점령되어 서서히 멸망의 길로 들어서기도 했다.
그래서 몇몇 게임사는 게임을 출시할 때 일부러 지역락, 즉 중국 회선 접속 금지를 설정하는 경우도 있을 정도였다.
한국인들이 게임 내에서 중국인들에게 품는 감정이 부정적인 건 어찌 보면 당연하다고 볼 수 있었다.
그건 애국심의 영역과는 살짝 다른 부분이다.
그냥, 중국인이기 때문에 싫어하는 거다.
게다가 리그 오브 스톰에서는 아주 오래전부터 라이벌 관계가 형성되어 있기도 했다.
한국과 중국 프로 리그 팀은 아주 오랫동안 왕좌를 두고 싸워 왔으니 말이다.
작년에 열렸던 리그 오브 스톰 월드 챔피언십에서도 중국 팀이 우승했고, 한국 팀이 준우승을 했었다.
물론 그 중국 팀의 주축을 이룬 프로게이머들이 한국인이었지만 말이다.
아무튼 내가 건드린 Smg는 순혈 중국인 원딜러로서 수많은 팬들을 거느리고 있는 유명인이었다.
그런 존재를 내가 대놓고 건드렸으니, 시청자들의 반응이 뜨거울 수밖에.
-조만간 중국인들이 도끼 들고 님네 집 앞 쳐들어갈 듯ㅋㅋㅋ
-한국어도 못하면서 제발 한국섭 그만 좀 처했으면 좋겠다. 쓰레기 같은 짱개 새끼들.
-착짱죽짱?
-ㅋㅋㅋㅋ
-선 넘지 마세요. 중국인 비하하는 건 인종차별입니다.
-인종차별은 무슨ㅋㅋㅋ 저 새끼가 전적 보니까 6판 내리 트롤 중임. 프로게이머란 새끼가 남의 서버 와서 저딴 식으로 하는데 화 안 남?
여론은 Smg를 향해 끊임없이 분노를 내뿜는 중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저 녀석이 작년 중국에서 열렸던 월드 챔피언십을 우승하고 했던 인터뷰가 있었기 때문이다.
뭐, 한국인은 가상현실 게임에서 중국인을 이길 수 없다고 했던가?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그때만 하더라도 그 팀 우승의 주역이었던 프로게이머들은 한국인이었으니까.
물론 지금 녀석이 속해 있는 프로 팀 [엠페러>는 5명 전부 중국인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이번 시즌 압도적으로 1등을 기록한 후, 올해 월드 챔피언십에 진출했다고 들었다.
저 녀석이 한국 서버를 하는 이유도 뻔했다.
월드 챔피언십이 올해 한국에서 열리니까.
전지훈련차 미리 게임을 즐기고 있는 것이다.
시청자들의 반응을 보니 이번 게임 말고, 이전 게임들에서도 저런 행태를 보여 줬다고 한다.
프로게이머가 트롤을 한다라…….
한국 프로게이머였으면 상상도 못 했을 일인데 말이야.
아무튼 그 판은 내 채팅을 본 Smg가 끊임없이 적에게 따여 주면서 15분 항복으로 게임을 마무리 지었다.
날 차단한 모양인지 Smg는 타이완 넘버 원 이후로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끊임없이 죽어 줬다.
양심도 없는 놈이 속마저도 좁은 모양이다.
-조금 있으면 우리악 중국에서도 먹힐 듯.
-Smg 지금 중국 희야 티비에서 방송 중이던데?
-속보)Smg, 우리악 보면 일방적 트롤 선언!
-ㅋㅋㅋㅋ지네 나라 아니라고 걍 게임 막하려나 보네. 수준 진짜 알 만하다.
중국어를 대충 할 줄 아는 몇몇 시청자들이 채팅창에 열심히 소식을 퍼 나르면서 정보를 전해 왔다.
날 만나면 일방적으로 트롤을 한다라.
그 채팅을 함께 보고 있던 성신이가 나를 향해 조심스럽게 물었다.
“큐를 좀 거르고 시작할까요, 형?”
나는 성신이의 말에 인상을 팍 쓰면서 대답했다.
“성신아, 지금 그게 이 시국에 할 말이냐?”
“……형, 저 점수 올려야 해요.”
“바로 큐 돌려. 이번엔 형이 원딜 포지션으로 돌릴 거니까. 그러면 걔 팀으로 만날 확률 적잖아?”
“Smg 세계 최정상급 원딜인데, 형 원딜 한 판도 안 해 보셨…….”
“닥치고 돌려.”
“예.”
내 말에 성신이는 마지못해 게임을 돌렸고, 곧 매칭이 잡혔다.
간단한 픽밴 과정 이후, 나는 [방랑자>를 선택하면서 곧바로 게임 내로 들어갔다.
먼 옛날에는 원딜 포지션에 이런 비원딜 영웅이 오는 걸 트롤이라 생각했지만, 지금은 꽤 많이 바뀌었다.
특히, 가상현실 버전에 들어서게 되면서 오히려 비원딜 영웅이 바텀에 등장하는 경우가 잦아졌다.
왜냐면 근접 영웅들이 더 싸우기 편하기 때문이다.
원딜 영웅들은 싸움 내내 적에게 공격을 적중시키는 데 집중해야 하기 때문에, 피로도가 상당히 쌓인다.
그에 반해 근접 영웅들의 공격은 어지간하면 회피할 수 없었으니, 난이도 차이가 날 수밖에 없었다.
물론 원딜 영웅을 잘만 컨트롤한다면 PC 버전 때보다 더한 파괴력을 거둘 수 있지만 말이다.
게임이 시작되자 나는 곧바로 인게임 보이스를 활성화시켰고, 나와 함께 바텀에 가게 될 서포터가 이상하게 느글거리는 목소리로 나에게 말했다.
“우리악과 함께 바텀이라니…… 시키는 대로 다 하겠습니다. 형님, 저도 형님 방송 켜고 있는데, 저한테도 욕 한번 박아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친절하게도 우리 팀의 서포터는 내가 [방랑자>를 픽하자 그에 맞춰서 [광우>라는 영웅을 선택해 줬다.
라인전 자체는 힘들어지겠지만, 한타 때의 파괴력을 높여 주려는 생각이었을 것이다.
나는 내 서포터를 향해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방송 켜고 있는 거 맞지?”
그러자 녀석이 눈빛을 빛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놈들을 워낙 많이 만나면서 올라와서, 딱히 어색하지도 않았다.
왼쪽 눈을 감으면서 인게임 보이스를 끈 다음, 기분 좋게 서포터에게 말했다.
“넌 이제부터 그냥 한낱 도구 새끼야. 도구 새끼면 도구 새끼답게 내가 시키는 대로 해. 핥으라면 핥고, 뒈지라면 뒈지고. 알겠지?”
몇 초 뒤,
서포터는 만족스럽다는 듯 웃음을 지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곧 우리들은 전설의 협곡으로 이동되었고, 곧 상대편의 닉네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나는 가장 먼저 상대방의 원딜러의 닉네임을 확인했다. 그리고 입꼬리를 올리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나이스.”
[한국말할줄모르는사람>Smg의 닉네임.
저격에 성공했다.
나와 함께 그 닉네임을 확인한 시청자들이 후원과 채팅을 쏟아 냈다.
끊임없이 올라가는 텍스트 속에서 가장 눈길을 끌었던 건, 꽤 익숙한 닉네임을 가지고 있는 시청자였다.
‘국뽕미션맨’ 님께서 1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ㅋㅋ이럴 때 바로 미션이 제맛이지. 이번 판 승리 시 50만 원에, 1킬당 5만 원. ㄱㄱ?]지난번 [사무라이 워즈>를 플레이했을 때, 나에게 가장 많은 후원을 해 줬던 시청자.
그때 합쳐서 총 500만 원은 넘게 후원해 줬던 걸로 기억한다.
어디 사는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나에게 아주 소중한 고객님이라고 할 수 있었다.
나는 그 후원을 확인하면서 크게 웃음을 지었다.
“여부가 있겠습니까?”
이미 내 모든 반응은 방송으로 공개되고 있는 상황.
이제 와서 국뽕 코인에 탑승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저 건방진 중국인을 참교육해 줄 시간이 찾아왔다.
2.
리그 오브 스톰의 바텀 라인전은 영웅 간의 상성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원딜과 서폿의 호흡이었다.
채팅을 보아하니 이번에는 Smg가 본인의 프로게이머 서포터와 함께 큐를 돌렸다고 한다.
즉, 상대방의 바텀 라인은 팀 엠페러의 봇 듀오.
월드 챔피언십 우승을 노린다는, 자칭 세계 최강의 봇 듀오였다.
적 팀의 라인업을 본 내 서포터가 두렵다는 듯이 말했다.
“형님, 저 시청자들이 4만 명이라서 떨리는데, 거기에 상대방이 프로게이머 듀오라니요. 저게 말이나 됩니까?”
내 서포터는 참 말이 많은 놈인 모양이다.
녀석은 바텀으로 향하는 내내 나를 바라보면서 뜨거운 눈빛과 함께 쉴 새 없이 입을 털고 있는 중이었다.
그걸 아예 이해 못 하는 건 아니다.
4만 명의 시청자가 본인의 플레이를 지켜보고 있다는데, 부담을 안 가질 놈이 존재할까?
하지만 내 서포터는 뭔가 이상한 놈이었다.
“잔뜩 흥분됩니다. 형님과 그 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 기분입니다.”
“야.”
“예!”
“저격이냐?”
“당연한 거 아니겠습니까, 형님? 저 이래 보여도 챌린저 서폿입니다! 일부러 형님 저격하려고 부캐로 돌린 겁니다, 크흐흐.”
자랑이다 아주.
그래도 듣던 중 반가운 소리구나.
챌린저 출신 서폿이라면 상당히 쓸 만한 도구일 것이다.
-아무리 챌린저 서폿이라도 프로게이머 듀오 상대로는 좀…….
-우리악 멸망전이랑 스크림할 때 못 봄? 상위권 프로게이머들 상대로 오히려 압도했었음.
-탑이랑 바텀이 같냐 ㅋㅋ
-게다가 쟤네는 작년 월챔 우승했던 봇 듀오인데. 아무리 그래도 그건 좀ㅎㅎ
시청자들은 대부분 이번 판은 힘들지 않겠냐는 말을 내뱉는 중이었다.
탑이랑 바텀은 상당히 다른 라인이니까.
그러나 나는 그 채팅창을 바라보면서 슬쩍 한마디 내뱉었다.
“게임 이야기할 거면 니들 이름 앞에다가 티어 붙이고 말하자, 얘들아.”
-$아3)아ㅋㅋ그거 할 줄은 암?
-아1)내가 봤을 때 바텀 총합 10데스 기록하고 서렌침 ㅅㄱ
-진짜 시청자들 절반 이상은 아이언인가 보네ㅋㅋ
-왜 니는 아닌 척함
-라인전 상성은 저쪽이 더 유리하지 않아?
내 말에 시청자들 몇몇이 발끈했지만, 그러라고 한 말이다.
“입 닥치고 게임이나 보라는 거야.”
바텀에 도착하자 그곳에는 적의 바텀 듀오가 미리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녀석들의 조합은 상대방이 누구든 안정적으로 대응이 가능한 [서리 궁수>와 [빙하의 방패>였다.
저 조합은 밸런스가 좋고 상성을 가리지 않았다. 실력의 격차만 있다면 무난히 상대방을 잡아먹을 수 있는 조합이기도 했다.
나는 그 둘을 바라보면서 가볍게 인사를 건넸다.
한국말로 시비를 걸면 못 알아들을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에, 친절하게 영어로 말을 걸어 줬다.
“헤이, 타이완 No.1, 차이나 No.99. 오케이?”
그러자 나를 노려보고 있던 두 중국인의 표정이 크게 일그러졌다.
내 딴에는 잘 겨뤄 보자는 의미가 담긴 말이었다.
그러나 곧 녀석들은 아주 심각한 얼굴로 라인전에 돌입했다.
푸슈우우욱!
Smg가 쏘아 대는 화살이 우리를 견제하기 시작했다.
“형님! 진입각이 딱히 안 보입니다. 적이 거리 조절을 너무 잘해요.”
우리 팀의 서포터는 힘들다는 듯 칭얼거리면서 나에게 말했다.
실제로 녀석의 피는 벌써 반피나 빠진 상황이다.
나는 서포터가 자꾸 징징거리자, 명쾌한 해결안을 알려 줬다.
“2레벨 찍자마자 그냥 박아.”
“형님, 저 체력 관리 안 되어 있는데요?”
“도구 새끼가 왜 그렇게 말이 많냐? 내가 시키면 그냥 시키는 대로 해.”
내가 한마디 박아 주자 녀석은 고개를 끄덕거리더니, 2레벨을 찍자마자 곧바로 본인의 스킬을 사용하면서 적들에게 파고들어 갔다.
영웅 [광우>가 지닌 스킬은 일정 범위 내에 있는 적 영웅들을 높이 띄워 올린다.
하지만 상대방의 반응 속도에 따라서 회피할 수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포터는 가차 없이 적들에게 대가리를 박아 버렸다.
아주 충실한 도구라고 할 수 있었다.
정말 시키는 대로 해 줄 줄이야.
Smg의 [서리 궁수>는 곧장 광우의 스킬에 반응하면서 회피했다.
세계 최강을 칭하는 원딜러다운 모습이었다.
[적군이 선취점을 달성했습니다.]“형님?”
“어어, 그래. 잘했다.”
우리 팀의 [광우>가 속절없이 적의 화살에 꿰뚫리며 사망했다.
적 팀의 Smg가 첫 킬을 가져갔고, 녀석들은 그 기세를 살려 곧장 나를 향해 달려들었다.
부우우우웅!
[광우>를 잡는 데 스킬을 모두 소진한 녀석들이 나까지 잡기 위해서 거칠게 달려들었다.적의 화살과 방패가 아슬아슬한 차이로 내 몸을 스쳐 지나갔고, 적들은 곧장 나를 향해 협공을 취하기 시작했다.
2 대 1의 불리한 상황.
그러나 나는 여유롭게 검을 휘두르면서 적의 모든 공격을 막아 냈고, 곧 천천히 웃음을 지으면서 둘을 노려보았다.
이 리그 오브 스톰이라는 게임은 차라리 PC 버전일 때가 밸런스가 좋았던 것 같다.
왜냐고?
애초에 평타마저 피할 수 있는 게임에서, 도대체 호흡이 뭐가 중요하고, 전략이 뭐가 중요하다는 걸까?
가상현실 버전의 리그 오브 스톰에서는 피지컬로 모든 걸 극복하는 게 가능했다.
바로, 지금처럼.
나는 내 손에 들린 검을 꽉 움켜쥐면서 천천히 앞으로 걸어갔다.
내가 일부러 우리 팀의 서포터를 저쪽에게 던져 준 이유.
그것은 단지 지금 이 상황을 연출하기 위해서였다.
적들이 나까지 죽이기 위해서 무리해서 들어오는 상황.
2 대 1을 질 리가 없다는, 근거 있는 자신감으로부터 흘러나온 플레이였다.
그리고 일반적으로는 2 대 1을 이길 수 없는 게 맞다.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일반적’인 경우일 때였다.
푸슉.
나는 [서리 궁수>의 목에 가볍게 검을 꽂아 넣으면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눈앞에서 치명적인 일격을 허용한 Smg의 표정이 경악으로 물드는 건 순식간이었다.
Smg의 중국 방송을 현재 400만 명 정도가 보고 있다고 그랬나?
좋아.
중국에도 내 명성을 떨치기에 너무나도 좋은 타이밍이었다. 나는 서리 궁수를 마무리하기 전, Smg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면서 말했다.
“프리 티뱃. 프리 홍콩.”
오늘, 나는 중국인들의 자존심을 사정없이 밟아 버릴 생각이었다.
Smg에게 있어서 끔찍한 기억이 될 이 게임은, 이제부터가 시작일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