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illainess Lives Twice RAW novel - Chapter 105
악녀는 두 번 산다 105화
스카일라와 리시아는 함께 사원의 응접실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사원에서 귀한 손님을 위해 간단한 다과를 준비해 주었다. 리시아가 일어서서 수도사의 손에서 쟁반을 받아들었다.
“제가 할게요.”
스카일라는 리시아를 흘끗 바라보았다. 리시아는 상냥한 웃음을 띠고 있었다.
‘에브론 대공가의 오래된 가신이라고 했었지?’
용모는 싱그러웠고, 태도는 다정하고 공손했다. 수도의 사교계에서 인기 있는 타입은 아니었으나 호감이 갔다.
‘그 에브론 대공비가 시녀로 삼을 정도이니 뭔가 있겠지.’
스카일라는 그렇게 생각했다.
카멜리아 후작 부인은 미래의 후계자에게 숨기는 것이 많지 않았다. 특히 정보에 관해서라면, 스카일라에게 터놓고 이야기하곤 했다.
그러므로 스카일라는 아르티제아에 대해서 카멜리아 후작 부인이 아는 만큼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 녀가 아르티제아를 얼마나 높이 평가하고 있는지도.
오늘은 이런 이야기도 했다.
「널 시녀로 받아달라고 청할 생각이야.」
「시녀요?」
스카일라는 깜짝 놀라 되물었다.
「에브론 대공비는 예사 사람이 아니다. 그 밑에 있으면 배울 게 많을 거야.」
「그게 이모님의 서운함을 감당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세요? 잘못하면 양쪽에 발을 걸치려는 것처럼 보일 거예요.」
「그 부분은 내가 알아서 하마. 에브론 대공가와 끈을 하나 더 만드는 일이니까 대공 전하께서도 나쁘지 않게 생각하실 거다. 어차피 에브론 대공가와는 혼맥으로 연결하는 게 불가능하잖니?」
「절 받아들이면 지금처럼 미묘한 위치에서 줄타기할 수 없을 텐데, 에브론 대공비가 과연 그렇게 할까요?」
「이제 어느 편이든 그녀도 결정해야 할 때야. 에브론 대공비와 별 달리 사이가 나쁘거나 한 것은 아니지?」
「그렇지는 않아요.」
스카일라는 아르티제아와 딱히 친분도, 원한도 없었다. 친하게 지내기는커녕 의식적으로 무시할 필요도 없을 정도로 격차가 컸던 것이다.
그리고 이제는 정반대의 상황이 되었다.
스카일라는 카멜리아 후작 부인을 닮았다. 자존심이 없지는 않았지만, 자기보다 높이 올라간 사람을 인정하지 못하는 성격은 아니었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그 밑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어쨌든 시녀가 된다면, 리시아와 함께 지내게 된다.
신분 차를 생각하면 당연히 자신이 윗사람이었다. 그러나 모시는 분의 총애는 중요한 문제였다. 선후 관계라는 것도 전혀 없지는 않았다.
신경이 쓰이는 게 당연했다.
“모르텐 소남작은 수도에는 처음이지요?”
“네. 전에는 에브론 대공령을 벗어나본 적이 없어요.”
“소남작 말고도 대공비 전하의 시녀가 한 사람 더 있다고 들었어요. 그분도?”
“네. 헤일리 언니도 쭈욱 에브론 본성에서 태어나 거기서 지냈어요.”
리시아가 멋쩍게 웃었다.
“저와 달리 아주 똑똑하고 현명한 언니에요. 저 혼자 비 전하의 시녀가 되었을 때에는 걱정이 정말 컸는데, 이제는 제가 다소 서툴고 못난 짓을 하더라도 헤일리 언니가 제 몫까지 잘해줄 거라서 안심이에요.”
“무얼 걱정하세요? 소남작께서는 충분히 잘하실 거예요. 데뷔 파티는 언제로 결정되었나요?”
“안 할 거예요.”
“두 분 다 수도 사교계가 처음이시잖아요.”
“그럴 만한 신분도 아니지만, 톨드 관문에서의 싸움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파티 같은 건 열기가 좀 그래서요.”
“북부 사정이 많이 안 좋은가요?”
스카일라는 염려스럽게 물었다. 리시아가 부드럽게 대답했다.
“그 어떤 승리하는 싸움에서도 사상자는 나오니까요. 저희가 출발하기 전에도 이미 적지 않게 있었고요. 마음가짐의 문제라서요. 저희 둘이 그렇게 결정했고, 비 전하께서도 저희 마음을 이해해 주셨어요.”
“그렇군요.”
스카일라는 염려스러운 얼굴을 했다. 그녀에게 북부 전쟁은 전쟁 자체만이 아니라 그에 얽힌 다른 여러 일도 모두 남의 일이었다. 하지만 리시아의 말에 마음이 쓰였다.
리시아가 딱히 위험하다는 말은 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정말로 괜찮다는 느낌도 들지 않았다. 스카일라는 심경이 복잡해졌다. 혹시 일부러 애매하게 이야기한 것일까?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였다. 짧지 않은 산책을 마친 아르티제아와 카멜리아 후작 부인이 들어왔다.
스카일라와 리시아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카멜리아 후작 부인이 말했다.
“우리는 돌아가자, 스카일라.”
“어머니.”
비밀스러운 이야기는 끝났다 해도, 좀 더 친분을 쌓고 헤어지리라고 생각했으므로 스카일라는 놀랐다.
아르티제아가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
“조만간에 또 뵙지요.”
카멜리아 후작 부인은 공손히 인사하고 스카일라를 데리고 물러 나왔다.
스카일라는 의아하게 카멜리아 후작 부인을 바라보았다. 얼핏 보기에는 담담한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딸인 스카일라의 눈에는 그녀가 동요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사원을 나와 마차에 타고 나서야 스카일라는 물었다.
“무슨 일이라도 있으셨어요?”
“……에브론 대공비가 에브론이 길을 열어줄 가능성에 대해 시사했다.”
“카람에게요?”
스카일라는 깜짝 놀라 되물었다.
“그럴 리 없잖아요. 그 에브론 대공이.”
“그래. 그냥 위협한 거겠지.”
“단순히 지원을 노리고 하는 말이라기에는 너무 과도한데요? 서부를 손에 넣으려는 생각으로 그러는 거라면 어리석은 일이고요. 아니면, 정말로 북부가 그렇게 위험한가요?”
“적어도 우리가 아는 바에 따르면, 전쟁이 확전되지는 않을 것 같았어. 공성 병기가 나온 것은 사실이고, 톨드 산맥을 넘어온 소부대에 습격당한 마을도 몇 곳 있지만, 중요한 지역이 눈에 띄는 피해를 입은 것도 아니고.”
“네. 에브론 대공 전하가 향후를 생각해서 신중하게 대응하는 것은 그럴 만한 일이지만, 당장 전쟁이 장기화되는 일은 없을 거라고 결론을 내렸었잖아요. 톨드 관문은 뚫리지 않을 거고요.”
“그래. 나도 그냥 협박이라고 생각한다.”
카멜리아 후작 부인이 연지가 지워지는 것도 잊고 아랫입술을 잘근 잘근 물었다.
“하지만 황제 폐하께서는 뭐라고 하실까?”
“네?”
“좋은 명분이 되지 않겠니? 북부를 지원할 물자를 거두어들이기에?”
“에브론 대공비가 카람의 습격을 직접 받았고, 그로 인해 겁에 질려 있다면……. 폐하 입장에서는 최소한 물자 지원은 해야 하겠죠. 그리고 그 물자를 귀족들에게서 징발할 테고요. 앨리아 장성을 위한 군비까지 더해서 재물을 거두는 동시에 귀족 세력을 견제할 수도 있…….”
스카일라가 말하다가 깜짝 놀라 카멜리아 후작 부인을 바라보았다.
“그래. 그렇게 되면, 로이가르 대공 전하는 그 책임을 나에게 돌릴 거다.”
카멜리아 후작 부인은 그렇게 말했다.
본래는 에브론과 협력 관계를 구축할 예정이었다. 서부를 내주고, 필요하다면 단기적으로는 물자를 지원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것이 황제가 하는 일이라면 문제가 달랐다. 로이가르가 에브론에게 뭔가를 거래 조건으로 지불하는 것이 아니라 황제에게 징수당하는 것이다. 그래서는 에브론과 교환 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다.
“에브론 대공비 전하가 진짜로 그냥 겁을 먹었을 가능성은 없나요?”
“그럴 수도 있겠지. 그러나 황제 폐하께서 기회를 놓치실까?”
카멜리아 후작 부인이 탄식했다.
자신에게 모든 결정권이 있다면 이런 걱정은 하지 않을 것이다. 그냥 흔쾌히 지원했으리라. 아마 로이가르 대공도 그렇게 할 것이다. 어차피 해야만 한다면, 자발적으로 내는 쪽이 에브론 대공과의 관계를 생각했을 때 장기적으로 더 나으니까.
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카멜리아 후작 부인에게 떨어질 책임은 사라지지 않는다. 아르티제아를 포섭하는 것은 그녀가 주창하고, 스스로 맡은 일이었다. 그리고 로이가르 대공은 손해를 잊지 않는 사람이다.
“어쩌면 어머니께서 대처할 시간을 주려고 지금 말한 것일 수도 있죠. 진짜로 겁을 먹고 감정에 휩쓸린 게 아니라면요.”
스카일라가 그렇게 말했다.
“정말로 우리를 난처한 상황에 빠뜨릴 거라면, 어머니와 둘이 있는 자리에서 말하는 게 아니라 황제 폐하부터 알현하거나 로이가르 대공 전하와 직접 만났을 거예요.”
“모르겠구나. 오늘의 만남은 에브론 대공비가 의도한 것이 아니었으니까.”
카멜리아 후작 부인이 탄식했다. 허를 찌르는 방문을 하여 아르티제아에게 뭔가를 얻어내려고 했는데, 오히려 당하고 돌아가는 기분이었다.
아르티제아는 지친 기분으로 털썩 소파에 앉았다.
리시아가 말했다.
“차를 새로 부탁할게요.”
“그래.”
속이 허하고 불편했다. 아르티제아는 테이블에 놓인 소박한 다식에 손을 뻗었다.
그녀는 원래 입이 짧다기보다는 몸에서 받아들이지 못하는 음식이 많은 편이었다. 조금만 먹어도 금세 더부룩해졌다.
어린 시절에 여자아이는 날씬해야 한다며 밀라이라에게 지독할 정도로 식사량을 제한당했다. 이제는 위장이 건강하지 못하게 되어서 먹으려고 해도 좀처럼 많이 먹을 수가 없었다. 심리적인 이유도 있었다. 특별히 병이 있는 게 아니면서도 허약한 것은 그 때문이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속이 비는 쪽이 오히려 불편했다. 전에는 좀처럼 넘어가지 않았던 고기류가 자꾸 생각났다. 조금만 먹어도 금세 더부룩해지던 치즈 종류도 금세 소화되었다.
살이 좀 붙었다는 라이의 말은 틀린 게 아니었다.
로산 저택에서 벗어난 지 시간이 좀 지난 덕분인지도 모르겠다고 아르티제아는 생각했다. 자각은 없었지만, 그래도 스트레스가 좀 줄어든 걸까. 어쨌든 먹을 수 있게 되어서 나쁠 것은 없었다.
리시아가 물었다.
“마르타 백작 부인이 챙겨준 간 식거리가 마차에 있는데 좀 가져올까요?”
“그래, 부탁할게.”
아무래도 사원의 다식으로는 배가 찰 것 같지 않아서 아르티제아는 그렇게 말했다.
황후에 이어 로렌스를 만나고, 예상치 못하게 카멜리아 후작 부인까지 마주치는 바람에 기력이 다 소진된 느낌이었다.
‘괜찮아. 실수한 것은 없어.’
아르티제아는 눈을 감고 생각했다.
어차피 이 문제의 열쇠를 쥐고 있는 것은 황제였다. 전제가 달라지지 않으니 결론도 달라질 수 없다. 계획대로 그냥 황제를 먼저 알현했어도 상관없었다.
로이가르와 대등한 위치에서 협상? 그런 것은 처음부터 할 생각이 없었다. 로이가르 대공에게 지원을 받으면 그것은 결국 그의 파벌에 들어간다는 뜻이 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멜리아 후작 부인을 미리 협박했다. 그것은 반간계였다.
정보를 사전에 얻으면 사람은 상황을 바꿀 수 있으리라는 착각에 빠진다. 카멜리아 후작 부인은 이 일의 결론이 바뀌지 않으리라는 사실을 이미 이해했다. 그러면서도 희망을 잃지는 못하리라.
‘현명한 사람은 좋아. 이해가 빨라서.’
그리고 로이가르 대공은 그것을 알아챌 것이다.
로이가르 대공, 루덴 후작가, 카멜리아 후작가는 한배를 탄 사이이지만, 한 덩어리는 아니다. 카멜리아 후작 부인은 로이가르 대공비에게 헌신하지만, 그 헌신도 결국 자기 자신과 자녀들을 위한 일이다.
신뢰를 깨뜨리고 균열을 더 크게 벌릴 수 있으면 좋다. 그러나 아니라도 상관없다. 카멜리아 후작 부인이 딸을 데리고 은밀하게 찾아왔기에 한 일일 뿐이었으니까.
그건 그것이고, 지쳤다. 이제부터 고집스럽다는 그 콜튼 수사와 대화할 생각을 하자 기력이 없었다.
그녀가 힘없이 한숨을 내쉬었을 때였다. 수도사 한 사람이 응접실 문을 열고 들어와 공손히 절을 올렸다.
“콜튼 수사님께서 대공비 전하를 모셔오라고 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