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illain is Too Good at Broadcasting RAW novel - Chapter (83)
28. 신입 스트리머 시아 (1)
1.
스트리밍 닉네임을 ‘샤’에서 ‘시아’로 바꾼 건 나름대로 큰 결심을 한 사안이다.
물론 내 미튜브는 여전히 [악튜브>라는 이름을 지니고 있었지만, 트위팟에서는 당당하게 [시아>임을 밝히고 있었다.
바뀐 내 닉네임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응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좋았다.
-이 새끼 표정 보셈ㅋㅋ
-변비쟁이가 화장실에서 쾌변한 것마냥 밝누ㅋㅋ
-근데 이번 사건 때문에 얘 재평가들어간 건 팩트 맞지ㅇㅇ
-개인적으로 이번 사건 덕에 호감 지리게 됨. 난 원래 개또라이 나쁜 새낀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사연 있는 빌런이었누zz
채팅창에서 악질단이 설치는 건 예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딱 한 가지 새롭게 추가된 점은 있었다.
그것은 바로.
‘배신의왕’ 님께서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배신좌ㅎㅇ]저 배신이라는 새로운 밈이 내 방송에 추가되었다는 점이다.
얼핏 보면 나를 조롱하고 무시하는 것 같은 밈이라고 볼 수 있었지만, 악질단이 본인들의 스타일대로 이번 사건을 받아들인 결과라고 할 수 있었다.
나는 그 후원을 바라보면서 씨익 웃음을 지어 보였다.
“배신이라니. 내가 한 배신은 착한 배신이었다. 난 당당해.”
그 말에 채팅창이 뜨거워진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착한 배신, 나쁜 배신ㅋㅋㅋ.
-배신이 다 배신이지, 무슨 착하고 말고가 있냐, 나쁜 새끼야.
-칸 앞에서도 그 말 할 수 있으면 ㄹㅇ바로 구독권 뿌림.
-형…… 오늘은 좀 많이 역겹네?
아마 한참 동안 ‘배신’에 관한 드립이 이어질 것이다.
이건 복귀 방송을 준비하면서 이미 각오했던 일이다.
실제로 현재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우리악’이라는 별명보다는 ‘배신좌’라는 별명으로 많이 불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슬쩍 시청자들과 소통을 이어 가면서 [다크 스피릿>의 화면을 공개했다.
“오늘 게임은 미리 말했다시피 다크 스피릿이야. 아, 쉬는 사이에 다른 분들 방송 많이 봤었거든? 그 시아 챌린지?”
[다크 스피릿>의 제작진인 [KC 소프트>는 이낙준 씨가 소속되어 있으며, [가이아 온라인>의 제작진들이 독립해서 만든 회사다.이번 VR 스타 최고의 수혜자라고 할 수 있는 회사기도 했다.
원래 [시아>는 그들이 VR 스타를 위해서 특별이 제작했던 모드라고 들었다.
그러나 그들은 눈치 좋게 곧바로 정식 발매되는 버전에 [시아>를 추가시켰고, 그것은 곧바로 [다크 스피릿>의 대흥행과 연관이 되었다.
높은 난이도를 자랑하는 게임이자, 추억의 [시아>를 마주할 수 있다는 특수성.
거기에 한국에서는 내가 진실을 고백하면서 관심도를 크게 높였으니, 흥행하는 건 당연하다고 볼 수 있었다.
나는 채팅창을 살피면서 천천히 말을 이어 갔다.
“그거 그렇게 하는 거 아닌데, 스트리머 분들이 솔직히 너무 못하시더라고. 그래서 오늘 내가 맛보기로 공략 방송을 하나 찍어 줄까 하는데.”
오늘의 메인 이벤트는 아니었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미튜브 영상각을 뽑아 줄 수도 있을 것이다.
한국으로부터 시작된 [시아 챌린지>는 빠른 속도로 외국까지 퍼져 나가고 있었으니까.
내 말에 시청자들은 좋은 호응을 보여 주었다.
-네가 뭘 해도 난 좋아.
-시아가 직접 해 주는 시아 공략ㅗㅜㅑ 나도 그 공략 영상 보면 우리악 공략할 수 있는 거야?♥
-부분 부분 상세히 공략해 줘.
-1타 강사 ON.
-시아 권위자 ㅇㅈ하는 부분입니다
악질단의 채팅답게 별의별 미친 변태들도 보인다.
……나도 미친놈이 되어 버렸나 보다.
저런 채팅을 보고 있으니까 불안감은커녕 오히려 안심이 될 정도였다.
나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 다음, 다크 스피릿의 튜토리얼을 시작했다.
VR 스타에서 경험했듯 [시아>는 초반 튜토리얼 몬스터 [망령>을 베어 내야만 등장한다.
80%가 넘는 스트리머들이 [망령>조차 베어 내지 못했던 탓에 진정한 보스(?)라고 할 수 있는 [시아>를 조우하지 못했다.
물론 그 망령마저도 내 AI가 제대로 담겨 있으니, 당연하다고 볼 수 있었다.
“강의 시작한다.”
튜토리얼에 진입하자 지난번에 본 적이 있던 노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나 노인의 반응은 지난번과 사뭇 달랐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내 손에는 붉은색으로 빛나는 검이 들려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번에 [시아>를 직접 죽이면서 얻어 냈던 특수 아이템 [망령이 깃든 검>.
그 검을 본 노인이 침음성을 흘리면서 말했다.
“수많은 시간을 윤회하는 존재여…… 그대를 위한 선물이 저 그림자 너머에 준비되어 있네.”
쉬는 동안 챙겨 봤던 방송 중에서는 저 대사를 단 한 번도 찾지 못했다.
나조차도 살짝 당황스러운 반응.
그러나 곧 내 눈 옆에 황금색으로 칠해진 메시지창 하나가 떠올랐다.
[위대한 플레이어 [시아>의 접속을 환영합니다!] [[다크 스피릿>에서 당신을 위해 준비한 특수 튜토리얼을 마음껏 즐겨 주시기를 바랍니다!]뭐야, 이건 또.
내가 당황하고 있자, 시청자들이 낄낄거리면서 농담을 던져 대기 시작한다.
-지금 닼스 붐 전부 우리악 덕분이긴 하지.
-솔직히 회사 지분 일부 양도해 줘야 함 ㅇㄱㄹㅇ.
-와ㅋㅋ 레전드는 다르긴 다르네ㅋㅋ 특수 튜토리얼 최초 공개냐?
-기대된다.
-시아 VS 시아 2차전
특수 튜토리얼이라고 한다면 도대체 뭐가 다른 걸까?
꽤 기대된다.
지난번엔 솔직히 심리적으로 걸리는 게 많아서 제대로 즐기지도 못했다.
그랬음에도 불구하고 그 정도로 재미있었는데, 지금처럼 풀 컨디션으로 싸울 수만 있다면…….
스르륵.
그때였다.
지난번에 그랬던 것처럼 어느새 내 주위에 끈적한 느낌을 주는 그림자가 조심스럽게 몸을 일으켰다.
예전에는 여기서 곧바로 망령이 등장했었는데?
특수 튜토리얼이라서 설계가 좀 달라졌나?
나는 검을 가볍게 움켜쥐면서 전방을 바라보았다. 유저들에게 ‘첫 번째 죽음’을 선사하는 망령은 한참을 기다려도 등장하지 않았다.
그렇게 내가 의문을 가질 때쯤, 내가 들고 있던 검에서 붉은 불빛이 솟아올랐다.
그리고 그 불빛은 순식간에 주위를 밝히면서 어둠을 몰아냈다.
잠시 후.
그 불빛 속에서 익숙한 목소리와 함께 익숙한 캐릭터가 모습을 드러냈다.
“아, 여기 왜 또 왔어, 이 나쁜 새끼야. 지난번에 나 죽여 놓고 또 죽이고 싶었던 거야? 하아, 나 그렇게 쉬운 남자 아닌데”
[[이름을 되찾은 시아>가 모습을 드러냈습니다.]게임사에서 나를 위해 특별히 변형시켜 줬다던데.
나는 녀석을 바라보면서 씨익 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칼등으로 가볍게 내 어깨를 두드리면서 말했다.
“2차전이야, 퇴물 새끼야.”
2.
-퇴물 미러전ㄷㄷ
-무슨 소리세요? 이 스트리머 오늘 처음 데뷔한 쉰입 스트리머 시아임ㅋㅋ
-ㄹㅇ
-샤? 그게 뭔데 씹덕아ㅋㅋ
-근데 지난번이랑 느낌 아예 달라지긴 했네.
채애애앵!
검끼리 맞부딪친다.
지난번 VR 스타 행사장에서의 게임에서는 상상도 못 했던 전투가 벌어지고 있었다.
그 당시에는 체급부터가 완전히 밀려서, 어지간한 공격을 피하는 식으로 전투를 구사했었다.
게임에 대해서 잘 모르는 사람들이 봤다면 내가 일방적으로 피하다가 운 좋게 이긴 것처럼 보였을 수도 있다.
하지만 오늘은 다르다.
나는 저 [시아>가 검을 내지를 때마다 정통으로 검을 맞부딪쳤다.
예전이었다면 힘 차이 때문에 내 몸이 비틀거렸겠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이 새끼, 지난번에는 피해만 다니더만. 내가 오늘 너한테 복수하려고 각 제대로 잡았다.”
[시아>의 AI는 지난번보다 조금 업그레이드된 것 같았다.내뱉는 대사가 상당히 자연스러워졌다. 그뿐만 아니라 그때 당시에는 아예 못 들었던 대사들이 태반이었다.
그때 이후로 추가적인 AI 업데이트가 진행된 걸지도 모른다.
“존나 쓸데없는 설명충이 되어 버렸네.”
“닥쳐. 니 두개골 반으로 찢어 버릴 거니까.”
“오우.”
저때도 확실히 화끈했단 말이야.
그러나 이 미러전은 애초에 내가 질 수가 없는 게임이었다.
나는 침착하게 [시아>의 공격을 쳐 내면서 천천히 입을 열기 시작했다.
“지금부터 공략 영상 시작한다. 모두 메모할 준비하도록.”
일단 오늘 첫 번째 컨텐츠는 공략 영상이다.
본분에 충실하도록 하자.
“뭐라는 거야, 이 짝퉁 새끼가!”
……누가 누구보고 짝퉁이라는 거야.
“일단 시아의 모든 공격 패턴은 어깨로부터 시작된다. 대표적인 공격이라고 할 수 있는 [뇌절>은 우측 어깨가 0.3초 동안 위로 올라가지. 우측 어깨가 미묘하게 뒤틀리는 건데, 집중하면 볼 수 있다.”
내가 옛날에 주로 사용했던 스킬 콤보 중 저 [뇌절>은 특히나 많이 사용했었다.
콤보 사이사이에 들어가는 감초라고 하면 딱 적절한 표현이다.
뇌절.
말 그대로 번개를 자른다는 의미로, 엄청 빠른 횡 베기라고 보면 된다.
알고도 막기 힘든 기술이기도 하고.
하지만 어깨의 움직임을 캐치할 수만 있다면 충분히 극복이 가능하다.
파아아앗.
[시아>의 우측 어깨가 살짝 움직이더니 곧 [뇌절>을 시전한다.채애애앵!
나는 그 빠른 공격을 검을 비스듬하게 눕히면서 흘려냈다.
그리고 침착한 목소리로 말했다.
“공격을 정면으로 받아 내면 오히려 검이 밀리면서 자기 검에 죽을 가능성이 높아. 그럴 때는 이렇게 우측으로 38.7도 정도 기울여 주면, 공격을 무난하게 흘려내 줄 수 있어.”
사실상 내 비법이라고 할 수 있는 수치까지 정확하게 알려 줬다.
하, 장사밑천 다 드러내 버렸다.
이 정도로 친절한 강사는 강남 대치동을 가더라도 찾을 수 없을 거란 말이지.
그러나 채팅창의 반응은 내가 기대했던 것과 전혀 달랐다.
-???
-??????????
-교수님. 뭐라고 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공략 맞음?
-환불해 주십쇼.
-아니ㅋㅋ킹반인 관점에서 공략을 해야지, 니 관점에서 공략을 하면 어떻게 함? 씨붤ㅋㅋㅋㅋㅋㅋ
-한줄요약)그냥 존나 잘하란 뜻ㅇㅇ
“아니, 이걸 못 한다고?”
답답해 죽겠다.
나는 친절한 시범을 위해서 다시 한번 [시아>의 공격을 흘려내 줬다.
그러나 채팅창에선 끝없는 갈고리만 계속될 뿐이었다.
-???
-?????????????
-??????
-ㅋㅋㅋㅋㅋㅋㅋㅋ어케 하누 ㅆㅃ련아.
-환불해 달라니까요?
-공지)본 강의는 가이아 온라인 상위 100위에게만 제공되는 특별 강의입니다. 학생 여러분들께서는…….
……에라이, 때려 치워.
나는 짜증을 가득 담아서 말했다.
“학생들 수준이 너무 떨어져서 오늘 예정되어 있던 강의는 취소한다, 으휴.”
-또 배신하네.
-배신이 새로운 컨텐츠인 거 맞져?
-배신좌ㄷㄷ
-기만+배신=우리악.
-ㅉㅉ인성 어디 안 가누.
계획이 살짝 틀어졌지만, 방송이란 게 원래 그런 거다.
언제나 내가 준비한 컨텐츠가 성공할 수 없는 법이다.
이럴 때 방법은 딱 하나다.
바로 다음 컨텐츠로 넘어가는 거지.
나는 한숨을 푹 내쉬면서 [시아>를 바라보았다.
“야.”
그러자 [시아>는 프로그래밍된 대사를 내뱉었다.
“뭘 봐, 병신아.”
진짜 그때의 나와 놀랍게도 유사한 반응이군.
“……아니다, 기대한 내가 잘못이지. 들어와 봐. 오늘 장사 접어야겠다. 내가 다음에 좀 더 계획 잘 세워서 올게.”
“아까부터 뭘 그렇게 혼자 중얼거리는지는 모르겠는데…….”
부우우우웅.
그때와 비슷한 느낌.
[시아>의 주위에 많은 숫자의 토네이도가 생성되기 시작한다.또 ‘그 기술’을 사용하려는 모양이다.
“지난번처럼 호락호락하게 당하지 않…….”
저걸 가만히 내버려 두면 귀찮아질게 뻔하다.
이렇게 내가 직접 공략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나중에 게스트를 데려와서 훈수를 두는 쪽이 좋을 것 같다.
나영이나 진혁이 같은 게스트 말이다.
나는 빠르게 머리를 굴린 다음, [시아>를 쳐다보면서 말했다.
“야, 다음에 또 보자.”
“뭐?”
“튜토리얼 종료.”
“야, 이 개새…….”
복귀 방송 첫 컨텐츠부터 망했네.
젠장.
이럴 줄 알았으면 준비라도 좀 더 철저히 해 올걸.
튜토리얼을 종료하자 곧 처음의 대기 장소로 돌아가게 되었다.
“다음에는 니들 수준에 맞춰서 준비해 올게. 어휴, 그게 뭐가 힘들다고…… 곧바로 오늘 메인 컨텐츠 넘어간다.”
채팅창에서는 나를 향한 욕설과 어그로가 난무하기 시작했다.
그걸 보고 있자니 나도 모르게 몸에서 힘이 넘치는 기분이다.
아, 이렇게 좋은 걸 내가 접으려고 했었네.
“오늘 내가 준비한 메인 컨텐츠는 간단해. 다크 스피릿은 멀티 플레이를 지원하는 게임이고, 상대방과 친구를 맺으면 상대방의 게임에 참여할 수 있어.”
이 게임의 기본 골자는 결국 혼자서 몬스터를 베어 나가면서 엔딩까지 클리어하는 것이다.
물론 솔로 플레이로 진행된다.
혼자서 몬스터 잡고, 레벨업하고, 장비 파밍하고.
그러나 [멀티 플레이>를 통해서 다른 플레이어가 ‘영령’이라는 존재로 게임에 참여할 수 있다.
내가 오늘 준비한 컨텐츠는 바로 그것이다.
“날 이기지 않아도 좋아. 내 몸에 좁쌀만 한 상처를 내더라도 이긴 걸로 쳐 줄게. 100만 원 준비해 뒀다.”
복귀 이벤트인 만큼 돈도 크게 배팅해야지.
사실 1,000만 원까지 배팅할까 했는데 좀 과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내가 두 번째 컨텐츠의 내용을 설명하고 있을 때쯤이었다.
[친구 ‘스트리머 칸’ 님께서 당신의 이야기에 ‘영령’으로 소환됩니다.]응?
“후우우. 내가 언젠가는 네 목에 검 한 번 꽂고 싶었다, 쒸밸럼아. 배신자를 처단하는 정의의 검을 맛봐라!”
……형이 왜 거기서 나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