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illainess Lives Twice RAW novel - Chapter 101
악녀는 두 번 산다. 101화
로렌스는 미남이었고, 여자들만이 아니라 남자들의 호감도 쉽게 받았다. 연애 관계가 될 만한 또래만이 아니라 연령 있는 사람들에게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황후궁에서만은 자신의 매력이 통할 거라고 믿기 어려웠다. 밀라이라를 닮은 용모이기에 더더욱 그랬다.
그래서 시녀들을 포섭하기 위해 친구들을 불러들였다.
로렌스의 친구들은 대부분 유력 가문의 자제 중에서도 놀기 좋아하는 자가 많았다.
사냥과 승마를 즐기는 자도 있었고, 외모를 다듬어 가꾸고 여자를 꾀어내는 것을 취미처럼 즐기는 자도 여럿 있었다.
로렌스는 자신의 매력은 이곳에서 통하지 않아도 친구들 중 한두 명은 충분히 미남계로 힘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황후의 시녀들을 제대로 유혹해 내는 것까지는 기대하지 않았다. 호감을 가지고 황후에게 긍정적으로 말해주거나 살짝 입이 가벼워지는 정도면 충분했다.
그러나 황후의 시녀들은 그가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충성스러웠다. 로렌스가 얻어낸 성과는 기껏해야 하녀 몇을 포섭한 것에 불과했다.
오히려 다른 방향에서 긍정적인 반응이 왔다.
방탕했던 청년들이 로렌스를 따라 몸가짐을 단정히 하고 침착하고 차분하게 문학 살롱에 참여하자 주위의 시선이 빠르게 호의적으로 변했다. 특히 조정 중신들이 기꺼워했다.
황제조차도 미묘한 얼굴이지만 그를 불러 칭찬했다.
「네게도 생각이 있을 테니 마르타 백작 부인의 살롱에 드나드는 것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겠다. 잘해 보려무나.」
「예, 아바마마.」
「그리고 여러 가지로 잘 생각했다. 젊은 남자가 방탕하게 노는 것이야 있을 법한 일이고, 활달하고 또래들의 호감을 사는 것도 좋은 일이다. 하지만 얼마 전에 그런 일이 있었으니 한동안은 몸가짐을 단속하는 것이 좋아. 친구들에게 좋은 영향을 미치는 것도 보기 좋구나.」
「예.」
「일일이 평판에 신경 쓸 필요는 없지만 말이다, 지나치게 반발을 사서는 안 된다. 백성을 겁내라는 것은 아니야. 다만 중신의 믿음을 사는 법은 익혀두어라.」
「예.」
「누군가는 세상이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 네게 말해주게끔 해야 한다. 네 눈과 귀는 두 개씩밖에 안 되지만, 아랫사람의 눈과 입은 수천, 수만 개라는 것을 잊지 마라. 사람의 입은 바위산도 부수는 법이다.」
황제는 그렇게 말했다. 그것이 가르침을 내리는 것이라는 로렌스도 알고 있었다.
그러나 못내 답답한 마음이 가시지 않았다.
단시간에 황후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로렌스는 본디 성미가 급하고 마음대로 되지 않는 일을 참지 못했다.
“황후 폐하께서 무엇을 바라시는지 짐작이 가지 않아. 어쩌면 정말로 말씀하신 것처럼 노후를 너희 부부에게 의탁하고자 하는 것이 아닐까 싶던데.”
로렌스가 말했다.
아르티제아가 나긋하게 대답했다.
“황후 폐하께서 바라시는 것이 한 가지 있기는 하지요.”
로렌스가 아르티제아의 옆얼굴을 바라보았다.
말하는 뉘앙스가 애매했다. 자신에게 도움을 주고자 하는 말인지, 대가를 바라는 말인지 알 수가 없었다.
후자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르티제아를 상대로 그렇게 생각하게 된다는 것이 로렌스를 불쾌한 기분으로 만들었다.
“그건 내 동생으로서 하는 말이냐, 황후의 시녀로서 하는 말이냐?”
“제가 확실하게 말씀드리지 못하는 것을 오라버니는 이해해 주셔야 해요. 황후 폐하께서는 명시적으로 밝힌 적이 한 번도 없으시니까요.”
아르티제아가 말을 이었다.
“황후 폐하께서는 침실에 소금 결정을 놓아두고 계세요. 리아간 공작령에서 나는 그 장식품 말이에요.”
“소금 결정이라…….”
“아주 아름다운 푸른색이지요. 남해 바다의 색이 그렇다고 하더군요.”
로렌스가 그 말에 침묵했다. 그가 충분히 생각할 수 있도록 아르티제아는 내버려두었다.
잠시 후에야 로렌스가 물었다.
“그럼 네 말은,”
“그러고 보니, 오라버니는 결혼하실 생각은 없으신가요? 약혼만이라도 해두면 좋을 텐데요.”
아르티제아가 입을 열었다. 로렌스의 말을 적절히 끊는 타이밍이었다.
로렌스가 불쾌감을 드러내며 눈썹을 치켜들었다. 아르티제아는 그것을 모르는 체했다.
동생으로서 줄 수 있는 정보를 주되, 황후의 시녀로서 본분을 지켜 직접적인 의논 상대가 되지 않고 발을 뺀 것이다.
로렌스는 바보가 아니었다. 순간적으로 말이 잘린 것에 화가 났지만, 아르티제아의 뜻을 알아채고 표정을 온화하게 돌렸다.
지금 칼자루를 쥔 것은 아르티제아였다. 황후의 호의를 얻기 위해서는 그녀의 협력이 필요했다.
“넌 에브론 대공비였지.”
로렌스가 나직하게 말했다. 그는 아르티제아가 에브론 대공비로서 제대로 자리 잡고 싶다던 말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는 납득했다. 에브론 대공비로서 당연한 행동이다.
동생이 아니라면 이런 정보에 다른 대가를 지불하거나, 혹은 신뢰를 얻는 긴 과정이 필요했을 것이다.
동생이기에 그 과정이 생략된 것이다. 자신이 황제가 되면 아르티제아는 당연히 황제의 누이가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동시에 세드릭이 아직 자신에 기울어 있지 않다는 것도 확신할 수 있었다.
황후에게도 협조한다는 티를 드러내 보이는 것도 좋지 않을 것이다.
혈연을 생각하면 당연한 일이다.
황후도 알 것이다. 하지만 노골적으로 구는 것은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로렌스는 도로 시선을 앞으로 돌렸다. 그리고 화제를 아르티제아가 꺼낸 쪽으로 확정지었다.
“결혼이라……. 적절한 사람이 있으면 하는 것도 나쁘지 않지.”
“여태까지는 어머니 문제가 있었으니까요.”
제위를 가시권 안에 두고 있으면서도 혼인 동맹이라는 유효한 카드를 아껴두고만 있었던 것은 밀라이라 때문이었다.
로렌스도 밀라이라를 뒤에 두고 결혼할 생각은 굳이 하지 않았다.
결혼은 애인을 여럿 두는 것과는 문제가 달랐다. 집착 심한 모친이 개입하게 된다. 생각만 해도 피곤했다.
하지만 굳이 하지 않을 이유도 없었다.
“소개해주고 싶은 사람이라도 있는 거냐?”
“특별히 누군가를 염두에 두고 말씀드린 건 아니에요. 다만 미래의 황후를 배출할 만한 가문이 많지는 않겠다 싶어서요. 마음에 두신 분이 없다면, 한 번 황후 폐하께 여쭤볼까 했어요.”
마지막 말에 로렌스가 만족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혼맥보다 나은 관계는 적다. 결혼으로 이어진 가문은 제위를 다툼에 있어 운명을 함께할 수밖에 없다.
아르티제아가 황후의 시녀가 되었다지만, 그 관계는 로산 후작가나 로렌스를 염두에 두고 맺어진 게 아니라 세드릭 때문에 생겨난 것이다.
이왕이면 그런 것보다는 진짜 제대로 된 혼맥이 좋다. 두 겹의 인연이면 더욱 좋고 말이다.
리아간 공작가에 결혼 적령기의 여식이 있던가. 로렌스가 생각했을 때였다.
“오라버니에게는 훌륭한 지인과 친구가 많이 있으시니까요. 그쪽에도 의논해 보세요.”
아르티제아가 말했다.
“그래.”
로렌스가 긍정의 대답을 했다.
돌아오는 길에 로렌스는 아는 사람을 마주쳐 인사를 나누고 다시 밖으로 나갔다.
아르티제아가 혼자 돌아왔을 때에 리시아는 또다시 테이블 곁에 있었다.
마르타 백작 부인은 아직도 살롱에 돌아와 있지 않았다.
대신 리시아는 다른 남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아르티제아가 얼굴을 모르는 상대인 것으로 보아 하급 관리이거나 시인 같은 부류일 것이다.
리시아가 방긋 미소를 짓는 게 보였다. 그렇게 상태가 나쁘거나 불안정해 보이지 않았다.
확인하고서도 아르티제아는 눈을 질끈 감았다.
예상했던 일이 아니었던가. 로렌스는 이 살롱에 자주 출입한다. 마주칠 가능성은 충분히 있었다.
그러면서도 로렌스와 함께 있는 것을 본 순간에 등골이 쭈뼛했었다. 순간적으로 얼마나 후회했는지 모른다.
리시아도, 로렌스도 ‘돌아온 자’는 아니다.
그래도 혹시 모르는 일이었다. 로렌스가 리시아에게 관심을 가진 것은 기억이 희미하게나마 남아 있기 때문인 것은 아닐까?
리시아는 또 어떨까? 기억은 하지 못하더라도 그녀의 영혼에 상처 같은 게 남아 있지는 않을까? 그것을 후비는 고통스러운 결과가 되진 않을까?
‘역시 수도에 안 데려오는 게 옳았을까?’
저택에 두고 왔어야 했을까?
마르타 백작 부인의 살롱은 리시아를 조용하게 사교계에 소개하기에 안성맞춤인 장소였다. 그래서 알면서도 데려왔다.
어차피 사교계에 나서는 이상 로렌스를 완전히 피할 수는 없다. 오늘이 아니라도 수도에 있는 이상 언젠가는 얼굴을 보게 된다.
그렇다면 만나지 못하게 할 방법은 아예 나오지 않는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래서는 수도까지 오게 한 이유가 없다.
아르티제아는 리시아가 신탁을 받기 전에 미리 자리를 잡기를 바랐다. 그래야 성녀가 된 뒤에 편해 질 것이다.
자신이 사교계에서 힘을 가지고 뒤를 봐줄 수 있을 때에 사교계에 익숙해지고, 그녀를 지지해줄 사람들을 만나 먼저 친분을 쌓기를 바랐다. 예전처럼 맨몸으로 무작정 세상에 뛰어들지 않도록 말이다.
에브론 대공가를 위해서 꼭 그녀가 해줘야 하는 일도 있었다.
‘하지만…….’
아니다. 그녀와 로렌스 사이에는 아무 일도 없을 것이다.
가능하면 로렌스와 말을 섞을 만한 일 없이 빨리 다른 곳으로 일을 맡겨 보내도록 하자.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다.
“비 전하, 몸이 안 좋으세요?”
아르티제아는 정신을 차렸다. 리시아가 염려스럽게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무 일 없으셨죠?”
“나는, 괜찮아.”
아르티제아는 갈라진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리시아가 조심스럽게 안색을 살펴왔다.
그러더니 아르티제아의 눈동자에 명확한 빛이 돌아오자 안심한 듯이 미소를 지었다.
“걱정했어요. 혹시 오라버님과 무슨 일이 있으셨던 건 아닐까 싶어서.”
“아니야. 내게 무슨 일이 있겠어? 너야말로…… 아무 일도 없었지?”
“저한테 무슨 일이 있었겠어요? 저어, 죄송해요.”
“죄송?”
아르티제아는 눈을 깜박거렸다. 리시아가 무엇을 사과하는 것인지 알아듣지 못했던 탓이었다.
“네. 비 전하께서 로렌스 경과 가능한 한 말을 섞지 말라고 하셨었잖아요. 비 전하께서 굉장히 민감한 위치에 계시기도 하고…….”
리시아가 변명처럼 덧붙였다.
“잊어버린 건 아닌데, 누구인지 눈치를 못 챘어요. 죄송해요. 제가 너무 바보 같네요.”
리시아는 더 조심했어야 했다고 후회했다.
뭔가가 목구멍에 붙은 가시처럼 껄끄러웠다.
그러나 그녀는 미세한 설렘도, 동시에 등골을 적시는 불안한 떨림도 드러내지 않고 마음속에 가라앉혔다. 아르티제아를 곤란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
손을 잡아줘야 할 사람은 그 남자가 아니라 이 사람이다.
‘……?’
리시아는 자신의 생각에 위화감을 느꼈다.
아르티제아가 휴우 하고 긴 한숨을 내쉬었다. 리시아는 불안하게 눈을 굴리며 물었다.
“제가 비 전하의 명예를 해친 건 아니죠?”
“괜찮아, 그런 명예는 해쳐도.”
“괜찮지 않아요.”
리시아의 얼굴이 새빨개졌다.
아르티제아가 미소를 지었다. 긴장이 한꺼번에 풀려서 오히려 웃고 싶은 기분이 되었다.
리시아가 조심스럽게 손을 뻗었다. 품위에도, 예법에도 어긋나는 일이었지만, 왜인지 그러고 싶었다.
아르티제아가 깜짝 놀라 리시아를 쳐다보았다. 리시아는 그녀의 손을 꽉 잡았다. 그리고 붉어진 얼굴로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