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illain Went Crazy Over Me RAW novel - chapter (66)
악역이 내게 미쳐버렸다 66화. 더 보여 줘?(66/92)
#66화. 더 보여 줘?
2024.07.05.
나는 노아에게 다가가 눈을 마주쳤다.
“미안해요. 노아 님.”
“누나…….”
“다음에 또 만날 수 있으면 좋겠네요. 잘 지내세요.”
“무서운 황자님이랑 갈 거예요?”
노아는 정말로 내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시선이었다.
“네.”
고개를 끄덕이고 나는 노아의 귀에 아주 작게 속삭여 주었다.
“그리고 이건 비밀인데요. 저한테만큼은 꽤 친절해요.”
그거야말로 거짓말일 거라는 노아의 흔들리는 눈빛은 잊을 수가 없다.
***
날 구하기 위해서였다고는 하지만 양심의 가책은 벼룩의 간의 세포만큼도 없는 에던.
성벽과 포털을 박살 내고 되려 감사하다는 인사까지 받아 북부로 넘어왔다.
“에취!”
고성의 위치를 들키고 싶지 않았으니 북부로 넘어온 것인데 나는 곧장 재채기를 시작했다.
제국에서 가장 더운 사막 지역에 있다가 제국에서 가장 추운 지역으로 이동했으니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어지러움은 사라졌지만 기본적으로 이 몸은 건강한 편은 아니니까.
체력도 되게 없고 말이지.
한낮인데도 싸늘한 북부의 공기에 잠시 노출된 나는 기침을 몇 차례 더 한 후에 고성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그리고 에던은 짜증이 나 있었다.
“꺅! 자, 잠깐만! 잠깐만요!”
고성의 포털을 넘어오자마자 에던은 날 어깨에 둘러메고 그대로 침실로 향했다.
버둥대 봤자 아무 소용도 없다. 나는 에던이 원하는 대로 착실히 침대에 눕혀졌다.
아직 태양이 훤히 떠 있는 대낮인데.
에던의 그림자가 내 위로 빠르게 겹쳐졌다.
꿀꺽.
단단히 입술을 다문 에던의 무표정한 모습에 나도 모르게 긴장이 되어 침이 크게 넘어갔다.
“라티.”
“네?”
노아에게 말했던 거 이 남자가 친절하다고 했던 거 조금 취소할까.
아주 잠시 고민했다. 날 향한 에던의 표정이 이렇게까지 살벌한 것은 오랜만이었다.
덕분에 내 목소리는 좀 떨리고 있었다.
“나야, 그 꼬맹이야.”
……예? 이게 또 무슨 헛소리야? 그게 무슨 말이야. 내가 지금 제대로 들은 거 맞아?
긴장하던 마음이 도망치듯 사라졌다.
“설마 내가 노아에게 예쁘다고 했던 거 때문에 이러는 거예요?”
“대답해.”
와. 어디 부분부터 어이없어해야 해?
“노아는 어린애예요.”
“누가 몰라?”
……아는 사람이 지금 이러는 거야?
하긴.
“애라고 봐줄 것 같았으면 눈앞에서 벽을 부수지도 않았겠지…….”
나도 모르게 생각이 입 밖으로 나와 버렸다.
매끄럽던 에던의 미간이 짜증스럽게 구겨졌다.
“공작이 잘해 줘서 꽤 좋았었나 봐?”
“그런 적 없어요. 그냥 당신이 벽을 부수니까…….”
말을 하다 말고 나는 그의 시선을 피해 휙 고개를 돌렸다.
정말이지. 저 살벌한 눈빛에 살해당할 것 같아.
“그런 거죠. 공작님이 계속 사과했는데…….”
조금만 더 붙으면 내 몸을 짓누를 것 같았던 에던의 몸이 서서히 멀어지는 게 느껴졌다.
다리 근처에서 느껴지는 그의 허벅지의 느낌이 그대로였지만.
“그래서, 사과 몇 마디에 내가 알았다고 해야 했었나?”
“그런 말이 아니라…….”
“아니면, 간밤에 축제에서 내가 없는 틈을 노리고 널 납치한 건 괘씸하지만, 몰래 데려간 것치고 대우는 섭섭잖게 해 줬으니 다행이라고 해야 했어?”
“…….”
물론 그것도 아니지만.
나는 눈을 질끈 감았다가 용기 내어 에던을 정면으로 응시했다.
“노아 앞에서 그럴 필요는 없었잖아요. 아직 어린앤데.”
에던의 가벼운 비웃음이 들렸다.
“웃기지 마. 차기 공작이야. 이 정도 일로 겁먹을 정도면 사막의 공작 자리 지키지도 못해. 오히려 깨달아야지. 남의 걸 건드리면, 특히 내 것을 건드리면 어떻게 되는지.”
“이미 포털도 부숴 놓고선.”
“그 정도로 내 분이 풀릴 거라고 생각해?”
화를 꾹꾹 눌러 참으며 말을 내뱉는 에던의 시선이 이글거렸다.
“넌 내가 널 찾으면서 무슨 생각을 했는지 아무것도 몰라.”
“그럼 뭘 더 해야 화가 풀리는 건데요?”
그 말에 가만히 입을 다문 에던이 가늘게 눈을 내리떴다.
“아까 물어본 질문에 대한 답.”
노아랑 자기랑 둘 중 하나를 택하라는 말이었다. 그러니까 자기가 예쁘다고 말을 하라는…….
내가 어이없다는 눈으로 쳐다보자 에던은 싸늘하게 내리깐 눈으로 셔츠 단추를 하나씩 풀어 내기 시작했다.
“뭐, 뭐 하는 거예요?”
“보여 주면 말하겠지.”
단추는 복근 아래까지 삽시간에 풀어졌고, 나는 본능적으로 고개를 돌려 그의 눈을 피해 버렸다.
툭. 침대 옆으로 에던의 셔츠 위로 묶여 있던 검은 벨트가 던져졌다.
심장이 두근두근, 정말 금방이라도 터져 버릴 것처럼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아직 에던은 아무 짓도 하지 않았는데, 떨어진 벨트와 조금 전 풀어 헤친 셔츠를 생각해 보면 지금 그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지 대략 상상이 갔다.
“라티.”
에던의 손이 목덜미를 스치듯 지나 내 턱을 움켜쥐었다.
그러곤 부드럽게 내 얼굴을 움직였다. 나는 다시 에던을 바라보게 되었다.
“하, 하지 마요.”
그러지 않으려고 했는데 이미 내 얼굴은 붉어져 있었다. 뜨겁게 달아오른 내 표정을 확인한 에던은 굳게 다물었던 입매를 가볍게 끌어올렸다.
정말이지 눈을 어디다 둬야 할지 모르겠다.
셔츠가 다 풀어 헤쳐 있거나, 아니면 다 벗어젖혔을 줄 알았는데.
“제대로 봐.”
지, 진짜 미쳤다니까!
에던은 셔츠를 어깨 아래로 반쯤만 벗은 상태였다.
심지어 혀를 살짝 내밀어 스스로 자기 입술을 핥았다.
“자, 예쁘다고 해.”
날이 좋아 햇살이 에던의 몸을 적나라하게 비추고 있었다.
취향이랄 것도 없이 잘생긴 얼굴은 물론이고 핏줄이 솟아오른 목덜미 아래로 드러난 쇄골.
직각으로 떨어지는 어깨.
탄탄한 근육으로 짜인 팔뚝에 반쯤 걸쳐진 검은 셔츠가 미친 듯이 섹시해 보였다.
그리고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가슴 근육과 복근까지.
옆구리와 가슴 아래에 나 있는 상처조차 그려진 것처럼 완벽했다.
“더 보여 줘?”
하여튼 한 번을 안 진다. 예쁘다고 말할 때까지 또 이런 식으로 나올 셈이야.
나는 재빨리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필요 없어요.”
“진짜? 아닌 것 같은데.”
에던의 말이 맞다.
더 보여 줘도 괜찮을 것 같다.
심지어 나도 모르게 만지고 싶다고 생각해 버렸다.
진짜 이상해.
에던의 머리카락 사이로 손가락을 넣고 쓸어내리고 싶고, 핏대가 솟은 목덜미를 끌어안고 싶은 충동도 일고, 쇄골과 가슴과 복근을 누르며 더듬어 보고 싶은 야릇한 기분.
손만 뻗으면 그럴 수 있는 상황에 생각만 해도 아랫배가 찌릿하며 아려 왔다.
에던을 만지면 분명 끔찍하리만큼 기분이 좋을 거야.
치유력으로 인한 쾌락이 아니라 남들처럼 평범하게.
나도 모르게 목덜미가 뜨겁게 달아오를 정도로 변태 같은 망상에 빠져 버렸다. 더 이상 자극받고 싶지 않은데 남의 속도 모르고 에던은 유혹하듯 팔에 걸쳐진 셔츠를 스륵 더욱 아래로 끌어내렸다.
“이래도 말 안 할 거야?”
“으.”
“해. 내가 원하는 말.”
알아. 당신 예쁘고 멋진 거 다른 누구보다 내가 가장 잘 알고 있어!
분위기에 휩쓸려 가지 않기 위해 나는 말을 돌렸다.
“자, 자기는 나한테 맨날 못생겼다고 했으면서!”
“뭐?”
“당신은 나한테 못생겼다고 했잖아요.”
그래. 나한테 못생겼다고 했으면서 예쁘다는 말을 해 달라는 건 이기적이잖아. 이제 더 이상 예쁘다는 말 안 해 줘.
“마음에 두고 있었어?”
“네! 전 못생긴 주제에 약혼자까지 있었던 사람이거든요. 그런데 옹졸하기까지 해서 막 마음에 담아 두거든요!”
“그게 자랑은 아닐 텐데?”
자랑하려고 한 말이 아니니까.
속으로 움찔했지만 나는 지지 않겠다는 듯 눈에 힘을 주었다.
“하.”
턱을 붙잡고 있던 에던의 손길이 떨어졌다. 그래서 나는 조금 더 용기 있게 투덜댔다.
“다른 사람들은 제가 예쁘다고 해 줬어요.”
“세상엔 취향이 이상한 나쁜 인간들도 많아.”
와. 그러니까 취향이 이상한 나쁜 인간인 힐스타인이나 제널드만 나한테 예쁘다고 한다는 거야?
오랜만에 진심으로 열받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나는 입술을 내밀고 비아냥댔다.
“아, 뭐, 그렇겠죠. 못생겼다고 말한 여자한테 자꾸 입 맞추려는 남자도 있는데 뭐. 그러시겠죠.”
내 욕해 봤자, 그런 나한테 못생겼다고 하는 네가 손해야.
왜냐면 항상 날 덮치는 건 네 쪽이잖아. 난 생각만 했을 뿐 먼저 그런 적은 없으니까.
이렇게 말하면 대충 의미를 알아들을 거라는 생각이었는데 뻔뻔한 에던은 조금의 타격도 없었다.
“예뻐서 취향인 남자가 덤비는데 피하는 여자도 있고.”
나는 눈을 최대한 사납게 치켜뜨고 에던을 흘겨보았다.
에던은 날 재미난 장난감 바라보듯 웃고 있었는데 눈이 마주치자마자 그대로 셔츠를 휙 벗어 던졌다.
사락, 셔츠가 가볍게 떨어지는 그 작은 소리마저도 크게 들릴 만큼 나는 민감해져 있었다.
입술을 꾹 닫고 있었지만 목덜미고 뺨이고 열기로 화끈거렸다.
“넌 이제 약혼자도 없고.”
에던이 내 몸을 꽁꽁 덮고 있던 로브 아래로 손을 집어넣었다.
“으흣!”
피부에 닿는 그의 손길에 온몸에 잔뜩 힘이 들어갔다. 에던은 자연스럽게 내 로브를 끌어올려 머리 위로 벗겨 버렸다.
“힘도 없어서 도망갈 수도 없고.”
정면으로 마주하고 있던 에던의 시선이 서서히 아래로 향했다.
얼굴을 차례로 훑고 턱선을 따라 점점 발끝으로.
사막의 옷차림을 그대로 하고 있었기 때문에 노골적인 시선은 견딜 수 없을 정도로 부끄러웠다.
나는 떨어진 로브를 주우려 재빨리 팔을 뻗었으나, 그 순간 에던이 내 양손을 움직일 수 없게 붙잡아 버렸다.
“이제 뺨도 때릴 수 없는데 어쩔 거야?”
미친 거 아냐! 예쁘다는 말이 그렇게 듣고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