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illain is Too Good at Broadcasting RAW novel - Chapter (87)
29. Flex (2)
3.
1년에 광고 2개를 찍으면 되는 광고 계약.
게다가 [가이아 온라인 클래식>의 클라이언트를 이용해서 찍으면 되기 때문에, 별다른 준비를 할 필요도 없다고 했다.
그리고 광고 영상은 이미 삭제된 [시아>의 계정을 잠시 복구해서 찍는다고 한다.
데이터는 또 어디서 구했는지는 모르겠다.
뭐, [다크 스피릿>에서조차 내가 완벽하게 구현되어 있었으니 이해는 되는 이야기다.
그러나 나에게 큰 충격을 준 건, 그 계약의 금액 단위였다.
“그러니까…….”
“계약금 2억에, 추후 미튜브 영상 조회수 달성 등의 옵션 2억. 이 정도면 상당히 좋은 조건이라고 생각합니다.”
상당히 좋은 정도가 아니었다.
성재 씨가 살짝 놀랄 정도의 계약 조건이었던 것 같다.
성재 씨는 다시 한번 계약서를 살피더니, 곧 내 귓가에 조용히 말했다.
“이 정도의 조건까지 제시할 줄은 몰랐습니다.”
“하죠.”
“예?”
“이거 한다고요.”
옵션까지 달성하면 4억.
4억이다.
그게 무슨 남의 집 이름도 아니고. 다른 사람들의 계약 조건과 굳이 비교할 필요도 없었다.
“확실히 연예인급의 계약이군요.”
“향후 [가이아 온라인> 클래식의 흥행에 따라서 얼마든지 상향 조정이 가능합니다.”
“그 부분에 대한 것도 명시하고 싶은데요.”
“그러실 줄 알고 미리 준비해 뒀습니다.”
SD 코퍼레이션에서는 진짜 철저하게 준비해 온 것 같았다.
성재 씨는 추가 계약서를 확인하면서 만족스럽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비즈니스에 있어서 나보다 전문가라고 할 수 있는 성재 씨마저도 크게 놀라 정도의 조건이었다고 볼 수 있었다.
계약 당사자인 내가 흡족하게 고개를 끄덕이자, 계약에 대한 이야기는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나는 잠시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고, 내 표정을 본 성수 형이 슬쩍 입을 열었다.
“음, 찬식 동생은 딱히 관심 없어 보이는데? 계약 조건이 좀 약했나?”
“그게 아니라 좀 실감이 안 나네요.”
“으음, 따로 이야기를 좀 할까?”
비즈니스 이야기는 따로 진행하라고 하면 된다.
어차피 성재 씨가 오늘 미팅이 끝나고 나에게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 줄 것이다.
성재 씨는 이런 걸로 장난을 칠 사람이 절대 아니니까.
대표의 말이라서 그런가, 부하 직원들은 그저 고개를 숙이면서 알겠다고 대답했고, 성재 씨는 웃음을 지으면서 나를 바라보았다.
“편하게 말씀 나누고 오세요. 세부 조정이 필요해서 이야기가 좀 길어질 것 같습니다.”
“그러면 이따가 뵐게요.”
그렇게 나와 성수 형님은 회의실 밖으로 나섰고, 곧 엘리베이터를 타고 어떤 방으로 향했다.
그 앞에는 두 명의 직원들이 상주하고 있었는데, 그들은 성수 형을 보자마자 자리에서 일어나 정중히 허리를 숙였다.
“어서 오십시오, 대표님.”
“차 두 잔 만 가져다주세요. 찬식아, 차 괜찮지? 아니면 음료수?”
“음, 전 그냥 오렌지 주스가 괜찮을 것 같아요.”
“들으셨죠? 넉넉하게 가져다주세요.”
그리고 곧 방 안으로 들어섰다.
SD 코퍼레이션의 대표실인 모양이다.
잘 정리된 책상과 서재, 그리고 한 구석에는 개인용 컴퓨터와 캡슐까지 설치되어 있었다.
벽에 있는 진열장에는 각종 상패와 트로피들이 보였는데, 한마디로 대표실이라는 느낌을 팍팍 주는 인테리어였다.
자연스럽게 나를 자리에 앉힌 성수 형은 고개를 작게 끄덕이면서 나에게 말했다.
“말 편하게 해. 이건 사적인 자리니까. 알겠지?”
“예.”
“음, 어디서부터 말해야 될까……. 그래, 이번 홍보 모델 계약은 내 입김이 강하기는 했지만, 결국 회사 측에도 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해.”
그 이후 이어진 이야기들은 그런 류의 이야기였다.
이 자리까지 나를 초대하게 된 이유.
오늘 자리는 ‘국뽕미션맨’이 아니라, ‘SD 코퍼레이션 강성수 대표’의 입장으로 마련하게 된 자리라는 것.
그 이후 흘러나온 이야기를 들으며 난 크게 놀랄 수밖에 없었다.
“제가 시아인 걸 언제부터 아셨어요?”
“……사실 그때 네가 코덱스랑 이야기를 나눴을 때, 최종 결재권자가 우리 쪽 사람이었거든. 그래서 알고 있었지.”
내가 기존에 지니고 있던 재벌 3세의 이미지와는 사뭇 다른 모습의 성수 형.
그 말에 나는 씁쓸하게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진짜 주변 사람들은 다 알고 있었던 것 같은데…….”
“근데 너한테 후원한 건 그냥 진짜 컨텐츠들이 마음에 들어서 그랬던 거야. 너도 알다시피 내가 좀 애국심이 투철한 사람이거든. 나 해병대 출신이다?”
그건 좀 대단하네.
나는 어느새 직원이 가져다준 오렌지 주스를 마시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별로 유감은 없었다.
내가 뭐 당당한 사람도 아니고, 게다가 솔직히 이 형이 큼직하게 쏴 줬던 후원 덕분에 돈도 많이 벌었다.
성수 형의 후원뿐만이 아니라, 성수 형의 후원을 본 다른 시청자들이 기세를 타고 후원을 해 줬으니, 사실상 내 수입의 일등 공신이라고 볼 수 있었다.
거기에 이번에 엄청난 금액의 계약까지.
저 사람을 내가 싫어할 이유가 있을 리가 없지.
나는 웃음을 지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감사합니다. 방송 시작한 신입 스트리머에게는 너무 과분한 조건이라서 놀랐어요.”
“비밀 하나 알려 줄까?”
“뭔데요?”
“동수가 너보다 계약 조건 살짝 구려. 이건 진짜 둘만의 비밀이야. 성재 씨한테도 당부해 뒀거든?”
흠흠.
동수 형한테 자랑하면 딱 좋은 일인 텐데 말이지.
사실 나에게 이 정도의 조건을 제시하는 건 리스크가 아주 큰일이었다.
동수 형처럼 방송 경력이 오래된 것도 아니었고, 또 논란을 몰고 다니는 스타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성수 형은 차를 한 모금 마시면서 웃음을 지었다.
그러더니 아주 당연하다는 목소리로 말했다.
“시아니까 이렇게 계약을 한 거야. 다른 게임은 몰라도 [가이아 온라인>에서 시아보다 유명한 사람이 있었겠냐? 너 그때 전 세계적으로 유명했다고.”
맞는 말이지.
문제는 나쁜 쪽으로 유명했다는 게 문제지.
“이번 계약은 [가이아 온라인> 플레이어 시아의 악명을 우리가 구매했을 뿐이야. 우리 회사는 [가이아 온라인 클래식> 이후도 바라보고 있어.”
“신작 게임들요?”
“응.”
성수 형은 듣기 좋은 음성으로 대답을 하더니, 내 눈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다음번에 우리 회사에서 만나게 된다면, 그때는 전속 모델 이야기를 할 수도 있겠다.”
“……형님, 도대체 어디까지 보고 계세요?”
“에이, 너 방송 하루 이틀만 할 거 아니잖아? 내년쯤이면 더 커져 있겠지. 어? 케이블 방송도 나가고, 공중파도 나가고! 너 해철이랑 친하다면서? 해철이가 이번에 같이 프로그램 만든다고 하던데…….”
해철이 형이랑도 연줄이 있을 줄은 몰랐는데.
“난 그냥 네 미래에다가 배팅한 거야, 하하! 원래 모름지기 사업가란 현재가 아니라 미래를…….”
……아, 예.
4.
계약은 성사되었다.
성수 형과의 개인적인 이야기 끝난 다음, 성재 씨는 나에게 계약 조건을 요약해서 건네주었다.
그리고 나는 크게 고민하지 않고 거기에 사인을 했다.
지금의 내가 받기에는 너무나도 과분한 조건이었다.
성재 씨가 알아서 조율을 해 줬고, SD 코퍼레이션 측에서도 많은 부분을 양보해 주기도 했다.
덕분에 우리는 큰 성과를 거두고 치킨박스로 복귀할 수 있었다.
“성재 씨.”
“네.”
“계약금 입금은…….”
“곧 이루어진다고 합니다. 왜요. 막상 돈 들어오니까 되게 떨리고 그런가요?”
“솔직히 실감이 안 나네요.”
사인 한 번에 2억이 통장에 들어온다는 게 쉽게 실감이 날 리가 있나.
나는 앞에 놓인 콜라를 가볍게 목으로 넘기면서 고개를 흔들었다.
짜릿한 탄산이 목으로 넘어가자 청량감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 어느 때보다 개운하고 기분 좋은 청량감.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통장에 돈이 입금되었다는 메시지가 도착했다.
“와.”
“돈이 들어왔나 보네요?”
“이게…… 진짜 돈이네요. 아, 치킨박스 측에 수익 배분은…….”
“찬식 씨 혼자서 일구어 낸 부분인데 저희의 몫이 어디 있겠습니까?”
참 듣기 좋은 말을 잘한다.
그러나 나는 성재 씨가 이번 계약을 통해 어떤 걸 챙겼는지도 잘 알고 있다.
이번 계약을 시작으로, 치킨박스에 속해 있는 구 [가이아 온라인> 플레이어들은 SD 코퍼레이션 측과 계약을 맺게 될 것이다.
치킨박스에서는 그와 관련된 굿즈 같은, 2차 창작물에 관한 권리를 챙겼다.
어찌 보면 도박이라고도 할 수 있는 선택.
그러나 성재 씨는 별다른 고민도 없는 모양이었다.
“잘될 겁니다. [가이아 온라인> 클래식은 구조적으로 성공할 수밖에 없거든요.”
“어떻게 그렇게 확신하세요?”
“그럴 만한 게임이니까요. 게다가 뭐…… 회사 망하면 동수나 찬식 씨가 저희 직원들 먹여 살리시면 되죠. 하하!”
가끔 보면 참 신기한 사람이란 말이야.
나는 잠시 동안 성재 씨를 바라본 다음, 미소를 지으면서 말을 이어 나갔다.
“돈을 벌었으니 좋은 곳에 써야겠죠.”
그러자 성재 씨가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차? 명품? 제가 잘 아는 친구들이 있으니 소개해 드릴까요?”
“으음, 그건 좀 나중에요.”
나도 사람인지라 큰돈이 들어오면 당연히 이런 저런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다.
좋은 차와 좋은 옷, 좋은 지갑 등등.
돈이 많으면 할 수 있는 건 셀 수 없이 많았다.
그러나 모든 것에는 순서가 있는 법이다.
옛날부터 나는 내가 돈을 벌면 무엇부터 해야 할까 고민했던 적이 있었다.
항상 돈 때문에 힘들었으니까.
어디까지나 상상에 불과한 일이었고, 그것이 현실이 될 거란 보장도 없었다.
하지만 이렇게 현실이 되었다.
2억.
다른 사람들에게는 모르겠지만, 나에게는 아주 소중하고 값진 돈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조금 더 소중한 곳에 사용하고 싶었다.
나는 생각을 끝낸 다음, 성재 씨를 바라보았다.
“성재 씨.”
“편하게 말씀하세요.”
“혹시 지인분들 중에서 기부 재단 같은 거 하시는 분들 있나요? 진짜 믿을 만하고, 괜찮은 분으로.”
“아…….”
그 말에 성재 씨는 잠시 입을 다물면서 나를 바라보았다.
꽤나 복잡한 심정이 담겨 있는 듯한 표정.
그러나 성재 씨는 곧 부드럽게 미소를 짓더니, 고개를 천천히 끄덕이면서 대답했다.
“알아보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죠. 때마침 찬식 씨의 도움이 필요할 만한 곳을 압니다. 액수는 어느 정도로 하실 겁니까?”
“들어온 계약금 전부 하는 것도 괜찮겠네요. 말기암 환자들 치료비 지원해 주는 재단 같은 거 혹시 있나요?”
“오.”
가벼운 감탄사가 성재 씨의 입으로부터 흘러나왔다.
그러더니 그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나에게 조용히 말했다.
“정말 좋네요. 그 부분에 대해서는 제가 한번 제대로 알아보겠습니다. 제가 미처 그 부분까지는 신경 못 쓰고 있었는데…… 역시 찬식 씨의 생각은 남다르네요. 과감한 투자가 되어 줄 겁니다.”
……응?
어째 핀트가 좀 달라진 것 같은데?
그러나 성재 씨는 더 이상 아무것도 묻지 않았고, 웃음을 지으면서 나를 바라보았다.
“조금 더 있다가 가시겠습니까?”
“오늘 방송 해야죠. 휴방하는 날도 아닌데.”
나도 이제 집에 돌아가서 방송 준비도 해야 했다.
치킨박스 사무실에서 노닥거리는 것도 즐거운 일이지만, 시청자들과의 약속을 어겨서는 곤란했다.
게다가 복귀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신뢰를 쌓아야 한단 말이지.
내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성재 씨는 가볍게 나와 악수를 한 다음, 나를 택시까지 태워 줬다.
택시를 타고 우리 집까지는 순식간이었다.
집에 도착한 후 집으로 들어서자, 소파에서 팬티만 입고 널브러져 있던 진혁이가 몸을 일으키면서 손을 흔들었다.
“형! 돈 많이 벌어 왔어?”
“많이 벌었어.”
“오, 얼마 벌었는데?”
“2억.”
내 말에 진혁이가 눈을 둥그렇게 뜨면서, 마시고 있던 물까지 흘렸다.
“에이, 2억은 좀 너무 갔는데? 내가 속을 줄 알아?”
저게 사실 맞는 반응이다.
나는 진혁이의 반응에 피식 웃음을 지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2억 벌기는 했는데, 2억 썼어. 뭐 안 번 거나 마찬가지지.”
“에이, 거짓말. 형 돈 쓸 줄도 모르잖아. 플렉스도 해 본 놈이나 플렉스 한다고. 어떻게 사람이 하루만에 2억을 써? 말도 안 되는데.”
“그래?”
“당연하지. 그래도 형 그렇게 농담하는 걸 보면 계약금 많이 벌었나 보다! [가이아 온라인> 광고 모델 하기로 한 거야? 걔네 벌써 언론 플레이 하고 있던데…… 오늘 저녁 외식하자, 형. 계약 기념으로 내가 고기 사 줄게!”
기특하다.
형한테 고기 사 줄 생각도 다 하고.
나는 진혁이를 향해 가볍게 고개를 끄덕여 준 다음, 방으로 들어가서 잠시 침대에 누웠다.
방송 시작까지는 아직 3시간이나 남았으니 침대에 누워서 낮잠이라도 잘 생각이었다.
아까 긴장을 했었나, 피로감이 꽤 쌓여 있었다.
그러나 늘 그렇듯.
띠리리링.
침대에 누울 때마다 전화가 온다.
성재 씨일 줄 알았는데 전화를 받고 보니 동수 형이었다.
이 형이 이 시간에 전화를 하는 이유가 뭘까?
“여보세요.”
내가 전화를 받자마자 동수 형의 친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야, 찬식아.
“예, 형.”
-성재 형한테 방금 이야기 들었거든? 기특한 쉐끼. 너 형이랑 일 하나만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