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illain is Too Good at Broadcasting RAW novel - Chapter (59)
20. 배신과 배신 (1)
1.
게임이 시작되자마자 각 스트리머들의 진영이 결정되었다.
철의 사각지대.
동서남북으로 설계된, 특수 모드인 [복마전>을 위해 마련된 모드다.
각각 50명으로 구성된 4개의 세력은 맵 중앙에 위치한 21개의 거점을 두고 싸우게 된다.
애초에 실력으로 이길 수 있는 게임이 아니다.
모드 이름인 [복마전>.
결국, 이 게임의 핵심은-.
“이간질과 뒤통수, 타이밍뿐이지.”
실력으로 이길 만한 게임이 아니다.
아무리 실력이 좋은 팀이라고 하더라도 결국 협동 공격에는 장사가 없었다.
나는 게임이 시작되자마자 이 사장님을 불렀다.
그러자 화려한 훈장들을 가슴팍에 달고 있던 이 사장님이 나에게 다가왔다.
“찬식 군.”
“이 사장님…… 랭커셨어요? 세상에, 순위가 무슨…….”
이 사장님의 아이디 옆에는 122라는 숫자가 적혀 있었다.
경쟁전 랭킹 122위라는 뜻.
그것을 본 시청자들이 경악했다.
-지난번 북조선게이머보다 더 고인물이네ㅁㅊ
-이 사장님 체격부터 보셈. 그냥 딱 봐도 특전사 출신 아님?
-와ㅋㅋㅋㅋㅋ
-미쳤다.
-저 체격으로 돌격하면 상대방 오줌 지려서 총도 제대로 못 쏠 듯
시청자들이 유난을 떨고 있었지만-.
“하하! 캡슐방 사장이라는 자리가 딱히 할 게 없습니다. 가끔 진상 손님 내쫓는 게 전부죠. 나머지는 일하는 친구들이나 제 딸내미가 알아서 합니다.”
“진상요?”
“가끔, 술 먹고 게임하는 사람들이 있거든요. 제 딸내미에게 작업을 거는 놈들도 있어서, 그럴 때마다 제가 해결합니다.”
꿀꺽.
그 말을 들으니 왜 이렇게 손에서 땀이 날까?
아니, 지금 중요한 건 이게 아니지.
나는 이 사장님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이 사장님도 복마전 모드는 처음이시죠?”
“그렇습니다. 어제 외국 게이머들이 플레이하는 거 봤는데, 가장 중앙에 위치한 1거점이 중요합니다.”
그는 그렇게 말하면서 허공에 맵 기능을 통해 작전지도를 소환해 냈다.
1거점.
중앙에 위치해 있으며, 그곳에는 이 게임 유일한 중화기라고 할 수 있는 기관총 진지가 설치되어 있었다.
이 사장님은 아주 능숙하게 설명을 시작했다.
“월오배는 원래 비행기나 다른 전략무기들도 존재합니다만, 이 모드에서는 기껏해야 저 중화기 진지가 끝이에요.”
“저곳이라면 사방에서 공격을 당하겠네요.”
“그렇습니다. 하지만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점령해야 하는 곳이죠.”
능숙하게 설명을 하는 걸 보면 확실히 고이기는 고였다.
게다가 어젯밤에 미리 예습까지 하고 오셨다고 하니, 확실히 이 게임에 애정이 깊으신 분인 것 같았다.
나는 밝게 웃으면서 이 사장님에게 물었다.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나도 나름 이 모드에 대해서 공부를 한 상태였고, 특히 이 [철의 사각지대>도 많이 공부를 했다.
이 사장님은 내 질문에 어깨를 으쓱이면서 대답했다.
“그건 찬식 군이 선택할 일이죠.”
우리의 스타팅 포인트는 1거점 기준으로 북쪽.
동쪽에는 진혁이, 서쪽에는 동수 형, 남쪽에는 샤라웃이다.
뭐, 어디에서 시작했는지 중요한 게 아니다.
“일단 북쪽의 다섯 거점부터 빠르게 먹고 생각해 보죠.”
“바로 1거점으로 진출할 생각은 없으십니까?”
“아마 저희 팀원들이 잘하는 사람들이었다면 그것도 고려했겠지만…….”
그렇게 말하면서 우리 앞에서 열심히 놀고 있는 시청자들을 가리켰다.
그중에서 10레벨을 넘기는 유저들은 10명뿐.
나머지 40명은 10레벨도 넘기지 못한 뉴비들이었다.
물론 나까지 포함해서 말이다.
“저희 친구들이 딱히 잘할 것 같진 않아서요.”
“동감합니다.”
“초반에 주도권을 잡는 세력은 어디일까요?”
아무래도 FPS 고인물인 샤라웃이 아닐까 예상했다.
하지만 이 사장님은 고개를 가로저으면서 대답했다.
“50명 단위의 게임은 언제나 그랬듯이 상명하복이 제일 중요하죠. 제가 알기론 샤라웃도 우리처럼 무작위로 49명을 선발했다고 들었습니다. 이 게임은 혼자서 이길 수 있는 게임이 아닙니다.”
그런 건 또 어디서 들으셨대?
샤라웃의 팀 역시 우리처럼 무작위 50명이라지만, 뽑아 놓고 보니 대부분이 FPS 유경험자였다던가?
내 방 시청자들이 아까 친절하게 알려 줬다.
-즌쟁영웅 안 되나?
-걍 1거점 빨리 처먹고 기관총 난사하는 게 답일 것 같은데.
-일단 샤라웃 공동 전선부터 형성하자.
-ㄹㅇ 샤라웃이 제일 위험한 놈 아님?
-ㅇㅇㅇ
이 사장님은 나를 바라보면서 말을 맺었다.
“제 예상으로는 진혁 군이나 스트리머 칸 님 쪽이 1거점을 탐낼 것 같습니다.”
동수 형네 팀은 전원 현역 출신으로 구성되었다고 했나?
아저씨들 시청자들이 많은 편이라 그럴지도 모르겠군.
나는 이 사장님의 예상을 들으면서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 게임에서는 동맹이 필수적이다.
서로가 서로를 견제해야 하는 상황.
특히, 가장 중요한 거점인 1거점을 점령해서 지키기 위해서는 두 팀이 연합을 하는 쪽이 편했다.
“일단 북쪽 거점들을 점령하고 생각해 보죠. 이 사장님께서 소대 4개로 나눠서 점령해 주실 수 있을까요? 하나는 저희가 직접 점령하겠습니다.”
“좋습니다.”
이런 건 나보다 익숙한 이 사장님이 잘하겠지.
이 사장님은 우리 팀에서 비교적 월오배를 자주 플레이한 유저 4명을 뽑아서 소대장으로 임명한 후, 곧바로 북쪽 거점으로 보냈다.
11명으로 구성된 소대가 4개 만들어졌고, 본부에는 나와 이 사장님, 그리고 해철이 형이 포함된 6명이 남았다.
물론.
“크으.”
“우리악이랑 함께라니!”
“대신 총알받이라도 해 주자, 쿠쿡.”
나머지 3명은 공익 3인방.
이 사장님마저도 이 셋은 도움이 안 될 거라 판단한 것이다.
나는 그 공익 3인방을 바라보면서 한마디 했다.
“야, 너희 왜 커스터마이징 안 했냐?”
그들은 거대한 덩치 그대로 게임에 입장한 상황.
FPS 게임들 대부분이 커스터마이징을 지원하는 편인데, 저 파오후 3명은 그 기능을 이용하지도 않았다.
내 말에 공익 3인방은 헤실헤실 웃으면서 말했다.
“커스터마이징?”
“어림도 없지!”
“쿠쿡, 그건 우리에게 사치라구!”
“아주 그냥 너희 세 명끼리 영혼의 친구가 되었네. 참 보기 좋다.”
“다들 던전 앤 워리어를 하더라구. 게임 이야기하니까 마음이 맞았단 말이지.”
-정공겜ㄷㄷㄷㄷㄷㄷ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미친 새끼들.
-오늘의 맛깔 나는 조연들은 쟤네 셋이다. 반박 시 방알못ㅋㅋ
-트수 평균ㅋㅋㅋㅋ
쟤네들 상대하다가 화병 나서 뒈질 것 같다.
놈들끼리 알아서 놀라고 내버려 둔 다음, 해철이 형을 바라보았다.
해철이 형은 손에 총을 든 채로 살짝 상기된 얼굴이었다.
커스터마이징도 필요 없는 사람.
해철이 형의 캐릭터는 본인의 외모를 그대로 가져왔다.
공익 3인방과 마찬가지로 커스터마이징을 하지 않았지만, 풍기는 분위기는 아주 그냥 현역 뺨친다.
나는 작게 감탄하면서 해철이 형에게 물었다.
“형, 그런데 왜 그렇게 좋아하세요?”
그러자 해철이 형이 배시시 웃으면서 대답했다.
“어! 형 이렇게 총 들고 플레이하는 거 처음이거든.”
“……월오배 좋아하신다면서요?”
“너 방송하는 거 좋아한 거지. 와, 진짜 실감 난다. 나 공익 출신이라서 이렇게 작전 같은 거 하는 거 처음이거든. 기대된다.”
……젠장.
공익 3인방이 아니었어.
공익 4인방이었지.
이 게임, 정말 샤라웃의 얼굴에 내 엉덩이를 비빌 수 있을까?
[1차 탈락자 책정까지 10분 남았습니다!] [아군이 거점 N-1을 점령하였습니다.] [아군이 거점 N-2를 점령하였…….]내 고민 속에서 아군은 성공적으로 북쪽 거점을 점령해 갔다.
아직까지는 적과의 조우가 없는 상황.
폭풍전야 같은 침묵 속에서 게임이 진행되어 가는 중이었다.
2.
우리 중대는 중앙의 1거점과 가장 가까운 N-4 거점에 집결하게 되었다.
전투가 없었기 때문에 사상자는 제로.
이 사장님은 모든 중대원이 집결하자마자 말했다.
“리스폰 지역을 이곳으로 설정하세요.”
거점을 점령하게 되면 그곳을 아군의 리스폰 지역으로 설정할 수 있게 된다.
이 [복마전>에서는 중앙의 1거점을 제외한 나머지 거점을 리스폰 포인트로 설정할 수가 있다.
이 사장님의 지시를 따라 나머지 중대원들이 리스폰 지역을 설정했다.
아마 나머지 팀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제 곧 본격적인 전투가 벌어질 시간이 다가왔다.
그리고 그때, 기다렸다는 듯이 동수 형으로부터 귓속말이 날아왔다.
[어, 우리 동생, 너희도 거점 점령 끝났냐?>-시작되었다?
-칸샤 연합군?
-ㅋㅋㅋㅋㅋ속지 마라. 지금 칸 문어발 외교 중이다.
-속보)칸, 샤라웃. 동맹 체결.
-걍 너 낚으려고 그러는 거임.
-칸해군ㄷㄷ
시청자들의 채팅은 사실상 치트키나 다름없었다.
그러나 동수 형도 이 상황을 예상하고 있을 것이다.
한국 팀끼리의 동맹은 내부 고발자를 조심해야 하는 상황이었으니까.
나는 동수형의 귓속말에 부드럽게 대답했다.
“예, 형.”
[야. 나 방금 샤라웃한테 동맹하자고 말 걸었거든? 일단 동맹은 받아 줬어.>“형?”
[내가 샤라웃 끌어들일 테니까 거기서 샤라웃부터 같이 조지자. 어때? 거점은 너희 가져.>이 게임 피지컬 게임인 줄 알고 있었는데, 알고 보니 심리전이었어?
진짜 게임 모드랑 컨셉이 똑같다.
복마전.
음모가 끊임없이 판치는 곳.
좋아.
동수 형의 장단에 좀 놀아나 주자.
“우리 병력 어디서 접선할 거예요?”
[우리는 센터 1거점에서 합류해서 같이 밀어 버리자.>“알겠어요.”
[역시 우리 동생. 결정 빠르네. 야, 적어도 한국 스트리머가 3명인데 꼴찌 하면 안 되지. 안 그러냐?>여기서 민족주의에 호소하면서 설득을 한다라?
그렇게 동수 형은 급하다는 듯이 통신을 끊었다.
“뭐랍니까?”
이 사장님의 질문에 나는 피식 웃음을 지으면서 대답했다.
“동맹하자네요. 일단 받아들였어요. 아시죠?”
“예.”
이 사장님과는 이미 게임 시작 전에 이야기를 해 둔 게 있었다.
우리 팀이 다른 팀에 비해서 병력의 질이 떨어지는 건 사실이다.
마구잡이로 추첨을 했으니까.
그러나 다른 팀에는 없는 특별한 무기가 하나 존재한다.
그것도 아주 특별한 무기.
이런 식으로 진행되는 게임에서 우리보다 강력한 중대는 없을 것이다.
우리들은 동수 형과의 이야기가 끝나자마자 1소대만 N-4 거점에 남겨 둔 채로 곧바로 중앙 거점으로 들어갔다.
타타타타타탕!
중앙 거점 동쪽에서는 이미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모양이었다.
소리가 들려오는 쪽을 보아하니 진혁이의 중대와 샤라웃의 중대가 교전을 하는 듯했다.
그 와중에 우리는 재빠르게 거점 점령을 시작했고, 얼마 가지 않아 거점은 우리 손에 떨어지게 되었다.
[중앙 1거점을 점령하셨습니다!] [4곳의 기관총 진지가 활성화됩니다.] [설치된 카메라를 통해 거점 주위의 화면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중앙 거점이 이 게임에서 중요한 건 비단 기관총 진지 때문만은 아니다.
중앙 거점을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는 각종 우회로에 대한 시야까지 보유할 수 있다.
즉, 적의 움직임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는 뜻이었다.
우리 팀이 아무런 제지 없이 중앙 거점을 점령하자, 곧 시청자들의 무수한 갈고리가 쏟아졌다.
-???
-뭐임?
-거점 존나 쉽게 점령했는데?
-어???
-칸이 그린 그림이 아닌데?
시청자들이 연신 갈고리를 입력하고 있는 사이, 나는 이 사장님을 쳐다보면서 말했다.
“아시죠?”
“예, 그럼 1개 소대만 데리고 가겠습니다.”
그렇게 이 사장님이 1개 소대를 이끌고 거점에서 빠져나갔다.
그리고 곧 우리가 점령한 거점에 동수 형이 이끄는 병력이 도착했다.
동수 형은 개구리 크림으로 위장까지 한 상황.
형은 도착하자마자 나를 바라보면서 팔을 벌렸다.
“우리 동생! 네가 형을 이렇게까지 믿어 줄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 크흐흐. 아마 해철이 형을 통해서 연락할 거라곤 다른 팀도 예상 못 했을 거다.”
그 말에 내 옆에 있던 해철이 형이 멋쩍게 웃으면서 머리를 긁적였다.
우리 팀이 지니고 있는 차별화된 무기.
그것은 바로 샤라웃 팀을 제외한 나머지 팀과의 연결 고리가 있다는 점이었다.
스트리머들끼리 직접 대화를 하게 되면 서로에게 작전이 노출될 가능성이 높았다.
물론 잠시 방송 화면을 정지하고 인터넷 전화로 연락을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그러나 두 스트리머가 동시에 송출을 정지한다?
딱 봐도 보이지 않는가?
하지만 우리 팀에는 각 팀의 수장과 인연이 있는 사람들이 둘이나 있다.
진혁이와 친한 이 사장님.
동수 형과 친한 해철이 형.
이 둘만 이용하면 뒤에서 전화로 이야기하는 게 가능했다.
겉보기에는 진짜 급한 전화인 것처럼 연출할 수 있을 테니까.
그렇게 해철이 형을 통해서 동수 형에게는 충분히 말을 해 둔 상태였다.
“진혁이네 좀 힘들어 보이는데, 진혁이네부터 좀 도와주러 갈까? 아니면 우리가 샤라웃 빈집 털까?”
“오, 저 빈집 터는 거 좋아해요, 형.”
“좋아, 그럼 진혁이 버리고 바로 샤라웃 빈집 털자. 거점은 절반씩 나눠 먹…… 잠깐만.”
[‘칸’ 중대의 E-4 거점이 공격받고 있습니다!] [‘칸’ 중대의 E-4 거점이 ‘진’ 중대와 ‘샤’ 중대에게 함락당했습니다.]갑작스럽게 울려 퍼진 소식.
눈앞을 가득 메우는 시스템 메시지에, 동수 형의 얼굴이 기괴하게 일그러졌다.
내 옆에 있던 해철이 형은 동수 형을 향해서 멋쩍다는 듯이 말했다.
“미안해, 동수야.”
“……해철이 형?”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는 동수 형.
그런 동수 형을 향해서 가볍게 미소를 지어 줬다.
“형, 제가 빈집 터는 거 좋아한다고 했잖아요.”
“그 집이…….”
“당연히 형 빈집이지. 형, 제가 형 사랑하는 거 알죠?”
“너, 너!”
누구 빈집이라고는 얘기 안 했거든.
동수 형.
항상 고맙고, 미안해요. 내가 형한테만큼은 이러면 안 되는데…….
“방송이니까 형…… 이해해 줄 거죠?”
언젠가는 동수 형에게 진심으로 무릎 꿇고 사과해야지.
하지만 형.
오늘은 그날이 아닌가 봐요.
“김찬시이이익!”
동수 형의 처절한 외침과 함께, 퇴로를 잃은 동수 형의 병력이 우리 거점을 향해서 돌진하기 시작했다.
타타타타타탕!
감정이 실린 총소리와 함께 우리 중대의 첫 전투가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