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illain is Too Good at Broadcasting RAW novel - Chapter (65)
22. 시연회 (1)
1.
샤라웃이 갑작스럽게 등장하자 나는 어쩔 수 없이 치킨박스의 사무실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
오후 7시로 예정되어 있던 방송은 잠시 오후 9시로 미뤘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지난번에 샤라웃이 나에게 한화로 100만 원을 쏜 다음 ‘나 한국 가면 놀아 줄 거지?’라는 말을 했기 때문이다.
그때는 이렇게 빠르게 한국에 올 줄은 몰랐다.
알고 보니 전부다 샤라웃이 계획했던 시나리오!
귀찮았지만 약속은 약속.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던 샤라웃의 목소리가 너무나도 밝았기에, 차마 안 나갈 수가 없었다.
그렇게 치킨박스 사무실에 도착했을 때, 그곳에는 익숙한 한 남자가 앉아 있었다.
그는 사무실로 들어온 나를 발견하자마자 곧바로 달려오더니, 장난스럽게 내 멱살을 잡으면서 말했다.
“스스로 죽을 곳을 골라 온 거냐?”
“동수 형, 사랑하는 거 알죠?”
“그럼 오늘 밥은 네가 사는 거다. 알겠지?”
“물론이죠. 형 덕분에 상금도 받았는데, 그 정도도 못 해 드리겠어요?”
요새 동수 형이랑 참 많이 만난다.
언제 보더라도 고맙고 미안한 사람이다.
동수 형과 정답게 인사를 나눈 다음, 서서히 시선을 돌렸다.
성재 씨야 동수 형만큼이나 자주 봐서 이제는 정겹기까지 하다.
그러나 못 보던 얼굴이 한 명 있었다.
아니지, 게임에서는 봤었으나 현실에선 처음 보는 얼굴이라고 해야지.
윤기 나는 금발 머리에 모델 같은 외모.
솔직히 남자 외모를 평가해 봤자 무슨 의미가 있겠냐만, 아무튼 잘생긴 외국인이 자리에서 일어나 있었다.
얼굴만 잘생긴 게 아니라 키도 크다.
내 키가 181cm이라 그렇게 작은 것도 아닌데, 그는 나보다 한 뼘은 더 커 보였다.
샤라웃.
잘생긴 건 미리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보니 훨씬 더 잘생긴 느낌이다.
풍기는 분위기부터가 달랐다.
“오오, 찬쉭!”
샤라웃은 얼굴을 활짝 피면서 웃음을 짓더니, 곧 나를 격하게 끌어안았다.
……외국인이라서 리액션도 큼직큼직한 건가?
“H, Hello?”
나는 적지 않게 당황하면서 샤라웃의 등을 두드렸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동수 형이 실실 웃으면서 말했다.
“야. 샤라웃이 너 진짜 마음에 들었던 모양이더라. 너 온다니까 아주 좋아 죽던데?”
“남자 좋아하는 거 아니죠?”
“아냐, 쟤 여자 진짜 많이 밝혀. 유명한데?”
그걸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아무튼 샤라웃은 말은 잘 통하지 않지만, 시원시원한 리액션을 보여 주면서 웃음을 지었다.
첫인상이 꽤 괜찮은 남자다.
서글서글하고, 잘생겼고, 성격도 좋아 보이고.
저런 걸 보고 ‘인싸’라고들 하는 거다. 동수 형이 해외에서 자랐으면 약간 저런 느낌이었겠지?
그래서 둘이 친해진 모양이다.
“치맥이나 하러 가자.”
“동수 형, 아직 저녁 아닌데요? 그리고 저 이따가 방송해야 해요.”
“야, 내가 몇 번이나 말하냐? 맥주는 음료수라니까, 음료수?”
“치맥, 좋아요. 굳.”
“……샤라웃 생각보다 한국말 잘하는데요? 그때 한국말 못한다고 하지 않았어요?”
“가급적이면 안 썼던 거지. 그때 샤라웃도 방송 중이었잖아?”
그렇긴 하지.
본인의 시청자들이 더 중요한 법이니까.
나 같아도 그랬긴 했겠다.
“샤라웃, 1년에 한국 3번 정도 와. 한국 좋아해.”
그렇게까지 좋아할 줄은 몰랐네.
우리들은 사무실에서 나와 아주 가까운 곳에 위치한 치킨집으로 향했다.
치킨박스 사무실과 같은 건물에 위치한 치킨집.
가까운 위치에 있기도 하고, 맛도 괜찮은 집이다.
가끔 스트리머들끼리 회사에서 볼 일이 생길 때마다 가볍게 치맥을 하기 위해 가는 곳이기도 했다.
가게 안으로 들어가서 치킨과 맥주를 주문한 다음, 자리에 앉아서 동수 형에게 물었다.
“근데 샤라웃은 왜 한국에 온 거예요?”
“어어, 이번에 신작 게임 발표회가 있거든. 샤라웃이 대표 홍보 모델이야.”
“무슨 게…… 아!”
“뭐, 알아?”
“리빙 데드 2. 그거 신작 발표회 한국에서 하죠? 부산 벡스코에서 하는 걸로 기억하는데.”
[리빙 데드 2>.한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리빙 데드 시리즈의 후속작이자, 올해의 대표적인 기대작 중 하나다.
게임의 이름에서 느껴지겠지만, 일단은 좀비 게임이다.
좀비로 가득 찬 아포칼립스 세계에서 생존을 위해 탈출하는 게임.
동명의 PC 버전 게임의 장점을 아주 잘 살렸다는 평가를 받는 시리즈였다.
나도 출시되면 한 번쯤 해 보고 싶었는데, 발표회가 이번 주였구나.
시간 참 빠르게 간다.
동수 형은 내가 알은체를 하자 살짝 감탄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아네? 쟤 그거 때문에 한국 온 거야. 방송 당분간 휴가 내고 온 거라서, 작정하고 놀고 갈 것 같은데.”
“헤이, 찬식, 나랑 놀아 줄 거지?”
……한국말 보통 잘하는 게 아닌데?
저 정도면 어눌한 거 빼면 어지간한 회화는 가능할 것 같다.
나는 어느새 내 앞에 서빙된 맥주를 한 모금 들이켜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전 바빠요.”
“아, 왜. 너 어차피…… 맞다, 너 이번에 크루 만든다고 그랬지? 왜 형한테 따로 말 안 했냐. 나는 네가 우리 크루 들어올 줄 알았는데.”
“언제까지 형한테 민폐만 끼칠 수 없잖아요.”
“민폐는 무슨 민폐. 너 혼자서 알아서 큰 건데 뭐.”
그렇게 말하면서 동수 형도 맥주 한 모금을 시원하게 들이켰다.
말은 저렇게 하지만 속으론 살짝 섭섭한 모양이다.
그러나 동수 형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손을 내저으면서 말했다.
“그래, 뭐 크루가 중요하겠냐? 지금처럼 편한 형 동생으로 지내도 충분하지. 너 크루 만들었다고 해서 나랑 합동 방송 같은 거 안 할 거야?”
“에이, 그건 아니죠.”
“아니면 나중에 우리 크루랑 네 크루랑 붙는 것도 꽤 재밌는 영상 좀 뽑히겠다.”
“오. 크루? 내 크루도 꽤 게임 잘한다.”
“또 삼파전 같은 거 하면 되겠네.”
누가 스트리머들 아니랄까 봐, 사석에서도 방송 얘기나 하고 있으니 원.
째애앵.
가볍게 잔을 맞부딪힌 다음, 다시 한번 맥주를 목으로 넘겼다.
샤라웃은 닭 다리 하나를 순식간에 먹더니, 곧 나를 바라보면서 슬쩍 말했다.
“프라이데이. 시간 괜찮아?”
“나?”
“Yes.”
금요일이라면 [리빙 데드 2>의 발표회가 있는 날.
내가 잠시 갈피를 못 잡고 있자, 동수 형이 샤라웃의 말에 보충 설명을 해 줬다.
“너도 우리랑 같이 초청 게스트로 안 갈래? 그냥 가서 게임 시연만 할 거거든.”
“형도 가요?”
“왜 이래? 나 이래 보여도 명예 홍보 대사야. 너 내 리빙 데드 컨텐츠 유명한 거 알잖아?”
그렇긴 하지.
동수 형의 [리빙 데드 1> 영상은 리빙 데드 관련 영상 중에서 당당히 상위권을 기록하고 있을 거니까.
나는 그들의 말을 들으면서 씨익 웃음을 지었다.
가만히 있었는데 호박이 넝쿨째 굴러와 버렸다.
귀찮음을 무릅쓰고 밖에 나오길 잘했다니까?
2.
[리빙 데드 2>의 제작사인 [밸류>사에서는 내가 이벤트에 참여하겠다고 하니, 전적으로 환영을 해 줬다고 한다.샤라웃과 동수 형의 강력한 추천.
거기에 내가 지닌 인지도까지 더해지니, 게임사에서 좋아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참여가 결정된 후 나는 금요일 날까지 기다리면서 성실하게 방송을 계속했다.
나영이가 낮 동안 모은 시청자들을 나에게 호스팅해 주고, 이런 식으로 반복을 하니 평소보다 구독자 증가 추세가 아주 빨라졌다.
거기에 악튜브도 무난하게 커져 가고 있었으니, 딱히 걱정할 것도 없었다.
그렇게 금요일이 왔다.
아침 일찍 일어나 KTX를 이용해서 부산에 도착한 나는, 일찍 와서 여행을 즐기고 있던 동수 형과 샤라웃의 일행에 합류했다.
동수 형은 나를 데리고 본인이 좋아하는 국밥집으로 향했다.
으음.
“야, 난 솔직히 요새 파스타나 그런 건 좀 그렇더라. 그 돈이면 든든한 국밥 세 그릇은 먹겠는데. 안 그러냐?”
일상이 방송이고, 방송이 일상인 사내의 멘트다웠다.
더 웃긴 건, 옆에서 함께 국밥을 먹고 있던 샤라웃이 두 손으로 국밥 그릇을 들고 있는 모습이었다.
후루룹.
아니, 외국인 맞아?
“국밥. 든든하다, 똥수.”
“똥수 아니라니까!”
“칸보다는 똥수, 더 좋다. 똥수.”
하.
이 모습을 방송으로 담아내야 진짜 재밌는 건데.
그냥 이렇게 콩트 같은 느낌만으로도 유투브 영상 2개는 거뜬할 것 같았다.
물론 나도 국밥을 좋아하는 편이라, 시원하게 국밥으로 배를 채웠다.
아침을 못 먹어서 안 그래도 출출하던 차였다.
그렇게 우리들은 국밥으로 든든하게 배를 채운 다음, 행사가 준비된 벡스코로 향했다.
벡스코.
아주 오랜 기간 동안 많은 게임 행사들이 진행된 장소이자, 게이머들에게는 상당히 친숙한 장소.
외국 게임 회사가 첫 발표 무대를 한국으로 선택하는 건 그리 특별한 일이 아니었다.
한국의 게이머들은 세계에서 가장 열성적인 편이었으며, 특히 신작 게임 같은 경우는 한국에서 많이 판가름이 난다.
한국에서 인기를 끈 게임은 세계적으로 먹히지만, 한국에서 망한 게임이 세계적인 인기를 얻는 경우는 극히 희귀할 정도.
게다가 [리빙 데드 1>이 한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기 때문에, 후속작 발표를 한국에서 하는 것도 그리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그렇게 우리들은 이런저런 농담을 주고받으며 행사장에 도착했고, 미리 도착해 있던 성재 씨가 우리를 반겨 줬다.
“성재 씨는 왜 항상 어디에나 있어요?”
“어유, 저희 회사 스트리머가 둘이나 왔는데…… 당연히 같이 와야지 않겠습니까? 온 김에 관계자들도 직접 만나고, 좋잖아요?”
오늘 [리빙 데드2>의 발표회가 있었지만, 내일부터는 [VR 스타>라는 행사가 개최된다.
VR 게임 제작사들이 모여서 여는 상당한 규모의 행사.
나에게도 지난번에 초대장이 오기는 했는데, 워낙 경황이 없었던지라 따로 답변하지는 못했다.
성재 씨가 미리 온 것도 그것 때문이겠지?
음, 오늘 재미만 괜찮으면 내일까지 부산에 있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VR 스타에는 수많은 가상현실 게임 회사가 참여하기로 했으니, 할 만한 게임도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미래 먹거리를 선점하는 느낌이라고 보면 충분하다.
“아, 다들 여기 계셨군요!”
우리가 성재 씨와 합류해서 이런저런 질문을 하고 있는 사이, 목에 스태프 명찰을 단 한 남자가 급히 달려와서 고개를 숙였다.
“밸류사의 한국 지부 담당자, 차석환이라고 합니다.”
“Hi. I’m Shoutout.”
“스트리머 칸입니다.”
“스트리머 샤입니다.”
“하하! 귀빈들께서 오셨는데, 바로 맞지를 못했네요. 도착하기 전에 미리 연락이라도 주시지 그러셨어요?”
인상이 서글서글하다.
차석환 씨는 우리를 향해서 간단한 인사를 나눈 후, 곧바로 우리를 이끌고 시연이 진행될 장소로 향했다.
그곳에는 캡슐들이 놓여 있었고, 거대한 스크린이 설치되어 있었다.
“스트리머분들의 플레이가 그대로 중계될 예정입니다. 스트리머 모듈도 따로 설치해 둬서, 원하신다면 방송을 직접 송출하시는 것도 가능합니다.”
“그러면 오피셜 방송의 시청자 숫자가 줄어들지 않을까요?”
“어차피 홍보를 위해서 진행되는 행사이기 때문에, 노출만 되면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상부의 지시입니다.”
오픈 마인드구만.
우리야 좋다.
우리 방송을 통해서 홍보를 하면 후원도 따로 땡길 수 있으니까.
게다가 나중에 영상을 만들기도 편할 것이다.
차석환 씨는 곧바로 시연회의 일정을 우리에게 알려 주었다.
스트리머들의 간단한 소개 인사 이후, 곧바로 게임 플레이에 들어간다고 한다.
시연회는 1시간 동안 이루어질 예정이며, 우리들은 [리빙 데드 2>의 스토리 모드를 플레이하게 될 것이다.
말이 스토리 모드지, 딱히 특이할 건 없었다.
좀비들을 뚫고 안전지대로 탈출하는 것이 주목적인 게임이었기 때문이다.
“다들 피지컬 좋으신 분들이니 아마 어렵지 않게 깨실 겁니다. 난이도는 세 분이서 협의하에 선택하시면 될 것이고…… 뭐, 그렇습니다. 딱히 준비라고 할 것도 없네요. 그저 세 분이서 재밌게 게임 즐겨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렇게 빠르게 룰을 설명한 석환 씨는 나를 바라보더니 웃음을 지었다.
“샤 님께서 이렇게 와 주셔서 얼마나 기쁜지 모릅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샤 님의 팬이거든요.”
그는 계속해서 웃음을 짓더니, 살짝 흥분된다는 말투로 나에게 말했다.
“제가 샤 님 옛날에 처음 방송했던 영상도 봤었거든요. 그, 스트리머 진 님이랑 하셨던 데뷔 방송 있잖아요?”
“제대로 된 데뷔 방송은 아니었는데…….”
“샤 님이 좋아할 만한 근접 무기도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엑스칼리버에서 내가 사용했던 근접 무기라면…….
아, 설마 그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