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illain is Too Good at Broadcasting RAW novel - Chapter (43)
14. 성공가도 (3)
5.
중국 희야 티비의 스트리머 [창천>, 샤오 슈는 이번 삼국전에서 중국 팀이 우승할 거라 장담을 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삼국전 대표로 나선 중국의 스트리머들은 모두가 프로게이머의 경험이 있던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다.
가상현실 전략 게임들의 프로 리그의 평균 연령은 다른 게임에 비해 상당히 높다.
PC 버전에서도 꽤나 성적이 좋았던 프로게이머들이, 자연스레 가상현실 게임까지 넘어온 탓이 컸다.
그래서 그들의 나이는 대부분 30대 후반이다.
수십 년간 쌓아 온 연륜은 그들을 최고의 게이머로 만들어 줬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두려워하지 않았다.
[판타지 워> 구작들의 대회가 열렸을 때마다 상위권은 전부 중국인들이 가져가지 않았던가?초반 물량 공세는 중국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전략 중 하나였다.
최대한 군사의 숫자를 늘린 상태로 초반부터 세력을 확장시킨 후, 넓어진 영토를 통해서 운영을 시작하는 것.
흔히들 ‘대국의 운영’이라고 불리는 중국인 특유의 운영을 위한 초석이었다.
1주간의 준비 기간을 통해서 이번 작품 역시 그런 운영이 가능하다는 걸 확인했으니, 그들은 당연히 초반부터 빠르게 확장을 시도했다.
게임이 시작된 지 2시간 정도까지만 해도 그들은 주변의 모든 자원 지대를 먹어 치울 수 있었다.
많은 병사들이 희생되었지만, 병사는 다른 도시를 약탈한 돈으로 뽑으면 그만이었다.
그러나 그들의 계획은 아주 이상한 곳에서부터 무너지기 시작했다.
“대장, 거점에 이상한 놈이 나타났는데?”
“이상한 놈?”
“장군이 보여. 철광산에도 장군이 존재했었나?”
[판타지 워 : 이스트>에는 플레이어들뿐만 아니라 엄연히 중립 세력이 존재한다.그 중립 세력 역시 장군들을 보유하고 있었다.
이번 시리즈에 들어오면서 [장군>들의 힘은 상당히 강력해졌다.
혼자서 수십의 병사도 가뿐하게 베어 낼 정도였다.
샤오 슈는 스트리머 동료, 허 씽위의 말을 들으면서 미간을 좁혔다.
장군이라.
그가 기억하기로는 철광산 같은 자원이나 곡창지대에는 장군급의 적이 존재하지 않는다.
게다가 장군급의 적은 농민병으로는 아무리 공격해도 무너지지 않는다.
즉, 플레이어가 직접 해결해야 하는 문제라는 뜻이었다.
최대한 빠르게 판단을 끝낸 샤오 슈가 그의 동료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무력 능력치 가장 높은 사람이 누구지?”
“나야, 대장.”
샤오 슈의 말에 허 씽위가 손을 들었다.
“일기토에서 승리하면 칭호도 주니까, 네가 직접 상대하는 게 어때?”
“일기토로?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
“이번 시리즈는 플레이어의 능력이 중요하다고. 너도 잘 알잖아?”
그 말에 허 씽위가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면서 병력을 이끌고 앞으로 나아갔다.
공성전은 여태까지 아주 부드럽게 진행되었다.
말이 공성전이지, 거의 도적단을 처리하는 것과 다름없었다.
게임의 초반부라 중립 세력의 무장 수준도 상당히 낮았기 때문이다.
샤오 슈는 동료들과 함께 천천히 철광산의 거점으로 향했다.
거점에 꽂혀 있는 깃발만 점령하면 철광산은 이제 그들의 것이었다.
철광산 내부의 적들도 대부분 정리되었으니, 거점에서 기다리고 있다는 장군만 처리하면 끝낼 수 있을 것이다.
그때까지만 해도 샤오 슈는 그렇게 생각했다.
거점에서 버티고 있다는 그 ‘장군’을 보기 전까지 말이다.
“저 녀석인 것 같은데?”
“……잠깐만.”
“응?”
“저거 NPC 아니잖아. 플레이어라고, 플레이어!”
거점을 점령하기 위한 깃발 앞에는 한 남자가 검을 바닥에 꽂은 채로 웃으면서 앉아 있었다.
어디선가 본 것 같은 익숙한 얼굴에 샤오 슈는 이유 모를 불안감을 느꼈다.
“한국? 일본?”
“30분 전쯤에 한국 팀 정찰병이 보이기는 했었어.”
“스타팅 포인트가 가까웠던 것 같은데…… 적의 병력이 매복해 있나?”
아무리 맵을 확인해 봐도 적의 병력은 없었다.
즉, 저 한국의 플레이어는 혼자서 진입한 것이 확실했다.
샤오 슈는 잠시 고민을 끝낸 다음, 깃발 앞에 앉아 있는 한국 플레이어에게 말을 걸었다.
“혼자 왔어?”
[판타지 워 : 이스트>는 자동 통역 기능이 탑재되어 있는 게임.샤오 슈의 물음에, 거점 앞에 앉아 있던 한국 플레이어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대답했다.
“음, 아직 싱글이긴 해. 좀 오래 기다렸는데, 빨리 좀 뚫고 오지 그랬어?”
“무슨 생각이야? 너 여기서 죽으면 1시간 동안 부활 못 해. 게다가…… 팀원들의 장비를 싸그리 챙겨 온 모양이네. 한국 팀은 우승할 생각이 없나?”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쉽게 이해할 수 없는 기행이었다.
그러나 그 한국 플레이어는 씨익 웃음을 지으면서 천천히 검을 손에 움켜쥐었다.
“당신이 샤오 슈지? 여제 님한테 이야기는 들었어. 나이가 꽤 지긋하다고 들었는데…… 나이가 많으면 사람이 혀가 길어지나 봐?”
“……뭐?”
“퇴물이면 퇴물답게 젊은 사람들한테 자리나 양보하지. 아, 원래 중국인들이 실력도 없으면서 혓바닥이 길긴 하더라. 지난번에 한 놈 제대로 조져 줬는데.”
그 말에 샤오 슈의 옆에 있던 허 씽위가 이를 부드득 갈면서 말했다.
“대장, 저놈이 한국의 샤입니다.”
“아, 지난번에 Smg한테 모욕을 준 그놈? 쓰레기 같은 한국인이라고 하던데.”
“흐음.”
“일기토는 생각하시면 안 됩니다. 저놈, 피지컬로 게임하는 놈이거든요.”
일기토를 통해서 상대방을 쓰러뜨리면 엄청난 사기와 명예를 쌓을 수가 있었다.
명예가 높아질수록 세력이 보유할 수 있는 병종이 고급화된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일기토에서 승리했을 때의 경우다.
패배하게 되면 정반대의 일이 벌어지게 된다.
그렇게 샤오 슈가 고민을 하려던 찰나, 한국의 스트리머 샤는 건방진 목소리로 소리쳤다.
“그냥 한꺼번에 다 들어와. 퇴물들은 한 트럭이 와도 싸그리 몰살시켜 줄 수 있으니까.”
계속되는 샤의 도발에, 샤오 슈는 주먹을 꽉 움켜쥐면서 말했다.
“이곳이 리그 오브 스톰이 아니란 걸 알려 주도록 하지. 병사들 진군시켜.”
6.
나를 향해 농민병들이 달려오기 시작했다.
그들이 손에 쥐고 있는 조악한 쟁기나 낫 따위가 햇빛을 받아 불길하게 빛난다.
그러나 나는 가볍게 웃음을 지으면서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참 괜찮은 장면이다.
나 하나 노리고 달려드는 수백의 병사들.
괜찮은 영상을 뽑기에 참 좋은 그림이 아니던가?
-와ㅋㅋㅋㅋㅋㅋㅋ
-얼추 500명은 넘는 것 같은데, 무력 1로 저게 커버가 됨?ㅋㅋㅋ
-존나 패기로운데 저러다가 장비 다 뜯길 듯ㅋㅋ
-중국 물량 지리네.
-쟤네 원래 저런 식으로 플레이하잖아ㅋㅋ
내가 보는 장면은 시청자들에게도 생생하게 펼쳐졌다.
내 손에는 그저 칼 한 자루만 쥐여 있을 뿐이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충분하다.
농민병 정도 되는 하급 병종을 처리하기에는 문제가 없었다.
만약 상대방이 농민병보다 더 높은 등급의 병사를 뽑았다면 문제가 되었겠지만, 지금 타이밍에 뽑을 수 있는 병력에는 한계가 있었다.
나는 어느새 내 앞까지 도착한 농민병의 쟁기를 바라보았다.
남들이 일주일 동안 게임의 시스템을 익히고 있을 때, 난 남들과 좀 다른 식으로 게임을 해석했다.
내가 집중적으로 파고들었던 분야는 바로 전투.
더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각 병종마다 지니고 있는 공격의 패턴이었다.
사람이 아닌 이상 AI들은 일정한 패턴 패턴을 가지고 공격한다.
물론 몇몇 네임드들은 더 높은 AI를 탑재했겠지만, 농민병 같은 하급 병종에게 무슨 다양한 패턴이 존재하겠는가?
부우우웅!
농민병들이 구사하는 패턴은 크게 두 가지다.
쟁기를 든 농민병은 그저 쟁기를 종으로 내리찍고, 낫을 든 농민병은 그저 횡으로 벤다.
게다가 공격 속도도 느려서 보면서 피하는 게 충분히 가능했다.
나는 나를 향해 쏟아지는 공격들을 여유롭게 피하면서 빠르게 앞으로 나아갔다.
이번 전투에서 내 목표는 딱 한 가지다.
중국의 플레이어들을 죽이는 것.
사실, 거점을 점령하는 건 생각하지도 않았다.
이 자리에서 최대한 많은 중국 플레이어를 죽여서, 인원 공백을 발생시키는 것이 내 유일한 목표였다.
앞길을 막는 농민병들은 그저 베어 넘겼다.
농민병에게는 갑옷이란 게 없었기 때문에 검으로 목을 그어 버리면 끝.
오히려 리그 오브 스톰의 미니언들을 사냥할 때보다 훨씬 간편한 일이다.
[적들이 공포에 빠집니다.] [적들의 사기가 크게 낮아집니다.]농민병의 수많은 단점 중 하나는 멘탈이 약하다는 점이다.
훈련이 잘된 다른 병종에 비해 오합지졸에 불과하다는 설정 때문인지, 그냥 몇 명만 죽여 줘도 알아서 사기가 떨어진다.
이건 내가 일주일 동안 진득하게 했던 플레이기도 했다.
농민병밖에 없는 초반에 최대한 무쌍을 찍으면서 세력을 확장시켰는데, 지금은 다만 그 대상이 AI에서 중국인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나는 그 기세를 몰아 곧장 중국 플레이어들을 향해 달려갔다.
그러자 그들은 재빠르게 저마다의 무기를 뽑으면서 나를 향해 달려들었다.
“오, 생각보다 판단이 빠른데?”
-중국인 특)다구리ㅋㅋ
-쫄병들은 그렇다 치고, 플레이어 5명은 좀 힘들지 않겠음?
-무력 10이었으면 몰랐다 ㅇㅈ?
-진짜 존나 졸렬한 놈들이네. 정정당당하게 승부를 해야지.
-ㅋㅋ냅두셈. 삼국지에서도 여포 하나 잡자고 3명이서 달려들었던 거 모름?
-엌ㅋㅋ피치브라더스ㅋㅋ
-심지어 짐ㅋ
처음에는 욕만 하던 시청자들의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다.
내가 수월하게 무쌍을 찍어 나가는 모습에 여론이 상당히 바뀐 모습이었다.
게다가 싸우느라 정신없는 와중에도 후원이 자꾸만 터지고 있었다.
‘국뽕미션맨’ 님께서 10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중국 플레이어들 몰살시킬 시 100만 원. 오늘 적금 깬 거 기억하시져?]나는 슬쩍 그 후원을 바라보면서 한마디 내뱉었다.
“보십쇼, 만족시켜 드릴 테니까.”
이미 각본은 다 짜 뒀다.
일본 애들을 상대할 때의 시나리오랑, 중국 애들을 상대할 때의 시나리오.
모두 다 생각을 해 둔 상태였다.
나에게 있어서 게임만큼이나 중요한 게 바로 어그로 아니겠는가?
그리고 지금은, 대중국인 시나리오를 펼쳐 보일 차례였다.
“흐하아아아압!”
가장 앞에 서 있던 대머리 중국인이 나를 향해 무식할 정도로 큰 동작으로 창을 찔렀다.
농민병이랑 크게 다를 바 없어 보이는 공격.
아니, 오히려 농민병보다 훨씬 뻔한 공격이었다.
딱 봐도 몸 쓰는 데에는 소질이 없어 보이는 사람들. 나머지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채애애앵!
채애앵!
“물러나라니까!”
“형님, 왜 자꾸 제 무기 범위로 들어오십니까?”
“야, 인마. 니가 끼어든 거 아니야!”
중국인 플레이어들은 상당히 재밌는 장면을 연출하는 중이었다.
본인들이 직접 싸울 거라고는 생각을 못 했는지, 서로의 병장기를 맞부딪치면서 균형을 잃기 십상이었다.
나는 그 모습을 바라보면서 실소를 참을 수가 없었다.
“아주 지랄 났다, 지랄 났어.”
-진짜 중국인들은 아재들만 싹 모아 둔 모양인데. 쟤네는 인물이 없나?
-ㄴㄴ나름 역대 판타지 워 프로 리그 우승자들만 모아 둔 드림팀임.
-근데 왜 저럼?
-ㅋㅋ걍 본인들이 싸울 줄 몰랐나 본데.
-저 사람들도 5명이서 함께 플레이하는 팀전은 처음이라서 저래. VR 판타지 워 최초의 단체 협동 모드잖음.
시청자들의 반응에서 보이듯 중국 플레이어들은 형편없는 모습을 보여 주면서 스스로 무너져 가는 중이었다.
그나마 5명 중 1명만이 제대로 자세를 잡으면서 나를 상대할 뿐이었다.
나는 형편없는 플레이어들의 공격을 부드럽게 흘려 내면서 그 남자를 바라보았다.
미리 조사했던 얼굴이다.
스트리머 허 씽위.
전략 게임 프로게이머 출신이지만, 대전 격투 게임에서도 제법 유명했던 남자다.
그래서 그런지 전투 감각은 꽤 있는 편.
동료들의 형편없는 공격을 방패 삼아, 틈틈이 내 급소를 향해서 검을 찔러 왔다.
하지만 나는 오히려 다른 중국인 플레이어들을 이용해 그의 공격을 피했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어느새 중국인 플레이어의 피는 바닥을 보이기 시작했다.
내 상태도 썩 멀쩡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마무리를 짓기에는 충분한 상황.
나는 잔뜩 흥분해서 나를 바라보고 있는 중국인들을 향해 말했다.
“나 무력 1인데. 무력 1짜리한테도 지네. 이럴 거면 그냥 맨손으로 싸워 줄 걸 그랬다.”
“이, 이 빌어먹을 빵쯔가!”
저 빵쯔가 한국인들을 비하하는 단어라고 했던가?
좋아, 준비해 온 대사를 치기에 아주 적합한 타이밍이군.
“사실, 여포는 중국 사람이 아니야.”
“……무슨 개소리를 하고 있는…….”
“여포 사실 한반도인이라던데, 그거 알고 있었어?”
말도 안 되는 헛소리.
내 말에 중국에 대한 자부심이 유별난 샤오 슈가 거칠게 소리쳤다.
“헛소리 지껄이지 마라!”
“헛소리라니, 난 사실만 말했을 뿐인데.”
푸우우욱.
나는 샤오 슈의 목에 검을 쑤셔 넣으면서 비릿하게 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기쁜 목소리로 말을 맺었다.
“이 구역의 여포가 바로 나거든. 그러니까 여포는 한국인인 거야, 멍청한 새끼들아.”
본격적인 역사 왜곡은 이제야 막 시작되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