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illainess Lives Twice RAW novel - Chapter 114
악녀는 두 번 산다. 114화
앨리스가 그녀를 부축해 일으켜 주면서 말했다.
“죄송해요.”
“뭐가 죄송하니?”
“카멜리아 후작가에 있는 정보원 한 명을 들켰거든요. 후작 영애가 그쪽을 통해서 연락해왔어요.”
아르티제아는 앨리스를 꾸짖지 않았다. 대신 그녀의 팔을 가볍게 토닥여 괜찮다고 말했다.
“그런 정보원은 서로 알면서도 모르는 척해주는 법이니까. 너도 카멜리아 후작 부인이 우리 집에 누굴 심어놨는지 알잖니?”
“네.”
“그러니까 괜찮아.”
아르티제아는 다정하게 말했다.
그러나 스카일라가 자신을 몰래 찾아왔다는 것은 확실히 놀랄 만한 일이었다.
만일에 필요한 일이 생긴다면, 카멜리아 후작 부인이 직접 접촉해 오리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앨리스가 서둘러 도톰한 망토를 가져왔다. 그리고 아르티제아의 잠옷 위에 망토를 씌워 주었다. 망토는 발목까지 내려오는 길이였다.
“선룸에서 기다리시게 했어요.”
“잘했어.”
아르티제아는 신발을 갈아 신고 앨리스를 따라 천천히 침실 밖으로 나왔다.
평소에라면 호출을 대비하여 하녀 몇이 곁방에 대기하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앨리스가 미리 사람을 치워 둔 덕분으로 지금은 아무도 없었다.
저택 안에 있는 샛길을 이용하여 아르티제아는 후원까지 아무도 만나지 않고 빠져나왔다.
정문을 통과하지 않고 앨리스를 통해 만나러 왔다면, 그 만남의 목적이 무엇이든 결과가 어떻든 우선은 비밀로 하는 것이 좋다.
스카일라는 아르티제아와 크게 다를 바 없는 검은 망토를 걸치고 있었다.
안에 입은 옷도 소박한 것인 듯 치맛자락 쪽도 전혀 부풀지 않았다. 얼굴에는 화장기가 전혀 없었다.
“갑작스럽게 방문하여 죄송합니다. 대공비 전하.”
“만나지 못할 상황이었다면 축객했을 겁니다. 하지만 약속을 먼저 하는 쪽이 상대에게 폐를 끼치지 않고, 더 우아한 방법이기도 했으리라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군요.”
“죄송합니다.”
스카일라가 솔직한 태도로 사과했다. 아르티제아는 조금 놀랐다.
“이렇게 갑자기 찾아온 것은 비 전하께서 지치셨을 때를 노렸다거나 하는 것이 결코 아니니 부디 용서해 주세요. 어머니의 눈을 피해 찾아뵐 수 있을 때가 흔할 것 같지 않아서 그랬습니다.”
“후작 부인의 눈을 피해서?”
아르티제아는 의아하게 되물었다. 스카일라가 대답했다.
“네, 어머니는 지금 로이가르 대공저에 계십니다. 비 전하께서 황제 폐하를 알현한 자리에서 오간 대화 때문에 긴급히 회의가 열렸거든요.”
“그렇군요.”
황제가 내릴 징발령과 환곡 사업에 관한 이야기일 것이다.
그리고 어째서 스카일라가 찾아왔는지도 짐작할 수 있었다.
카멜리아 후작 부인은 로이가르 대공비에게 종속되어 있다.
설령 실제로는 로이가르 대공비에게는 정치적 견해라고 할 만한 것이 거의 없고, 카멜리아 후작 부인의 말을 고분고분하게 따른다고 해도 그랬다.
더 깊이, 실질적인 관계로 말하자면, 진짜 주인은 부친인 루덴 후작이다.
그것이 스카일라에게는 참기 어려운 일이었다.
스카일라는 어머니를 존경하고 사랑했다. 그렇기에 카멜리아 후작 부인과 의견이 다르다. 카멜리아 후작 부인에게는 당연하고, 또 자식들을 위해 감수할 만한 일이, 스카일라에게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아르티제아는 굳이 먼저 입을 열어 말하지 않았다. 아쉬운 것은 스카일라 쪽이다.
스카일라가 눈을 내리깐 채로 쥐고 있던 손수건을 만지작거렸다. 긴장 때문에 손 안에서 땀이 계속 나는 탓이었다.
아르티제아는 그 손을 바라보았다. 결국 스카일라가 먼저 말했다.
“비 전하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싶어요.”
“난 아무것도 제안한 적 없어요, 스카일라 영애.”
“비 전하께서는 어머니에게 카람에게 길을 열어줄 가능성에 대해 언질하셨죠.”
“…….”
“황제 폐하께 에브론 대공령에 대한 지원을 청하기도 전에 먼저 그 말씀을 하신 것에 아무 의도도 없었다는 말씀이신가요?”
“그건 그날 우연히 카멜리아 후작 부인과 마주쳤기 때문이랍니다. 겁에 질려 감정적으로 토로한 것을 부끄럽게 생각합니다, 스카일라 영애.”
그 말을 하는 아르티제아의 얼굴은 태연하고 밝아서 조금도 겁에 질리거나 감정적인 기색이 없었다.
그래서 스카일라는 그녀가 일부러 그랬으리라고 확신했다.
어쩌면 사원에 갔던 것도 순수하게 카멜리아 후작 부인의 뜻이 아니라 아르티제아에게 유도된 것이 아닐까 하는 의심마저 들었다.
그러나 추궁할 수는 없었다. 감히 그럴 주제도, 능력도 없었었다.
스카일라는 공손하게 고개를 숙였다.
“비 전하께서 저희에게 다른 길을 보여주셨다는 것을 알고 있어요.”
“스카일라 영애.”
“전 로이가르 대공 전하만이 유일한 선택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스카일라의 말하는 방식은 아직 거칠었다. 표정도 전부 관리되지 않았다.
하지만 아르티제아는 만족스럽게 생각했다.
스카일라는 아직 어리고, 능력 있는 어머니 밑에서 자랐다. 아직 자기 뜻대로 뭔가를 결정해본 적이 없을 것이다.
협상 경험은 있겠지만, 카멜리아 후작 부인을 뒷배로 두고 훈련 과정 정도로밖에 겪어보지 못했을 것이다.
그래도 이 정도면 아주 훌륭했다. 비밀리에 자신을 만나러 왔다는 것만으로도 그녀는 카멜리아 소후작으로서 충분히 제 몫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셈이었다.
아르티제아는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로이가르 대공께서 유력한 차기 황제 후보이고, 그러면 대공비께서는 황후 폐하가 되실 거예요.”
“네.”
“그리고 로이가르 대공 전하는 그레고르 황제 폐하와는 달리 비 전하를 정적으로 여기는 일 없이 사랑하고 아끼시지요.”
“맞아요. 하지만 그래서는 영원히 어머니는 이모님에게서 벗어날 수 없어요. 그리고 저는 길은 여러 개 만들어두는 게 옳다고 배웠어요.”
“루덴 후작가는 황후의 친정이었다가 차기 황제의 외가가 될 텐데요. 굳이 그 그늘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을까요?”
“물론 저는 외할아버지와 이모님을 배신하고 싶다는 뜻으로 말씀드린 것은 아니에요. 저는 이모님을 사랑하고 있고, 로이가르 대공 전하께서 실패하기를 바라시지도 않아요.”
스카일라가 말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카멜리아 후작가가 루덴 후작가와 같은 가문인 것도, 로이가르 대공가와 반드시 운명을 함께 해야만 하는 것도 아니지요.”
스카일라는 그러고 싶지 않았다.
헌신에 대한 보상이 언제나 뒤따라오는 것은 아니다.
루덴 후작은 카멜리아 후작 부인을 딸로 인정해 준 것만으로도 그녀의 인생을 샀다고 여긴다.
그러니 그녀가 죽을 때까지 루덴 후작가와 로이가르 대공비에게 헌신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이다.
그리고 카멜리아 후작가도 제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의 카멜리아 후작은 평민 출신의 후처 소생으로 넷째 아들이었다.
위로 아무런 흠 없는 상속권자가 셋이나 있었고, 후작은 별달리 야심 있는 성미도 아니었다.
루덴 후작은 음모를 통해 그를 상속자로 만들었다.
쇠락했다고는 하나 카멜리아는 후작가였다. 로이가르 대공비를 보살필 언니의 신분으로 딱 맞았고, 후작이 소심하여 휘두르기 편안한 자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천한 피들을 후작 부부로 만들어 주었다. 그러니 둘 사이에서 태어난 자식의 인생까지 모조리 저당 잡아도 당연하다. 루덴 후작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물론 카멜리아 후작 부인의 입장은 달랐다.
「우리는 둘 다 흠이 있지만, 넌 아니야, 스카일라.」
카멜리아 후작 부인은 그렇게 말하곤 했다.
「넌 진짜 후작의 딸이고, 후작이 될 거야. 그러니까 당당해져야 해.」
그렇게 말하면서도 어머니는 외조부에게 지나치게 매여 있다고 스카일라는 생각한다.
스카일라는 그럴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과거에야 어쨌든 그녀는 합법적으로 태어난 후작가의 상속자였다.
어머니는 외조부가 요구하는 대로 로이가르 대공비를 보살피고 있다. 언니로서의 역할만이 아니라 시녀로서의 역할도 다했다.
카멜리아 후작가는 로이가르 대공가의 동맹이고, 카멜리아 후작 부인은 유능한 참모이기도 했다.
그거면 되지 않았는가. 그 이상 굴종할 이유가 없다.
카멜리아 후작가는 카멜리아 자신을 위해서 움직여야 한다.
스카일라가 말했다.
“비 전하께서 마음에 두고 계시는 것이 누구이신지 저는 확신할 수 없지만요. 로이가르 대공 전하와 손을 잡는다 해도 루덴 후작가를 견제하실 테고, 그렇지 않다면…….”
어머니가 하지 못할 일이라면, 그녀가 하면 되었다. 카멜리아 소후작으로서 하지 못할 일도 아니었다.
“로이가르 대공 전하께서 패배했을 때에, 저희 가문이 살아남을 길이 되어주실 수 있겠지요.”
스카일라는 다른 모든 귀족들과 마찬가지로 로이가르 대공의 일방적이고 완전한 승리를 원하지 않았다.
또한 패배했을 때에 함께 몰락하는 것도 바라지 않았다.
아르티제아가 가만히 생각에 잠겼다.
해가 져서 선룸은 이미 어두워져 있었다. 히히호오, 하고 지빠귀가 울었다.
앨리스가 가만히 다가와 촛불을 몇 개 더 가져다 놓았다.
스카일라는 긴장한 채로 아르티제아의 말을 기다렸다.
“영애가 마음을 터놓고 말씀하셨으니 기쁘게 생각합니다. 친구가 많아서 나쁠 것은 없지요.”
친구라는 단어에 스카일라는 움찔했다. 아르티제아가 미소를 지었다.
“이상할 것 없지 않은가요? 영애는 나와 또래이니까.”
“어찌 감히 에브론의 여주인과 친구가 되겠습니까?”
“그 정도가 좋아요, 스카일라 영애. 영애는 카멜리아 소후작이지만, 반대로 말하자면 소후작에 불과하니까요. 영애의 동생과 영애 중에서 루덴 후작이 어느 쪽을 더 총애할지는 아직 알 수 없는 일이기도 하고요.”
스카일라가 움찔했다.
그러나 아르티제아가 찔러는 약점에 대해 분노하거나 불안해하지는 않았다. 아르티제아는 그러라고 일부러 그런 말을 한 것일 테니까 말이다.
아르티제아가 나긋한 목소리로 말했다.
“에브론과 카멜리아의 관계는 섣불리 말할 수 없지만, 친구라면 허심탄회하게 만나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겠죠. 이따금 서로를 위해서 부탁을 할 수도 있을 테고요.”
“아.”
그 ‘부탁’에 핵심이 있다는 것을 알고 스카일라가 탄성을 질렀다.
“나에게는 친구가 거의 없으니, 영애는 내 말을 거절하지 마세요.”
“말씀하시는 의미를 알겠습니다.”
스카일라가 고개를 숙였다.
친구라는 이름이라면, 동맹이 아니면서도 교분을 이어갈 수 있다. 교제가 깊어도 상호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아도 된다.
아직 어린 또래끼리라는 것은 이런 점에서 유리하다. 이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그리고 친분을 나누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루덴 후작가를 견제하고, 또 아르티제아가 요구하는 일을 하게 될 것이다.
정보를 흘리거나, 혹은 캐내거나.
“오신 김에 마침 영애에게 제안하고 싶은 게 있군요.”
“무슨 말씀이시든, 친구로서의 부탁이라면 들어드리지 못할 것이 있겠습니까?”
“올해에는 황후 폐하의 탄신 축하연을 할 작정이에요. 하지만 시녀 중 막내 된 사람으로서 선배들에게 사소한 부탁까지 할 수는 없으니까, 고귀한 신분의 숙녀들 중 아직 가문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있지 않은 사람을 골라 부탁할 작정이었어요.”
“네.”
“스카일라 영애가 신분으로 보나 능력으로 보나 적절할 것 같군요.”
스카일라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은 황후의 심중을 살피고 싶을 로이가르 대공의 뜻에도 들어맞고, 아르티제아와 좀 더 가까이에서 당당하게 접촉할 수 있는 위치이기도 했다.
“조만간에 정식으로 카멜리아 후작가에 요청을 보내겠어요. 미리 알려드리는 거예요.”
“중요한 역할에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비 전하.”
아르티제아는 그 호칭을 정정하지 않았다. 친구라는 말은 어차피 대외적인 명목이었기 때문이었다.