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illain is Too Good at Broadcasting RAW novel - Chapter (40)
13. 공한증 (3)
5.
내가 중국 프로게이머 Smg를 대놓고 조롱하고 모욕하는 내용의 방송이 퍼져 나간 후.
새롭게 개장했던 나의 [악튜브>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폭발했다.
음, 그게 어떤 의미냐면, 말 그대로 폭발했다.
진짜로 터졌다고.
VPN을 통해 싸그리 유입된 Smg의 광팬들을 시작으로, 그 방송을 지켜보고 있던 희야 티비의 시청자들까지.
VPN을 사용하는 중국인들이 단체로 내 미튜브에 유입되었다.
걔네들이 악플만 달았다면 상황이 여기까지 이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악플만 달았다면 난 기꺼이 번역기까지 돌려 가면서 악플을 읽어 줄 수도 있었다.
악플 정도는 내 멘탈을 건드릴 수 없으니까.
그러나 그 어마어마한 중공군들은 순식간에 신고를 박으면서 내 영상의 수익 창출을 막아 버렸다.
애초에 미튜브 자체가 신고를 많이 받게 되면 영상이 정지되는 경우가 허다했기 때문이다.
일종의 알고리즘 같은 건데,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아침부터 우리 옆 동네에 있는 치킨박스 사무실에 들를 수밖에 없었다.
내가 사무실에 도착하자 직원이 나를 곧바로 성재 씨에게 안내해 주었고, 성재 씨의 방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스마트폰을 통해서 열심히 트위팟을 들여다보고 있는 성재 씨를 발견할 수 있었다.
“성재 씨.”
“오, 찬식 씨. 오셨어요?”
“하하.”
“……지금 그렇게 웃으실 때가 아니실 텐데?”
“웃어야 행복한 거죠. 행복해서 웃나요?”
“일단 앉으시죠.”
나 혼자서 미튜브에 문의를 넣어도 신고 문제는 해결할 수 있다.
아직까지는 내가 올린 영상들의 수위가 심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내 편집자, 우현이가 아주 교묘하게 선을 잘 지키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그로는 끌되 문제 될 만한 부분을 최대한 제거하는 것.
미튜브에서조차 아슬아슬한 선 타기를 시작한 것이며, 그 선봉에 바로 우현이가 서 있던 것이다.
성재 씨는 스마트폰을 내려놓으면서 천천히 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웃음을 지으면서 고개를 끄덕거렸다.
“찬식 씨가 저희 회사 스트리머로 들어오시면서 어떤 변화가 생겼는지 아시나요?”
“으음, 글쎄요?”
“직원들이 아주 바빠졌습니다. 동기부여가 확실해졌다고 해야 할까요? 아무래도 저희 회사 스트리머들은 비교적…….”
“논란을 잘 안 만들어 내는 분들이시죠.”
“맞습니다.”
치킨박스 소속의 스트리머들은 모두 시청자가 천 단위 이상을 가볍게 찍어 버리는 대기업들이다.
그리고 아주 오랜 시간 동안 길게 방송을 해 온 베테랑이기도 했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굳이 누가 조언해 주지 않더라도 쓸데없는 분란을 만들지 않는다.
이 바닥에서 논란거리는 득이 될 수 있지만, 자칫하다가는 반대로 극독이 될 수도 있는 것.
오래 방송을 하기 위해서는 최대한 논란을 줄이는 게 좋았다.
아, 물론 나와는 관련 없는 이야기다.
애초에 내가 뜰 수 있었던 것도 각종 논란 때문이었으니까.
나 같은 경우는…… 음, 진짜 특이한 경우라고 해 두자.
성재 씨는 내 앞에 종이 한 장은 건네주면서 말을 시작했다.
“미튜브 측과 이미 이야기를 잘 끝냈고, 오늘 오전 9시부로 악튜브에 걸려 있던 수익 창출 금지는 해제되었습니다. 이 서류는 미튜브에서 보내 준 팩스구요.”
서류에는 내 미튜브의 이름과 동시에 몇몇 내용이 함께 적혀 있었다.
내용을 정리하자면,
“오, 미튜브 측에서 이렇게 해 주겠다고 했어요?”
“일단, 곧 실버 버튼을 받을 예정이시니까요. 미튜브 측에서도 악튜브를 주시 중이라고 합니다.”
“주시 중요?”
“찬식 씨의 컨텐츠는 이미 대한민국에서 꽤 유명하니까요. 지난번 중국인 프로게이머 사건도 그렇지 않나요? 이 모든 사태에 원인이 바로 거기에 있죠. 그래서 미튜브 관계자들이 악튜브를 주시하고 있는 겁니다.”
난 또.
미튜브 관계자들이 내 팬이라서 악튜브를 보고 있는 줄 알았지.
그냥 요주의 인물이라서 주시 중이라는 뜻이었군.
그래도 다행이다.
내 미튜브를 담당하는 직속 운영자를 배정해 준다는 뜻은, 이번처럼 다수의 신고로 인해 영상이 정지되는 일은 없을 거라는 의미와 동일했다.
한시름 놓았구나.
나는 어느새 내 앞에 놓여 있던 씁쓸한 아메리카노를 한 입 목으로 넘겼다.
그리고 안도의 한숨을 뱉어 내면서 웃음을 지었다.
“잘 해결되어서 다행이네요.”
“치킨박스는 스트리머들을 위해 언제나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 점, 잘 기억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당연히 잘 기억하고 있죠. 치킨박스와 함께하기로 한 건 제 인생 최고의 선택이었습니다.”
“……흠흠, 이제 조금씩 스트리머 같은 느낌이 풍기는군요.”
“아, 그런가요?”
“칭찬입니다.”
그렇게 미튜브 문제가 일단락되었고, 한숨을 푹 내뱉은 성재 씨가 이번에는 다른 서류를 꺼내면서 말을 이어 갔다.
“멸망전 이후의 컨텐츠에 대해서 생각을 따로 해 보셨습니까?”
저 사람이 저렇게 말을 한다는 건 꽤 괜찮은 건수가 또 굴러 들어왔다는 뜻.
확실히 멸망전 이후의 컨텐츠를 생각해 볼 때가 되긴 했다.
언제까지 리그 오브 스톰만 줄창 할 수 없었으니 말이다.
같은 게임만 계속하면 시청자들이 지루해할 가능성이 높았다.
리그 오브 스톰은 진짜 할 게 없을 때 가끔씩 해 주는 게 좋지, 내가 무슨 리그 오브 스톰 전문 스트리머도 아니었으니 말이다.
……음, 다시 생각해 보니 그냥 리그 오브 스톰 전문 스트리머 할까? 그래도 될 것 같긴 한데.
“리그 오브 스톰 중국 서버 정벌이라도 갈까 생각 중이긴 합니다.”
“또그 오브 스톰인 겁니까?”
“그 전까지 할 만한 게임이 없다면 말이죠. 성재 씨가 그렇게 말씀하시는 걸 보아하니 뭔가 있나 본데요?”
그러자 성재 씨가 씨익 웃음을 지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찬식 씨뿐만이 아니라, 치킨박스 소속 스트리머 모두에게 제의가 왔습니다. 게임사 측에서는 스트리머들 합방을 통해서 게임을 홍보하고자 합니다. 그런데 찬식 씨가 꼭 포함되어 있으면 좋겠다더군요.”
“제가요?”
“네. 바로 이 게임입니다.”
성재 씨는 곧 본인의 태블릿 PC를 통해서 나에게 영상 하나를 보여 주었다.
영상 속에서는 거대한 중세 동양풍의 전장이 펼쳐져 있었다.
그곳에서는 수많은 병사들뿐만 아니라 찬란하게 빛나는 무기로 무장한 몇몇 장군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와 함께 벌어지는 엄청난 스케일의 전투.
카메라의 초점은 그 어지러운 전장 속에서 적들을 베어 나가는 장군들에게 집중되어 있었다.
대규모 전쟁 시뮬레이션이나 다름없어 보이는 영상미였다.
나는 조용히 그 영상을 바라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이 게임이 어떤 게임인지 눈치를 챘기 때문이다.
“이번에 새로 출시된다는 판타지 워 시리즈군요.”
“그렇습니다. 정식 명칭은 [판타지 워 : 이스트>. 중세 동양의 역사를 각색하여 만들어 낸 게임이죠.”
“원래 이 게임은 솔로 플레이가 기본 아니었나요?”
판타지 워 시리즈.
PC 시절부터 내려왔던 전쟁 시뮬레이션 게임이지만, 가상현실로 접어들게 되면서는 조금 다른 길을 걷게 된 게임이다.
가상현실 버전으로 넘어간 시뮬레이션이 그러하듯, 플레이어는 전투를 벌일 때마다 지휘관이 되어 직접 적들과 상대하게 된다.
즉, 다른 게임들처럼 액션 요소를 크게 가미한 게임이란 뜻이다.
그 결과물이 흔히들 생각하는 ‘무쌍류’의 게임에 가까워졌다는 게 문제지만, 결과적으론 아주 괜찮은 게임이 나왔다.
가상현실 버전으로 나온 판타지 워 시리즈는 지금까지 상당한 판매량을 기록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판타지 워는 솔로 플레이가 기본인 게임이다.
그런데 치킨박스 소속 스트리머들끼리 합방을 진행해 줬으면 한다는 게 살짝 의아한 상황.
성재 씨는 나를 바라보면서 천천히 말했다.
“여태까지 판타지 워 시리즈는 대부분 솔로 플레이에 집중되어 있었지만, 이번 시리즈는 좀 다른 모양입니다.”
“어떤 식으로?”
“글쎄요. 한 가지 확실한 건 게임 제작사에서 준비한 이벤트전의 스케일이 상상 이상으로 크다는 점이죠.”
본인 앞에 놓여 있던 물을 한 모금 마신 성재 씨가 씨익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판타지 워 제작사인 CA에서는 게임의 컨셉에 걸맞은 이벤트전을 기획한 것 같습니다. 저희 치킨박스 말고도, 중국과 일본의 MCN을 통해서 제의가 들어갔다고 하더군요.”
“삼국전이에요?”
“그렇습니다. 아마 그래서 찬식 씨를 포함시켜 달라고 하지 않았을까요?”
이제야 슬슬 그림이 그려지는구나.
이번 사건을 통해서 나는 중국인들에게도 미운털이 단단히 박힌 상황.
일본인은 이루 말할 것 없었다.
나는 성재 씨의 말을 듣자마자 씨익 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아주 기분 좋게 말했다.
“얼마나 준다고 합니까?”
“최대한 뜯어내 봐야죠.”
냄새가 난다.
그것도 아주 진한 자극의 냄새가.
이런 이벤트전이 준비되어 있다면, 그건 오로지 나를 위한 무대였다.
삼국전이라.
아주 재밌을 것 같은데?
“저는 하고 싶어요.”
그러자 성재 씨가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사실, 나머지 스트리머분들은 이미 수락하셨습니다.”
“자세한 계획이 세워지면 바로 전달해 주세요.”
좋아. 다음 먹거리도 정해진 것 같고.
부담 없이 멸망전을 끝내도 되겠다.
6.
치킨박스에서의 논의가 있던 직후, 나는 내 미튜브 편집자와 이야기를 잠시 나눴다.
악튜브는 성재 씨가 말했던 대로 모든 것이 정상화되었다.
다만, 아직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하나 있었다.
그것은 바로.
-형. 중국어로 남아 있는 댓글들은 어떻게 해요?
악플 문제였다.
나는 딱히 신경 쓰지 않는 부분이라 생각이 없었지만, 아까 들어가서 보니 한자로 적힌 댓글들이 꽤 많았었다.
아마 중국인들이 남긴 댓글일 터.
내가 중국어를 잘 모르는지라 의미를 알 수 없었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좋은 의미가 아니라는 점이다.
나는 한참 동안 고민을 한 후, 결정을 내렸다.
“내버려 둬.”
-이러다가 댓글란이 한자로 도배…….
“우현아, 중국인들이 잔뜩 욕하는 걸 보면,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아!
“그런 거야. 그러니까 당분간 댓글에 신경 꺼.”
노이즈 마케팅을 떠나서, 중국인들에게 욕을 많이 먹고 있다는 건 그만큼 내가 잘하고 있다는 소리나 마찬가지였다.
어차피 악튜브의 주 시청자들은 한국인들이었기 때문에 크게 상관할 이유도 없었다.
쟤네도 지치면 그만두겠지.
나는 피식 웃음을 지은 다음 전화를 끊었고, 소파에 가만히 누웠다.
오늘 저녁까지 딱히 할 것도 없었기 때문에 스마트폰이나 뒤적거릴 생각이었다.
그렇게 얼마쯤 스마트폰과 함께 뒹굴거렸을까.
까톡.
스마트폰으로 미튜브 영상을 슬쩍 뒤적거리는데, 멸망전을 통해서 친해진 그린윙 템플러, 동현이가 까톡을 보내왔다.
[쓸만한백정 : 형! 방금 전에 올라온 기사 보셨어요?> [나 : 무슨 일인데?> [쓸만한백정 : 형 이번에 솔랭에서 조져 둔 중국 원딜러 있잖아요. Smg? 이번 월챔 안 나오겠다던데요? 1년 동안 게임 쉴 거래요.>으음.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멘탈이 안 좋은 친구였구나.
중국의 자부심에서 중국의 수치가 되는 건 한순간이다.
원래 추락에는 날개가 없는 법이지.
나는 동현이의 까톡을 읽으면서 피식 웃음을 지었고, 녀석이 보내 준 링크를 통해서 기사에 들어갔다.
동현이의 말대로 Smg가 1년간 휴식기에 돌입하겠다는 인터뷰를 했다고 한다.
해외 기자의 기사를 그대로 한국어로 번역한 기사.
댓글은 꽤나 볼만했다.
-우리악한테 존나 털리고 나서는 바로 버로우 타네ㅋㅋ
-중국 1위 원딜러가 대한민국 아마추어한테 그렇게 털렸으니 말 다 했지.
-게다가 티배깅까지 당했잖음ㅋㅋ
-아니, 미친놈이 400만 명이 보는 앞에서 프리 티뱃, 프리 홍콩 하고 있었다니까?ㅋㅋㅋ
-대국의 벌을 받게 될 것이다. 방쯔.
└중국인 한 놈 발견.
-야, 그런데 이번에 치킨박스에서 한중일 이벤트 기획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트루임?
-그건 누구한테 들음?
-내가 아는 친한 스트리머한테서 들음ㅇㅇ 이번에 판타지 워로 뭐 한다는데?
-판타지 워 이스트? 오 개꿀잼이겠누ㅋㅋ
-치킨박스가 아니라 CA사에서 기획하는 이벤트긴 한데, 사실일 거임. 내가 그쪽에서 일해서ㅎㅎ
└이 새끼는 직업 거의 하루에 12번은 바뀌는 듯ㅋㅋ
치킨박스의 직원으로 보이는 듯한 댓글도 몇 개 있었지만, 결국 댓글의 내용은 ‘통쾌하다!’라는 반응이 주를 이루고 있었다.
나는 댓글을 조금 더 본 다음, 가볍게 기지개를 펴면서 소파에 누웠다.
빌드업은 아주 완벽하게 이루어지는 중이었다.
빌런의 이미지뿐만이 아니라, 소위 말하는 ‘국뽕전사’의 이미지도 이미 내 컨셉에 배어 든 상황.
이 상황에서 삼국전 컨텐츠까지 진행된다면?
“크으으.”
운이 따라 줘도 이렇게 따라 줄 수가 없었다.
행복한 상상을 하며 잠시 눈을 감았다.
오늘 저녁의 방송을 위해 체력을 비축해 두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