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illain is Too Good at Broadcasting RAW novel - Chapter (81)
27. 업보 (2)
자기 전에 확인할 때까지만 하더라도 나에 대한 맹목적인 비난 글이 잔뜩 올라와 있었다.
하지만 인터넷에서는 내 ‘배신’이 아닌, ‘배신의 이유’에 관해서 조명하고 있었다.
분명 어제 동수 형의 방송에서 내 배신에 대해 밝혀진 건 없었다.
[제목 : ㅆㅃ 어제 우리악 욕했던 ㅅㄲ들 다 딱 대라>내용 : 방구석에서 가랑이나 긁는 백수들이 우리갓 욕하지 마라…… 진짜 어제 기사 보고 존나 울었네. 오늘 아침에 우리악 동생이 방송했던 거 봤냐? 나 보면서 존나 머리가 띵하더라. 어제 욕했던 거 미안하네…….
-ㄹㅇㅋㅋ.
-아무리 감성 팔아도 배신한 건 배신한 거. 이게 팩트임ㅇㅇ
-근데 누구라도 그랬을 것 같은데…….
-당사자들도 이미 전부 용서하겠다고 방송까지 하고 있는 마당에, 아직도 까가 존재한다고?
-난 진짜 이번 일 모르겠다.
진혁이가 따로 방송을 켰던 걸까.
나를 향해 쏟아져 내리던 비난의 방향이 크게 달라져 있었다.
몇몇은 심지어 나를 옹호하고 있는 상황.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나는 눈살을 찌푸리면서 포털 사이트를 뒤적거렸고, 곧 나와 관련해서 새롭게 업로드된 기사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많은 기사들이 올라와 있었지만, 그중 가장 높은 관심을 끌고 있는 건 임희수 기자의 기사였다.
제목은 그저 [시아>로 되어 있었으며 그 기사에 담긴 내용 또한 담백했다.
그동안 임희수 기자가 조사했던 ‘코덱스’에 관한 내용들이 주를 이루었고, 그 이후에야 내 이야기가 나온다.
게다가 나와 관련된 이야기에서 임 기자님이 강조했던 건 나의 배신 행위가 아니었다.
코덱스에서 나를 어떻게 꼬셨는지, 내가 동료들의 등에 검을 꽂게 만든 동기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조명했다.
하루 이틀 조사한 자료들이 아니었다.
상당히 오랜 시간 조사가 이루어졌으며, 지금은 사라진 합작 기업 ‘코덱스’의 주요 관계자들과의 인터뷰도 상세하게 담겨 있었다.
나는 그 기사들을 읽어 내려가면서 입술을 지그시 깨물 수밖에 없었다.
그사이 성재 씨로부터 다시 연락이 왔다.
-기사들은 좀 읽으셨습니까?
“……예.”
-기밀유지 조건. 그 조건에 대해서는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코덱스는 이미 해체된 기업이며, 설사 찬식 씨에게 책임을 묻는다고 해도……. 이번 건 자체는 내부 고발자를 통해서 이루어진 셈입니다. 운이 좋게도 임 기자에게 자체적인 자료가 있었던 모양이더군요.
자체적인 자료라.
아마 그것에 대해서도 동수 형이 큰 도움을 줬었을 것 같지만, 성재 씨의 말대로 이번 사건은 내가 폭로한 게 아닌 것처럼 되어 버렸다.
그 덕분에 인터넷상에서는 나에 대한 동정 여론이 급속도로 확산되는 모습이었다.
-단 하루였지만 마음고생이 많으셨을 거라 생각합니다, 찬식 씨.
“아…….”
무슨 말이 더 나오지가 않는다.
예전처럼 뻔뻔하게 방송을 계속할 수 있게 되었는데, 마음 한구석으로 찝찝한 이 기분은 뭘까.
나는 말을 더 잇지 못했다.
그렇게 내가 침묵을 지키자, 성재 씨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찬식 씨, 히어로 영화에서 매력적인 빌런들의 공통점이 뭔지 아십니까?
“글쎄요…….”
-각자만의 특징이 있다는 겁니다. 빌런의 사상이나 빌런의 감정, 빌런의 동기. 그 모든 걸 하나로 엮는다면 그걸 스토리라고 부르죠. 생생한 스토리가 살아 숨 쉬는 빌런은 언제나 매력적인 대상입니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걸까.
성재 씨는 뛰어난 말솜씨와 함께 그 말을 이어 나갔다.
-찬식 씨의 배신은 분명 대한민국 게임 역사에 길이 남을 사건 중의 하나였죠. 그런데 그 배신 사건의 초점이 찬식 씨가 아니라 게임사로 향한다면?
아아.
이제 그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 이해할 수 있었다.
그는 지금 내 책임을 게임사 쪽에 전가하고자 하는 것이다. 아니, 정확하게 말해서는 나를 그 사건의 피해자로 만들려는 생각인 듯했다.
상식적으로 말도 안 되는 일.
그러나 성재 씨는 차분한 말투로 말했다.
-감성은 언제나 가장 강력한 무기입니다.
“그렇게까지 해서 제가 방송에 복귀할 필요가 있을까요.”
-으음. 지금 진혁 씨가 방송을 하고 있는데, 혹시 보셨습니까?
“예?”
일어나서 기사를 확인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래서 트위팟 어플도 확인을 제대로 못 했는데, 성재 씨의 말에 나는 깜짝 놀랐다.
진혁이는 분명 일이 있어서 어제 먼저 올라간다고 했었다.
그 일이 방송이었던 거야?
성재 씨는 내가 깜짝 놀라며 대답하자, 곧 가볍게 숨을 뱉어 내면서 말을 맺었다.
-찬식 씨, 주변 사람들이 건네는 호의를 받아 주는 것도 예의라고 생각합니다. 이따가 서울 올라오실 때 연락 주십시오. 임 기자와 인터뷰 시간을 조정하겠습니다.
띠로롱.
그렇게 성재 씨와의 통화가 끝났다.
나는 통화를 끝내고 진혁이의 방송에 바로 접속했다.
시청자 숫자는 평소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2만대.
화면 속의 진혁이의 눈시울은 살짝 붉어져 있는 상태였다.
무슨 말을 하고 있었던 걸까?
그나마 다행인 점은 채팅창이 얼어 있지 않은 상태라 내가 슬쩍 시청자들의 반응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와.
-진짜 이 형제 인생도 너무 드라마틱하네.
-ㅠㅠ벌써 눈물 바닥에 고였다ㅠㅠ.
-솔직히 누가 그 상황에서 코덱스 측의 제의를 거절함? 동생 수술 빨리 안 받으면 죽을 수도 있는데?
-지금까지 동생한테도 숨겨 왔던 거야? 우리악 진짜 독한 사람이었네.
-동생 미안하지 말라고 그랬겠지…… 와, 진짜…….
여전히 논란이 재생산되는 다른 커뮤니티와는 다르게, 진혁이의 방송에서는 우리 형제에 대한 동정 여론이 줄지어 쏟아지는 상황.
나는 가만히 숨을 죽이며 진혁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우리 형이 방송에서는 진짜 망나니 같아도, 실제로는 그런 사람 아니야. 내 앞에서 단 한 번도 울어 본 적 없는 사람이라고. 근데 형이 해 주는 가이아 온라인 이야기가 그렇게 재미있을 수가 없더라. 왜 재미있었냐고? 그냥…… 그 게임 이야기 할 때 형 표정이 가장 밝았었거든. 그래서 그랬어.>우리의 옛날이야기를 풀어 놓는 진혁이의 말에,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다.
나의 옛날이 진혁이의 입을 통해 흘러나오고 있었다.
나에게는 그저 힘든 나날 중의 일부였던 기억들.
그 기억들은 진혁이에겐 더할 나위 없이 소중한 기억들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 소중했던 기억들을 곱씹으면서, 한참 동안을 조용히 진혁이의 방송을 청취했다.
4.
부산에서의 모든 일정을 마무리 지은 다음, KTX를 타고 광명으로 돌아왔다.
부산에서 있는 동안 너무나도 많은 일이 있었다.
내 방송 인생, 아니 내 인생 송두리째 뒤바뀔 정도의 큰 사건.
집으로 돌아온 나는 잠시 침대에 누워서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 생각했다.
방송을 계속하는 건 힘들려나?
그래도 이 짧은 기간 동안 진짜 많이 벌었다.
수천만 원 단위로 끌어 모았으니까, 당장 올해 말까지는 큰 걱정 없이 살 수 있을 것이다.
진혁이가 살짝 걱정이다.
나만큼은 아니겠지만 진혁이 역시 이번 사건의 여파에 휩쓸릴 가능성이 아주 높았다.
상황이 어떻게 흘러갈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내년부터 취직을…….
“왔어, 형?”
내가 침대에 눕자 어느새 진혁이가 내 방문을 열면서 조심스럽게 얼굴을 비쳤다.
부산에서 봤을 때와는 아주 많이 달라진 표정.
그때는 괴로워하고 있었지만, 지금은 한결 나아진 표정이었다.
나 없는 사이에 생각을 많이 한 것 같다.
그리고 아침에 켰던 방송이 진혁이의 심정을 크게 변화시켰을 것이다.
감정이란 건 원래 스스로 이야기를 하면서 풀어내는 게 가장 좋은 법이니까.
나는 씨익 웃음을 지으면서 진혁이를 쳐다보았다.
“그래, 형 버리고 먼저 도망치니까 좋냐?”
“내가 언제 형 버리고 도망쳤다고 그래. 맞다, 아까 내 방송 봤어?”
“당연히 봤지. 하마터면 못 볼 뻔하기는 했는데, 그래도 다 봤다.”
“다행이다.”
뭐가 다행이라는 건지 원.
나는 진혁이를 바라보면서 슬쩍 물었다.
“너는 계속 방송하고 싶냐?”
그러자 진혁이가 고개를 끄덕이면서 대답했다.
“당연하지! 나 아까 시청자 숫자 못 봤어?”
“그거 그냥 내 이름 팔아서 다 끌어 모은 거잖아.”
정곡을 찌르자, 진혁이는 얼굴을 붉히면서 고개를 가로저었다.
“어차피 내 썰 푼 거야. 형 도움 받은 거 아니거든? 근데 형은 어떻게 할 건데? 진짜 방송 접으려고?”
“솔직히 아직도 확신은 못 하겠다. 사람들이 정말 내 방송을 볼까?”
타이밍이 중요하다.
내가 어떻게 방송을 켜냐에 따라서 시청가의 평가가 달라질 가능성이 있었다.
적당한 시기와 적당한 장소.
그 두 가지를 해결해야 현재 이 상황을 극복해 낼 수 있을 것이다.
아무리 시청자들이 감성적으로 현 상황을 받아들여 준다고 쳐도, 팩트를 중요시 여기는 시청자들은 있기 마련이니까.
내 말에 진혁이는 잠시 눈살을 찌푸리더니, 어깨를 으쓱이면서 대답했다.
“악질단들이라면 볼 것 같아.”
“에이, 걔네들이 더 거칠게 물어뜯겠지.”
“형은 형 시청자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잘 몰라? 음, 내 생각에는 오히려 형 응원해 줄 것 같은데.”
……걔네들이?
허구한 날 나를 까고 싶어서 안달 난 그 놈들이 과연?
솔직히 걔네 때문에 더 무서운 건데.
내가 진혁이랑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쯤이었다.
다시 한번 벨소리가 울렸다.
하루 종일 내 폰이 쉴 틈이 없구나.
“네, 동수 형.”
전화를 건 사람은 동수 형이었다.
동수 형은 내가 전화를 받자마자 말했다.
-너 오늘 인터뷰 때문에 사무실 가지 않냐?
“네.”
-그럼 인터뷰 끝나고 나랑 합방이나 하자. 회사에도 스트리머 전용 스튜디오 있으니까, 알겠지?
“아, 그건…….”
-형 이미 합방 공지했다. 이따가 보자.
빠르게 자기가 할 말만 끝내고 전화를 끊는 동수 형.
그 덕분에 인터뷰가 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나는 침대에서 다시 일어나면서 진혁이에게 말했다.
“형 회사 좀 다녀올게.”
“치킨박스?”
“물이 엎질러졌으니까 어떻게든 해 보긴 해야지 않겠냐? 다른 사람들이 저렇게 열심히 해 주는데…… 내가 가만히 있는 건 좀 아니잖아.”
“다녀와, 형.”
집에 붙어 있을 겨를 없이 곧바로 택시로 타고 치킨박스 사무실로 향했다.
옛날이면 택시 타는 것도 아까웠겠지만, 이제는 아무렇지도 않구나.
……나도 모르게 이 생활에 익숙해졌던 게 아닐까?
그렇게 짧은 상념과 동시에 나는 치킨박스 사무실에 도착할 수 있었고, 그곳에서 성재 씨와 임 기자님을 만날 수 있었다.
임 기자님은 나를 보자마자 웃음을 지으면서 악수를 건넸다.
“또 뵙네요, 찬식 씨.”
“잘 지내셨어요?”
“지난번에 도와주신 기사 덕분에 제가 또 한 건 올렸습니다. 오늘도 한 번 부탁드리려고 이렇게 왔습니다, 하하!”
넉살 좋은 웃음을 보여 주면서 나를 반겨 준 임 기자님.
성재 씨는 나를 향해서 고개를 살짝 숙인 다음, 나른한 목소리로 나에게 말했다.
“두 분이서 편하게 말씀 나누시죠. 전 이만 업무 보러 가겠습니다. 워낙 일이 밀려 있어서요.”
그가 요령 좋게 자리를 비워 주자 임 기자님은 나를 향해서 천천히 말을 시작했다.
“사실, 오늘 이렇게 직접 뵙고자 한 이유는 허락을 받으려는 겁니다.”
“허락요?”
“예, 사실 예전에 동수 녀석으로부터 취재 부탁을 받은 적이 있거든요. 1년 전이었나? 꽤 많은 자료들을 조사했었죠.”
그 이후로 이어진 이야기는 나에게 상당히 새로운 이야기였다.
임 기자가 오늘 아침에 올렸던 기사가 어떻게 해서 작성되었는지, 어떤 방식을 통해 취재를 했는지.
그리고 [가이아 온라인>의 제작사 [코텍스>에 대한 이야기도.
그의 말을 듣고 있다 보니 시간이 지나는 줄도 몰랐다.
임 기자는 본인 앞에 놓여 있던 밀크티를 한 모금 목으로 넘기면서 천천히 말을 맺었다.
“아, 그리고 최근에 아주 흥미로운 소식을 들었습니다. 아마 찬식 씨도 관심을 가질 만한 일이죠.”
“그게 뭔가요?”
“프로젝트 기업 코텍스가 해체되었지만, [가이아 온라인>의 판권을 승계받은 기업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기업에서…… [가이아 온라인 클래식>이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라고 하더군요.”
“클래식이요?”
새로운 소식이다.
이쪽 업계에 정통한 임 기자님의 말이니 신빙성이 높았다.
임 기자님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대답했다.
“이번 사건을 통해서 [가이아 온라인>에 대한 이야기가 수면 위로 다시 부상했으니, 그쪽에서도 제스처를 취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클래식이라고 한다면…….”
“[가이아 온라인>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거죠. 이벤트성이 크지만, 예전 PC 게임에서도 그와 유사한 실험이 성공한 적이 있었죠. 아마 그 전철을 따라갈 생각인 듯합니다. 출시일은 내년으로 예정되어 있다고 하던데, 아무튼 그렇습니다. 알고 계시면 좋을 듯해서 말씀드렸습니다.”
“……알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어우, 어느새 시간이 이렇게나 흘렀네요.”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시간은 벌써 오후 5시를 넘어가는 중이었다.
내가 치킨박스에 도착한 것이 오후 3시였으니, 이야기를 나누다가 2시간이라는 시간이 흐른 셈이다.
임 기자님은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나에게 손을 건넸다.
“참고로 저도 옛날에 시아라는 캐릭터를 참 좋아했었습니다. 이번 기회를 통해서 오해를 벗겨 낼 수 있어 참 기쁘네요.”
“……감사합니다.”
“개인적으로 방송은 계속하시면 좋겠는데요.”
그건…….
임 기자님은 내 대답도 듣기 전에 짐을 정리하더니, 입꼬리를 올리면서 말했다.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아, 저도 다른 인터뷰가 있어서 이만 가 봐야겠군요.”
길지도, 짧지도 않았던 인터뷰가 끝났다.
인터뷰가 끝나자마자 동수 형이 안으로 들어왔다. 그러더니 짜증을 잔뜩 내면서 말했다.
“아, 기다리느라 죽는 줄 알았네. 빨리 와. 시청자들이 너 언제 오냐고 잔뜩 지랄하고 있으니까.”
아직 마음의 준비도 못 했는데?
그러나 동수 형은 우격다짐으로 나를 이끌고 사무실 내의 스튜디오로 향했다.
치킨박스의 스트리머 스튜디오에는 캡슐을 비롯해서 카메라 같은 촬영 장비들이 모두 구비되어 있었다.
내가 스튜디오로 들어서자 곧바로 우측 모니터에 시청자들의 채팅이 눈에 들어왔다.
방송이 이미 활성화되어 있던 것이다.
나는 그 모니터를 잠시 들여다보면서 말을 잃었다.
……너무 급작스러운데.
-우리악! 우리악! 우리악! 우리악!
-우리악 왜 방송 안 켬? 틀니칸보다는 우리악이 직접 방송 켜라!
-도네 우리악한테 해야 하는데!
-ㅠㅠ우리악 얼굴 반쪽 된 거 봐.
-씨…… 붤…… 도망친다고…… 우리가…… 못 잡을 것 같냐?
내가 등장하자마자 우측에 설치된 모니터에서 시청자들의 반응이 생중계된다.
순식간에 내려가는 채팅의 화력을 보면서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응원의 글을 남겨 주는 모습이 보였다.
욕을 날리는 사람들이 없지는 않았지만. 채팅창의 화력은 대부분 나를 응원하는 데 집중되어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면서 나는 씁쓸하게 웃음을 지었다.
동수 형은 그런 내 등을 주먹으로 강하게 후려치면서 말했다.
“너 나 또 배신 때릴 거냐? 형이 이렇게 자리 다 만들어 줬는데, 또 배신이야?”
장난기 가득 담긴 말.
그 말에 나는 애써 고개를 끄덕이면서 대답했다.
“처음이 어렵지, 두 번은 안 어렵…….”
“뭐?”
“고마워요, 형. 고맙다, 얘들아.”
내가 해 줄 말이 이것뿐이네.
나조차도 내가 지금 웃는 건지, 우는 건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