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illain is Too Good at Broadcasting RAW novel - Chapter (41)
14. 성공가도 (1)
1.
치킨박스와 판타지 워의 제작사가 활발하게 교류하며, 글로벌한 대규모 합방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는 사이.
트위팟 코리아에서 진행된 리그 오브 스톰의 멸망전은 아슬아슬하게나마 진행되어 나갔다.
우리 팀은 당연하다는 듯이 결승전에 진출했다.
결승전의 마지막 상대 팀은,
“형, 제발 어?”
“뭐.”
“제발! 나 그만 좀 죽여!”
“그러니까 왜 여기까지 올라왔냐. 너무 재밌잖아?”
“아, 씨 진짜!”
“아 씨이이이?”
내 동생 진혁이가 소속되어 있던 팀, [고독한 늑대들>이었다.
저 팀의 팀장은 전 프로게이머 출신 스트리머, 소울프 님이었는데, 팀원들 간의 케미가 좋았던 탓에 결승전까지 진출했다.
내 동생 진혁이가 이번 멸망전에서 담당했던 라인은 탑.
5판 3선승으로 이루어지는 결승전에서, 이미 스코어는 2대 0으로 우리가 앞서고 있었다.
트위팟 코리아의 리그 오브 스톰 멸망전은 대회 시작과 동시에 터진 비리 스캔들로 인해서 사실상 망한 수준에 이르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승전이 열리는 이곳 오픈 스튜디오는 응원을 하러 온 팬들로 꽉 찼다.
우리 팀을 응원해 주는 시청자뿐만 아니라, 그린 윙스의 팬들, 그리고 나를 욕하기 위해 찾아온 몇몇 중국인들도 있었기 때문이다.
주최 측에서 일부러 경호 병력까지 배치했다고 하던가?
나에게 악감정을 품은 사람들이 혹시나 해코지를 할 수도 있다는 판단이었다.
물론 그 의견을 강하게 제시한 건 역시나 치킨박스 측이었다.
시국이 시국이니만큼 내 신변이 위협당할 수도 있다고 하던데.
뭐, 몇몇 중국인들이 나를 향해 욕을 내뱉긴 했어도 흉기를 들고 있는 사람은 안 보였다.
그리고 욕 정도야 웃으면서 들어 줄 수 있는 법이지.
한국에선 때론 중국인으로부터 욕을 들을수록 지지를 받는 경우가 있으니까.
내 경우가 딱 그러했다.
아무튼 나는 결승전의 마지막 경기가 될 이번 라운드에서, 기분 좋게 내 동생 녀석을 바라보고 있었다.
3라운드의 킬 스코어는 이미 12 대 1.
아직 20분도 되지 않았는데, 게임은 크게 기울어진 상태였다.
나를 상대하고 있는 진혁이는 벌써 4데스를 기록 중.
건방지게 나한테 맞다이를 신청한 결과였다.
나는 진혁이가 플레이하고 있는 [무기의 달인>을 바라보면서 피식 웃음을 지었다.
“야, 너 오늘만 벌써 9번째 솔킬 아니냐?”
1라운드 2라운드에는 나에게 5번이나 따였고, 3라운드에서는 벌써 4데스를 기록 중인 진혁이.
아마 멘탈이 많이 나간 듯싶다.
그러게 어디서 감히 형한테 덤벼?
내 말에 진혁이가 몸을 부르르 떨더니 나를 노려보았다.
“제발 딱 1번만 죽어 주면 안 돼, 형?”
“왜?”
“아니! 나도 먹고살아야지!”
“본인 방금 형 솔킬 내는 상상함, 뭐 그런 거냐?”
“……제발요, 형님.”
“그럼 내가 뭐라고 대답할 것 같아?”
나는 [방랑자>의 검을 진혁이의 복부에 가볍게 찔러 넣으면서 씨익 웃음을 지었다.
“어림도 없지!”
[아군이 적의 영웅을 처치하였습니다!]모든 플레이어들 앞에 떠오르는 알림 메시지.
진혁이가 억울하다는 듯이 바닥에 쓰러졌지만, 그렇게 기분 나빠 보이지는 않았다.
그저 분하다는 점?
오늘 아침에도 진혁이가 나한테 바나나 우유를 뇌물로 가져다주면서 봐 달라고 했지만, 고작 바나나 우유에 넘어갈 내가 아니었다.
현실에선 자애로운 형님이지만, 게임에서는 피도 눈물도 없다.
그렇게 진혁이가 나한테 솔로킬을 당한 이후, 난 기분 좋게 전체 채팅으로 한마디 날렸다.
-스트리머 샤: ㅌㅊㅇ ㅇㅈ?-
멸망전의 성격상 공식 대회는 아니었기 때문에 전체 채팅을 자유롭게 칠 수 있었다.
이런 내 말에 적 팀의 리더인 스트리머 소울프 님이 대답을 해 주셨다.
-소울프 : ㅇㅈ ㅋㅋㅋ 아 탑 차이 너무 큰데-
-스트리머 진 : ……님들 나한테 진짜 왜 그럼?-
-스트리머 샤 : 왜 그러긴 ㅋㅋㅋ니가 존나 못하니까 그러지.-
게임에서는 형 동생 그런 거 없다, 진혁아.
정신 차려라!
그렇게 10분이 흘렀고, 멸망전의 우승팀이 결정되었다.
우리는 게임을 승리로 끝내자마자 곧바로 접속을 종료한 후 캡슐 밖으로 나왔다.
“트위팟 코리아 주최, 리그 오브 스톰 멸망전 우승팀은 팀! SB입니다.”
메인 MC 스트리머 갓태 님이 우리에게 오면서 크게 소리 질렀고, 나는 그런 갓태 님을 바라보면서 슬쩍 웃음을 지었다.
“갓태 님!”
“예?”
“그래도 명색이 우승인데, 저희 팀 풀 네임으로 불러 주시죠! 아주 시원하게?”
“……진심이십니까?”
“아마 많은 이들이 기대하고 있을 겁니다.”
“샤 님, 그건 좀…….”
“농담입니다.”
재미없게 그렇게 정색할 필요까진 없잖아요?
그러나 갓태 님은 잠시 고민을 하더니, 곧 고개를 끄덕거리면서 나에게 마이크를 넘겼다.
“이번 우승의 주역, 스트리머 샤 님께서는 압도적인 득표율로 대회 MVP를 확정 지으셨습니다! 소감 한 말씀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나는 그가 건네주는 마이크를 받아 들며 슬쩍 커물쥐 님을 바라보았다.
우리 팀의 팀장은 결국 커물쥐 님이었으니까.
내가 대표로 인터뷰를 하는 것도 살짝 미안한 감이 있었다. 그러나 커물쥐 님은 씨익 웃음을 지으면서 나를 바라보았다.
“샤 님 덕분에 우승했는데 당연히 인터뷰는 샤 님이 하셔야죠!”
“감사합…….”
“전 우승 상금 균등 분배인 것만으로도 행복합니다. 게다가 제가 딱히 인터뷰 좋아하는 스타일도 아니라서요.”
자본주의란 게 이럴 때 참 편하단 말이야?
그렇게 우승 대표 인터뷰를 맡게 되었고, 나는 마이크를 잡자마자 천천히 앞을 바라보았다.
야유와 환호성이 동시에 터져 나왔다.
공존할 수 없는 두 음성이었으나, 이렇게 막상 동시에 들으니 그 묘한 조화가 꽤 괜찮았다.
나는 기분 좋게 관중을 바라보면서 가볍게 웃음을 지었다.
“멸망전 덕분에 기분 좋게 꿀 잘 빨았습니다. 시청자도 많이 빨았고, 이렇게 상금까지 잘 빨고 가니 배가 든든하네요. 앞으로도 방송 열심히 하겠습니다.”
“우리악!”
“혀어어어엉! 욕 한 번만 박아 주세요오!”
“욕 해 달라고! 니 욕 라이브로 들으려고 호주에서 찾아왔다, 개자식아!”
“욕해라!”
“시원하게 한번 박아! 방송 사고 가즈아아!”
아마 트위팟 코리아 공방 역사상 이런 공방은 다시는 없을 것이다.
자리에 모인 대부분의 관중이 마이크를 쥔 나를 쳐다보면서 내 다음 발언을 기다렸다.
그러나 나도 사람인 이상, 선은 지켜야지.
공방에서 심한 욕을 내뱉으면 아주 큰일이다.
그래서 나는 잠시 고민을 하다가, 내 옆에 있던 팀원들을 바라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저희가 우승했으니 모두 다 같이 팀의 이름을 한번 제창하도록 하겠습니다. 제가 ‘팀!’이라고 외치면 다들 일제히 저희의 팀명을 외치는 겁니다.”
그러자 관중이 잠시 열광했다.
그 모습을 만족스럽게 쳐다본 후, 아주 높은 텐션으로 소리쳤다.
“팀!”
내 선창이 장내에 울려 퍼지자 곧 내 팀원들과 관중이 큰 목소리로 후창했다.
“시이바아아알!”
“와아아아아!”
팀 시발, 트위팟 코리아 멸망전 우승.
내 스트리머 경력에 새로운 문장 한 줄이 추가되었고, 상금이 내 통장에 입금되었다.
총상금 1억을 5등분 한 2,000만 원.
아주 기분 좋은 하루가 지나가고 있었다.
2.
우승을 기념하는 의미에서 팀원들과 간단하게 회식을 즐겼다.
방송을 켜고 후기를 남기는 것도 잊지 않았다.
마음만 같아서는 밤새워 술을 마시면서 승리를 축하하고 싶었지만, 미성년자도 있었기 때문에 음주 방송을 할 수는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회식은 간단히 고기와 음료수로 대체되었다.
회식 자리에서는 아주 기분 좋은 이야기도 흘러나왔다.
바로 우리 팀에 들어왔던 프로게이머, 동현이와 희수가 실력을 인정받아 프로 리그 팀 [드래곤즈>로 이적하게 되었다는 이야기였다.
확실히 이번 멸망전에서 가장 두각을 드러낸 게 바로 둘이었다.
멸망전을 통해서 자신감을 얻은 모양인지, 녀석들의 솔로랭크 순위가 동시에 10위권 내로 진입했다고 하던가?
게다가 프로 리그 팀끼리 스크림을 할 때마다 좋은 모습을 보여 줬다고 한다.
그럴 만한 재능이 있는 친구들이었으니 우리는 기꺼이 축하를 해 줬다.
“형, 다 형 덕분이에요.”
동현이가 슬쩍 붉어진 눈시울과 함께 나에게 말했다.
나는 갑작스러운 감동 분위기에 당황했다.
내가 해 준 게 뭐가 있다고?
“형이랑 형 시청자들이 저희들 응원해 줘서 자신감 되찾았거든요. 다음 시즌에 꼭 저희 경기 보러 오셔야 돼요!”
“아…… 그래.”
누누이 말하지만 악질단의 응원은 그렇게 유쾌한 게 아닌…….
그러나 동현이의 얼굴을 보니 차마 초를 칠 수가 없었다.
그렇기에 나는 부드럽게 웃음을 지으면서 고개를 끄덕여 줄 뿐이었다.
그렇게 우리들은 기분 좋은 이야기들과 함께 회식을 할 수 있었고,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회식이 끝났다.
회식이 끝난 이후 성인들끼리 따로 2차를 가려고 했건만, 두 분이 딱히 음주를 즐기지 않으셔서 흐지부지되어 버렸다.
게다가 두 분 모두 지방에 사시는 바람에 좀 일찍 출발해야 한다고 했다.
그렇게 우리들의 술자리는 다음을 기약하게 되었고, 나는 회식이 끝나자마자 집으로 돌아왔다.
아쉽긴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게다가 나도 오늘 해야 하는 일이 따로 있다.
진혁이의 팀 회식이 끝나지 않았는지, 집에는 아무도 없었다.
준우승을 했음에도 그 팀 분위기는 상당히 좋아 보이긴 했다.
그랬으니까 결승전이 끝나도 서로 웃음을 지을 수 있었겠지.
나는 가볍게 샤워를 끝낸 후, 곧장 캡슐로 향해서 아침에 다운로드받았던 게임의 설치가 끝났는지 확인했다.
[판타지 워 : 이스트(Beta), 실행 준비 완료.]CA 측에서 스트리머들에게 미리 지급한 베타키.
아직 방송을 통해서 게임을 공개할 수는 없었지만, 추후 진행될 이벤트 [삼국전>을 위해서 스트리머들에게 미리 플레이할 수 있게 해 준 버전이었다.
개인적으로 난 미리 플레이해 보는 걸 좋아한다.
예습을 통해서 준비를 하는 걸 좋아한다고 해야 할까?
아무튼 나는 곧바로 판타지 워에 접속했고, 곧 화려한 인트로 영상이 떠올랐다.
지난번에 태블릿 PC로 보았던 영상과는 차원이 다른 영상미.
곳곳에서 비명 소리와 함께 무기가 맞부딪치는 소리가 들리며 곧 거대한 전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말에 타고 있는 장군들이 일기토를 벌이는 장면이 눈앞을 스쳐 지나갔으며, 옥좌에 앉아서 밑을 내려다보는 황제의 모습도 재생되었다.
그렇게 얼마만큼의 시간이 지났을까?
나는 어느새 대기실에 위치해 있었다.
게임 모드를 설정할 수 있는 대기실.
내가 대기실에 입장하자 곧 미리 접속해 있던 동수 형으로부터 대화 신청이 들어왔다.
“회식한다면서 왜 이렇게 빨리 들어왔냐?”
“미성년자도 있는데 굳이 오래할 것도 없죠. 어차피 앞으로도 자주 볼 사람들인데.”
“음, 맞는 말이지. 기다려 봐, 곧 초대해 줄 테니까. 다들 이미 들어와 있었어.”
게임 덕후들 아니랄까 봐.
본인들의 방송도 휴방 때려 버리고 판타지 워를 즐기고 있었단 말이야?
어쩐지, 지금 트위팟 상위권이 못 보던 이름들이 많더라.
내가 잠시 기다리자 곧 동수 형으로부터 게임 초대가 들어왔다.
[플레이어 [칸>으로부터 [단체 협동전> 모드의 초대장이 날아왔습니다. 그 초대에 응하시겠습니까?]초대를 수락하자 순식간에 배경이 바뀌었고, 곧 나는 동양풍의 도복을 입고 있는 스트리머들을 마주할 수 있었다.
한 명을 제외하고는 다 익숙한 얼굴이었다.
지난번에 [사무라이 워즈>를 함께 준비했던 사람들.
동수 형, 유선 누나, 세린 누나.
그리고 나머지 한 명은 실제로 처음 보는 사람이었지만, 꽤 유명한 치킨박스 소속 스트리머였다.
“안녕하세요, 샤 님! 같은 회사인데도 처음 뵙네요! 스트리머 닉네임으로는 여제를 사용하고 있는 지수라고 합니다.”
그녀는 누구보다도 빠르게 나에게 인사를 건네면서 손을 내밀었다.
나는 그녀의 손을 가볍게 잡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안녕하세요, 선배님.”
“어우, 부담스럽게. 그냥 편하게 지수라고 부르셔도 돼요! 저 샤 님이랑 동갑이니까요.”
여제.
특이하게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들을 전문으로 플레이하는 스트리머다.
아마 전문적으로 전략 시뮬레이션만 하는 여성 스트리머는 그녀뿐일 것이다.
내가 군대에서도 그녀의 방송을 몇 번 봤던 이유는, 단순히 그녀가 전략 시뮬레이션을 플레이하는 유일한 여성 스트리머여서가 아니다.
그녀는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에 대해 이해도가 높은 사람이다.
뇌가 섹시하다는 이야기를 가장 많이 듣는 스트리머 중 하나이기도 했다.
판단 능력부터 시작해서 세심한 디테일까지.
게다가 이쪽으로는 아주 경험이 많은 스트리머였기에, 이번 우리 파티에 합류한 듯했다.
기존의 판타지 워 시리즈를 통해서 상당한 인지도를 쌓은 그녀였으니, 그 누구보다도 손쉽게 이번 신작에 적응할 것이다.
즉, 이번 이벤트인 [삼국전>의 컨트롤 타워 역할.
스트리머 [여제>는 치킨박스에서 내세울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카드였다.
그녀는 내 손을 잡은 채로 씨익 웃음을 지었다.
“샤 님이 이렇게 딱 합류해 주셔서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요. 동수 오빠나 다른 언니들은…… 어휴.”
“야!”
“우리가 뭐 어때서?”
“너도 사실 피지컬은…….”
그 말에 나머지 스트리머들이 발끈하면서 소리 질렀다.
하지만 그는 그런 그들의 반응을 가볍게 묵살한 후, 나를 바라보면서 눈빛을 빛냈다.
“샤 님도 게임을 엄청 빠르게 배우시잖아요? 곧 깨닫게 되실 텐데, 사실 이번 판타지 워 신작은 기존의 시리즈와 크게 달라요.”
“그게 무슨 뜻이죠?”
내 반문에 그녀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더니, 고개를 끄덕거리면서 말했다.
“전작보다 액션, 즉 피지컬의 중요도가 상당히 높아졌죠. 최근의 가상현실 게임 트렌드에 맞춰서 말이에요.”
그녀가 지금 무슨 말을 하는지 대충 알 것 같았다.
나는 그녀의 말을 들으며 잠시 고개를 끄덕인 다음, 슬쩍 미소를 지으면서 그녀를 바라보았다.
“샤 님은 우리 한국 팀의 가장 핵심적인 전력이 되실 겁니다. 무슨 말씀인지 아시죠?”
“으음, 아마두요?”
“일단 한번 플레이해 보시죠.”
그녀의 권유와 함께 대망의 첫 게임을 플레이하게 되었다.
그리고 1시간 뒤.
나는 웃음을 참지 못하면서 신나게 외쳤다.
“이거 완전 미친 게임 아니야?”
이번 이벤트가 대성공으로 끝날 것이라는 확신을 할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