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illain is Too Good at Broadcasting RAW novel - Chapter (56)
19. 진짜들이 나타났다 (1)
1.
팬 미팅에 관한 계획이 세워진 후, 준비는 아주 빠른 속도로 진행되었다.
사실, 내가 딱히 신경 쓸 것도 없었다.
치킨박스에서 대부분의 문제를 처리해 줬기 때문이다.
내가 직접 캡슐방 협조와 장소 협조까지 다 받은 덕에, 치킨박스 측에서도 큰 힘을 들이지 않았다고 한다.
오후 3시 팬 미팅을 시작해서, 시청자들과의 소통과 레크리에이션 2시간.
그리고 오후 5시 팬미팅 장소 밑층에 있는 뷔페에서 1시간 30분 동안의 저녁 식사 시간을 가진 후, 곧바로 캡슐방으로 향한다.
오후 7시 30분으로 예정되어 있는 스트리머 합방에 참여하면 그날의 일정은 끝.
[월드 오브 배틀> 스트리머 대전에 참가할 4명의 스트리머도 결정이 되었다.내 동생인 진혁이랑, 동수 형.
거기에 마지막으로 합류한 스트리머는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플레이어였다.
미국 트위팟에서 활동하는 유명한 스트리머 샤라웃.
FPS 전문으로 활동하는 스트리머이자, 피지컬로 먹고산다는 이야기를 듣는 재능충.
평소에 그 사람의 영상을 볼 때마다 감탄을 하고는 했었다.
적어도 총을 들고 하는 게임은 다 잘한다는 소문도 있었고, 실제로도 그랬다.
동수 형과 평소에 친분이 있었던 덕에 합류하게 되었다고 하는데, 듣기로는 본인이 먼저 참여 의사를 내비쳤다고 했다.
나야 뭐 크게 상관은 없었다.
다만, 귀엽고 끔찍한 우리 악질단의 행패가 미국으로도 중계된다는 게 살짝 마음에 걸릴 뿐이었다.
음.
살짝은 아니군.
아주 많이 마음에 걸리지.
게다가 외국에서도 내 이름을 아는 사람들이 아주 많이 늘어났다는 소식을 들었다.
지난 [판타지 워 : 이스트>와 [AOA> 영상이 미튜브에서 끊임없이 전파되고 있다고 하던가?
악튜브의 구독자 숫자는 국뽕 컨텐츠 이후 가파르게 증가하여, 벌써 50만에 도달한 상황.
이 기세라면 올해가 끝나기 전에 100만 정도는 가뿐하게 넘을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어차피 악튜브야 편집자가 관리를 알아서 잘할 테니 신경을 꺼 두자.
내가 해야 할 건 그저 괜찮은 영상각을 뽑아내는 것뿐.
아무튼 그렇게 정신없는 나날 속에 어느새 팬 미팅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그 어느 때와 다름없는 평화로운 아침.
아침 일찍 일어나 운동을 다녀왔는데, 어쩐 일로 진혁이가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안 자냐?”
“형은 나 왜 그렇게 재우려고 그러는 거야?”
“얼굴 보기 싫으니까 그러지. 너 같으면 이른 아침부터 사내새끼 얼굴 보고 싶겠냐?”
“아침부터 왜 그렇게 화가 났어, 형…….”
“컨셉 잡는 연습 중이야. 어때, 좀 실감 났어?”
“형, 요새 연기 실력이 늘었네.”
“연기 실력은 무슨. 진심이었어.”
그러자 진혁이가 울상을 지었다.
예전이었다면 분명 투덜거렸겠지만, 최근 내가 진혁이의 기강을 잡아 준 덕분에 아주 고분고분해졌다.
지난주 금요일쯤에 한번 대들어서, 그날 이후로 방송 끝나고 호스팅을 연이어서 3일 동안 해 줬다.
그 이후로는 저렇게 얌전해져서는, 형 말 잘 듣는 착한 동생이 되어 버렸다.
앞으로 기어오르려고 할 때마다 주기적으로 호스팅을 해 줘야겠군.
효과가 아주 좋다.
나는 컵에 생수를 따라 마신 다음, 진혁이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내일 게임은 준비 잘돼 가냐? 지난번에 보니까 너희 시청자들 꽤 잘한다면서.”
“누가 그래?”
“내 방 시청자들이 그러던데. 너희 팀에 랭커들 좀 많다면서. 너, 일부러 그렇게 했지?”
“……절대 아니야.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된 거라고.”
듣자 하니 월드 오브 배틀 고인물들 중 상당수가 진혁이의 팀에 합류했다고 한다.
어떻게든 형을 이겨 보겠다는 못된 심보가 엿보이는 부분이었지만, 귀엽게 봐주기로 했다.
그때 진혁이가 나를 바라보면서 넌지시 말했다.
“형, 우리 협정 하나 맺을래?”
“무슨 협정?”
“게임 시작하면 서로 암묵적으로 동맹 맺자는 거지. 서로의 팀은 공격하지 않기로 하자고.”
“으음.”
“아, 게임사에서 이런 이벤트에 알아서 상금도 걸어 줬는데, 형제끼리 1등, 2등 하면 딱 좋잖아?”
정확하게 말하자면 치킨박스에서 직접 영업을 뛰었다.
[월드 오브 배틀>를 서비스하는 [ET>사 측에 이런 이벤트가 준비되어 있으니 후원을 할 생각이 없냐는 제안.게임 회사에서는 스트리머들이 알아서 준비한 이벤트를 환영하며 한화로 1,000만 원에 해당하는 금액을 상금으로 걸어 줬다.
솔직히 우리들은 그냥 방송 컨텐츠로 삼아서 영상이나 뽑아낼 생각이었는데, 회사가 직접 나서서 규모를 키워 준 것이다.
1등 500만 원, 2등 300만 원, 3등 200만 원의 상금이 책정되었다.
아마 미국 트위팟의 샤라웃이라는 스트리머가 합류해서 그랬을 가능성이 높았다.
엄청나게 큰돈은 아니지만, 원래는 상금이 없었다는 것에 비하면 확실히 다른 의미를 지녔다.
그러나 나는 웃음을 지으면서 진혁이에게 말했다.
“진혁아.”
“어?”
“돈 때문에 그러자는 건 아니지?”
“……솔직히 우리 둘이 해서 800만 원 딱 하면 얼마나 좋아. 어? 그게 땅 파서 나오는 돈도 아니고.”
“넌 왜 그런 부분은 쓸데없이 현실적이냐?”
언제부터 제가 돈을 생각했다고.
저 녀석의 시커먼 속이 뻔히 보였다.
“너 나랑 팀 먹는다고 그러면서 가장 먼저 뒤통수 때릴 거잖아. 형이 틀린 말 했냐?”
그러자 진혁이가 잠시 몸을 움찔거렸다.
그러더니 떨리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면서 물었다.
“그걸 어떻게 알았어? 와, 진짜 놀랐네. 형, 궁예야? 관심법 같은 거 배웠어?”
에라, 이 자식아.
“어떻게 알았긴. 너 내 동생이잖아. 사실, 그것도 집안 내력인 것 같긴 해.”
부모님이 우리에게 천부적인 피지컬을 주셨지만, 양심이란 걸 준 것 같진 않다.
그렇지 않다면 저런 생각을 해 놓고 저렇게 뻔뻔한 표정을 짓는 게 가능할 리가 없었다.
앞으로 내가 가장 경계해야 할 라이벌이 진혁이란 게 다시 한번 밝혀진 순간이었다.
“소름 돋네.”
“내일 기대해라. 무조건 너네 팀부터 조질 거니까.”
“에이…….”
“우리 팀 목표 1등 아니야.”
“진짜?”
“어.”
그 구역의 가장 미친놈들이 되는 게 바로 우리 목표였지, 1등 같은 건 애초에 생각하고 있지도 않았다.
그저 미친놈들처럼 재밌게 게임만 즐기면 되는 거지.
안 그래?
2.
그렇게 하루가 또 흘러갔고, 드디어 팬 미팅이 5시간 앞으로 다가왔다.
나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치킨박스에서 보낸 직원들에 의해 시달릴 수밖에 없었다.
그냥 팬 미팅만 하면 되는 거지, 뭐 하러 나를 이렇게 귀찮게 만드는 걸까?
메이크업부터 시작해서 옷까지.
내 딴에는 그냥 편한 모습으로 시청자들을 만나려고 했었는데, 아무래도 마냥 편하게 만날 수는 없는 모양이다.
그렇게 나는 회사에서 협찬받아 온 옷을 입은 후, 머리부터 발끝까지 메이크업을 끝낸 후에야 팬 미팅 장소로 향할 수 있었다.
팬 미팅 장소라고 해 봤자 우리 집에서 얼마 걸리지도 않는 빌딩이었지만 말이다.
팬 미팅이 예정되어 있는 장소에 도착한 건 오후 1시.
미리 예정된 시간보다 2시간이나 일찍 도착해 있었는데, 그곳에서 나는 이해할 수 없는 장면을 목격하고야 말았다.
“……저 사람들은 도대체.”
“일단, 들어가서 얘기하시죠.”
이상한 피켓을 들고 있는 여학생들이 건물 앞에서 진을 치고 있는 모습.
그녀들은 나를 바라보더니 곧 환호성을 질렀다.
“와! 샤다!”
“저 사람이 그 사람 맞지? 오늘 우리 오빠가 저 사람 보러 여기 온다고?”
“잘생겼다.”
“우리 오빠보다는 아니네.”
들려오는 이야기를 듣자니 나를 보러 온 사람들은 확실히 아니었다.
왜냐하면 몇몇 여학생들은 나에게 관심도 없는 듯, 자기들끼리 이야기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그런 그녀들을 이상한 눈으로 쳐다본 다음, 성재 씨와 함께 엘리베이터를 타고 위층으로 올라갔다.
“여기서 무슨 행사 해요? 제 팬들은 아닌 것 같은데.”
그러자 성재 씨가 난감하다는 듯이 웃음을 짓더니, 조심스럽게 말했다.
“오늘 이 컨벤션 홀 행사는 저희 말곤 없습니다.”
“아까 슬쩍 보니까 아이돌 팬인 것 같던데.”
“……음, 일단 이 명단을 좀 보시겠습니까?”
그렇게 말하면서 성재 씨는 나에게 오늘 참가하는 시청자들의 명단을 보여 주었다.
내가 본인의 태블릿 PC를 바라보자, 성재 씨는 곧 이름 하나를 강조하면서 말을 이어 갔다.
“아마 밑에 계신 분들은 이분의 팬들일 겁니다. 좀 익숙한 이름이죠?”
“……제가 아는 그 사람인가요?”
“전화해서 확인해 봤는데, 맞더라구요. 제가 전화를 드렸을 때 정말 좋아하셨었는데…….”
“그러면 왜 저한테 말씀 안 해 주셨어요?”
“그분이 비밀로 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하셨거든요.”
“아니, 그러면 저 사람들은 어떻게 저걸…… 와.”
내가 이렇게 놀라는 까닭은 당연했다.
명단에 강조되어 있는 이름.
김해철.
세상에 수많은 김해철이 존재하겠지만, 내가 똑똑히 기억하는 김해철은 단 한 명뿐이다.
유명한 아이돌 출신이자 각종 예능에도 활발하게 출연하는 남자.
그는 게이머들 사이에서도 상당히 유명한 연예인 중 하나였다.
쉬는 날에는 대부분 게임을 하며 보낸다는 기사도 자주 뜨고, 몇몇 스트리머들과 자주 게임하면서 게이머들에게도 인지도가 상당했다.
여전히 많은 팬덤을 이끄는 아이돌.
최근에는 아이돌 그룹에서 나와 성공적으로 홀로 섰다는 평가를 받는 남자였다.
그런데 그런 남자가 내 팬 미팅에 참여한다고?
……솔직히 믿기지가 않네.
“성재 씨가 일부러 참여시킨, 뭐 그런 거 아니죠? 진짜 연예인 특혜 이야기 나올 수도 있어요.”
공은 공이고, 사는 사다.
연예인이 내 팬 미팅에 당첨되었다고 한다면 사실이든 아니든 말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내 말에 성재 씨가 걱정하지 말라는 듯이 웃음을 지었다.
“안 그래도 그런 논란이 생길 것 같아서 미리 추첨 과정에 대한 영상을 녹화해 두었습니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후우.”
“김해철 씨의 신분이 신분이니만큼, 다른 시청자들보다 일찍 도착해 달라고 부탁드렸습니다.”
“언제쯤 오신다고 하세요?”
“아마 지금쯤이면…….”
그때였다.
여기가 분명 고층인데, 어마어마한 괴성들이 밑에서 들려오고 있었다.
“꺄아아아아악!”
“오빠아아아아!”
나는 그 소리를 들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오셨나 본데요.”
“그렇군요.”
그렇게 몇 분이 지났을까?
엘리베이터를 통해 올라온 한 남자가 환하게 웃으면서 앞으로 걸어왔다.
연예인을 실물로 보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나를 보자마자 눈을 크게 뜨더니, 곧 살짝 흥분된 목소리로 말했다.
“크으으으!”
잠깐만.
이 사람, 리액션이 이상한데?
“크으으으!”
“안, 안녕하세요?”
“크으으으으으! 미쳤다. 우리악의 실물을 이렇게 영접하게 될 줄이야!”
평소에 4차원으로도 유명한 사람이라고는 들었는데, 이런 의미에서 4차원이었을 줄이야.
연예인의 리액션이라서 그런가, 선이 좀 굵은 느낌이다.
어찌 보면 스트리머의 리액션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나는 그런 해철 씨를 향해서 손을 내밀면서 웃음을 지었다.
“반갑습니다, 스트리머 샤, 김찬식이라고 합니다.”
그러자 해철 씨는 흥분을 살짝 가라앉히면서 웃음을 지었다.
“김해철이라고 합니다, 하하! 평소에 동수로부터 이야기 많이 들었거든요. 어떻게든 한번 뵙고 싶었는데, 이렇게 만나게 되네요!”
첫 만남부터 오디오가 꽉 찬 느낌.
동수 형이 이 사람이랑 친한 모양인데…….
도대체 동수 형의 인맥은 어디까지 뻗어 나간 걸까?
하긴, 몇 년 동안 대기업의 자리에서 내려가지 않은 사람이니 그럴 만도 하지.
해철 씨는 나를 바라보면서 서글서글한 웃음을 지었다.
잘생긴 사람이 저렇게 웃으니까 좀 재수 없다.
그는 슬쩍 성재 씨의 눈치를 보더니, 내 귓가에 입을 가져다 대면서 조용히 속삭였다.
“혹시 오늘 이벤트 중에서 이렇게 귓가에 욕을 속삭여 주는 코너가 있을까요? 개인적으로 그 경험을 해 보고 싶어서 이렇게 신청했는데……. 후후, 기대하겠습니다.”
“예? 아…… 예.”
연예인이라도 악질단은 악질단이라는 건가.
내가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이자, 그는 만족스럽다는 듯이 웃음을 지으면서 귀에서 입을 뗐다.
그러더니 곧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쾌활하게 말했다.
“딱히 할 일도 없으니 게임 이야기나 좀 할까요? 월드 오브 배틀도 좋아하는데, 저 리그 오브 스톰도 엄청 좋아하거든요.”
진짜 캐릭터가 독특해도 너무 독특하다.
통통 튄다는 느낌이 바로 저걸 두고 하는 말일까?
내가 미친놈이라서 주위에 이런 사람들만 꼬이는 걸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첫 참석자가 도착했고, 얼마 가지 않아 조금씩 시청자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헉헉, 형 오늘 팬티…….”
“형, 욕 맛보기로 딱 한 번만.”
……씨바꺼.
오늘 팬미팅, 경찰에 신고나 안 당했으면 좋겠다.
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