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illain is Too Good at Broadcasting RAW novel - Chapter (46)
15. 삼국전 (3)
5.
1일 차 삼국전은 한국 시간으로 새벽 1시쯤 종료되었다.
플레이 타임을 그리 길게 가져가지 못했지만, 나는 꽤나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게임을 종료할 수 있었다.
오늘 치 영상은 이미 충분히 뽑았다.
후원도 많이 받았고, ‘악튜브’도 한동안 이번 삼국전 컨텐츠를 우려먹을 수 있게 되었다.
중국과 일본은 차례대로 나에게 깨진 후, 손해를 복구하기 위해서 열심히 노력했다고 한다.
굳이 따지자면 일본의 피해가 더 크긴 했다.
중국 스트리머들은 고작 농민병의 희생뿐이었지만, 일본 쪽 애들은 중국보다 더 많은 자원을 투자해서 병력을 쥐어 짜냈다.
중국의 경우에는 내가 일방적으로 두드려 팬 거지만, 일본은 애초에 침략을 시도할 생각으로 쳐들어왔다.
시청자들은 그러한 일본의 침략 행위를 보고 경술왜란이라고 명명했다.
경술왜란의 결과는 일본 측의 처참한 패배.
일본 게임계는 올 한 해가 아주 끔찍하게 여겨질 것이다.
특히, 나를 향해 일기토를 신청했던 나가토모의 추락은 아주 굉장했다.
일본어가 가능한 시청자들이 실시간으로 번역을 해 줬었는데, 일본 네티즌들에게도 욕을 먹고 있는 중이라고 했던가?
아무튼 1일 차 삼국전은 한국 팀의 완벽한 우세 속에서 종료되었다.
“오늘 방송은 여기까지다, 새끼들아. 내일도 똑같은 시간에 2일 차 삼국전 시작되니까, 알아서 기어 들어와라. 멀리 안 나간다. 다 꺼져 그냥.”
-샤바.
-형! 가기 전에 팬티 보여 주고 가!
-빨리 자고, 뒈지기 싫으면 빨리 방송 켜라. 알겠냐? 내일 제때 방송 안 켜면 바로 니네 동네 찾아간다.
-오늘도 샤카콜라 감사합니다.
-샤준경! 샤준경! 샤준경!
-여포, 사실 척준경과 동일 인물인 걸로 밝혀져…….
‘국뽕미션맨’ 님께서 1,00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오늘도 정말 재밌고 보람찬 하루였습니다! 혹시, 정모 계획은 따로 없으신가요? 생각 있으시면 나중에 연락 주세요! 제가 장소 제공할 의향이 있습니다.]-ㄷㄷㄷㄷㄷㄷㄷㄷㄷ
-ㄹㅇ국뽕미션맨 건물주인가 보네.
-와. 오늘 얼마 쏜 거임?
-우리악이 요새 국뽕 컨텐츠 자주 해서 그런가, 국뽕맨이 회장 먹었네ㅋㅋㅋ
가히 엄청난 거액의 후원.
저 ‘국뽕미션맨’은 이런 컨텐츠가 있을 때마다 저렇게 거액의 돈을 후원한다.
매번 받으면서도 감사하고, 또 고마운 시청자였다.
나는 후원을 확인하자마자 고개를 숙이면서 말했다.
“정모 계획이 딱히 없기는 한데, 회장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시니 한번 구상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렇게 말한 다음, 내 담당 매니저에게 부탁해서 ‘국뽕미션맨’에게 채팅방 관리자의 권한을 부여했다.
앞으로 그가 채팅을 칠 때마다 닉네임 앞에 은색 검 표시가 붙을 것이다.
은색 검은 관리자의 증표.
그가 언제 어디서 채팅을 하더라도 내 눈에 쉽게 보일 것이다.
그러자 ‘국뽕미션맨’은 소소하게 후원을 던지면서 내 말에 대답했다.
‘국뽕미션맨’ 님께서 1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우리악! 우리악! 우리악! 좋은 밤 되세용.]저런 큰손들이 있어서 내가 오늘 하루 든든하게 밥을 먹을 수 있는 거지.
그렇게 방송을 천천히 마무리했고, 방송이 완전히 종료되자마자 캡슐 밖으로 나왔다.
“형!”
내가 캡슐 밖으로 나오자마자 진혁이가 기다렸다는 듯이 나를 맞이했다.
“뭐야, 안 자고 있었냐?”
“오늘 형 방송 반응 보면서 재밌게 보고 있었지.”
“너 오늘 휴방이야?”
“나 아까 아침에 방송했었잖아.”
“아, 그러네.”
방송을 시작할 때 진혁이가 시청자들을 호스팅해 줬지?
아직 내가 보유한 시청자만큼은 아니지만, 진혁이의 방송도 많이 성장했다.
지난번 트위팟 코리아 비리 사태 이후 가장 큰 수혜자가 진혁이라는 얘기가 돌 정도였다.
세 자릿수를 유지하던 진혁이의 시청자는 어느새 평균 2,000대.
내 입으로 이런 말 하긴 뭐하지만, 진혁이가 날 닮아서 게임을 좀 잘한다.
나만큼까지는 아니지만 어디 가서 밀리지 않는 정도?
지난번 리그 오브 스톰 멸망전을 통해서 인맥도 두루두루 사귀었다고 하니, 딱히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나는 진혁이의 손에 들려 있던 물을 채 가면서 말했다.
“너도 방송 시간 잘 생각해 봐. 새벽 방송 어때? 나 호스팅할 사람 딱히 없어서 그러는데.”
그러자 진혁이가 몸을 떨면서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냐, 나는 지금처럼 아침에 방송하는 게 좋아.”
“형 시청자들 그렇게 나쁜 놈들 아니야. 잘 보면 착한 놈들이라니까?”
“그게 어딜 봐서 착한 놈들이야. 순 질 나쁜 악질들뿐이던데…….”
이미 한번 악질단 맛을 봐서 그런가, 진혁이가 크게 거부 반응을 보였다.
흠흠.
좀 그렇긴 하지.
그래도 살짝 속상하기는 하다.
내 동생이니까 호스팅으로라도 뒷바라지해 주겠다는 건데.
뭐, 아무튼 나는 고개를 슬쩍 끄덕거린 다음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렸다.
[까톡. 안 읽은 메시지>밤늦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성재 씨로부터 연락이 와 있었다.
시간을 보아하니 방종하기 5분 전에 도착한 까톡.
나는 가볍게 기지개를 편 다음 천천히 까톡을 확인했다.
[성재 씨 : 오늘 방송 재밌게 봤습니다. 이렇게 늦은 시간에 연락을 드린 까닭은, 혹시 내일 아침에 시간이 되시는지 여쭤보기 위해서입니다. 피곤하시면 내일 연락을 주셔도…….>으음.
전화를 한번 해 볼까?
피곤하다고 전화를 못 하는 건 아니니까.
까톡을 확인하자마자 곧바로 전화를 걸었고, 곧 성재 씨가 전화를 받았다.
-아! 찬식 씨.
“밤늦은 시간에 실례한 거 아닌가요?”
-아닙니다. 혹시 몰라서 안 자고 있었기는 했는데…… 오늘 방송 아주 좋았습니다. 찬식 씨의 악명이 좀 더 글로벌해지는 계기가 되었을 겁니다.
“원래 회사에서는 이런 거 막지 않아요?”
-악플도 관심이거든요. 게다가 찬식 씨에게는…… 오히려 더 좋은 거 아닙니까?
성재 씨는 참 내 속을 잘 들여다본다.
나는 성재 씨의 말에 피식 웃음을 지은 후, 곧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그래서, 용건이 어떤 건가요? 내일 출근할 사람이 이렇게까지 연락하는 건 무슨 이유가 있는 거 아닙니까?”
-아, 저랑 친한 기자 한 명이 인터뷰를 요청해 왔거든요.
“저랑요? 흐음, 제가 인터뷰를 할 만큼 모범적인 시민상은 아닌데.”
-그래서 더더욱 인터뷰를 하고 싶다고 합니다. 어떠십니까? 대외적으로 봤을 때 분명히 이득이 될 겁니다. 저랑 친한 기자라서 드리는 말씀이 아니라, 원래 기사 되게 좋게 써 주거든요.
이것도 MCN의 역할인가?
아마 내가 오늘 자고 일어나면, 중국과 일본 플레이어들을 참교육했던 영상들이 전국, 아니 세계로 퍼져 나갈 것이다.
한국인이라면 속 시원하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영상들.
특히, 일본의 전범기를 불태운 영상은 아주 큰 논란이 되어 줄 것이다.
나는 성재 씨의 생각을 슬쩍 눈치채면서 곧바로 대답했다.
“원래 인터뷰란 게 이렇게 즉흥적으로 잡히는 겁니까?”
그러자 성재 씨가 대답했다.
-가끔은요.
“좋습니다. 인터뷰 주선해 주시죠.”
-그렇게 말씀하실 줄 알고, 내일 오전 11시로 약속을 잡아 뒀습니다. 혹시 더 뒤로 미룰까요?
“아니에요. 그때가 딱 괜찮겠네요. 장소는 치킨박스 사무실이죠?”
-그렇습니다.
지금 막 자고 일어나서 준비를 하면 시간 맞춰서 도착할 수 있겠군.
인터뷰라.
확실하진 않지만, 재밌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6.
다음 날 아침.
여유롭게 9시 30분에 일어난 나는, 집 앞에 있는 사우나에 들러서 목욕을 끝냈다.
그리고 한층 여유로워진 마음으로 택시를 타고 곧장 치킨박스의 사무실로 향했다.
옛날이었으면 따질 것도 없이 버스를 타고 갔겠지만, 어제 하루 많이 벌었으니 이 정도의 사치는 해도 되지 않겠는가?
그렇게 잠시 후.
나는 치킨박스 사무실에 도착할 수 있었다.
시간은 10시 40분.
20분이나 일찍 와 버렸다. 어차피 할 것도 없으니 안에서 기다려야겠다.
내가 사무실로 들어서자, 곧 성재 씨가 반갑게 나를 맞이해 주었다.
“어서 오세요. 오, 아침부터 사우나 다녀오신 겁니까?”
“어떻게 아셨어요?”
“크으, 사우나 냄새가 이렇게 나는데요. 저도 갑자기 사우나에 가고 싶군요. 인터뷰 끝나면 바로 다녀와야겠습니다.”
근무 시간 따위는 신경 쓰지 않는 성재 씨의 모습이었다.
나는 그런 성재 씨를 바라보면서 고개를 끄덕인 다음, 천천히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그곳에서는 처음 보는 남성 한 명이 커피를 앞에 둔 채로 앉아 있었다.
나이는 많아 봤자 20대 후반.
그는 캐주얼하게 청바지에 반팔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아마 오늘 나를 취재할 기자님이신 듯했다.
“안녕하십니까? 이스포츠 투데이의 임희수 기자라고 합니다. 개인적으로 스트리머 샤 님의 방송을 즐겁게 보고 있습니다. 참고로…… 구독자입니다.”
“아, 안녕하세요.”
“예전부터 한번 취재해 보고 싶었는데, 이렇게 취재에 응해 주실 줄은 몰랐네요! 정말 감사드립니다.”
“아니에요.”
임희수, 임희수.
어디서 좀 들어 본 이름인데.
도대체 어디서 들어 본 거지?
임 기자님은 미리 준비해 둔 명함을 나에게 건네주면서 웃음을 지었다.
체격이 듬직하신 데다 인상도 시원시원하셔서 굉장히 믿음직스러운 분위기를 형성한다.
그렇게 서로를 소개한 다음, 임 기자님은 생기신 대로 곧장 시원하게 본론으로 들어가셨다.
“어제 삼국전 이벤트, 아주 감명 깊게 보았습니다.”
“아, 예.”
“혹시 오늘 아침에 인터넷 뉴스를 좀 보셨나요? 어제 있었던 삼국전이 꽤 논란이 되었습니다. 이유는…….”
“전범기 때문이겠죠.”
삼국전에서 모습을 드러냈던 일본의 전범기, 욱일기.
일개 유저가 사용했다면 그저 쓰레기라고 욕을 먹는 정도에서 끝났을 것이다.
하지만 어제와 같은 다국적인 이벤트, 그것도 스케일이 꽤 큰 이벤트에서 일본 측이 그런 깃발을 사용했다는 건 충분히 논란이 될 수밖에 없었다.
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면서 대답했다.
“아침에 스마트폰으로 슬쩍 보면서 왔어요.”
“그렇다면 그 뉴스들과 함께 퍼져 나가고 있는 영상도 보셨겠죠?”
“예.”
현재, 인터넷상에서는 내가 횃불로 전범기를 불태우는 영상이 빠른 속도로 퍼져 나가고 있었다.
내가 중국인들을 거칠게 도발했던 건 이미 그 거대한 이슈에 잡아먹혔다.
심지어 몇몇 중국인들조차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왔을 정도였으니, 말 다 했다.
고작 게임에서 일어난 사건.
그러나 그 파급력은 ‘고작 게임’이라는 말이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거대해진 후였다.
임 기자님은 앞에 놓인 얼음물을 잠시 들이켠 후, 조심스럽게 나에게 말했다.
“사실, 어제 그 삼국전을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부분과 관련해서 기사를 하나 쓰는 게 어떨까.”
“정확하게 어떤…….”
“게임 내의 다양한 어그로에 대한 기사입니다.”
“아!”
“이쪽 분야로는 아무래도 샤 님이 적합할 듯하여, 이렇게 연락을 드리게 된 겁니다.”
거기에다가 바로 어제 내가 저지른 사건이 한창 이슈가 된 상황이니, 조회수도 일부 보장될 테고 말이다.
아, 이제야 기억이 났다.
임희수.
이 남자는 게이머들 사이에서 아주 유명한 기자 중 한 명이었다.
어떤 식으로 유명하냐면.
“제가 기사를 쓸 때 상당히 솔직하고 거침없이 쓰는 편이거든요. 제가 쓴 기사를 몇 개…….”
“아, 기억났어요. 지난번에 트위팟 코리아 사태에 대해서도 비판을 하셨잖아요? 물론…… 그것 말고도.”
“하하! 그렇습니다. 제가 워낙 스트리머분들에게도 관심이 많거든요.”
소재를 가리지 않는다는 점.
아주 일부라도 게임에 관련되어 있다면 거침없이 글을 써 내려간다.
게다가 논란을 만드는 것도 꺼리지 않았다.
임 기자님은 씨익 웃음을 짓더니 나를 바라보셨다.
“오늘 아주 좋은 기사를 하나 써 내려갈 것 같은데, 혹시 바로 시작해도 되겠습니까?”
“그러시죠.”
“좋습니다.”
그러더니 곧 임 기자님은 똘망똘망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면서 질문을 던지셨다.
“전범기를 불태우셨을 때 기분이 어떠셨습니까?”
그 질문에 나는 머뭇거림 없이 대답했다.
“짜릿했죠. 백 장, 천 장이라도 더 불태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미 점화된 논란에 거침없이 기름을 부을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