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illain is Too Good at Broadcasting RAW novel - Chapter (5)
2. 형만 한 아우는 없다. (1)
1.
“오늘은 여기서 이만 인사를 드려야겠습니다. 다시 한번…… 감사, 압도적 감사!”
첫 라운드부터 파격적인 시작을 보여 준 나와 동생의 합동 방송이 꽤나 입소문을 잘 탄 모양이다.
방송 시작 5시간째.
시청자 숫자는 동생의 최고 기록을 달성했다.
무려 2,000명.
평소에 500명 정도밖에 안 보는 방송에 꽤나 많은 사람들이 유입되었다.
동생 말로는 내가 빠루로 유저들을 작살내는 영상이 곳곳으로 수출된 덕분이라고 한다.
내가 방송을 잘 모를 줄 알고 세세하게 설명해 주는 모습이 얼마나 같잖던지.
경력으로 따지고 보면 내가 네 선배다, 새꺄.
아무튼 거기에다가 미션을 비롯해서 많은 후원이 이어졌다.
‘우리샤찌나랑결혼해’ 님께서 1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샤찌 오빠! 너무 기여워요! 까까머리 제 스타일이에요! 저랑 결혼해 주세요!(덜렁덜렁)]대부분 저렇게 정신 나간 후원이라는 게 유일한 흠이었다.
방알못들을 위해 가볍게 설명해 주자면, 저 샤찌라는 단어는 내 닉네임인 ‘샤’와 귀여운 햄찌의 합성어다.
‘굳건좌’나 ‘샤찌’나.
확실히 대가리에 정신이 제대로 박힌 놈들이라면 쉽게 달아 줄 수 없는 별명이었다.
아무튼 방송이 끝나기 전 터진 후원.
진혁이는 그 후원을 보더니 고개를 연신 숙였고, 곧 나를 째려보면서 말했다.
“형, 리액션이라도 좀 해 봐. 형 말대로 무려 1만 원씩이나 후원해 주셨잖아.”
“진혁아.”
“어?”
“넌 아직 좀 멀었다.”
나 때는 말이야 저런 시청자들을 쉽게 다루는 법이 있었다고.
지금의 진혁이처럼 살랑살랑 꼬리를 흔드는 것도 한 방법이었지만, 저런 악질들을 다루는 방법은 이쪽이 전문이었다.
어떻게 내가 잘 아냐고?
아주 간단하다.
나랑 친했던 스트리머들 중에서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지만, ‘정신병동’이라는 팬덤을 끌고 다니는 스트리머가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크게 심호흡을 한 다음, 이를 부드득 갈면서 시원하게 말했다.
“만 원 후원 고맙다. 한 번만 더 그딴 식으로 부르면 그 덜렁거리는 거 뜯어 버린다, 개새끼야.”
갑작스럽게 쏟아져 나온 쌍욕.
진혁이는 내 돌발 행동에 당황하며 나를 쳐다보았지만, 내가 예상했던 대로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업계 포상 ㅗㅜㅑ
-입에 쫙쫙 달라붙는 거 봐.
-형냐! 저도 뜯어 주세요!
-오늘 형제 합방 레전드 찍네 ㅋㅋ
댓글 반응은 당연했으며.
‘전국캡사이신협회’ 님께서 1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드디어…… 왔는가, 적. 격. 자여.]‘대한선비협회’ 님께서 1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예끼! 신체발부 수지부모라고 했거늘, 그 불알도 부모로부터 온 것이다. 요즘 것들은, 쯔쯔.]각종 빌런들이 미쳐 날뛰면서 후원이 쭈우욱 이어졌다.
진혁이는 폭동이 일어난 것이나 다름없는 채팅창을 바라보며 입을 떡 벌렸다.
그러더니 곧 나를 쳐다보면서 말했다.
“형.”
뭘 그렇게 부담스럽게 쳐다보냐.
나는 동생의 초롱초롱한 눈빛을 바라보면서 미간을 팍 찌푸렸다.
“네가 자꾸 오냐오냐하니까 저 새끼들이 너 호구 잡았던 거야. 알겠어?”
“그, 그래도 내 방 보는 시청자들인데!”
“동생아.”
천천히 진혁이의 어깨에 손을 올렸고, 마이크 기능을 끄면서 녀석의 귀에 조용히 속삭였다.
“컨셉 제대로 잡아라.”
“어?”
“방송으로 돈 벌어서 성공하고 싶다며? 돈 벌거면 제대로 벌어야지.”
“……형, 혹시 옛날에 방송으로 내 병원비 마련했던 거야?”
내 능숙한 진행에 당황한 진혁이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나는 그 질문에 그저 진혁이의 등을 세게 후려친 다음, 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형도 악질이었거든.”
“악질? 아아.”
그제야 진혁이는 이해를 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아마 나도 저 시청자들 사이에 섞여서 채팅을 치곤 했을 거라 생각을 하고 있는 모양이다.
뭐, 악질은 악질이지.
그것도 게임 역사상 최악의 악질.
지금, 진혁이의 채팅방을 더럽히는 악질들의 욕조차 사실 나에게는 너무 귀여웠다.
저것보다 더한 욕들도 받아 봤다. 심지어 가족 살해 협박까지도 받았었지.
저 정도로는 어지간하면 내 신경을 긁을 수 없었다.
‘브로맨스죠아’님께서 1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형제 둘이 입술 뽀뽀 찐하게 3번 하면 5만 원]……저런 새끼들은 빼고.
더러운 자식들.
2.
후원 합계 금액 총 192만 원.
내 전역 당일에 진행된 진혁이와 나의 합동 방송은 진혁이의 생일을 제외하고서 최고의 성적을 거두면서 성황리에 종료되었다.
방송이 끝나자마자 캡슐에서 나왔는데, 언제 나왔는지 진혁이가 손에 얼음 컵을 든 상태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형님! 고생 많으셨습니다. 아우가 드리는 시원한 물 한 잔 들이켜시지요.”
“어, 그래. 아까 말했던 대로 돈은 정확하게 계산하고.”
“형, 피를 나눈 사이에 왜 그래.”
“피를 나눴으니 돈 관계를 더 확실히 하는 거란다, 동생아.”
나는 진혁이가 건네준 물을 단번에 들이켜면서 숨을 크게 내쉬었다.
오랜만에 캡슐을 이용해서 그런지, 목이 마르던 차였다.
진혁이는 비어 버린 물컵을 빠르게 싱크대에 가져다 둔 후, 본인의 스마트폰을 가져왔다.
“형, 진짜 이건 대박이야. 이대로 쭉 가자. 이 정도면 우리도 금방 대기업 찍는다.”
“대기업이 뉘집 개 이름이냐?”
“진짜야. 이거 봐, 이거 떡상 흐름 딱 잡혔다니까?”
안 그래도 피곤한데, 귀찮게 달라붙어서 쫑알거리는 동생 놈을 보니 스트레스가 확 치밀어 오른다.
세상 물정 모르는 순진한 양에게 만고불변의 진리를 알려 줄 때가 된 것 같았다.
나는 진혁이의 어깨에 슬쩍 팔을 올리면서 말했다.
“동생아.”
“예, 형님.”
“내 주변에도 나름 흐름 본다는 사람들이 있었거든? 그 사람들 다 어떻게 되었는지 아냐?”
비트코인이라든지 주식이라든지, 뭐 그런 것들.
“어떻게 되었는데?”
“하나같이 다 X 됐어.”
“아…….”
“그러니까 다시는 흐름 이야기하지 말거라. X 되기 전에. 알겠지?”
효과는 굉장했다.
동생은 내 충격적인 말들을 듣더니 잠시 그로기 상태에 빠진 듯했다.
그러나 젊음이 좋은 건지, 곧 다시 결연한 표정으로 나에게 말했다.
“솔직히 형도 즐거워했잖아. 그거면 된 거 아니야? 형 하고 싶은 대로 해. 자격증 따든가, 알바 하든가. 그냥 가끔씩 좀 방송 같이하자고.”
“형 올해로 몇 살인지는 알지?”
“26살이잖아.”
“형, 대학교도 안 다니고 기술도 마땅찮아. 군대도 엄청 늦게 다녀왔어.”
이건 좀 현실적인 문제였다.
우리가 다른 누구들처럼 부모님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든든한 후원자가 있는 것도 아니다.
어떻게 운이 좋아서 작게나마 수도권에 집을 얻었다.
동생이 뭐를 하더라도 말릴 생각은 애초부터 없었다.
녀석이 이렇게 멀쩡하게 살아 있는 것만으로도 항상 고마웠으니 말이다.
그러나 현실은 현실이다.
관리비부터 시작해서 통신비 같은 지출을 위해서라도 안정적인 수입은 필수였다.
“불확실한 수입은 너 하나만으로 족하단다. 알겠지?”
진혁이의 말은 맞다.
솔직히 나도 아까 너무 즐거웠다.
오래간만에 접속한 게임에서 마음껏 날뛰는 것도 재밌었고, 동생의 시청자들이랑 실없이 농담을 따 먹는 것도 재밌었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다.
이상을 바라보기에는 현실이 너무 차디찼으니까.
진혁이는 내 말에 한참 동안이나 입술을 꽉 깨물면서 말을 잇지 못했다.
나는 그런 진혁이를 바라보면서 피식 웃음을 지었다.
“진지 빨지 말고. 형은 샤워나…….”
띠리링.
그때 진혁이의 스마트폰에서 클래식한 벨소리가 울려 퍼졌고, 진혁이가 곧바로 전화를 받았다.
곧장 받는 걸 보면 꽤 중요한 사람인 모양이다.
“아, 예! 동수 형. 방금 전에 방송 끝냈어요.”
동수 형?
어디서 좀 많이 들어 본 이름이다.
하긴 세상에 동수라는 이름이 어디 한둘일까?
내가 건조대에 걸린 수건을 들고 화장실을 들어가려던 찰나였다.
전화를 하고 있던 진혁이와 내 눈이 마주쳤다. 그러더니 곧 진혁이의 입꼬리가 슬쩍 올라간다.
더위라도 먹었나.
갑자기 왜 저렇게 웃어?
“아, 진짜요? 바로 물어볼게요.”
진혁이는 잠시 전화를 입에서 떼더니 웃음을 지으면서 나에게 물었다.
“형, 나랑 진짜 친한 형이 있어.”
“그럼 그 형을 네 형 해.”
“아니, 그런 게 아니라. 그 형이 형한테 축하주를 사 주겠다고 하는데, 어때?”
“나한테? 굳이?”
“나도 형 전역하면 소개시켜 주려고 했던 형인데, 이렇게 또 시기가 맞네. 나 믿고 한번 볼래? 전역 축하하는 의미로 한잔 사겠다더라고.”
……글쎄.
네 얼굴 보니까 더 보기가 싫어지는데.
하지만 저렇게 밝은 표정으로 통화하는 걸 봐서는 동생에게 여러모로 영향력을 끼치는 사람인 듯하다.
그렇다면 한 번은 만나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내 동생도 성인이지만 사람은 가려 가면서 만날 필요가 있었다.
나는 잠시 고민을 한 다음,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러든가.”
그러자 진혁이가 곧장 전화기 너머의 ‘형’에게 대답했다.
“예, 형. 그러면 거기서 뵐게요. 네.”
진혁이는 그렇게 순식간에 통화를 끝내더니 나에게 말했다.
“이건…… 기회야!”
불안하게 왜 그러냐, 진짜.
3.
이곳은 우리가 사는 광명시 철산동에 위치한 한 술집.
동생 놈이 끔찍할 정도로 극찬을 하는 ‘동수 형’을 기다리는 중이었다.
약속 시간보다 우리가 좀 일찍 오기는 했다.
“오늘 만나는 형, 진짜 대단한 사람이야. 형도 만나면 깜짝 놀랄걸.”
동생이 대단하다고 말한다?
100프로의 확률로 스트리머일 것이다. 그것도 어마어마한 시청자를 거느린 대기업 말이다.
나는 먼저 서빙된 맥주를 한 모금 들이켜면서 땅콩을 입에 집어넣었다.
목 끝을 때리는 알싸하면서 시원한 감각.
크으, 이게 인생이지.
“아까 우리가 낮에 했던 방송을 재밌게 봤다 하더라고. 형한테 관심 엄청 많던데?”
“혹시 그 사람 게이는 아니지?”
“당연하지. 여자 친구도 있다고.”
“그러면 입 좀 닥칠래? 아까부터 그 이야기 100번은 넘게 하는 것 같네. 귓구멍에 무한 반복이라도 걸어 둔 기분이야.”
내가 없는 사이에 활발해진 건 좋다만, 피곤할 정도로 활발해졌다. 방송을 시작해서 그런지, 오디오가 풍부해진 것 같긴 하다.
진혁이의 입을 말끔하게 봉인시키고 난 다음, 맥주를 한 모금 더 넘겼다.
아, 이 맛에 산다!
그렇게 500cc 맥주잔을 반쯤 비웠을 때, 조용하던 진혁이가 손을 높이 들면서 해맑게 소리쳤다.
“형! 여기예요!”
“이야, 또 본다? 저번에 트위팟 파티 후로 처음 아니냐?”
한 남자가 우리 테이블로 다가왔고, 나는 맥주잔을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곧 얼어붙을 수밖에 없었다.
“반갑습니다, 진혁이의 친형 되시죠? 저는 한동수라고 합니다.”
……진짜 설마설마했는데.
그러나 나는 최대한 밝게 웃으면서 그가 건넨 손을 맞잡았다.
“김찬식입니다. 진혁이 형입니다.”
“크으, 진혁이도 잘생겼는데, 형님은 더 잘생기셨네! 그런데 혹시 저희 구면인가요?”
“예?”
“아니, 분위기가 좀 익숙해서요. 하하! 농담입니다, 농담.”
악연은 언제나 예기치 않은 곳에서 손을 뻗기 마련이다.
이 사람에 대해서는 아주 잘 알고 있다.
이름, 한동수.
스트리머 네임, 칸.
3년 전 나로 인해서 세계 최초의 레이드를 실패한 사람.
상상조차 하기 싫었던, 아주 아찔한 재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