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illain is Too Good at Broadcasting RAW novel - Chapter (50)
17. 그 스트리머에 그 시청자 (1)
1.
나는 지하철을 타고 강남역에 도착한 후, 국뽕미션맨과 미리 약속 잡은 곳으로 향했다.
약속 장소는 강남역 주위의 한 커피숍.
도착하자마자 한 남자가 손을 흔들며 나를 반겨 주었다.
“제 제의를 이렇게 적극적으로 수용해 주실 줄은 꿈에도 몰랐네요!”
“아닙니다, 국뽕미션맨 님.”
“나이도 얼마 차이 안 나니, 밖에서는 성수 형이라고 불러 주십쇼. 크으, 실물로 뵈니 인물이 훤하네요! 머리만 다 자라면 아주 그냥…… 캠방만 하셔도 되겠어요!”
처음 만난 국뽕미션맨, 아니 성수 형의 인상은 상당히 서글서글했다.
비교적 평범한 복장이지만 손목에 착용하고 있는 고급 시계 같은 액세서리 같은 데서 부티가 흘러넘친다고 해야 할까?
성수 형님은 주문한 음료가 나오자 본인이 직접 테이블에 가져왔다.
그러더니 나를 바라보면서 기분 좋게 말했다.
“월드 오브 배틀이랑 제 제의를 연결해 주실 줄이야. 정말 꿈에도 몰랐네요. 아주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단순히 팬 미팅만 생각했는데…….”
“하하…….”
“제가 샤 님이 사시는 곳 쪽에 건물이 한 채 있거든요. 그래서 그 장소를 제공해 드리면 어떨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아, 그래요?”
뭔가 다른 세상 이야기 같다.
‘건물이 있다’라는 말을 저렇게 당연하게 하니, 진짜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
성수 형님은 에이드를 가볍게 빨아 마시더니, 곧 나를 바라보면서 웃음을 지었다.
“샤 님 덕분에 지난 주말 정말 즐거웠습니다. 제가 국뽕중독자거든요. 크으, 얼마나 통쾌했는지!”
“혹시, 실례가 안 된다면 어떤 일을 하시는지…….”
“아, 그냥 그냥저냥 벤처 기업 운영하고 있습니다, 하하!”
첫 만남부터 더 깊숙하게 묻는다면 실례라고 생각했다.
나는 그가 가져다준 커피를 가볍게 머금으면서 긴장을 풀었다.
솔직히 만나기 전까지만 해도 긴가민가했는데, 이렇게 직접 만나 보니 기분이 아주 편안했다.
사실, 광고를 해 준다거나 하는 이런 조건을 내걸 줄 알았다.
그리고 내 방송을 통해서 마케팅이 가능한 분이었다면 실제로 받아들일 생각도 있었다.
그러나 성수 형님은 정말 그런 생각이 없어 보였다.
그냥, 나에게 장소를 제공하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럽다는 표정.
성수 형님이 나를 바라보면서 부드럽게 말을 이어 나갔다.
“아무래도 방송인들 중에서, 그 맛있게 매운맛을 살리는 분들이 많이 없거든요. 저도 PC 게임 시절부터 게임 방송을 즐겨 본 세대라서요.”
“아아, 올해로 혹시 나이가?”
“올해로 서른둘입니다.”
“오우, 진짜 엄청난 동안이시네요.”
“하하! 제가 자기 관리 하나는 철저합니다.”
자랑스럽게 말하는 성수 형님을 향해, 나는 조심스럽게 한 말씀 올렸다.
“자기 관리 그렇게 잘하시면서 어째서 트위팟을 끊지 못…….”
“크흐으, 제 유일한 취미 생활입니다. 사실, 게임을 하는 것보다 보는 걸 더 좋아하거든요.”
이제 이 사람 성격이 어떤지 대충은 알 것 같았다.
나는 멋쩍게 웃는 그를 향해서 기분 좋게 말했다.
“말씀 편하게 하십쇼, 성수 형님.”
그러자 그는 기다렸다는 듯이 편하게 말을 놓았다.
“어, 그럴까? 캬! 내가 살다가 스트리머 동생을 만들어 보네!”
“형님, 다른 방송에서도 큰손이라는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그럼 다른 스트리머들과는 이렇게 따로 만나신 적이 없습니까?”
큰손과 스트리머가 사적으로 자주 교류한다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할 수 있었다.
심지어 여스트리머 같은 경우에는 스캔들까지 터지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그러나 성수 형님은 단호하게 대답했다.
“어, 이렇게 직접 만나는 건 네가 처음이다. 지금까지는 그냥 심심해서 후원을 했었거든.”
“그런데 저는 왜…….”
“그냥? 느낌이 좋아서. 너랑 친하게 지내면 뭔가 재밌고 좋은 일이 일어날 것 같거든. 내가 원래 사람을 좀 잘 봐.”
혹시 무당이신가?
……그건 아닌 것 같고.
아무튼 그렇게 나와 성수 형님은 팬 미팅 겸, 새로운 컨텐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성수 형님은 생각보다 훨씬 적극적으로 의견을 표시해 주었다.
“우리 건물에 식당부터 시작해서 각종 부대시설 다 있거든. 식사도 내가 한번 협조를 구해 볼게.”
팬 미팅은 성수 형님 건물 8층에 마련되어 있는 컨벤션 홀에서 진행하기로 했다.
동선조차 완벽하다.
컨벤션 홀에서 잠깐의 팬 미팅을 진행한 후, 식사를 한다.
그리고 그 건물에서 10분 거리에 있는 루나 캡슐방으로 향한 후, 대규모 컨텐츠를 진행한다.
빠른 진행 속도로 짜인 팬 미팅 계획.
성수 형님은 씨익 웃으면서 나를 바라보았다.
“광명 말고 다른 곳도 괜찮아.”
“예?”
“그곳 말고 다른 곳에도 건물 꽤 있어. 신도림이라든가, 아니면 여기 강남? 원하는 곳이라도 있어?”
“……혹시 재벌 3세십니까?”
“에이, 그 정도까지는 아니야. 어쨌든 오늘 이야기했던 대로 말해 둘게. 다음 주 토요일 오후 1시. 맞지?”
“예.”
“좋아.”
논의라고 하기에도 부끄러울 정도로 일방적인 이야기가 오갔다.
성수 형은 내가 이야기한 아이디어를 흔쾌히 받아 주었고, 심지어 대여료마저 받지 않으려고 했다.
내가 그래도 체면이 있어서 대여료를 드리기로 했지만, 그마저도 아주 저렴한 금액으로 결정되었다.
그렇게 모든 이야기가 끝나고 나서, 성수 형은 만족스럽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그런 성수 형의 표정을 바라보면서 희미하게 웃음을 지었다.
이유 없는 호의를 언제나 조심해야 한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지금은 내가 손해를 볼 게 하나도 없는 상황.
게다가 저렇게 싱글거리면서 웃는 성수 형을 보고 있자니, 일말의 경계심조차 느낄 수가 없었다.
“좋았어. 팬 미팅은 나도 참석할 거야.”
“혹시 월드 오브 배틀도 같이…….”
“아니야. 나 게임은 못해. 그냥 팬 미팅에서 시청자들 구경이나 하면 될 것 같아. 챙겨 줘서 고맙다. 나도 앞으로 너 편하게 찬식이라고 불러도 되지?”
그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고, 그는 만족스럽게 웃음을 지으면서 스마트폰에 저장한 내 이름을 수정했다.
내가 보는 앞에서 자랑이라도 하는 듯이 말이다.
“아, 맞다. 오늘도 방송할 거야?”
“그래야죠. 팬 미팅 공지 방송도 해야 하고, 월드 오브 배틀도 미리 맛을 봐 두는 게 좋을 것 같아서요.”
“바쁜 사람 내가 너무 많이 잡아 둔 것 같다. 슬슬 일어서자.”
성수 형은 그렇게 말하면서 자리에서 일어섰고, 나를 향해 기분 좋게 손을 내밀면서 말했다.
“앞으로 잘 부탁한다, 찬식 동생.”
이 사람과의 인연은 앞으로도 유쾌할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나는 내 손을 잡으면서 해맑게 웃고 있는 성수 형을 바라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2.
그렇게 외부 일정을 모두 소화한 후, 집에 돌아오자마자 곧바로 방송을 켰다.
시간은 벌써 오후 7시.
저녁은 간단하게 김밥으로 때웠기 때문에 딱히 허기지지도 않았다.
평소보다 좀 이르게 방송을 켰음에도 불구하고, 방송을 켜자마자 대규모의 시청자들이 몰려왔다.
-샤준경 오셨습니까.
-소드 마스터 등장.
-님님. 일본 반응 봄?ㅋㅋㅋ
-해외 반응도 지리던데ㅋㅋ
-우리악 덕분에 욱일기가 전범기라는 거 세계 곳곳으로 전파되고 있음.
-ㅋㅋㅋ이게 바로 애국 전사지.
시청자들은 하루 사이에 쌓인 온갖 채팅들을 쏟아 내면서 채팅창을 채워 나갔다.
삼국전이 끝난 이후, 일본의 전범기에 대한 이야기가 꽤 많은 논란을 일으켰다.
[판타지 워 : 이스트>를 기다렸던 건 비단 동북아시아의 게이머들뿐만이 아니다.판타지 워 시리즈는 이미 전 세계적으로 많은 마니아를 확보한 게임.
오히려 동북아시아의 게이머보다는, 외국의 게이머 숫자가 훨씬 많았다.
[판타지 워 : 이스트>의 첫 공개나 마찬가지였던 [삼국전>에 관심이 쏟아진 건 아주 당연한 결과라고 볼 수 있었다.스트리밍은 동북아시아에서만 진행됐지만, 삼국전의 하이라이트가 담긴 영상은 각 스트리머의 미튜브로 업로드되었다.
그중, 가장 높은 조회수를 기록한 건 바로 내가 전범기를 불태우는 영상이 포함된 하이라이트였다.
-이게 진정한 독립투사지ㅋㅋ
-국뽕 그만 좀 처먹어라 ㅆㅃ새끼들아. 존나 꼴 보기 싫네.
-응, 니 집안 친일파ㅋㅋ
-외국인들도 전범기에 대해서 존나 물어봄.
-ㅇㅇ한국인들 단체로 몰려가서 영어로 친절하게 설명해 줬자너ㅋㅋ
-우리악이 쏘아 올린 작은 공.
전 세계 게이머에게 욱일기가 전범기라는 걸 각인시켰다는 건 상당한 성과라고 볼 수 있었다.
거기에 임 기자님이 쓴 기사도 번역이 되어서 함께 퍼졌는데, 덕분에 파급력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어마어마했다.
나는 채팅창의 민심을 살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꼴좋지 뭐. 누가 그 깃발 사용하라고 했어? 걔네 일본에서도 매장당할 것 같던데.”
평소 전범기를 사용하는 걸 옹호해 주던 세력들조차 이번에는 아무 말도 못 할 것이다.
왜냐고?
게임에서 형편없이 졌으니까!
국가의 자존심이 걸려 있던 이벤트 매치에서 패배한 건 상당히 중요한 문제다.
게다가 전 세계인이 보는 앞에서 패배했으니, 패배자들을 지지해 줄 놈들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아무튼 그렇게 난 그간의 이슈에 대해서 시청자들과 소통을 한 다음, 천천히 본론을 꺼냈다.
“오늘 게임하기 전에, 한 가지 공지 사항이 있다. 두 번은 말 안 할 거니까 잘 새겨들어.”
-뭔데.
-???
-기대된다.
-끌지 말고 빨리 말해라.
-현기증 날 것 같단 말이에요.
“다음 주 토요일 날 팬 미팅을 진행할 거야. 장소도 협찬받았고, 일부러 일정도 조정해 뒀어. 그리고 팬 미팅에 참가할 시청자들을 대상으로 컨텐츠 하나를 진행할 거야.”
나는 그 말과 함께 미리 설치해 둔 [월드 오브 배틀>을 실행시켰다.
콰아아아앙!
실감나게 울려 퍼지는 폭음과 총성.
곧 눈앞에 현실을 방불케 하는 전쟁터가 펼쳐졌고, 하늘을 날아다니는 전투기와 탱크 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오늘부터 다음 주까지는 월드 오브 배틀을 플레이할 거야. 그리고 다음 주 토요일에는 팬 미팅에 참가한 50명과 함께 캡슐방에 가서 단체로 플레이할 계획이다. 질문 딱 3개 받는다. 물론, 알지?”
내 말에 몇몇 시청자들이 눈치를 채고 곧바로 후원을 하면서 질문을 던졌다.
‘우리악전용욕받이’ 님께서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50명은 어떻게 선발함? 선발 기준 따로 있음?]첫 질문부터 아주 쓸 만한 게 걸렸다.
나는 고개를 끄덕거리면서 곧장 대답해 주었다.
“미튜브와 트게더를 통해서 참가 신청을 받을 거야. 가급적이면 월오배 잘하는 사람이면 좋겠지만, 못해도 상관없어. 무작위 추첨으로 뽑을 거야.”
질문 하나 커트.
그리고 곧바로 다음 질문이 이어졌다.
‘너의엉덩이가좋아’ 님께서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오늘 팬티 색 무엇?]미친놈.
이 와중에도 내 팬티 색을 묻는다고?
저것도 질문으로 쳐야 했기 때문에 나는 아주 성실하게 대답해 줬다.
“호피.”
-ㅗㅜㅑ ㅗㅜㅑ
-도깨비 빤쥬네ㄷㄷ
-샤깨비ㅠㅠㅠ
-……너무 섹시하자너.
-오팬무 빌런 새끼들 진짜 다 나가 뒈졌으면 좋겠다. 질문 1개 날아갔네.
좋아.
마지막 질문만 남았군.
‘월오배랭커’ 님께서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안녕하세요, 월드 오브 배틀 랭킹 721위 유저입니다. 혹시 특채 채용은 없나요?]랭킹 721위면 아주 상당한 실력자라고 볼 수 있었다.
월드 오브 배틀, 약칭 월오배에도 엄연히 랭킹이 존재했고, 상위권으로 올라갈수록 당연히 잘하는 사람이다.
MMOFPS 게임이라고 할지라도 결국 본질은 FPS 게임이다.
PC 시절이나 지금이나 FPS 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건 천부적인 피지컬이다.
당연히 최상위권의 랭커일수록 차후 진행될 이벤트를 수월하게 풀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 질문에 아주 단호하게 대답했다.
“내 사전엔 특채 따위란 없다. 공정하게 추첨으로 진행할 거야. 모든 건 아주 공평하게 진행될 거니까, 그렇게 알아 둬라.”
게임 잘한다고 팬 미팅 참가를 확정 짓겠다고?
어림도 없지!
특채 채용 같은 건 애초에 염두에 두지도 않았다.
콰아아아앙!
그렇게 간단한 Q&A 시간이 끝났고, 어느덧 마지막 폭음과 함께 나는 전쟁터의 한가운데로 이동되었다.
[월드 오브 배틀에 참전하신 걸 진심으로 환영합니다.]내 다음 먹거리, [월드 오브 배틀>과의 첫 만남이었다.
2권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